화산귀환: 매화당립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무협

Toary
작품등록일 :
2024.08.23 19:59
최근연재일 :
2024.09.10 04:2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65
추천수 :
4
글자수 :
21,378

작성
24.08.27 00:00
조회
37
추천
1
글자
10쪽

2화

DUMMY

세상이 뜻대로 되기만 한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전쟁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채로 시작되는 법이었다.


하지만 여기, 청명과 당보의 생각은 달랐다.


이 전쟁은 이대로 가서는 필패.


마교의 승리로 끝날 것이 분명했다.


신강에서의 승리는 중원의 것이라 하기에 모호했다.


청명이 그곳에서 볼 수 있었던 건,


‘떨거지들 뿐이었지.’


이제와 광동에서 새로운 십만대산이 발견된 건 마교가 자신들의 본거지를 좀 더 깊숙한 중원으로 옮기기 위함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미끼였던 건가.’


마교의 진짜 목적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스스로 마도천하 따위를 외치지만, 그건 교도들의 이야기이다.


교도들이 믿고 따르는, 그들의 표현으로 현세에 현신한 신인 천마가 무얼 생각하느냐.


그것이 가장 중요할 터였다.


그러나 천마는 교도들이 외치는 이상론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


살육뿐이었다.


그들이 지나고 간 곳에는 무더기로 파편이 되어버린 민초들뿐.


그것뿐이었다.


소림도, 개방도 그 누구도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불확실한 가능성만을 제시할 뿐이고, 상대의 승리조건을 모르는 이상, 중원은 이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경공술을 펼치며 광동으로 나아가는 당보에게 넌지시 물었다.


“천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이 되냐?”


“사파랑 다를게 있겠습니까? 주지육림. 그것이죠. 돈과 명예, 여자?”


“명예?”


“음··· 그건 아니겠네요. 뭐, 더 나아가면 ‘천자’ 아니겠습니까? 북쪽 오랑캐들이 원하는 거죠.”


“그런 거라면 시시할 거 같은데.”


“사람이 원래 시시합니다. 도사 형님은 뭐, 바라는 게 있습니까? 잘 먹고 잘 사는 거. 그런 거 빼고요.”


“그렇네.”


“도사 형님이 진짜 주지육림의 화신이죠. 고기던 술이던···. 악! 왜 때리십니까?”


“도사한테 못하는 말이 없냐?”


“···?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시죠?”


“난 늘 진심이야.”


“맞는 말을 해도 맞고, 틀린 말을 해도 맞는다면, 저는 그저 맞는 사람인 거 아닙니까?”


“지금 개기냐?”


“제가 이래보여도 나이 깨나 먹은 당가 장로인데···.”


“당가 장로 머리에는 칼이 안박히나 보지? 오늘 하늘도 맑은데 한번 시험이나 해볼까?”


“아이고야, 도사 형님, 농담 두 번이면 구파도 뒤집겠습니다.”


“뒤집고 싶어서 미치겠다 이 새끼야!”


작게끔 궁시렁대던 당보가 외쳤다.


“광서군요!”


중원의 강남이라 불리는 거대한 광역은 밀림지역이었다.


남만야수궁이 위치한 곳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며, 날벌레와 야생동물, 독극물로 가득한 곳이었다.


인간이 야생에서 악랄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악랄할 수 있는지를 시험할 수 있는 곳.


청명과 당보는 그곳에 발을 들였다.


더없이 인륜을 져버린 이들이 있는 곳으로.



***


지옥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북경에서 사천 리 가량 떨어진 곳에, 지옥이 열리고 있었다.


“누가 좀!”


“맨손으로 잡지 마라!”


“빨리 움직여! 꾸물대지 말란 말야!”


“출혈이! 출혈이···!”


파편으로 인한 자상이 길게 남은 허벅지의 위로 피가 박동치며 솟구친다.


사형의 허벅지를 압박하던 사제는 겁에 질렸고, 손아귀며 얼굴이며 가릴 것 없이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그의 얼굴에 드리운 것은 공포였다.


“···의원! 의원! 여기 사람이 죽어가고 있소!”


그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더니, 피의 솟구침이 잦아들자, 더욱 창백히 변해갔다.


“의원!”


그런 그의 어깨 위로 주름 진 손이 닿았다.


송천의 손이었다.


천천히 손을 타고 올라간 시선이 송천의 얼굴에 맞닿았을 때, 송천이 고개를 내저었다.


말이 없어진 문도를 뒤로 하고 송천은 군영을 살폈다.


‘어쩌다 이런 일이! 관은 대관절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병력이 칠백이었다.


무당 내에서도 내로라 하는 손꼽히는 고수들을 추리고 추렸다.


거기에 더해 무당과 연이 닿은 천하의 모든 문파들을 불렀다.


그러나 이 참담한 몰골은 무엇이란 말인가.


‘칠백이다! 나와 안면을 튼 이들이 칠백!’



***


그로부터 일경(=약 4시간) 전.


무림맹의 군세는 아무런 문제없이 진군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십만대산은 거대해져갔다.


송천은 생각했다.


‘이토록 험준한 산세라니.’


십만대산은 거대한 하나의 산맥이었다.


그 전체를 아울러싸는 초입의 요새화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


무림맹 내부에서 광동과 광서에 걸친 거대한 전도를 펼치고서 투석기를 사용하기 가장 좋은 곳을 꼽았다.


제갈세가가 열흘 밤낮을 새우고서야 찾아낸, 몇 안되는 평야와 맞닿은 이곳.


송천은 앞서 가장 선두에 설 계획이었으나, 제갈석의 만류로 그는 후방에 자리잡게 되었다.


단순한 공성전에 절대고수는 필요없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그의 말에는 틀린 부분이 없었으므로, 송천은 천천히 진군해나아가는 군세를 살폈다.


문도들의 손이 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전투에 대한 걱정일까?


혹은 고양감?


무엇이 되었던, 전장에 발을 들인 순간 도망칠 수 없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난 것만으로, 이 운명에서는 도망칠 수가 없을 것이다.


마교에 순순히 사로잡히거나, 죽을 때까지 저항하는 길뿐이니.


토목문주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투석기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옵니다.”


“지체할 것 없습니다. 한번에 무너뜨리시지요.”


송천 본인도 마른 침을 삼켰다.


틀리지 않은 길이다.


누군가 이 길을 뚫어내야한다면, 차라리 무당이 하는 편이 낫다.


어차피 이기게 되어 있는 내기라고 한다면, 차라리 내가 하는 편이 낫다.


송천은 다짐했다.


누가 죽더라도, 그는 후회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투석기의 사정거리까지 십 리.


오 리.


공세는 무당의 것이 아니었다.


순간 송천은 제 눈을 의심했다.


산맥에서 무언가 번쩍이더니, 찰나의 순간에 굉음이 울렸다.


그 소리에 본인도 모르게 움찔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펼쳐진 광경이었다.


제갈석의 얼굴도 낭패라는 듯, 단단히 굳은 채, 그들은 최후방에서 전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단 한번의 굉음으로 세 명이 죽었다.


제갈석이 덧붙였다.


“···화포로군요.”


첫 굉음으로부터 촌각조차 지나지 않아, 세 번의 굉음이 연달아 울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전위가 무너지면 진형을 유지할 수가 없어진다.


공포감은 전염되는 법이고, 그것을 아는 송천은 신호수에게 외쳤다.


“방패수를 전위로 세워라! 문주! 투석기의 사거리까지 얼마나 남았습니까?”


“하다못해 이 리는 더 들어가야 합니다!”


신호수가 북을 두들겼다.


방패수라 함은, 전쟁을 위해 새로이 무림맹에서 만들어낸 병종이었다.


오로지 전쟁을 위한 것으로, 검보다는 내력운용에 더 자신있는 이들로 구성하여 협곡과 같이 좁은 길에서 출혈을 줄이기 위해 탄생하였다.


제갈석이 말했다.


“방패수로 포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대로 싹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 대체 관은 무얼 하고 있기에 화포가 저들 손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다시 한 번.


연달아 지축이 울리더니,


포탄이 쉴새없이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방패수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송천진인!”


“군사! 지금 상황은 내 눈으로도 보고 있어! 문주! 사거리는?”


“여전히 이 리입니다!”


“제길! 발사해!”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요새에는 닿지조차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으로부터 이 리를 더 뚫고 들어가라는 건가? 저 포화망 속으로? 나는 내 사형제들에게 그러한 요구를 할 수 없네!”


제갈석이 신호수에게 고개를 마지못해 끄덕이자, 신호수가 다시 한번 북을 쳤다.


그리고 투석기에 돌을 올리는 과정마저도, 포화망에 그대로 노출된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굉음은 끝없이 울렸다.


그 과정을 온전히 살펴볼 수 없었던 세 명은 시선을 돌려 참혹한 전장에서 외면했고, 후퇴 신호는 일 각(=약 15분)이 지난 후에야 전해졌다.


무당파는 단 하루, 단 한 번의 전투로 기록적인 손실률을 남겼다.




***


제갈석이 다가와 송천의 곁에 섰다.


그가 위로하듯이 말을 건네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군사.”


“예.”


“사흘 후, 총공세를 준비하시오. 내 직접 전장에 서리라.”


“···매화검존이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이곳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와 힘을 합친 후에···.”


“군사는 모를 수도 있지. 피로써 이어진 세가는 모를 수 있지만, 시간으로써 이어진 문파는 그 시간이 피보다 가치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피를 흘려야 하는 법. 그리고 그 일은 다른 이의 손에 맡겨서는 안되는 일이지.”


“···명을 따릅니다.”


제갈석이 무릎을 꿇은 뒤 몸을 돌렸다.


“군사.”


제갈석이 가던 길을 멈추고 송천을 바라보았다.


“혹여 내 준비가 모자랐는가?”


“···아닙니다. 사람이 어찌 한순간에 날씨를 바꿀 수가 있겠습니까? 하늘의 마음인 것을. 그저 그뿐입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이루는 것은 하늘이라는 건가.”

謀事在人, 成事在天.


송천이 나지막히 읊조렸다.


“등선이 이다지도 멀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구나! 어리석은 놈! 세상에 두고 온 것이 너무나 많다!”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 그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오늘 죽어간 이들의 넋은 십만대산에서 달래겠다! 그러니.’


아까 전 싸늘이 죽어가는 사형을 구하지 못한 사제는 망연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부디 조금만 참아다오.’


송천은 제 손을 꽉 쥐었다.


손톱에 살갗이 파일 정도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화산귀환: 매화당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4화 24.09.10 19 0 13쪽
4 3화 24.09.06 20 1 14쪽
» 2화 24.08.27 38 1 10쪽
2 1화: 개전 24.08.24 82 1 10쪽
1 0화: 프롤로그 24.08.23 107 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