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F급 무한성장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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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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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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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1

DUMMY

그 아이는 버려졌다.


판드랄 대륙에서 가장 산세와 지형이 험하기로 알려진 ‘불의 산맥’ 한가운데,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바구니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갈대를 엮어 만든 바구니 안에는 푹신한 솜에 둘러싸여 잠에 든 사내아이가 담겨 있었고, 아이의 성장세를 보아하니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에 불과해 보였다.


산맥의 사는 생명들은 이 아이가 어쩌다 여기 버려지게 되었는지, 도대체 어미는 왜 이 먼 곳까지 아이를 버리러 왔는지 알지 못했고, 또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아이는 그저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인 달콤한 간식거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크르릉-


어둠 속에서 수레만 한 늑대가 그 모습을 드러내며 바구니 근처로 다가왔다.

녀석의 두 눈은 달빛에 반사돼 노란 빛을 냈고, 이빨은 어찌나 날카롭고 커다란지 그 크기가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 할 정도였다.


늑대는 먹잇감을 살피기 위해 흉측한 얼굴을 바구니 쪽으로 들이밀었다.


벌써부터 이 작은 생명체를 잡아먹을 생각에 녀석은 침을 질질 흘리며 입맛을 다셨다.


짐승 울음소리와 인기척에 다른 아기들 같으면 잠에서 깰 법도 한데, 바구니 속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곤히 잠에 빠져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늑대는 더는 허기짐을 못 기다리겠는지, 그 커다란 입을 쫘악 벌리며 바구니를 통채로 삼킬 준비를 마쳤다.


어찌 보면 이대로 녀석에게 한방에 잡아먹히는 것이 아이한테 있어서도 행운일지 몰랐다.


무슨 소리냐면, 고통은 잠시뿐이고,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제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 아이가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리 없으니, 차라리 이렇게 죽는 것이 행운이라는 의견이었다.


삶이 항상 불합리하듯, 안타깝지만 이제 막 불이 붙은 생명의 불꽃은 그 타오름을 제대로 보이기도 전에 꺼지는 것이 운명인듯 보였다.

그런데···


“멈춰.”


늑대가 아이를 잡아먹기 바로 직전, 또 다른 산맥 주민이 녀석의 행동을 저지했다.


짧은 단어 한 마디에 늑대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덕 위 한 여인이 달을 배경 삼아 자신과 아이가 담겨 있는 바구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먹이가 늘어서 기뻐할 녀석이었지만, 여인의 정체를 알고 있던 늑대는 멈추라는 그녀의 지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여인은 늑대를 바라보며 그가 왔던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대로 너의 영역으로 돌아가.”


여인의 명령에 늑대는 불만감을 표현하듯이 그르렁거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내보이자, 늑대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영리한 생물이었다. 지금 자신이 그녀와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늑대는 여인의 명령에 하는 수 없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춰야만 했다.


아이를 위협하던 포식자가 사라지자, 여인은 언덕에서 내려와 바구니에 담겨 있는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뽀얀 피부와 아직 덜 자란 검은색 머리카락, 영락없는 인간 사내아이의 모습에 여인이 아이의 뺨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길을 느낀 것인가? 바구니 속 아이는 늑대가 소리 낼 때는 일어나지도 않더니, 여인의 손길에 눈을 뜨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자신과 같은 붉은색의 눈을 가진 아이의 모습에 여인은 한참이나 바구니 안을 들여다봤다.

그러더니 그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바구니 속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랑 같이 갈래?”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당연히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여인 또한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아이와의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 아이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는 마치 그런 여인의 물음에 대답을 대신하듯, 까르르 웃어 보이며 그녀의 손가락을 자기 손으로 잡아냈다.


아이가 자신의 손가락을 잡자 도리어 여인이 화들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며, 여인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늑대가 사라졌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며 풀들이 흩날리고, 달빛이 세상을 비추는 어느 새벽 여름밤이었다.



***



여인이 아이를 줍고 7년이 흘렀다.

어느새 바구니에 들어가던 아이는 키가 훌쩍 커 여인의 허리까지 오는 키로 자라났다.


여인은 아이를 마치 제 자식처럼 키웠고, 그녀는 아이에게 ‘아서’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아서에게는 자신을 ‘아리엘’이라고 부르게 했다.


아리엘은 겉보기에 인간처럼 보여도 특유의 창백한 피부와 붉은 눈동자, 백발의 긴 머리를 가진 뱀파이어이자, 나름 고위급 마족으로 분류되는 상위 뱀파이어였다.


이와 달리 아서는 그저 평범한 인간 사내아이.


이처럼 종족이 아예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아리엘은 아서를 자기 친자식처럼 아끼고 보살피며 키웠다.


“아리엘, 용사가 뭐야?”


어느 날 아서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아리엘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아리엘은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듣고 왔는지 물었다.


“저번에 아리엘하고 같이 간 인간 마을에서 과일가게 아저씨한테 들었어.”


아리엘은 간혹 아서를 데리고 불의 산맥 아래 살고 있는 인간 마을에 내려가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했다. 아서는 과일가게 아저씨로부터 용사라는 것에 대해 듣고, 아리엘에게 용사가 정확히 무엇인지 물었다.


“용사는 인간의 왕이 선별한 영웅을 말하는 거야.”


“영웅? 마왕하고 같은 거야?”


“음··· 비슷해. 마왕님은 마족을 대표해 용사들로부터 마족들을 지켜주시는 영웅이시고, 용사들은 그런 마왕님에게 대적하는 인간들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단다.”


아리엘의 대답에 아서가 의문을 표했다.


“그럼, 마족한테는 용사가 없어?”


인간한테만 용사가 있고, 마족한테는 용사가 없냐는 그의 질문에 아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은 마왕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용사가 없다. 하지만 인간들은 인간의 왕이 직접 싸울 수 없기 때문에 가장 강한 사람을 용사로 선별해 마족에 대적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왜, 용사들은 마왕을 죽이려고 하는 거야?”


“그건, 두 종족 간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래. 인간들은 마족을 악으로 생각하고, 마족 또한 인간들을 악이라고 생각하거든.”


“음··· 난 아리엘하고 이렇게 사이가 좋은데······.”


아서는 이전에 아리엘에게 그녀와 자신의 종족이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자기 딴에는 아리엘과 자신도 잘 지내는데,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는 용사와 마왕이 이해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런 아서의 모습에 아리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사이가 좋으면 좋을 텐데.”


아리엘의 씁쓸한 미소에 아서는 만일 인간들이 그녀를 해코지하려고 하거나, 마족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었다.


"그때는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지켜준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아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아리엘의 따뜻한 손길에 아서 또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아리엘에게 당당하게 선언했다.


“그럼, 나는 아리엘을 지켜주는 용사가 돼줄게! 그러니 아리엘은 나만 믿어!”


아리엘이 자신을 지켜주는 만큼. 자신 또한 아리엘을 지켜주는 용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아서.


그 모습이 귀엽게 보였는지 아리엘은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쿡쿡 웃었다.


“고마워, 꼬마 용사님. 그럼, 보답으로 오늘은 아서가 좋아하는 옥수수 스튜를 만들어 줄까?”


“좋아!!”


옥수수 스튜를 만들어 주겠다는 아리엘의 말에 아서는 빵긋 웃어 보였고, 두 사람은 저녁 준비를 위해 손을 맞잡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아서와 아리엘은 오두막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함께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아서가 8살이 되던 해.

용사 파티가 마왕을 쓰러뜨렸다는 소식이 판드랄 대륙 전체에 전해졌다.



***



마왕 사후 7년이 흘렀다. 15살의 청년으로 자란 아서는 이제 혼자서 사냥을 나갔다 올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오늘도 사냥을 위해 밖으로 나선 아서는 풀숲에 기척을 숨긴 채 사냥감이 자신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노린 사냥감은 토끼로, 녀석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을 노리는 사냥꾼이 없는지 살피다 풀을 먹기 위해 아서가 있는 수풀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다리던 아서는 잡아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놓았다.


팍-!


활시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며 화살 한 발이 정확히 토끼의 오른쪽 허벅지를 관통했다.


토끼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살에 맞은 채로 도망가 보려 했지만 이내 얼마 가지 않아 풀밭에 털썩하고 쓰러졌다.


“잡았다!”


사냥감이 더 이상 움직임이 없자, 아서는 풀숲에서 나와 쓰러진 토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한 손으로 토끼의 귀를 잡아 허벅지에 박힌 화살을 빼내고는 다시 자신의 화살통에 집어넣었다.


“아리엘이 좋아하겠지?”


마왕 사후 이후 아리엘은 쉽사리 그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했다. 몇 날 며칠을 슬피 우는 그녀의 모습에 이전에 그녀가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아서는 옆에서 최대한 아리엘을 보살피며 돌봐주었다.


다행히 오늘도 그녀를 위한 만족스러운 사냥감을 얻게 되자, 아서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빨리 가자.”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이 서식하는 불의 산맥인 만큼.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서둘러 활과 화살통을 정리하고, 사냥감을 챙긴 뒤 아리엘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풀숲을 지나, 바위를 넘고, 불의 산맥에서 심연이라고 불리는 ‘재의 절벽’을 지나 언덕 하나만 넘으면 아리엘의 오두막이었다.


‘언제 봐도 무섭네.’


재의 절벽은 불의 산맥에서 가장 깊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자랑하는 두 절벽이 만든 협곡 지형으로 아리엘의 말에 따르면 협곡 아래에는 강물이 흐르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 한 번 떨어지게 되면 제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도 멀쩡히 살아 돌아오기 힘든 곳인 만큼.

사람들은 절벽 아래를 지옥이라고 비유했으며, 아리엘 또한 이곳을 지날 때는 특히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러한 재의 절벽을 뒤로하고, 서둘러 언덕을 넘어 아리엘이 있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아리엘, 나왔어.”


사냥을 나갔던 아서가 오두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와 같으면 자신을 위해 사냥을 나갔다 온 그를 위해 아리엘이 흔들의자에 앉아 옅은 미소로 띠며 맞이해 줬을 터.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이 항상 예측할 수 없듯, 이날은 아리엘이 아닌 초대 받지 않은 다른 이들이 오두막에 방문했다.


평화로운 일상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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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낙화 2 24.09.12 5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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