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F급 무한성장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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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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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아래의 용사 1

DUMMY

재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아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힘이 없는 자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그 잔혹한 사실에 소년은 이전에 아리엘과 나눈 약속을 떠올렸다.


‘나는 아리엘을 지켜주는 용사가 돼줄게! 그러니 아리엘은 나만 믿어!’


뭐가 용사고, 뭐가 자신이 지켜주겠다는 것인가?

철없는 시절 한 약속이었지만, 소년은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러한 약속을 지키지 못 한 자신의 나약함을 저주했다.


그렇게 한참을 떨어졌을까? 절벽으로 떨어지던 아서의 몸이 마법이 다한 것인지 급속도로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법이 사라지며 몸이 급강하 하는 상황 속에서도 아서는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몸을 맡기면 아리엘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아무 생각없이 중력에 몸을 맡기며 자신의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부디 날 잊지 말아줘.’


아리엘과의 마지막 약속이 소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아야 한다.

생각은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행동은 결과를 가져온다.

먼저 소년은 시선을 아래로 돌려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아직도 심연의 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추락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은 상황.


일단은 낙하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자 아서는 조금씩 절벽의 벽면 근처로 몸을 가까이 붙였고, 이내 아리엘에게 건네받은 스태프를 절벽에 가져다대며 떨어지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 노력했다.


카드드득!


아리엘에게 듣기로 그녀의 스태프는 천 년 묵은 고목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스태프는 절벽에 계속해 긁히는데도 불구하고, 부러지지 않으며 아서가 떨어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춰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하하는 속도가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태프가 절벽틈 사이로 끼기를 바래야했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런데 무슨 천운이 그에게 닿은 것인지, 잠시 후 이미 갈라져 있던 절벽 틈 사이로 우연찮게 아서의 스태프가 저절로 끼어졌다.


“크윽!!”


순간 반동으로 어깨가 빠질 뻔했다.

그럼에도 두 손으로 어떻게든 스태프를 꽉 잡으며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스태프에 매달리며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몸이라도 멀쩡하면 다시 기어 올라간다는 생각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도 피가 거꾸로 올라올 정도로 기사에게 당한 내상이 심상치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소년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며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렇게 8분가량을 스태프 위에 매달려 있었을까?

불안정하게 끼여져 있던 스태프가 절벽 틈사이에서 빠지며, 그는 다시 절벽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젠장···.’


멀어지는 절벽 위 빛을 바라보며 다 끝났다는 생각에 아서의 눈이 저절로 감겼다.


그래도 이대로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정신을 잃고 몇 초간 낙하를 이어가자, 차가운 강물이 소년의 몸을 감싸며 낙하하는 속도로부터 몸을 지켜주었다.


풍덩!


이전 아리엘의 말대로 협곡 사이에는 정말로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강물 덕분에 아서는 잃었던 정신이 돌아오며 잠에서 깨어났다.


의외로 수심이 깊어 안전하게 물속에 빠진 것 까지는 좋았지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과 지칠대로 지친 정신 때문에 몸이 제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아서는 한 사람만을 떠올렸다.


아리엘.


그녀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리며 죽기 살기로 물살을 이겨내며 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헤엄치기 시작한 아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갓 15살이 된 소년이 강한 유속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


결국 그는 작전을 바꿔 물살로 인해 물 위로 몸이 떠오를 때는 최대한 호흡 하며 공기를 머금었고, 다시 물살에 빨려 물속으로 들어가질 때는 머금었던 공기를 이용해 버티며 다시 물 밖으로 떠오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버텼을까?

결국 물살이 약해지는 구간에서 아서는 온 힘을 다해 헤엄쳐 물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하악··· 하악··· 하악···”


추적추적해진 몸을 이끌며 밖으로 빠져나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미 그의 몸은 망신창이 그 자체였다.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피를 토하며 쓰러진 소년은 이대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것인지 희미해져가는 시야 속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보이는 인물이 걸어오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하지만 반응할 힘이 없던 그는 저절로 두 눈이 감기며,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는 정신을 잃었다.



***



아서가 아리엘과 만난지 이제 여섯 해가 지나는 시절.

어느 날 아서가 아리엘의 서고에 있는 책 한권을 꺼내 가져와 그녀에게 물었다.


“아리엘, 이건 뭐야?”


아서가 책을 핀 부분에는 거대한 탑과 번개를 맞고 있는 생명체들이 그려져 있었고, 책의 그림을 확인한 아리엘이 아서에게 그림의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건 무한의 탑이야.”


“무한의 탑?”


무한의 탑이 무엇이냐 묻는 그의 질문에, 아리엘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지 의자에 앉아 아서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는 책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전에는 모든 생명체들이 하나의 종족으로 살고 있었어.”


“하나의 종족?”


“응, 종족이 나뉘지 않는 하나의 종으로 말이야.”


“종족이 뭐야?”


아직 종족이라는 개념을 잘 모르던 아서는 아리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아서가 모르는 부분부터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이전에 난 아서와 달리 종족이 다르다고 얘기해줬지?”


"응! 얘기해줬어!"


“그래, 나는 아서와 다른 뱀파이어야. 뱀파이어는 마족으로 구분되고, 아서는 인간이라 서로 종족이 달라.”


“종족이 다른거야?”


“뱀파이어 특징이 뭐라고 했지?”


“음··· 아리엘은 낮에 약해!”


“맞아. 난 상위 뱀파이어라 낮에도 활동할 수 있지만, 아서와 달리 햇빛에 약하다는 특징이 있어. 이것처럼 세계에는 여러 가지 종족이 나뉘어져 있단다.”


“그럼 이 탑은 뭐야?”


아서가 책의 그려져 있는 탑을 가리키며 묻자, 그의 질문에 아리엘은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건 어리석은 생명체들이 하나의 종족일 때, 하늘에 있는 신에게 닿고자 아주아주 높은 탑을 쌓는 모습이야.”


“왜, 하늘에 닿으려고 해?”


“자신들이 하늘에 닿아 신과 동등해지기를 원했거든. 그리고 창조신께서는 이 사실에 분노해 생명체들이 더 이상 힘을 합치지 못하게 여러 종족으로 나누신 거고.”


아리엘의 이야기를 들은 아서가 책의 그림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기기라도 했는지 아서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자신을 무릎에 앉힌 아리엘을 올려다봤다.


“그런데 종족이 달라졌다고 해서 왜 힘을 못 합쳐? 모습만 달라진 거 아니야?”


아서의 순진한 질문에 아리엘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건 서로가 달라서 이해를 하지 못해서 그래.”


“서로가 달라?”


“마족과 인간은 너무나도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이해를 하지 못해서 싸우는 거야.”


“음··· 잘 모르겠어. 난 아리엘하고 이렇게 잘 지내는데.”


아서의 말에 아리엘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서도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면 알게 될 거야.”


“난 아리엘하고 평생 같이 살고 싶은데?”


“아니야. 언젠가는 아서도 이곳을 떠날 날이 올 거야. 그때까지는 내가 잘 가르쳐 줄게.”


“칫, 그러면서 아직 마법은 안 가르쳐주잖아.”


아리엘은 고위 마족이기에 마법 또한 수준급 이상으로 다루는 실력자였다.


그녀의 힘을 곁에서 봐온 아서는 하루라도 빨리 그녀처럼 마법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아서가 아직 어리고 이른 나이에 큰 힘을 얻게 되면 제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리엘은 아서의 마법 수련을 미뤄왔다.


“그건 나중에 아서가 더 크면 차근차근 알려줄게. 일단은 저녁 준비부터 같이 할까?”


“좋아!”


아리엘의 품에서 일어난 아서가 그녀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아이와 어머니의 보여졌다.



***



꿈속을 해마다 눈을 뜬 아서의 눈에 보인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꿉꿉한 냄새, 음침한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동굴 속 모습에 일단 이곳이 천국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지옥이라고 하기에는 딱히 나쁜 짓을 한 적도 없고, 다행히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결론 지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지?’


물속에서 간신히 헤엄쳐 나온 것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그 이후로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기억이 없었다.


헤엄쳐 나온 만큼 정신을 차려도 강가 근처에서 차리는 것이 당연할 터.


하지만 그가 눈을 뜬 곳이 횃불까지 만들어 놓은 동굴 속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누군가 자신을 옮긴 것이 분명했다.


‘맞아! 내상은?’


기사에게 복부를 가격 당하고 절벽에서 떨어지며 생긴 내상이 떠오른 아서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욱신욱신거리며 아파오던 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진정이 됐고, 더 이상 입가에도 피가 흐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괜찮아진 듯 보였다.


‘뭐야, 어떻게 나았지?’


증상을 미루어보아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절대 나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괜찮아진 자신의 모습에 아서는 누가 자신을 치료해 주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던 사이, 한 노인이 눈앞까지 다가와 아서의 눈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가?”


불쑥 나타난 노인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 아서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노인이 아서의 행동을 보면서 평가하듯이 말했다.


“음··· 기척을 느끼는 능력은 떨어져도 반응속도는 나쁘지 않네.”


그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있지만,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벗겨진 머리와 군데군데 빠진 이, 그리고 근육 하나 없이 삐쩍 마른 몰골의 모습은 놀라기 충분한 비주얼이었다.


게다가 모습도 모습이었지만 아서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저렇게까지 가까이 다가오는동안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러한 사실에 아서는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상태를 보니 다행히 내상도 다 나은 것 같고···. 일주일이나 쓰러져 있어서 걱정 됐는데, 이제는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어.”


노인이 아서의 복부를 보면서 말하자 아서는 이 자가 자신을 치료해준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의식상으로는 찰나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이나 시간이 흘렀다는 노인의 말에 아서는 허기진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런데 어쩌다 그런 내상을 입은 것이냐. 보아하니 보통 실력자한테 당한 상처가 아니던데."


아서가 정신도 차렸겠다. 노인은 그에게 어쩌다 그런 내상을 입은 채, 저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게 되었는지 연유를 물었다.


노인의 질문에 아서는 절벽 위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갑작스러운 기사들의 방문, 나약하게 패배한 자신, 그러한 자신을 위해 희생한 아리엘까지···


괴로운 기억이 스멀스멀 몸을 감싸려고 하자, 아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더니 그는 매고 있던 아리엘의 검은 망토와 옆에 놓여져 있던 그녀의 스태프를 매만지며 침묵으로 답을 일관하기 시작했다.


노인은 아서가 한참이나 입을 열지 않자, 입꼬리를 이죽거리며 동굴 밖으로 나가버렸다.


동굴 안에 혼자 남게 된 아서는 절망에 속절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



아서가 재의 절벽에 떨어지고 3개월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노인은 아서를 내쫒지 않고 오히려 동굴 안에서 살게 해줌과 동시에 그에게 식량을 나눠줬다.


이런 절벽 아래에서 도대체 어떻게 식량을 조달하는지 궁금한 아서였지만, 그는 노인에게 구해진 이후부터 입을 열지 않아 그가 어떻게 식량을 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하루 한번 뿐.

심지어 그 한 번도 노인이 아서에게 다가와 입을 열 생각이 없는지 묻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라고 할수도 없었다.


“오늘도 입을 열 생각이 없는 것이냐?”


3개월간 계속된 노인의 끈질긴 질문에도 불구하고, 아서는 자물쇠로 걸은 것 마냥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쯤 되면 제 아무리 현자라고 해도 화를 낼 법도 한데, 노인은 아서가 스스로 입을 열기 전까지 그를 꿋꿋이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을 더 기다렸을까?


그날은 아서가 동굴 밖을 나와 흐르는 강물을 배경으로 살아남은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며 생각에 잠겨있던 평범한 날이었다.


도대체 왜 자신만 살아남았을까?

차라리 그곳에서 아리엘과 함께 죽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리엘은 어째서 자신을 거두어 기르고,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를 위해준 것일까?


몇 달 동안이나 입을 다문 채 고뇌한 아서였지만, 그는 그 어떤 질문에도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못했다.


막막한 심정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주위에 널브러진 돌을 집어 들어 강가로 던졌다.


그렇게 몇 번을 던졌을까?


어두운 곳이었지만, 노인이 만든 횃불과 근처 절벽 아래 빛을 내는 발광성 덕분에 검은 물체가 수면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저건?’


아서가 그림자를 인지한 다음 순간, 검은 물체의 정체가 강물 위로 제 몸을 드러냈다.


푸-우!


물속에서 나온 녀석은 아서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크기의 대왕지네.

기다란 더듬이와 수십 개의 다리가 아서 몸통만 한 녀석이었다.


거대한 지네의 모습에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쳐야 했지만, 삶의 의욕이 없던 그는 도망치지 않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대왕지네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노인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쯧. 살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니, 그런 미련한 짓을 하는 것이지. 그럴거면 도대체 왜 살아남으려 그렇게 애를 쓴 것이냐?”


언제 나타났는지, 노인이 가만히 있는 아서를 질책했다.


그러한 노인의 지적에 4개월 만에 아서가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 인생에 상관 하지 마.”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된 노인은 싹퉁 바가지 하나 없는 아서의 말에 껄껄 웃어보였다.


“허허허. 그 놈 성깔 한번 고약하네. 이거 가르쳐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겠어.”


그러더니 그는 목을 좌우로 한번 씩 꺾고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대왕지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히려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함께 죽으려는 노인의 행동에 아서는 그가 노망이 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감이 비춰보였다.

나약했던 자신과 달리, 절대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그 자신감에 응답하듯이 노인이 껄껄 웃으며 아서에게 말했다.


“이봐 꼬마. 잘 보라고. 이것이 내 본래 힘이니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갑자기 허름하던 노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근육의 세포 하나하나가 자극을 받으며 커지는 그 모습에 아서는 넋을 잃고 노인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노인의 몸이 건장한 청년의 정도의 몸 크기로 성장하자, 대왕지네가 그런 노인을 향해 날카로운 독발톱을 드리우며 괴성을 내질렀다.


캬아아아악-!!!


협곡 전체가 울릴 정도의 괴성.

대왕지네의 괴성 소리에 쎈 척하던 아서는 겁에 질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아서와 달리, 노인은 위협적인 녀석의 모습에 오히려 씨익 웃어 보였다.


대왕지네가 노인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녀석의 돌진에 방금까지 지팡이를 짚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노인은 너무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점프했다.


“허잇차!”


믿을 수 없는 몸놀림으로 노인이 대왕지네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대왕지네의 거대한 몸의 크기에 걸맞게 방금까지 노인이 서 있던 자리가 녀석의 움직임 한번으로 바위마저 흔적도 없이 박살이 나며 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만히 이를 지켜보던 아서를 놀라게 한 것은 대왕지네가 노인의 공격 범위에 들어온 순간.

노인의 꽉 쥔 오른손 주먹이 그대로 지네 녀석의 안면을 강타했다.


쾅-!


마치 대포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 딱딱해 보이던 지네의 껍질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이 여기저기 사방으로 튀었다.


단 한방으로 안면이 박살이 난 녀석은 또다시 끔찍한 괴성 소리를 내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몇 초 후,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던 대왕지네의 몸이 축 늘어지며 녀석은 그대로 강가 옆에 쓰러지고 말았다.


쿵-!


대왕지네가 쓰러짐과 동시에 녀석의 무게로 인해 협곡 전체가 요동쳤다.

한 합으로 저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는 괴물을 물리친 노인은 다시 뒷짐을 쥐더니, 소년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주저앉은 그를 내려다봤다.


“어떤가? 이제는 대화할 마음이 생겼고?”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라 아서는 노인을 올려다보며 한참이나 그 자리 그대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훗날 후대의 사람들이 평하길, 그들은 이 만남이 판드랄 대륙의 역사가 뒤바뀐 날이라 기록했다.


이를 증명하듯 방금까지 꺼져가던 소년의 눈 속 생명의 불씨가 다시 일렁이기 시작했다.


멈춰있던 그의 운명의 수레바퀴가 다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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