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초 뒤에 죽는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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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재능
작품등록일 :
2024.08.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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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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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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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수호자

DUMMY

내가 사는 라이언 제국의 수도, 파스칼은 구역이 나뉘어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하루 살기 바쁜 이들이 살아가는 4구역, 평민들이 사는 3구역, 귀족이 사는 2구역, 황족들이 사는 1구역으로 말이다.


4구역과 3구역은 혼합되어 있어 구분하는 것이 어려우나 귀족과 왕족이 사는 곳은 달랐다.


성문의 반 정도 크기의 벽으로 막혀있어 평생 들어가 볼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던 2구역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깨끗한 거리와 양산을 쓰고 돌아다니는 귀부인의 모습, 한껏 멋을 낸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는 모습까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소매치기에게 당하는 우리 구역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역시 불편해. 빠르게 치료 방법만 확인하고 도망가야겠어.’


벽으로 막혀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는 사실, 귀족의 지위를 가지지 않은 자가 허락도 없이 이 안으로 들어오면 죽는다.


단순히 소문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봤으니까.


옆집 아이가 2구역에 장난으로 몰래 들어갔다가 죽어서 나오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뒤로 이곳은 발도 안 붙였는데··· 살기 위해 사지(死地)로 왔다는 게 뭔가 웃겼다.


‘진정하자. 시간 정지는 신이고 무적이야.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거리를 따라 걸었다.


아무런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땀이 자꾸만 조금씩 새어 나왔다.


귀족이 사는 곳이 이런데 황궁은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벌써 눈앞이 껌껌했다.


나중에 실수라도 할까 봐 최대한 주변 환경에 관심을 두지 않고 저 멀리 보이는 궁전을 이정표 삼아 시선을 고정한 채 걷기만 했다.


그리고.


“하··· 결국 와버렸구나.”


해자로 뒤덮여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 그곳조차 철 갑옷을 온몸에 두른 기사 2명이 지키고 있는 황궁에 도착했다.


기사에게서 무형의 기운이 나와 내 숨통을 쥐어트는 기분이었다.


기세가 대단했지만 겨우 기세에 겁먹어 도망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실례하겠습니다···.”


기사를 경계하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자 그제야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기분이었다.


황궁 안에 들어오는 건 성공했으니 이제 황실 도서관에 갈 시간이었다.


궁전은 황족들이 사는 공간이니 제외하고 너무 작은 건물들도 제외하자 중간 크기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석고로 만들어져 흰색으로 반들거리는 멋진 건물에 다가가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가 도서관이 맞나보네.”


긴 수염을 기르고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있는 남성들은 토론이라도 하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남성들 앞에는 비실비실한 남성이 서 있었는데 문고리를 잡고 열쇠를 넣고 있는 걸 보니 사서인 것 같았다.


사서를 뒤로 넘어뜨리고 열쇠를 뺏어 문을 열었다.


천천히 도서관 안으로 들어온 나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도서관의 크기가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대충 5배는 더 넓어 보였다.


‘공간 마법으로 이렇게 공간을 늘릴 수가 있구나.’


내게는 좋은 소식이면서도 동시에 좋지 않았다.


치료법을 알아낼 정보가 많다는 건 좋았지만 그만큼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기 힘들게 분명했다.


‘일단 의사한테 진단받았으니까 의학 분야부터 찾아보자.’


워낙 많은 책장과 책에 기가 죽었지만, 다행히 분류가 잘 되어있었다.


책장 옆에 적혀 있는 글씨를 보며 쓱쓱 지나가자 내가 원하는 책장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마법과 의학의 상관관계』

『의학의 길』

『의학이란 무엇인가?』

『의학, 당신도 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책. 원래라면 마법 도구로 원하는 책을 찾으면 그만이었지만 내겐 시간이 금이었기에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시간을 멈춘 상태에서도 마법 도구가 제대로 사용되면 좋을 텐데.’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단순한 마법 도구는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능력이 약해지더라도 기능은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마법 도구는 시간을 정지한 상태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수많은 정보가 담겨있고 기능 제한과 보안 기능까지 있는 검색 도구는 복잡한 마법 도구에 속했다.


결국 어림잡아도 1,000권을 훌쩍 넘긴 책을 전부 확인해야 한다는 건데···.


‘인간은 눈이 게으르다고 했어.’


시작부터 포기할 수는 없으니 나는 도전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위대한 건축가, 다이달로스는 건물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


-신경계(nervous system)에 침투한 ssDNA 바이러스는 2주에 걸쳐···.


-마법으로 발견한 DNA구조는 우리의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알면 도움이 될 정보부터 정말 쓸모없는 정보, 애매한 정보까지.


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불치병에 관한 정보는 없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기본 공부 시간이 20년에 달하는 의학 공부를 독학으로 책을 통해 배운다?


평범한 의사 수준에 도달하는 것조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 겨우 의사가 된다고 해도 다른 의사들이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던 희소 질환의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어 한쪽으로 치워둔 책더미를 밀어내고 책상에 엎드렸다.


‘의학이 안 된다면 마법을 확인해봐야 하나.’


최근에서야 주목받은 의학과는 다르게 마법은 인류의 시초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지식을 쌓아온 분야이다.


그만큼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의학보다는 입문하기가 쉽겠지만 결국 경지가 높아지면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똑같았다.


‘그래도 시작도 못 하는 의학보다는 마법이 더 가능성이 크겠지.’


그래, 옛날부터 멋있는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을 동경했으니 이참에 마법을 배워보는 거다.


동기 부여를 위해 멋진 마법을 난사하는 나를 상상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쿵-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선 안 되는 소리가 들렸다.


‘···!’


나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와중에도 억지로 몸을 움직여 책 반납대 뒤로 숨었다.


책이 충분히 쌓여 있어 내 몸을 숨기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크르릉-


짐승의 울음소리가 내 귓가를 가득 채웠다.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은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 입을 막고 몸을 웅크렸다.


괴물은 마치 내가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책을 쓰러뜨리며 나를 찾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은 분명 멈춰있는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아까 들어오려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걸 보면 시간은 아직 멈춰있었다.


그렇다면 저 괴물은 대체 뭘까?


시간 정지 상태에서 내 신체에 닿지 않은 게 움직인 건 처음이라 두려움과 동시에 호기심이 잔뜩 올라왔다.


나는 책들 사이로 괴물의 모습을 확인했다.


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등에 이상한 줄기 같은 게 튀어나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괴물의 모습.


괴물의 줄기가 책에 닿자 책은 가루로 변해 허공으로 사라졌다.


‘저것도 초능력 같은 건가?’


괴물의 정체를 파악하는 동안.


-컹컹!


괴물은 내가 도망갔다는 걸 확신했는지 나머지 책을 다 가루로 만들고 울부짖으며 도서관을 벗어났다.


괴물이 사라지자 무거웠던 공기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공포 때문인지 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거기다가 몸이 너무 놀라서 그런지 급격히 피곤해졌다.


책 반납대로 책상 주변을 막아 안전을 확보한 뒤 의자에 앉아 쉬다 보니 긴장이 풀렸는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 * *


“헉!”


정신을 차린 나는 자기 전 일을 떠올리며 정신을 귀에 집중했다.


고요한 도서관 안.


시간이 정지된 세상에서 당연한 일이었지만 무언가 있다는 걸 깨달은 내겐 소중한 정적이었다.


조심스럽게 안에서 나오자 깨끗한 책상이 보였다.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을 괴물이 떨어뜨린 거라면 땅에 책이 널브러져 있어야 하는데 마치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책상 밑까지 깨끗했다.


‘···아, 그러고 보니 괴물이 건드리니까 허공으로 사라졌지.’


잠에서 깨어난 직후라 방금 일어났던 일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책이 가루로 변해 사라지는 모습은 내가 살면서 본 것 중에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만약 저런 괴물이 도시를 돌아다닌다면 소란이나 혼란이 왔을 테니 정지된 시간에서‘만’ 움직이는 괴물이라고 봐도 무관하겠지.


10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괴물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차이점이 보였다.


‘지금까지 시간 정지를 하루 넘게 유지한 적은 없었어.’


숙제가 밀렸다거나 뭔가 중요한 걸 사러 가야 해 오랫동안 멈췄던 게 거의 3시간인가? 그럴 것이다.


결국 시간을 오랫동안 멈추니까 나타난 괴물이라면 목적은 뻔했다.


‘시간을 다시 흐르게 만드는 게 목적이겠지.’


나는 밖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도서관 밖을 나갔다.


도서관 밖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멈춰있는 사람들은 건들지 않았어.’


만약 아무런 목적이 없었다면 뭉쳐있던 사람 중 누군가는 다치거나 넘어져 있어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목표가 아니라는 것처럼 변한 사람은 하나도 아니, 한 명밖에 없었다.


‘저 사람은 분명 넘어져 있었는데.’


도서관을 들어가기 위해 열쇠를 찾는 과정에서 사서를 넘어뜨린 기억이 있었다.


내 몸에 닿은 것은 움직이지는 않지만 멈춰있는 상태가 어느 정도 풀리기에 이런 일은 자주 있던 일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자신이 왜 넘어졌는지 잠깐 생각하다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는데 잠깐 사이에 몸이 원상태로 돌아갔다.


괴물의 목적이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만이라면 사서를 원상태로 돌릴 필요는 없었다.


왜 이 많은 사람 중에 사서만 건든 걸까?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게 목표는 맞지만, 더 큰 틀 아래에서 움직이는 거야.’


책과 넘어져 있던 사람의 공통점. 그건 바로 시간이 멈춘 후 움직였다는 거다.


‘시간을 멈춘 상태 즉, 정지된 상태에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시간의 수호자. 그게 녀석의 정체겠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정지된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사라진 책들도 시간이 정지된 상태에서 움직인 것들이니 원상태로 돌려놓은 거다.


나는 확신에 차 도서관으로 돌아와 불치병 치료를 위해 찾았던 책장으로 걸어갔다.


내 예상대로 책들은 내가 오기 전처럼 얌전히 책장에 꽂혀있었다.


‘···수호자의 눈에 나는 일을 방해하는 미꾸라지인 건가.’


수호자 아니, 괴물의 목적을 알았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괴물과 나는 공존할 수 없는 존재이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살고 싶거든.’


살기 위해 멈춘 세상에서 불치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는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자.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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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초 뒤에 죽는 병(A disease that kills you in 100 seconds) 24.08.28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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