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초 뒤에 죽는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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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재능
작품등록일 :
2024.08.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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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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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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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초능력과 알 수 없는 사람들

DUMMY

호기롭게 새로운 일기를 꺼내려고 했으나 마법 연습과 일기를 동시에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일기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촛불 두 개 크기에 불과한 파이어 마법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잠깐의 시간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 일기를 써봤자 흑역사만 늘어나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좋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파이어]


아무튼 마법 도시 ‘위자드’를 벗어나 수도로 가던 길.


멍하니 파이어 마법만 연습하던 나는 괴물들이 나를 어떻게 찾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발자국을 따라왔던 거구나.’


마법을 사용할 땐 마나가 활성화되면서 감각이 예민해진다.


그런 예민한 감각으로 생각을 비우자 주변 환경을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는데 내 발이 떠나간 자리가 미세하게 움푹 파인 것도 느껴졌다.


아마 괴물들은 이 발자국을 따라온 것이겠지.


[페더]


나는 몸을 가볍게 만들고 발을 내딛어보았다.


모래사장 위에서조차 깃털은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처럼 내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이러면 파이어 마법을 연습하지 못하는데.’


내 수준이 1 서클에 머물다 보니까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연습하는 건 불가능했다.


파이어 마법을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몸이 마나에 친숙해져서 마법을 사용하는데 드는 마나가 현저히 적어지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시에 2개의 마법을 사용하는 건 무리였다.


‘파이어 마법은 수도에 가서 연습하자.’


지금은 괴물의 추격을 따돌려 편히 쉬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페더 마법을 쓰고 걷자 몸이 가벼워 더 적은 힘으로 더 먼 거리를 걸을 수 있었고 도시에서 수도까지 2주에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는 진짜 어떻게 한 거지?”


페더 마법을 쓰고 도시에서 수도까지 가는데 소비된 시간이 약 2주.


그리고 마법 따윈 모르는 평범한 골드 워커가 수도에서 도시까지 가는데 소비된 시간 또한 약 2주.


알면 안 되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었다.


기억하려고 애쓰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느낌이라 서둘러 무시하고.


[파이어]


불꽃을 생성했다.


역시 파이어 마법! 내 예상을 배신하지 않고 여전히 하찮은 모습이었다.


“자동 성장 같은 거 해주면 안 되는 거야?”


조용히 일렁이는 불꽃은 마치 나에게 닥치라는 듯이 금세 사라졌다.


한숨을 내쉬며 무의식적으로 파이어 마법을 연습하며 익숙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엄마, 다녀왔어요.”


도착한 집 상태는 평소와 같았다.


여전히 나를 위해 밥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과 내가 떠난 이후 하나도 변하지 않은 방.


나는 거의 몇 년을 혼자 지낸 기분인데 바뀐 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괴롭혔다.


“술이나 마시러 가자.”


이 도시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술은 마셔본 적이 없어도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곳은 잘 알고 있었다.


집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여관 겸 주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낮부터 뭐가 좋은지 웃고 떠들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들과 술을 나르는 아름다운 종업원.


그들이 형성한 즐거운 분위기는 시간이 멈춘 세계엔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은 내가 멈춰있는 것 같네.’


아쉽게도 아빠가 말한 낭만은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


조용히 여관 주인이 만들던 맥주 한 잔을 가져와 식탁에 앉았다.


물론 육즙 가득한 소시지를 가져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시지를 가득 베어 물고 미지근한 맥주를 마셨다.


시간을 멈춘 상태로는 배고픔과 갈증을 못 느껴 그동안 음식을 안 먹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음식은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였다.


“좋네!”


맥주 한 모금, 소시지 한 입, 맥주 한 모금, 소시지 한 입.


허겁지겁 먹다 보니 금세 동나버렸다.


이번에는 직접 술통을 꺼내 맥주를 따르고 부엌에 있던 소시지를 가져왔다.


소시지를 입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베어 물고 맥주로 빈자리를 빈틈없이 메꿔버렸다.


쾅-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다. 마치 마음 한편이 비어있는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갈망을 만들어냈다.


소시지는 내버려 두고 아예 술통을 식탁까지 가져와 마시기 시작했다.


한 잔, 두 잔, 석 잔. 시간을 정지한 상태에서 먹은 음식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포만감은커녕 입에서 떠나는 순간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득 찬 술통을 가득 비운 나는 책상에 엎드려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식탁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벼운 감정을 담았던 두 손은 마지막엔 감정으로 흘러넘쳐 사방팔방 안에 담긴 걸 흩뿌렸다.


“···너무 외로워.”


주먹을 세게 쥐자 고통이 느껴졌다.


식탁을 너무 세게 쳐서 피부가 까진 거였다.


고통으로 깨어난 정신으로 피를 멈출 것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린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손님. 괜찮으세요?

“아? 저, 저는.”

-하하하. 용병 일 하는 놈 중 이거에 호들갑을 떠는 놈은 없을 거다.

-괜찮으시면 이 대걸레로 손님이 흘리신 피 좀 닦으세요.

-그··· 다시 손이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손님.

-아, 알겠어. 참, 여기 종업원은 얼굴은 예쁜데 화내면 무섭단 말이야.

-그래서 네 취향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하하. 그렇지.

-선 넘으면 쫓아내는 거 아시죠?


어느새 내 옆자리에 나타난 용병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종업원.


나는 순간적으로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건가 싶었지만 분명 시간을 푼 적은 없었다.


‘이 느낌···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는데.’


마치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된 느낌.


분명 시간 정지를 처음 사용했을 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설마 새로운 능력인 건가?”


정황상 시간을 정지하는 능력 말고 다른 능력이 새로 생기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환각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환각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마치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갑자기 나타난 용병과 시간이 정지된 상황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내게 새로 생긴 능력이 장소에 깃든 기억을 읽어내는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억 읽기]


내 말을 끝으로 마치 연극을 시작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진짜 사람들은 여전히 멈춰있고 기억이 형체를 갖추어 움직이는 것뿐이었지만.


나에겐 정말 가뭄의 단비처럼 필요한 능력이었다.


-플로라! 여기 맥주 한 잔 줘!

-맥주 정도는 알아서 가져다 먹으라고요!

-에이. 플로라가 가져다주는 맥주를 먹으려고 일부러 숙소도 먼데 이곳까지 온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맥주를 15잔 넘게 마시는 건 너무하잖아요.

-오! 벌써 그렇게 됐나? 그렇다면 20잔을 채울 수 있도록 한 잔에 네 잔 추가해서 총 다섯 잔을 건네다오~


시끌벅적한 술집 안 풍경. 원래라면 싫어했을 소음이지만 이상하게도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파이어 마법을 쓰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나는 계속 기억을 읽어내렸다.


아직 능력이 익숙하지 않아 똑같은 기억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워낙 활기찬 사람들이어서 같은 내용도 지루하지 않았다.


-콜록콜록.

-아버지, 괜찮으세요?

-플로라. 미안하구나. 오늘은 일찍 문을 닫아야겠어.

-···제가 운영해볼게요.

-괜찮겠니?

- 저도 이제 성인이고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아버지 약값을 벌려면 열심히 일해야죠.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그중에는 내가 알면 안 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미 기억을 읽는 것에 중독된 나는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기억만 계속 탐색했다.


여관 ‘플로리아와 케인, 그리고 플로라’에서 1년 동안 일어난 일을 다 확인했을 때 나는 그녀의 웃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2년 동안 일어난 일을 다 확인했을 땐 그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고 3년이 되어선 별일이 없어도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녀의 엄마가 하늘로 올라가 여관의 이름이 ‘플로리아를 위하여’로 바뀌었을 땐 펑펑 우는 그녀의 옆에 있어 주었다.


늘 그녀가 가는 곳으로 시선이 따라갔고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은 꽤 순조롭게 이어졌다.


기억을 읽는 건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내 마음대로 시점을 변경하거나 시간을 빠르게 돌릴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내 마음속에 공허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눈을 감으나 뜨나 그녀의 웃음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 플로라.”


어느새 몸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그녀의 일상을 엿보는 것이 내 전부가 되었다.


아, 물론 파이어 마법은 계속 연습했다. 어차피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나가는 마법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녀를 보면 볼수록 내 안의 감정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시간 정지를 풀고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잊지 않았다.


시간 정지를 풀면 1분 뒤 죽는다는 것과 내가 한 짓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스토커 짓에 불과하고 그녀는 내 존재를 전혀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차근차근 확실하게 내 병을 없앨 방법을 찾아 해결하고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이다.


내 넘치는 마음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천천히 유대감을 쌓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이 병만 치료해서 돌아가면 그녀에게 고백할 거야.”


왠지 모르게 중얼거리고 싶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위해 완벽해질 시간이었다.


작별 인사를 건네며 여관에서 나와 익숙한 길을 따라 걸었다.


황실 도서관, 내게 파이어 마법을 알려준 최악의 도서관이었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마땅한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2구역에 들어서는 길. 처음 들어가는 것보다는 편한 기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마법을 배워서 그런 건가?’


마법은 배우기만 해도 귀족과 비슷한 취급을 받을 수 있었다.


1구역에 몰래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2구역은 어느 정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불꽃을 계속 소환하며 걸어가다 보니 금세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뭔가 달라졌네?”


묘하게 긴장한 표정의 경비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자 황실 도서관을 향해 달려가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서관 문을 열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보자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서둘러 도서관을 향해 뛰어가는 병사들과 도서관에서 책을 챙겨 도망치려고 하는 수상한 사람들.


‘내가 1 서클에 도달하기 위해 잠깐 시간 정지를 푼 30초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내가 책을 읽고 괴물을 만나 지도를 확인한 뒤 도서관을 떠난 그 0.1초가 끝나고 곧바로 도서관 허공에 신기한 파란 문이 생기면서 신원 불명의 이들이 나타났다.


-와, 대장. 대마법사가 고안한 마법도 뚫고 정확하게 도서관 안으로 들어올 정도로 실력이 느신 겁니까?

-아, 아니. 이건 뭔가 이상한데? 원래라면 주변에 다가가는 것이 최선일 텐데.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보안 마법에 오류라도 생긴 거겠죠. 어서 책이나 챙기시죠.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던데 정말 이건 뭐랄까···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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