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초 뒤에 죽는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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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재능
작품등록일 :
2024.08.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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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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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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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법

DUMMY

술을 마시고 있는 교장을 뒤로하고 주변을 살펴보자 조용히 구석에서 빛을 내는 마법 도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법 도구에는 4가지의 모드가 있었다.


평범한 양식, 훌륭한 양식, 안전한 양식, 오늘만 살자.


“이걸로 방을 바꾸는 거구나.”


문에서부터 경고를 날려 방문자가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게 한 뒤 노크하면 빠르게 양식을 바꿔 일하는 척 연기하는 것 같았다.


알고 싶지 않았던 교장의 비밀을 품에 묻어놓고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딱 봐도 두꺼워 보이는 문이 눈에 띄었다.


‘저게 안전한 모드구나.’


마법 도구에 안전한 양식은 상시 체크되어 있었는데 비상 상황을 위해 만들어놓은 기능 같았다.


마침 문도 살짝 열려 있어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와 화장실, 식량, 각종 가구 등 생활을 위한 공간이 나왔다.


“대박!”


생각지도 못한 수확에 입꼬리가 살랑거렸다.


살짝 열린 문으로는 괴물들이 들어오기 힘들 테니 마음 놓고 쉴 수 있었다.


“그럼 오랜만에 자볼까.”


싱글벙글한 마음으로 침대에 눕자 부드러움이 나를 감싸며 눈이 저절로 감겼다.


* * *


“상쾌하다.”


이 얼마나 산뜻한 아침이란 말인가!


기분 좋은 나른함에 온몸을 맡기고 눈을 감기도 잠시 나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이불을 매몰차게 내버려 둔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는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 했지만, 푹 쉬었으니 이제 일을 해야 할 차례였다.


책상에 앉아 일기를 꺼내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고 괴물의 특징과 함께 이름을 지었다.


이름은 괴물의 특징을 쉽게 생각해낼 수 있게 책에서 본 단어나 괴물의 이름을 사용했다.


【멍청한 개】


1. 소리를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한 걸로 보아 지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 같음.


2. 황실 도서관에서 모습을 보인 뒤 사라짐.


3. 개와 비슷하게 생김.


【수호자】


1. 매복과 함정, 도주 차단을 할 정도의 지능을 가짐.


2. 다른 괴물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을 관측함.


3. 사자와 비슷하게 생김.


【도플갱어】


1. 사람을 비슷하게 따라 할 수 있음.


2. 완벽하게 따라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완벽해질지 모르니 주의해야 함.


3. 슬라임처럼 생겼으나 하얀색, 거의 투명색에 가까운 몸을 가지고 있음.


지금까지 본 괴물은 총 3종류.


“아직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지만, 나중엔 위험한 놈이 나타날 수도 있겠네.”


점점 괴물들이 나의 숨통을 조여왔지만 괜찮았다.


마법만 배우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으니까.


나는 창문을 통해 괴물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내가 워낙 나오지 않으니 포기했는지 사라진 괴물들.


방심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안전 공간에서 나와 교실을 찾아갔다.


경황이 없어 놓고 갔던 책을 챙겨 돌아오자 설레기 시작했다.


시작을 위해 전에 읽었던 부분을 다시 펼쳤다.


『마나에 소망을 담고 세상에 발현시킨다.


그 과정을 위해선 먼저 마나를 느낄 필요가 있다.


조용한 곳에 편한 자세로 앉아 숨 쉬는 것을 인지하라.


공기의 흐름을 온전히 느끼며 공기 안에 담긴 세상의 보물, 마나를 느껴라.


그렇게 모은 마나를 심장에 담고 나아가기를 바라면 당신의 소망에 따라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생각보다 쉽다니까.”


마법을 위대한 무언가라고 생각하는 평민들이 알면 깜짝 놀랄 정도이다.


이래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편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숨을 천천히 들이켜며 내쉬며 공기에 담긴 마나를 느끼려고 노력했다.


10분, 20분, 30분. 거의 1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마나를 느꼈지만 충분한 양의 마나가 모이지 않았다.


이건 마치 굳게 잠긴 문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보지만 결국에는 걸리는 느낌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만약 세상이 멈춰서 마나 또한 멈춘 거라면. 그래서 시간이 정지된 상태에선 마법의 단계를 올릴 수 없다면?


불안한 생각을 애써 지워내고 계속 명상을 시도해봤지만, 걱정으로 가득 찬 머리로는 더 이상 명상이 불가능했다.


“시간을 정지한 상태에서 다른 문제를 찾느냐고 시간을 엄청나게 허비하기는 싫은데···.”


그렇다고 피 같은 시간을 사용하기에는 생명이 약 93초 정도밖에 남아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시간을 허비하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리를 꼬고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시간 정지!]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1초, 2초, 3초, ··· 10초, 11초, 12초.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내 안의 무언가가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차올라 고리를 만들었을 때.


27초, 28초, 29초.


[시간 정지!]


나는 시간을 다시 흐르게 했다.


다시 조용해진 세상에서 나는 멍하니 내 안에 마나를 느꼈다.


“어떻게 쉽게 되는 게 없냐.”


마법사에게 중요한 건 심장에 마나를 잡아두는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으로 마법사의 경지가 나뉘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더욱 늘어나는 건데.


‘시간을 정지한 상태로는 절대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없어.’


1 서클로 올라가기 위해 내가 사용한 시간은 대략 30초.


남은 수명은 약 63초.


고작 기본적인 마법을 배운 것뿐인데 100살 인생으로 따졌을 때 40대가 훌쩍 다가와 버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왜 마법을 배우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한 거야!”


명상이 10초를 넘어갔을 때 나는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는 생각에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궤도에 들어가는 과정을 억지로 깨뜨리면 몸에 많은 무리가 올 거라는 걸 깨닫고 울며 겨자 먹기로 최대한 고리를 빨리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도 효과는 좋을 거야.”


나는 책을 살펴 가장 기본적인 마법을 찾아냈다.


1 서클 마법이었기에 발동하는 건 쉬웠다.


내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불태울 화염을 상상하며 시동어를 외쳤다.


[파이어]


고리가 천천히 풀려나가며 심장 안에 있던 마나도 들끓었다.


방향을 정해주자 곧바로 튀어 나가는 마나.


그리고!


화르르.


촛불 크기의 불꽃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걸 위해서 30년을···.”


울렁거림이 느껴지는 동시에 눈앞이 빙빙 돌았다.


내가 소환한 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진정하려고 했지만 보잘것없는 불꽃이 눈앞을 아른거려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멍하니 조금 전 일을 생각하다가 재빠르게 일어나 책을 다시 펼쳤다.


『마법은 소망에서 시작되었다.』


그래. 마법은 소망에서 시작되어 소망으로 끝나는 것.


계속 연습하다 보면 처음보다 강해질 것이다.


재미없는 연습보다는 경지를 올려 강한 마법을 사용하는 게 최고였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연습만이 답이었다.


“내 시간 정지도 쓰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늘어났잖아.”


처음 능력을 깨달았을 땐 1시간도 유지 못했지만 계속 사용하고 연습하다 보니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것처럼.


마법도 그럴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의욕을 잃지 않도록 중얼거리며 마법 특훈에 돌입했다.


* * *


[파이어]


일주일 동안 밥도 안 먹고 연습한 결과물을 보아라!


처음 크기보다 무려 두 배는 더 커진 불꽃의 모습이 내 시야에 잡혔다.


마치 자기 모습을 과시하듯이 몸을 부풀리는 불꽃.


엄청난 발전이었지만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촛불 하나든 두 개든 할 수 있는 건 불을 붙일 수 있는 곳에 불씨를 가져다주는 것뿐이었다.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성냥개비처럼 맥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의욕 또한 떨어졌다.


“요즘 괴물들 상태도 이상하던데.”


수호자라고 부르는 녀석을 필두로 1층부터 꼼꼼히 수색한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아버렸다.


교장실이 10층에 있는 만큼 이곳까지 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때까지 마법이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다.


‘솔직히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는 하지.’


괴물들은 천천히 내 숨통을 조여오는데 마법은 조금씩 강해지는 게 전부.


사실 무력은 부가적인 거고 가장 중요한 게 내 희소병을 치료하는 건데 1 서클 마법으로는 내 병을 치료할 방법도 없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력? 중요하다. 괴물들의 집착이 점점 심해지는 걸 확인한 이상 필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서 빨리 병을 치료해 이 거지 같은 세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 이제 마법은 무의식적으로 연습할 수 있으니까 틈틈이 하는 걸로 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자.”


예를 들면 문명이 닿지 않은 부족의 비기라든지 악마 소환이라든지.


정도에서 조금 벗어나는 방법이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론 평생을 아니, 영겁의 시간을 혼자 남겨진 세상에서 보내야 할 것이다.


‘파이어’


효율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계속 마법을 연습하며 밖으로 나왔다.


바로 아래층을 조사하고 있는지 진동이 바닥을 통해 나에게 전달되었다.


계단은 수호자 여러 개체가 지키고 있는 상황.


“그래도 마법이 도움이 돼서 다행이네.”


이때를 위해 연습해놓은 마법이 있었다.


[페더]


내 몸의 무게를 깃털처럼 가볍게 만든 뒤 낙하 피해를 없애는 마법.


이론상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는 건 처음이라 겁이 났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뛰어내렸다.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파이어 마법을 제외한 모든 것이 그랬다.


천천히 떨어지는 몸에 맞춰 다리를 뻗자 손쉽게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잘 있어라.”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정든 괴물들을 뒤로 마법 아카데미를 나섰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주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을 바로 찾는 게 맞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싶었다.


뭔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런 날에는 술을 마시는 거라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술집을 찾았다.


마법으로 만들어서 시원한 맥주부터 각종 화려한 안주까지.


마법 도시에 있는 술집들은 입에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아버지가 말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들아. 세상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단다.

-그게 뭔데요?

-예를 들어. 아름다운 종업원이 가져다주는 투박한 맥주 한잔과 탄 맛이 살짝 감도는 스크램블드에그, 그리고 술집 주인만의 비법으로 만든 육즙 가득한 소시지. 뭐, 그런 게 있겠지.

-우와!


그래 내가 원하는 건 낭만 가득한 술집이지 세련된 술집이 아니었다.


“아빠한테 들은 술집과 비슷한 곳을 찾아보자.”


처음으로 마시는 술인 만큼 아버지가 낭만을 느꼈던 곳과 비슷한 곳에서 마시고 싶다는 건 욕심이었을까.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술집에 자리에 멈춰서기도 잠시.


“흠··· 그냥 떠나버릴까.”


어차피 배울 수 있는 마법은 다 공부했으니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지금에야 괴물들이 아카데미를 뒤진다고 안전한 것이지만 곧 내가 없다는 걸 알고 밖으로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더 위험해지겠지.


그래, 떠나는 거다.


“오랜만에 노트나 꺼내자.”


흑역사가 가득한 여행 일기.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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