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초 뒤에 죽는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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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재능
작품등록일 :
2024.08.28 12:37
최근연재일 :
2024.09.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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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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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숭배자와 차원 경찰

DUMMY

대화를 들어보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내가 시간을 멈추며 도서관 주위를 돌아다녀 마법이 꼬인 상황에서 알 수 없는 무리가 마침 도서관을 침입한 것이다.


얼떨결에 한 번의 공간 이동으로 도서관 안에 들어온 그들은 잠깐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마법을 사용했다.


[서치]


나는 병을 고치기 전까지 절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2 서클 마법으로 책 몇 개를 찾아내더니 곧바로 자루에 담고 창문에 걸터앉았다.


여기까지가 딱 30초. 내 남은 시간의 절반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이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자루를 빼앗았다.


사실 앞에 말하건 그냥 핑계일 뿐이고 황실과 관련된 도서관에 침입하는 간 큰 조직이 원하는 책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악마의 종류』

『평범한 1 서클 마법사였던 내가 악마를 만나 10 서클 대마법사를 뛰어넘은 초월자가 된 이야기에 대하여』

『마법 아카데미에서 만년 꼴등이었던 내가 미소녀 악마를 만나 수석을 차지하고 결혼까지 성공했다.』

『소환진을 만드는 방법』

『제물 관리, 당신도 할 수 있다.』


중간에 이상한 책이 끼어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악마와 관련된 책들을 훔치려는 걸 보니 악마 숭배자인 게 분명했다.


악마 숭배자와는 상종도 안 하는 게 정석이었지만.


“악마라면 이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대가를 받는 대신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준다는 악마라면 분명 ‘100초 뒤에 죽는 병’ 같은 말도 안 되는 마나 병도 치료해줄 수 있을 거다.


지금까지 악마를 이용하지 않은 건 악마와의 계약이 대륙의 공적이 될 정도로 위험한 일이고 비도덕적이라서였다.


그렇기에 주술 먼저 확인하려고 했는데···.


“방법이 눈앞에 있으니까 괜히 한번 확인해보고 싶네.”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도 아니고 독서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페이지를 살랑거리며 날 유혹하는 책들을 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대륙의 공적이 되면 그토록 꿈꿔왔던 플로라와의 시골 생활을 즐기지 못할 거야.’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역시 악마와 관련된 것들은 상종하는 게 아니라니까.’


책들을 자루에 원래대로 돌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악마로 더럽혀진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플로라를 보러 여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던 도중 저 멀리 누군가가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익숙한 외형. 그건 바로 머리에 두 개의 뿔을 장착한 내 모습이었다.


(어이, 친구. 오랜만이야.)

“···악마?”


마법 아카데미에서 잠이 부족했을 때 환각으로 잠깐 나타났던 악마가 나타났다는 건···.


(맞아. 너 지금 자고 있어. 저기 봐봐.)


악마가 손가락질 한 곳을 바라보자 누워서 쿨쿨 자는 내 모습이 보였다.


뭔가 이상했다. 잠을 잔 기억은 없는데 갑자기 내가 저기에 누워있고 악마가 보인다고?


새로운 괴물이 환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허벅지를 손톱으로 꼬집었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고통, 적어도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니었다.


“네가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 거야?”

(하? 친구.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난 허상에 불과하다는 거 잘 알잖아. 저기 네가 쓰러진 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라고.)

“술? 아, 플로라.”

(그래. 그 여관에서 마신 술. 이곳에 빨리 오기 위해 잠도 줄여가며 강행군을 유지했잖아. 그 상태로 술을 많이 마셨으니 버틸 리가 없지.)


확실히 컨디션도 안 좋은 상황에서 술을 많이 마셨으니 쓰러지듯이 자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렇지만 술에 취하는 느낌은 없었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꿈이라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뭔가 이상해.”

(원래 술에 취한 사람은 자기가 취했다는 사실을 모르더라고.)

“아니, 시간 정지 상태에선 내 몸도 정지되어 먹지 않아도 되고 먹는다고 해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아. 근데 어떻게 술에 취한 거지?”

(네가 먹는 것들 다 에너지로 전환돼서 포만감이 없는 건데 술은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네 몸에 적용돼. 그래서 술에 취하는 거지.)

“그렇구나···라고 할 줄 알았냐?”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말없이 악마를 노려보았다.


“그런 사실을 네가 어떻게 아는 거지? 진짜 내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면 내가 모르는 지식을 네가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아, 이런. 오랜만에 나들이여서 들켜버렸네.)


악마는 실수했다는 듯이 손으로 이마를 붙잡으며 씩 웃었다.


소름 돋는 악마의 행동에 천천히 뒷걸음질하기도 잠시.


(멈춰 봐. 어차피 나는 너를 해칠 수 없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규칙이니까. 하··· 원래는 친밀도를 올린 뒤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게 정석인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진실을 알려줄 테니까 자리에 좀 앉아 봐.)


뜻밖의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고민했다.


내 얼굴을 한 악마와 대화를 나눠 뭔지 모를 진실을 알아내는 것과 안전을 위해 이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는 것.


‘진실이 뭔지 궁금하지만···.’


고민하던 나는 곧바로 자리를 박차 거리를 벗어났다.


만약 플로라를 만나기 전이라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악마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알게 되고 고백하기 위해서 살아남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홑몸이 아니었기에 안전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잠시 멈춰 집중하고 시동어를 외쳤다.


[포그]


주변을 순식간에 안개로 뒤덮는 마법, 포그.


시전자는 안개 속을 무리 없이 볼 수 있기에 도주에 유용한 마법이었다.


‘플로라를 일단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자.’


시간 정지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존재가 있다는 걸 안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만약 플로라가 인질로 잡힌다면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내 모든 걸 넘겨줘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여관 ‘플로리아를 위하여’로 서둘러 달려갔다.


외워놓은 길을 빠르게 주파하여 여관에 도착한 순간.


(안녕?)

“···너. 대체 언제 온 거야?”

(방금 왔지. 너 꽤 빠르더라.)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악마가 보였다.


옆에 플로라가 있는 이상 그가 원하는 걸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게 뭐야.”

(네가 멈춘 시간을 원래대로 돌아가게 하는 거. 근데 안 해줄 거지?)

“당연하지.”

(상황을 보니까 정지를 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 같은데. 뭐, 죽기라도 하는 건가.)

“맞아. 시간을 풀면 10분 뒤에 죽는 병에 걸려서 쉽게 풀지 못하는 상황이야.”


내 마음을 읽는 것 같으니 정보를 숨기는 건 힘들다고 판단해 진실과 거짓을 살짝 섞었다.


그리고 내 남은 수명은 8분이라는 생각을 계속 되뇌었다.


이 방법이 먹혔는지 악마는 내 수명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술을 홀짝거렸다.


“아까 진실을 얘기해주겠다는 말은 뭐야?”

(아, 그랬지. 갑자기 도망쳐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알아?)


그는 나만큼 웃긴 놈은 보지 못했다며 낄낄 웃었다.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빨리 정보나 토해내라고 쏘아붙이자 악마는 술을 한 번에 마신 뒤 입을 열었다.


(일단 내 정체부터 말해야겠지. 나는 차원 경찰이야. 차원에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를 잡는 일을 하고 있지. 능력으로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거랑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독심술이 있어.)

“개랑 사자, 투명한 슬라임도 너랑 동료인 거야?”

(정확히는 내 동료가 만든 하수인들이지만 넓게 보면 동료라고 말할 수 있어.)


차원 경찰. 차원은 뭐고 경찰은 또 뭐지?


(아, 너는 잘 모르겠구나. 우선 경찰은 이 세계로 따지면 치안대라고 생각하면 되고 차원은 흠··· 그냥 쉽게 말해 세계라고 생각하면 돼. 결국 세계를 지키는 치안대인 거지.)


세계를 지키는 치안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꽤 큰 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에서 굳이 나를 잡으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어쩌면 내가 시간을 정지하는 게 세상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맞아. 세상을 멈추게 하는 엄청난 능력에 대가가 없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지금까지 문제는 없었어. 왜 갑자기 제재를 가하러 온 거야?”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지. 하지만 네가 시간을 오래 멈추면서 시간 축이 틀어지기 시작했어.)


악마의 설명은 이랬다.


내 능력으로 시간 축이 틀어지면서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힘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점점 정지된 시간이 늘어날수록 큰일이 일어날 거란다.


(과거, 현재, 미래가 섞이며 끔찍한 괴물이 나타날 수도 있고 과거에 죽었던 최악의 존재를 다시 불러올 수도 있어.)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기 전에 시간 정지를 풀면 되는 거잖아. 그전까지 어떻게든 내 병을 고칠 방법을 찾으면-”

(그래서 제안하려고 찾아왔어. 너 차원 경찰이나 해라.)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악마. 내 얼굴로 그러니까 부담스러워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 얼굴은 어떻게 못 하는 거야?”

(아, 미안. 변신하고 있었던 걸 까먹고 있었네.)


악마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손목에 있는 무언가를 툭툭 건드렸다.


파란빛처럼 생긴 무언가가 튀어나왔는데 마치 마나로 만든 마법 도구 느낌이 물씬 풍겼으나 마나는 느껴지지 않았다.


화면에 엄청나게 예쁜 여성의 모습이 나오고 악마가 버튼을 누르자 푸른 빛이 악마를 감쌌다.


“너··· 여자였어? 설마 내 호감을 사려고 예쁜 여성으로 변한 건 아니지?”

(설마 그러겠어?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


찰랑거리는 은발에 밤하늘을 담은 것 같은 칠흑 같은 눈, 앵두 같은 입술.


솔직히 말해서 잠깐 마음을 뺏겼지만 플로라의 힘 덕분에 매혹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차원 경찰을 하라고? 내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지? 나 몇 분 뒤에 죽는다니까?”

(상관없어. 어차피 마나 병 같은 건 차원을 넘으며 알아서 치유되거든.)

“페널티 같은 건?”

(없어. 아, 하나의 차원에 너무 정들면 떠날 때 힘들다는 것 정도? 그거 빼곤 다 좋아. 특별한 능력이 없으면 할 수 없기에 귀족 취급을 해주거든.)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귀족은 될 수 없다.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러나 그녀를 따라가면 병도 고쳐주고 귀족도 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을 무조건 떠나야 하는 거야?”

(응. 아마 특별한 이유 없이는 이곳으로 돌아오기 힘들 거야.)

“그럼 거절할게.”

(이렇게 바로 거절한다고?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는 건 어때? 내 제안이 나쁘지 않다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든.”


그녀는 겨우 그런 이유로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죽을병에 걸린 건 알고 있는 거지? 겨우 그런 이유로-)

“나에겐 꽤 중요한 부분이야.”

(하아··· 그럼 어쩔 수 없지.)


생각이 맞지 않으니 이제 싸워야 하는 건가?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낮추자 그녀는 손을 품 안으로 넣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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