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초 뒤에 죽는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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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재능
작품등록일 :
2024.08.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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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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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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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실이 이상하다

DUMMY

정신없는 틈을 타서 손전등의 빛을 먹여버린 게 효과가 컸는지 괴물이 따라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후유··· 생각하고 움직이면 늦을 것 같아서 본능에 따른 게 신의 한 수였네.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꽤 침착하게 반응했지만 처음 알았을 땐 소름이 돋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쓰러뜨렸던 학생 중 입구와 가장 가까운 몇 명 빼고는 전부 그대로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아차리는 게 늦어졌고 공격을 허용할 뻔했다.


‘그러고 보니 생김새도 조금 달랐던 것 같기도 하고.’


황실 도서관에서는 개의 모습이었는데 오늘 온 괴물들은 수호자라는 단어에 걸맞은 사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괴물의 등장과 높아진 지능. 내게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일단 안전한 곳을 확보하고 괴물에 대한 정보부터 작성해보자.’


점점 강해지는 적이라면 그 정보를 적어 조심해야 할 걸 기억해내야 할 테니까.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신발에서 나오던 바람이 멈춰버렸다.


‘소리를 줄일 수 없는 방법이 없어졌으니 이 주변에서 숨어야 할 텐데.’


막상 주변에 숨을만한 곳이 없었다.


괴물한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어 오래 달린 만큼 교실이 아닌 실습실이 모여있는 곳으로 와버린 것이다.


‘다시 돌아가다가 괴물을 만나면 끝이니까 일단 실습실 안에라도 숨자.’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연금술 공방 하나를 선택해 안으로 들어갔다.


탁자 위에 있는 재료들을 손에 쥐고 커다란 가마솥에 재료를 넣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해야 잘 숨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던 나는 한쪽 구석에 있는 탈의실에서 옷과 신발을 훔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탁자에 앉아 재료들을 확인하는 척 연기했다.


‘나는 연금술사다. 나는 연금술을 배우는 마법 아카데미 1학년 골드 워커다.’


머릿속으로 연기할 인물을 떠올리자 집중도 잘 되고 뭔가 진짜 연금술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좋아. 이 정도면 들키지 않겠어.’


누가 봐도 완벽한 연기에 자화자찬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아, 참고로 눈과 입은 닫았다.


괜히 눈동자 굴리다가 걸리면 그것만큼 뻘쭘한 일은 없을 테니까.


대충 눈을 깜빡이다가 시간이 정지된 학생 컨셉을 잡은 셈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1시간쯤 지났나?


큰 소리가 나며 문이 벌컥 열렸다.


짐승 특유의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연금술사다. 나는 재료를 확인하고 있다.’


저벅저벅-


점점 그 녀석이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감은 눈꺼풀 위로 검은색 무언가가 지나가는 게 바로 앞을 지나가는 모양이다.


내 연기가 통했는지 괴물은 한참을 어슬렁거리다가 결국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아직 일렀다.


괴물의 지능이 높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으니까.


2시간, 3시간.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눈을 감자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피로와 함께 우울함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힘찬 소리로 감정을 떨쳐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면 이미 포기하고 간 거 아닐까?)


{아니, 목적이 단 하나인 이상 어떻게든 이루려고 할 거야.}


(그래도 이렇게 조용한 거면-)


{안 돼! 이건 술래잡기야. 내가 알아차리기 전에 잡아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이상 인기척을 일부러 내지 않는 것일지도 몰라.}


(너무 걱정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그 큰 덩치로 조용히 있을 수 있겠어? 괴물이 주변에 없는 게 분명해.)


나와 비슷한 아니, 똑같은 목소리가 들렸기에 환청이라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요새 환청이랑 환각이 너무 자주 보이는 거 같은데···.’


순간 걱정이 됐지만 잠을 자면 사라질 환청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기다리기 심심했던 나는 내 안에서 격렬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악마와 천사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나가야 한다고!)


{안 된다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천사와 악마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아, 참고로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악마의 의견대로 방심하다가 훅 갈 수도 있는 거고, 그렇다고 천사는 며칠을 이곳에서 보내자는 의견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중도를 지키는 것이다.


체감상 4시간이 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아 슬슬 일어나려던 찰나.


[크아앙!]


화가 난 괴물이 소리를 지르며 연금술 공방을 박차고 나갔다.


위치는 문 바로 옆. 나가는 척 모습을 숨기고 지금까지 나를 기다린 게 분명했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저 독한 녀석.’


한 번 기다렸다는 건 또 기다릴 수 있다는 얘기였기에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혹시 모르니까 더 기다리자.’


작게 심호흡하고 굳히기에 들어갔다.


체감 시간 7시간 정도가 되자 슬슬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상태임에도 마치 눈을 뜬 것처럼 주변이 천천히 밝아지며 눈앞에 내 모습을 한두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뿔을 가진 나는 새삼 친근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들겼다.


“골드 워커.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거 알지? 이제 일어나자.”


“어허. 안 된다니까! 이 악마 자식 꺼져버려!”


그러자 곧바로 악마의 팔을 내 어깨에서 치우는 천사.


악마는 천사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봐. 넌 너무 걱정이 많아. 누가 천사 아니랄까 봐 바보 같은 의견만 내는군.”


“뭐?”


“봐봐. 너의 말을 들은 저 녀석. 이미 떠났을 괴물을 걱정하면서 눈을 감고 덜덜 떨고 있잖아.”


“이 녀석이!”


나를 놀리며 도발하는 악마와 분해하며 발만 동동 구르는 천사.


내 얼굴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어지러웠다.


‘그래. 일단 일어나자 이대로 가다간 괴물이 아니라 정신이 나가 죽을 거야.’


천천히 눈을 뜨자 빛에 적응하지 못한 눈꺼풀이 부르르 떨었다.


적응된 시야 속에서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잘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머리는 누가 잡아 누르는 것처럼 무거워진 상황.


잠이 정말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나는 자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슬쩍 확인했다.


내가 쓰러뜨리기 전으로 돌아온 학생들.


-내가 뭐랬어. 이미 떠났을 거라고 말했지?


어째 머리 한쪽에서 가슴을 두드리며 미소를 짓는 악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네 말이 맞았네···.’


이번에는 악마가 승리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실습실에서 나와 침대를 찾으려던 순간.


꿈틀-


나는 보고야 말았다.


피부가 일렁이고 꿈틀거리는 한 학생의 모습을 말이다.


마치 무언가가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것처럼 그것은 최대한 몸을 유지하려고 노력해보지만 금세 형태를 잃고 하얀색 액체로 바뀌었다.


‘미치겠네.’


그런 하얀색 액체를 혼내는 듯이 어느새 나타난 사자의 모습을 한 괴물이 발톱으로 하얀색 액체를 툭툭 건들고 액체는 몸을 굽신거리며 다시 인간으로 변했다.


마치 코미디 연극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모습은 내겐 공포 그 자체였다.


‘악마야. 네 말을 믿고 움직이다가 쟤네들한테 걸렸으면 참 재밌었겠다.’


무안한지 아무 말 없는 마음의 악마.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른 탈출 경로를 찾기 시작했다.


워낙 건물이 커서 입구와 출구도 많았지만, 괴물이 여러 개체라는 걸 안 순간 방심할 수는 없었다.


고민하던 나는 원래 자리로 돌아와 책상에 엎드렸다.


‘나는 수업을 듣다가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는 학생인 거야.’


아무튼 그런 거다. 솔직히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더 이상 뭔가 더 하기가 싫었다.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


* * *


“아주 미쳤구나.”


잠에서 깨어난 나는 머리를 감싸고 자기 전 내가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악마며 천사며 누가 알면 흑역사로 장식될 행동을 말이다.


내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을 비트는 고통이 느껴졌다.


거기다가 잠에 취해 안일하게 행동한 부분들까지도 기억나자 하나의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잠잘 시간은 꼭 놓치지 않는 거야. 꼭!’


잠을 못 자 정신을 놓고 방심한 순간 바로 괴물한테 공격받는 거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창문에 다가갔다.


괴물이 아까 저기에 있었는데···.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고?’


내가 잠을 자기 전보다 훨씬 더 연기 실력이 좋아졌는지 이제는 일반 학생들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괴물.


잠은 충분히 잤으니 한 자리에서 계속 나를 기다리는 괴물들이 환영은 아니라는 소리인데.


‘왜 안 떠나는 거지?’


나를 못 찾았다면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정상일 텐데 그들은 마치 내가 이 건물 안에 있다는 걸 확신하는 것처럼 가만히 기다렸다.


‘아까도 연금 실습실 앞에서 기다리더니 역시 내 위치를 대충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가.’


실습실 안에서 나를 특정해내지 못한 걸 생각하면 그렇게 정확한 능력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저렇게 관찰하고 있는데 사람 하나가 갑자기 생긴다면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사람을 따라 하는 괴물까지 생겨 몰려있는 학생들 사이도 마음 편히 지나갈 수 없었으니 출구로 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마법을 배울 안전한 장소가 필요한데 어디 없나··· 아,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개인 공간이니까 괜찮을 거야. 교장실이 가장 보안이 좋겠지.’


아직 잠이 부족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골똘히 고민한 뒤 나온 결론.


그건 바로 마법 아카데미 교장실로 가는 것이었다.


‘명색에 마법 아카데미인데 교장실에 이 상황을 타파할 좋은 마법 도구나 비상 통로쯤은 있겠지.’


목적지를 정했으니 이제 길만 찾으면 되는데 문제는 입구를 막고 있는 괴물들의 존재였다.


아까는 마법 도구를 쉽게 빠져나갔지만, 마법 도구의 힘을 다 사용한 지금 입구 쪽에 길 안내 표지판을 보러 가면 바로 잡힐 것이다.


‘아카데미인 만큼 공격이나 방어 마법 도구면 몰라도 도주에 필요한 마법 도구는 없을 거야.’


결국 안내 게시판을 보러 가는 건 기각, 알아서 교장실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카데미에서 교장이 가장 높은 직급이니 위로 간다.


그것만 명심하며 계단을 찾아 올라갔다.


괴물들이 출구에 몰려있는 덕분에 학교 안은 비교적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10층에 도착했다.


‘훈련실, 휴게실, 샤워실, 화장실··· 교장실! 찾았다.’


교장실은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게 문 두 짝에 큰 글씨로 교장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치 이 문을 열려는 자는 각오해야 한다는 것처럼 경고의 의미로 써놓은 듯 보였다.


어차피 움직이는 건 나 아니면 괴물들밖에 없으니 대충 무시하고 문을 열자 호화스러운 교장실 안 모습이 보였다.


마치 놀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처럼 각종 먹을 거며 마실 것 그리고 놀 것들이 즐비했다.


‘이딴 게 마법 아카데미 교장실?’


나는 마법 영사기를 통해 영화를 보고 있는 교장의 와인 잔을 뺏어 조금 마셔보았다.


“이거 진짜 술이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교장실의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가 잘못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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