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초 뒤에 죽는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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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재능
작품등록일 :
2024.08.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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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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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초 뒤에 죽는 병(A disease that kills you in 100 seconds)

DUMMY

평범한 가정집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란 내겐 비밀 하나가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마법을 난사하는 대마법사도 눈독 들일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10살.

엄마와 함께 시장에 나와 장을 보던 날이었다.


그날은 유독 사람이 많았는데 많은 사람으로도 숨길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에 불안해하기도 잠시 사람들의 비명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것이 등장했다.


사자의 머리와 코끼리의 몸통,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괴물.


어느 이름 모를 마법사의 실험체가 탈출에 성공해 거리에 나온 것이 분명했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사람들, 그리고 갑작스러운 괴물의 등장에 정신을 잃어버린 엄마까지.


이 모든 순간이 내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엄마! 일어나! 빨리! 나 너무 무서워!


새어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흘리며 엄마의 몸을 흔들기도 잠시.


-어흥!


울고 있던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괴물은 나와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괴물의 얼굴에 두려움을 느낀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엄마의 옷소매만 힘껏 잡았다.


-제, 제발 멈춰!


그리고 여린 맘에 눈을 감고 간절히 소리쳤을 때 기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일부러 말을 늘어뜨리며 장난을 치는 것처럼 사람들의 비명이 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지옥에 도착한 줄 알고 눈을 뜨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도 조용한 주변에 슬며시 눈을 떴다.


-아?


눈앞을 가득 채운 괴물의 입에 얼굴을 뒤로 뺀 나는 괴물의 이빨에서 떨어진 침이 허공에 멈춰있는 걸 보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시간이··· 멈췄어.


고요해진 거리와 멈춰있는 사람, 괴물, 그리고 그 속에 나.

난 본능적으로 내가 시간을 멈췄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엄마랑 함께 도망칠 수 있을 거야.


왠지 모르게 가벼워진 엄마를 등에 업었다.


괴물이 다시 움직여 나를 잡아먹을까 두려웠지만 살고야 말겠다는 일념 아래 묵묵히 걸어갔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 엄마를 바닥에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


-여, 여기는?

-엄마!


시간은 다시 흘러갔다.


엄마는 정신을 잃어버린 반동으로 시장에 있었다는 기억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었다.


내 능력을 엄마에게 설명할 자신도 없었고 위험한 능력이라는 걸 깨달았기에 내 능력을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시간 정지 능력을 사용해 원하는 건 다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 * *


“너 이번에 마탑에서 발표한 자료 봤어? 진짜 대박이더라.”

“아, 사람의 정신으로 사용하는 능력이었나? 초능력이라는 게 발견됐다면서?”

“듣기로는 손을 안 대고 물건도 들어 올릴 수 있다던데? 거기다가 어쩌면 시간을 정지하거나 과거를 읽어내는 초능력이 존재할 수도 있다더라.”

“나도 들었어. 근데 그게 가능할까? 대마법사도 그런 건 못할 것 같은데.”

“그래서 윗분들이 더 주의 깊게 보는 거지. 어쩌면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초능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성인이 되면 받는 정기 검사 때문에 모인 사람들로 인해 검사장 안이 시끄러웠다.


정기 검사는 최근에 국왕이 내세운 정책이었다.


문화 발전을 많이 이룬 만큼 이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건강도 챙겨야 한다나 뭐라나.


자국민을 위해 건강을 무료로 검사해준다는 시도는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내겐 의미 없는 짓이었다.


시간을 멈추는 엄청난 능력을 갖춘 내가 병에 걸릴 리가 없었으니까.


차라리 대마법사가 근육통에 걸려 못 움직이는 게 가능성이 더 클 거다.


‘하나, 둘, 셋, 넷···.’


앞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며 기다리는 것도 이제 지쳤다.


길게 늘어진 줄은 친구와 함께 온 사람들에겐 별것 아닐지도 몰라도 혼자 있기를 선호하는 나에겐 스트레스만 잔뜩 안겨주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네.”


눈을 감고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수염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덥수룩한 의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는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 피곤했는지 건성으로 내게 종이를 건네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건네드린 설문지를 작성해주시고 아랫부분은 꼭 주의 깊게 읽어주세요.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

“마나 알레르기는 없고··· 지금까지 크게 아팠던 것도 없고. 다 작성한 것 같은데요?”

“네. 그럼 바로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저기 보이는 수정 구슬에 손을 올려주세요.”

“저게 뭔가요?”

“이번에 처음 들여온 마법 도구입니다. 흰색 탑에서 발명한 도구인데 이게 마나로 사람의 몸을 확인해 아픈 곳을 다 알려주고 치료 방법까지 다 알려줍니다. 아주 편리한 도구지요.”


그 정도면 의사는 필요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을 목 아래로 삼키고 수정 구슬에 손을 올렸다.


투명한 수정 구슬에서 나온 하얀 빛이 손을 타고 내 몸을 감쌌다.


빛 때문에 눈이 아파 인상을 찌푸리기도 잠시.


1분을 기다리자 구슬이 놓인 탁자와 연결된 곳에서 종이가 나왔다.


“검사가 끝났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 그럼 가면 되는 거죠?”

“잠시만요. 절차상 결과는 듣고 가셔야 해요.”

“어차피 건강하다고 나올 텐데···.”

“금방 끝날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 틀린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이름, 골드 워커. 신체 이상, 없음. 마나 병··· 하나 있음?”

“네? 제가 병이 있다고요?”


종이를 읽던 의사는 마나 병 부분에서 잠시 멈추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한숨 같은 게 있는데 의사가 내쉰 한숨이 딱 그런 거였다.


“큰 병인가요? 설마 불치병은 아니죠?”

“그게··· 골드 워커 씨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렇게나 멀쩡한데요? 아, 아니 그래서 수명이 얼마나 남았어요?”

“100···.”

“100? 100년까지 산다는 걸 농담하신 거죠?”

“95. 94. 93-”

[시, 시간 정지!]


천천히 느려지는 의사의 입술.


완전히 느려졌을 때 그토록 시끄러웠던 검사장 안이 조용해지고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만이 귀를 가득 채웠다.


진정하지 못하는 심장을 애써 손으로 누르며 숨을 가다듬었다.


“이 미친 인간이 무슨 농담을···.”


그리고 의사의 손에 있던 종이를 뺏은 뒤 빠르게 읽어나갔다.


-검사자: 골드 워커

-신체 이상: 없음.

-마나 병: 하나 발견됨.

-병명: 100초 뒤에 죽는 병(A disease that kills you in 100 seconds)

-특징: 관측되고 대상이 인지한 순간부터 100초 뒤에 감염자를 죽이는 병.

전염성은 없는 걸로 확인되어 감염 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특이한 병이다.

관측되고 감염자가 인지하지 않았던 경우 정확히 하루 뒤에 감염자가 죽었다.

-치료 방법: 알 수 없음.

-요청 사항: 신성한 선서에 따라 환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숫자를 세줄 것.


“···거짓말이지?”


인지한 순간부터 100초 뒤에 감염자를 죽이는 병? 그딴 게 존재할 리가 없었다.


마나 병에는 특이한 게 많다고는 하지만 이건···.


“거짓말일 거야. 거짓말이어야 해.”


나는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책상에 엎드려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샅샅이 뒤졌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구석에 숨어서 웃고 있는 사람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장난이 아니라고? 정말? 이게 말이 될 리가 없잖아!”


나는 악을 쓰며 모든 물건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있던 기구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수정 구슬을 부수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정확히는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 화낼 기운도 남지 않았다.


‘왜 하필 내가 이런 병에 걸린 거야.’


멀쩡한 의자에 앉아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병에 걸릴 만한 일은 하지 않다는 결론만 나왔다.


‘밖에 나가기 싫어서 집에만 있었는데 대체 언제 걸린 거냐고···.’


슬며시 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닦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착하게 살면 없애주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책을 워낙 좋아해 책을 읽는 시간으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내가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는 희소병에 갑자기 걸렸다?


내게 뭔가를 원하는 초월자가 이 병을 나에게 유기해버린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초월자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영웅이 되는 것? 내가 엄청난 능력을 책 읽고 빈둥거리는 데만 써서 화가 나신 게 아닐까? 그래! 지금부터 영웅이 되는 거야.”


그렇게 외치고 눈동자를 조심스럽게 이리저리 굴렸다.


여전히 조용한 진료실 안.


“이제 수정 구슬에 손을 올리면 병이 사라졌겠지?”


나는 땅에 떨어진 수정 구슬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고 괜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손을 올렸다.


그렇게 체감상 10분이 지나고.


“···그래.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마지막으로 죽을병에 걸렸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후로 병원에서 도망치듯이 나왔다.


머리가 복잡해 지금 뭘 해야 할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멍하니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싼 돈을 들여 산 샤워실로 들어가 몸을 씻고 나니 뜨거웠던 머리가 식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치료 방법을 찾아서 유일하게 생존한 사람이 돼보자.”


만약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겐 이 상황을 타파할 능력이 존재했다.


‘시간 정지 능력으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시간을 멈추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으로 지금까지 많은 돈을 벌고 많은 일을 이루었다.


겨우 여기서 죽을 내가 아니란 말이다.


‘남은 시간이 중요한데··· 분명 93초까지 셌었지.’


인간이 잰 시간이기에 약간 차이가 있다는 걸 고려해서 넉넉잡아 남은 시간은 대략 90초.


사람이 100년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마나 병의 존재를 확인하는 대에만 10초. 즉, 10년을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머리가 아파져 왔다.


엄습해오는 피로감에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침대에 눕자 방금 씻어서 그런지 푹신함이 내 몸을 감쌌다.


* * *


밝은 빛에 깨어난 나는 눈을 비비며 주위를 살폈다.


조용한 집 안.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잠시 앉아있다가 화들짝 놀라 시간을 확인했다.


마법 도구가 알려준 시간은 오전 10:12.


능력을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한 적은 처음이라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시간은 조금도 흐르지 않았다.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잡아당기는 정도의 부담감이 느껴지는 게 전부이니 다행히 해결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녀올게요.”


점심을 준비하는 엄마에게 인사를 건넨 뒤 집 밖으로 나오자 어제와 같은 장소에서 멈춰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제 한동안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웃는 얼굴로 대화하는 사람과 누군가에게 짜증 내는 사람, 구걸하는 사람까지.


죽는다고 생각해서일까? 시간을 정지하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임에도 나는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었다.


“정신 차리자!”


시간이 무한할 정도로 많은 내게 가장 주의해야 할 건 정신력이다.


내 정신이 무너지면 많은 시간이 의미가 없어지니까.


“일단 황실 도서관부터 가보는 거야. 거기라면 뭐든 있겠지.”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겨있다는 황실 도서관.


그곳이라면 어쩌면 100초 뒤에 죽는 병을 치료할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마차로 15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이 걸려 황궁에 도착한 나는 도서관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초보 작가 유일재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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