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이 내 펜션을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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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HRAN노란
작품등록일 :
2024.08.3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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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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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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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손님

DUMMY

말했듯 아직 입실까지 1시간이나 남았다.


‘설마 오늘 오기로 한 손님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태연하게 관리인실에 앉아서 버텼다.


‘아까 확인해보니 객실은 깨끗했고, 샴푸나 린스 같은 용품들도 충분했고, 침구들도 뽀송뽀송하게 잘 말라있었고.’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이윽고 펜션 부지 안에 슬금슬금 들어가던 차가 멈춰서고, 운전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내리더니 관리인실 창문으로 다가왔다.


“저기······.”


곤란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는 남자.

관리인실 창문을 열고 말했다.


“오늘 예약하신 남주혁 고객님 되십니까?”

“아, 네. 맞습니다.”

“어서오세요. 일찍 오셨네요?”


얼른 관리인실 밖으로 나가서 인사하자, 괜히 머리를 긁적거리던 그가 말을 이었다.


“오늘 이상하게 차가 한 대도 안 막히고 신호도 잘 걸려서 너무 빨리 도착해버렸네요. 아직 입실까지 시간이 남았는데, 조금 일찍 들어가도 되나요?”


다른 펜션이라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

막말로 갑작스레 마음이 변해서 ‘오늘부터 4박 5일 동안 지내겠다!’ 하고 선언해도 괜찮고, 통 크게 객실 전부를 예약해도 된다.


‘앞뒤로 손님이 전혀 없으니까.’


그러니만큼 흔쾌히 말했다.


“아유, 물론이죠. 저기 보이는 흰색 건물이 예약하신 소나무실입니다. 바로 앞에 주차하시고 짐 내리시면 됩니다.”

“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5시부터 10시까지 바비큐장 이용 가능하시니 관리인실로 오셔서 말씀해주시면 되고요. 매점 이용은 제가 자고 있지만 않으면 되니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고맙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인 남주혁이 차로 돌아가고, 차는 곧 소나무실 앞으로 슬슬 이동했다.


‘음, 별것 없군.’


하기야 펜션 업무랄 게 특별할 건 없다.

객실을 비롯한 시설 청소가 대부분의 업무고, 바비큐장을 이용할 때 토치로 숯에 불을 피워주는 것 정도가 가장 큰 업무다.


‘숙소 장사가 다 그렇지 뭐.’


사실상 자본 투자가 시작이자 끝이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할 일은 관리인실에 앉아서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


‘그럼 일 있는 척, 바쁜 척이나 해볼까.’


아버지가 쓰던 구닥다리 컴퓨터를 켜고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관리자로 로그인해서.


‘예약 현황 갱신.’


무려 2년 동안 텅 비어있던 예약 현황이 채워진 순간이었다.


* * *


남주혁을 도와 짐을 내리던 여동생, 남주리가 큼직한 박스 하나를 든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와, 여기 어떻게 찾은 거야? 되게 좋은데?”


처음에는 ‘무슨 산 한복판에 펜션이 있나’ 싶었지만 도착해보니 풍경이 장난이 아니었다.

저 멀리 바다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고 사방을 둘러싼 숲은 청량함까지 느껴진다.

게다가 짐을 내리면서 언뜻 본 펜션 내부는 화려하진 않지만 포근할 정도로 아늑했으니 절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그리고 남주리의 물음에 남주혁은 뜨끔했다.

원래 예약했던, 리뷰도 좋고 평점도 좋았던 펜션이 갑자기 캔슬돼서 새로 예약한 곳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하, 그렇지? 내가 여기 찾느라 고생했다. 그나저나 요새 일은 좀 어때?”


서둘러 말을 돌리자 남주리가 한숨을 쉬었다.


“어우우, 말도 마. 나도 이제 어디든 가면 팀장급 매니전데 하는 게 옛날 때랑 다를 게 없어. 요즘 언니 히스테리도 장난 아니고.”


삼겹살 팩 위에 떨어진 박스 조각을 털던 남주리가 슬그머니 말했다.


“그러는 오빠는 좀 어때? 전에 A랭크로 승급할 거라고 어깨에 힘 엄청나게 들어갔었잖아.”


남주혁이 쓰게 웃었다.


“그거? 밀렸어.”

“어? 밀렸다고? 작년에 오빠 실적 엄청 잘 나온 거 우리 회사에도 알음알음 들리던데?”

“그냥 뭐······. 그렇게 됐어.”


더 이상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는 남주혁을 본 남주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 뭐. 금방 하겠지. 얼른 들어가자.”

“어어.”


남주혁과 남주리는 짐을 들고 숙소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어? 엄마? 아빠?”


부모님이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

많이 피곤하셨나, 싶은 마음에 냉장고에 음식을 하나둘 채워 넣던 남주혁이 하품을 했다.


‘나도 갑자기 졸리네. 운전을 오래 해서 그런가.’


입맛을 다신 남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주리야, 거기 음료수 좀······.”

“······.”

“주리야?”


고개를 돌린 남주혁은 주방에 있는 식탁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남주리를 발견했다.


“아니 뭔, 얘는 짐 옮기다가 자고 그래?”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린 남주혁은 식탁 위에 쌓인 음식물들을 차근차근 냉장고에 쑤셔 넣었다.

하지만 남주혁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 때문에 계속해서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아, 오늘 일정 다 짜뒀는데. 가을 바다도 둘러보고 물회도 먹고, 회도 한 접시 먹고 그러려고 했는데.’


하지만 계속해서 몰려오는 졸음은 ‘그러지 말고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하자’ 하고 속삭이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졸리지?’


최근에 피로가 제법 쌓이기는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이러는 건 이해가 안 간다.


“······휴, 나도 모르겠다.”


펜션이 으레 그렇듯, 벽에는 침구가 들어있는 장롱이 있었다.

거기서 이불, 베개, 바닥에 깔 것 등을 꺼낸 남주혁은 애써 졸음을 참고 이부자리를 깔았다.


“엄마, 아빠. 제대로 누워서 주무세요.”

“어, 으응······.”


남주혁의 부모님은 반쯤 잠이 든 채 비몽사몽 비척거리면서 소파에 내려와 바닥에 누웠다.


“남주리, 저기 가서 누워서 자.”

“으응······.”


의자에 앉아서 졸던 남주리도 비틀거리면서 이부자리로 가더니 그대로 철푸덕 누워 잠에 빠져들고.

잠시 그들을 살펴보던 남주혁이 인상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


‘진짜 갑자기 다들 왜 이러는 거지? 무슨 수면제라도 먹은 것처럼······. 약?’


설마 펜션 주인이?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무슨 영화나 만화도 아니고, 수면 가스 같은 게 자욱하게 깔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렇게 병든 닭처럼 골골거릴 리가 없잖은가.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험하고 무서운 세상 아니던가.

게다가 이곳은 인적 드문 산속의 펜션.


‘영화에서 이런 거 본 적 있다고.’


남주혁은 서둘러 숙소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연신 심호흡을 하며 맑은 공기를 마셨다.

그래도 졸음이 가시질 않는다.


‘미치겠네. 그럼 펜션 주인은?’


남주혁이 예리한 눈으로 관리인실을 바라봤다.

아까 느끼기론 친절한 남자였지만, 남주혁은 꽤 오랜 기간 ‘헌터’로 일하면서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조심스럽게 관리인실로 다가가자, 집중하는 얼굴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형준이 얼른 고개를 들더니 관리인실 창문을 열었다.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네? 아, 그······.”

“혹시 바비큐장 쓰시게요? 아직 좀 이르긴 해도 필요하시면 준비해드릴게요.”


남주혁이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아니라······. 뭐 하시나 해서요.”

“저요?”


형준이 조금 당황하고.

그 사실을 깨달은 남주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그리고 머리를 긁적거리던 형준이 말했다.


“그, 지금 스타 하고 있습니다.”

“······스타요?”

“예. 당장 딱히 할 일은 없어서.”

“······.”


관리인실 안을 흘끔 보니, 뒤통수가 보이는 모니터는 옛날에 쓰던 큼직한 CRT 모니터였다.


‘아직도 저런 게 있구나.’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던 남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바, 바비큐장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그냥 뭐 하시나 싶어서 잠깐 온 거거든요.”

“어, 알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몸을 돌린 남주혁은 비틀비틀 숙소로 향했다.

아직도 계속 졸음이 몰려오고 있었다.


‘미치겠네. 대체 왜 이러지?’


숙소 안으로 돌아온 그가 거실을 바라봤다.

가족 모두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같이 드러누워 자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 집의 장남. 그리고 설한 길드의 B 랭크 헌터. 가족을 지킬 의무가 있다.’


당장 보기에 펜션 사장은 위험한 사람 같지 않았지만, 사람 속을 어찌 알까.

현관으로 다가간 그가 걸쇠, 문고리 등을 꼼꼼하게 잠그고, 창문과 베란다 문도 몽땅 잠갔다.


‘인벤토리.’


번쩍-!


남주혁은 ‘인벤토리’에서 자신의 장비를 꺼내, 장판파를 지키는 장비처럼 가족들이 자는 이부자리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주저앉았다.


‘만약 누가 들어오면, 당장에 그냥!’


남주혁은 졸려서 미칠 것 같다.

하지만 B랭크 헌터 답게, 말 그대로 초인의 인내심을 발휘해서 억지로 졸음을 억눌렀다.


‘와라! 누구든지 족쳐주마!’


뒤에서는 새근새근 자는 가족의 조용한 숨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와봐랏!’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졸음을 쫓기 위해 저지른 자해 때문에 허벅지에는 피멍이 들고, 뺨은 시뻘겋게 터졌고, 두 눈을 충혈시킨 채 끙끙거리던 남주혁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끄으응! 허어, 아이고. 깜빡 잠들었네.”

“······!!”


잠에서 깬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

얼른 고개를 돌리니, 어머니도 기지개를 켜고 계시는 게 아닌가.

덩달아 동생인 남주리도 날아갈 것 같다는 듯 개운한 얼굴로 어깨를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으아, 조금 자고 일어났더니 엄청 개운하네. 근데 오빠 거기서 뭐······.”


남주혁의 가족 모두가 흠칫했다.

그의 몰골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졸음과 자해 행위 때문에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남주혁은 안도감으로 인해 눈이 흐리멍텅했다.


‘휴, 다들 무사하구나.’


못된 펜션 사장의 음모 같은 게 아니었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긴장이 풀린 남주혁은 그대로 풀썩 고꾸라져 잠에 빠져들었다.


* * *


-싸뜨란뇨 마인~. 펑!

“아 씹.”


자기 마인에 자기가 터져 죽는 벌쳐.

상대방이 곧장 채팅을 보냈다.


[asdf1993 : ㅋㅋㅋㅋ 뭐함 ㅋㅋㅋㅋㅋㅋ]


수치심이 보통이 아니다.

당장 게임을 껐다.


‘옛날에는 벌컨 기가 막히게 했었는데, 한동안 게임을 쉬었더니 아예 안 되네.’


마른세수로 얼굴을 슬며시 쓸어 올리며, 조금 전에 왔다 갔던 숙박객을 떠올렸다.


‘갑자기 와서 뭐 하느냐니? 보통 펜션 사장한테 와서 그런 걸 묻나?’


심심했나?

하지만 그것도 벌써 1시간은 지난 일이고, 이제 조용한 걸 보니 알아서 할 일들 하고 있겠지.


‘그나저나 심심하네. 펜션 사장 업무가 상당히 지루한 일이구나.’


내가 왜 한참 전에 접은 스타나 하고 있겠는가.

그나마 이 구닥다리 컴퓨터로 돌릴 수 있는 게임은 그게 최선이었다.


‘하기야 그러니 아버지도 소일거리로 텃밭을 가꾸고 하신 거겠지.’


나도 한번 해볼까 싶은 마음에 뒤편의 책장에 꽂힌 농사 관련 책을 살펴보는 와중이었다.


똑똑-


관리인실 창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남주혁이었다.

이번에야말로 필요한 게 있으리란 생각에 관리인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필요한 거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려던 순간, 남주혁의 얼굴이 아까 본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뭐지?’


조금 전에는 뭐랄까.

한계에 몰린 사람처럼, 피로가 덕지덕지 묻은 눈빛에 다크서클이 턱까지 닿을 것처럼 초췌했었다.

한데 지금은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생기 넘치는 안색을 하고 있었다.


“저, 사장님.”

“예?”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말을 이었다.


“사과드릴 게 있어서요.”

“예? 사과요?”


숙소 안에 불이라도 질렀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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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S랭크 헌터 하은설 +5 24.09.15 683 30 12쪽
15 이 산은 이제 제겁니다 +3 24.09.14 711 29 12쪽
14 설화 씨와 밤 산책을 +5 24.09.13 739 29 12쪽
13 사장님, 주무세요? +6 24.09.12 762 32 15쪽
12 일정은 겹치면 안돼요 +4 24.09.11 798 38 14쪽
11 장설화가 알을 깨고 나왔다 +7 24.09.10 869 37 14쪽
10 고래는 오랜만에 숨을 들이마셨다 +7 24.09.09 897 35 14쪽
9 고래는 숨을 쉬고 싶다 +4 24.09.08 886 37 14쪽
8 물개가 고래를 데리고 왔다 +4 24.09.07 912 36 13쪽
7 물개가 세 마리 +5 24.09.06 937 34 12쪽
» 첫 손님 +5 24.09.05 921 30 12쪽
5 어서오세요 +3 24.09.04 940 31 14쪽
4 앞으로 잘 부탁해 +4 24.09.03 1,026 31 14쪽
3 안 하던 짓을 하게 되네 +4 24.09.02 1,116 30 12쪽
2 매점에 뭐가 있어요 +6 24.09.01 1,298 38 13쪽
1 송화 펜션 +10 24.08.31 1,578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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