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앤젤 (The Last An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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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p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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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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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치이익⎯



그때, 다마의 족쇄와 그에 연결된 추로부터 타는 소리가 나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쩍쩍 갈라지며 점점 곱고 검은 가루가 되더니 하늘로 흩어져 날아갔다. 다마의 족쇄가 있던 곳에는 날아가고 남은 가루의 잔해만 조금 남게 되었다.


족쇄가 가루가 되어 날아가는 것을 본 악마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보았다. 분명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지만 그들은 족쇄의 소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죽음이다··· 완전한 소멸이야!···”




어떤 한 악마의 말 한 마디에 다른 악마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환희와 해방감을 느끼는 눈을 하고 있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누군가는 어리둥절하여 상황파악도 하지 못한 듯 하였다.


어거스트는 다마의 족쇄가 사라진 자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공포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가루를 움켜쥐어 봤으나 잡히지 않았다.


어거스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친구를 흔적도 없이 먹어치운 괴물을 응시했다. 그는 자신의 족쇄에 연결된 쇠사슬을 강하게 쥐었다.



후웅⎯



어거스트는 자신의 추를 괴물을 향해 강하게 던졌다. 무거운 추는 공기를 짓누르며 매섭게 날아갔다.


괴물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추를 가볍게 튕겨냈다.




“으아아!”




튕겨나간 추 뒤에서 분노에 찬 어거스트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기합을 내뱉으며 괴물의 복부에 일격을 가했다.




“컥!”




괴물의 호흡이 잠시 멈추며 멀리 날아갔다. 괴물이 땅에 처박히고, 쿵 소리와 함께 짙은 먼지가 그 주변에 일었다. 주변의 악마들은 그 모습을 보고 환호를 내질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먼지가 걷히고 멀쩡히 서있는 괴물의 형상이 다시 나타났다.




“크크···

몸뚱이는 튼튼하다 이건가?

잘 된 일이군.

금방 부서져 버렸으면 내 화도 안 풀렸을 테니까 말이야!”




어거스트는 자신의 족쇄에 연결된 쇠사슬을 힘껏 당겨 추를 끌었다.

그 모습을 본 괴물은 공격태세를 갖추며 어거스트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괴물은 지친 기색 없이 아주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거스트는 추와 맞닿아 있는 사슬의 끝부분을 잡고 꽉 쥐었다. 그러자 그의 혈관과 근육이 부풀며 점차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괴물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어거스트는 높은 밀도와 위압감을 가진 팔근육으로 추를 번쩍 들었다.


팽창한 혈관은 어거스트의 얼굴까지 이어져 터질 듯 했다. 그 혈관은 눈까지 연결돼 그의 안구를 검게 물들였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괴물아···”




마침내 괴물이 코앞에 다가 왔을 때, 어거스트는 추를 밑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너는 이곳에서 오지 말았어야 했다!⎯”




어거스트의 외침과 동시에 추는 괴물의 턱을 가격했다.






폭발하는 듯한 타격음과 함께 괴물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멀리 나가떨어졌다.




“애송이 녀석···

넌 네가 한 짓을 후회하게 될 거야.

평생 죽지도 못하고 말이지.

지옥보다 지옥 같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영원히 느끼도록 해주겠다”




싸움을 구경하던 악마들은 어거스트의 힘에 감탄하여 환호하기 시작했다.




“급한 성미는 역시 못 버리는군···”




시끄러운 관중들 사이에서 아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옆에 있던 악마는 그 말을 듣고 흥분하여 아무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어이 영감!

이런 상황에서 초 치지 말라고!

다마의 복수를 하는 것 안 보여?”




악마가 분을 못 참고 아무를 한 대 쥐어박으려 할 때였다.




“크윽···”




어거스트가 옅게 신음을 내뱉으며 한 손으로 자신의 왼팔을 감싸고 있었다.




“어어···?”




어거스트를 본 악마들은 하나 둘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의 팔이 팔꿈치 아래로 잘려나갔기 때문이었다. 상처를 쥔 어거스트의 손 틈 사이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악마들은 그 모습을 보고 팔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저기 있다!”




팔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어거스트의 팔은 내동댕이쳐진 괴물이 단단히 쥐고 있었다.




“건방진···”




어거스트는 듣도 보도 못한 괴물이 자신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하였다. 그런 어거스트를 기만하듯 괴물은 천천히 일어나 어거스트의 팔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저저···

추잡스러운 놈···!”




동족을 서슴없이 먹어 치우는 기괴한 괴물의 모습은 그것을 지켜보는 모든 악마를 흥분하게 했다.




“그 역겨운 버릇은 내가 반드시 고쳐주도록 하지”




어거스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자신의 잘려나간 왼팔을 쥐고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땅바닥에 어거스트의 피가 고이고. 괴물이 잘라간 그의 팔을 거의 다 먹어 치우는 동안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거스트의 팔이 재생되지 않아···”




원래대로라면 이미 어거스트의 우락부락한 팔이 새로 자라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어거스트도 적잖게 당황한 듯 보였다. 불현듯 그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플레제톤 강의 수류를 벗어나 지옥으로 도피하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러한 공포는 그가 지옥에 떨어지고 겪은 어떠한 형벌보다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어거스트가 공포를 자각했을 때, 그의 두 다리는 힘이 풀려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제길···”




어거스트의 정신과는 다르게 그의 육체는 전투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는 맹수 앞에 놓인 한 마리 사냥감에 불과해 보였다.


어거스트의 공포는 순식간에 구경하고 있던 악마들에게 전염되었다. 호전적인 어거스트의 나약한 모습은 그들로써는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쿵···



쿵···!



쿵⎯!



그때 멀리서 아주 무겁고, 규칙적인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공포에 잠식된 악마들을 일순간에 깨운 소리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들의 피부에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각인된 폭력의 소리였다. 소리의 정체는 거대한 추⎯⎯지름이 족히 10미터는 되어 보였다⎯⎯였다. 정확히는 그 아래에 등으로 거대한 추를 이고 있는 백 명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악마들의 발소리였다.


악마들의 이마에는 흑연 따위로 무언가 그려져 있었다. 두 눈썹을 잇는 직선과 이마에서부터 시작해 코 끝까지 이어지는 직선이 교차된 형태였다. 그들의 족쇄에는 보잘것없이 작은, 사과 알 크기 정도의 추가 연결되어 있었다. 추는 무겁지 않아서 발을 끌며 충분히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추를 마치 가마처럼 운반하여 사건의 현장까지 천천히 다가왔다. 훈련된 병사들처럼 그들의 발걸음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일치했다.


거대한 추가 구경하던 무리에 가까워지자,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무리는 알아서 갈라져 그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구경꾼들은 거대한 추의 꼭대기는 쳐다볼 생각도 안하고 고개를 푹 숙여 자신의 발끝만 보고 있었다.


와중에 아무만이 공허한 눈으로 추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한 추는 어거스트 거의 바로 뒤까지 이동하고 나서야 멈췄다.


고요가 흘렀다.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옥의 뜨겁게 달군 바람과 지면 아래가 끓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괴물의 쩝쩝대는 소리.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괴물은 천천히 걸어나왔다. 식사가 충분치 않았던 괴물의 발걸음은 천천히 어거스트에게로 향했다. 괴물의 발걸음은 점차 빨라지더니 이내 빠르게 돌진했다. 괴물은 맹수가 이빨을 드러내 듯 날카로운 손을 칼처럼 빼 들며 어거스트에게 도약했다.




“그만⎯”




그때, 거대한 추 위에서 저음의 거칠고 강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그 공간에 있던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괴물의 손 끝은 어거스트의 목에 닿기 직전이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괴물은 당황한 듯 보였다. 괴물은 팔을 움직여 어거스트의 영혼을 앗아가려 했지만 그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거스트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절단된 부위에서는 여전히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피 웅덩이는 어느새 넓어져 그의 무릎까지 적셨다.


거대한 추를 짊어진 악마들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추를 땅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추의 중심부에 있던 악마들은 대열을 맞춰 밖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몸으로 차곡차곡 층을 쌓기 시작했고 이내 추의 꼭대기까지 안정적인 계단이 만들어졌다. 계단이 되지 않은 악마들은 추 주변에 한 쪽 무릎을 꿇고 빈틈을 메워 지지대 역할을 했다.



철그럭



철그럭



철그럭



쇠가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누군가 추의 꼭대기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악마로 만들어진 계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지면을 밟은 그의 모습은 거대한 추와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어린 아이만큼 작은 키⎯⎯140 센티미터 정도밖에 안 되어 보였다⎯⎯에 배만 불룩 튀어 나온 중년의 악마였다. 작은 키에 비해 그의 손은 유난히 두껍고 컸다. 그의 족쇄는 의심의 여지 없이 그가 올라있던 거대한 추와 연결되어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작은 악마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괴물에게 다가갔다.


굴욕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어거스트는 굉장히 언짢아 보였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반갑네⎯”




작은 악마는 어울리지 않게 묵직한 목소리로 괴물에게 인사를 건네며 그의 팔을 토닥였다. 악마의 어깨에 손을 올리기에는 그의 키가 지나치게 작았기 때문이었다.


악마의 인사에 괴물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눈에는 분명 살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쳐다볼 것 없네.

나는 자네를 해치러 온 것이 아니니까”




작은 악마는 괴물을 보며 식 미소를 보였다.




“나는 포비라고 하네”




포비는 괴물의 주변을 천천히 돌며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았다. 포비의 시선이 괴물의 발까지 내려갔을 때 그는 옅게 미소 짓는 듯 했다.




“나는 자네가 보는 바와 같이···”




포비는 뒤로 고개를 까딱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악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서쪽 악마들의 지배자이자, 지옥의 서쪽⎯⎯유토프리움의 군주일세.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자들은⎯⎯물론 한 번 들어오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네⎯⎯그저 의식 없이 고통에 절여지는 고깃덩어리 신세가 된다고 생각하고는 하지만···

여기도 나름 질서와 법이 있는 곳이야.

물론 지상과는 전혀 다르지만 말일세.

하하⎯”




포비는 농담을 한 듯 호탕하게 웃었으나 주변은 고요했다.




“나를 위해 잠시 앉아주겠나?”




포비가 괴물에게 말하기 무섭게 괴물의 한 쪽 무릎이 접히며 꿇어 앉은 자세가 되었다. 그제서야 포비와 괴물의 눈높이가 맞았고, 포비는 괴물의 얼굴에 두 손을 얹어 자세히 보았다.




“흠···

확실하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거스트는 분노와 살의에 가득 찬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아무는 악마 무리 안에서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포비는 괴물의 옆에 나란히 서서 악마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찮은 죄인들이여⎯ 그리고 유토프리움의 동지들이여⎯

자네들은 분명 괴물이라고 여길 존재가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이 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은가?”




악마들은 조용히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 내 옆에 앉아 있는 청년은···

다마의 혈족일세⎯”




악마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렇다면 자식이 지 애비를 잡아 먹었다는 거요!”




어거스트는 옆에서 듣다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 하고 포비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다.


악마들은 어거스트의 돌발적인 행동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포비에게 반기를 든 이들이 어떻게 신세를 망쳤는지 모르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거스트도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어거스트···”




자애로운 표정으로 그를 부르는 포비였다. 그러나 그의 눈은 의미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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