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앤젤 (The Last Angel)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새글

st.p2005
작품등록일 :
2024.09.01 20:37
최근연재일 :
2024.09.20 23: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16
추천수 :
1
글자수 :
35,991

작성
24.09.13 23:00
조회
29
추천
0
글자
13쪽

3화

DUMMY

“여기 내 옆에 앉아 있는 청년은···

다마의 혈족일세⎯”




악마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렇다면 자식이 지 애비를 잡아 먹었다는 거요!”




어거스트는 옆에서 듣다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 하고 포비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다.


악마들은 어거스트의 돌발적인 행동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포비에게 반기를 든 이들이 어떻게 신세를 망쳤는지 모르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거스트도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어거스트···”




자애로운 표정으로 그를 부르는 포비였다. 그러나 그의 눈은 의미심장했다.




“자네가 아주 화가 난 것은 나도 십분 이해하고 있다네.

오랜 친구를 잃었으니 말이야.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릴 줄은 추호도 몰랐을 것이야.

분명 평생 함께 고통을 나눌 것이라 믿었겠지”




포비는 거무튀튀하고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자네는 몰랐겠지만···

나는 자네 친구 다마가 썩 마음에 들었어.

그의 아내···

리브도 그에게 걸맞는 훌륭한 여인이었지.

다마는 여타 죄인들과는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었네.

그의 신비로운 두 눈에서 나온 힘이었을까···

그는 이런 곳에 있을 자가 아니었어···

그냥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거스트 자네도 분명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포비는 눈을 잠시 질끈 감더니 이윽고 어거스트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심심한 위로를 전하네.

자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는 내 알지만, 그것이 자네의 분별력을 해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네”




어거스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칠었던 그의 숨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포비는 어거스트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거스트, 화를 거두고 일어나서 이 청년의 얼굴을 한 번 보게.

청년이여, 자네도 똑바로 서 보게나”




역동적인 조각상처럼 굳어 있던 괴물은 포비의 말에 자세를 고치며 똑바로 섰다. 그 움직임이 어딘가 삐걱거리는 것이 고장 난 기계를 억지로 가동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어거스트는 천천히 일어나 괴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분노와 증오가 가득 찬 얼굴로 그의 얼굴을 눈으로 훑었다. 괴물을 바라보던 어거스트의 일그러진 얼굴이 점점 풀리며 이내 부드러워졌다.


그런 어거스트를 보고 포비가 물었다.




“어떤가?”




“닮았어···”




괴물의 모습을 본 어거스트는 왠지 모르게 묘한 기시감에 빠졌다.




“그의 눈을 보게”




괴물의 두 눈동자를 바라 본 어거스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괴물의 두 눈은 신비롭고 어두운 쪽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다마의 눈동자와 같은 것이 분명했다. 포비의 뱀 같은 혀가 만들어낸 허상이 아닌 자신의 두 눈에 똑똑히 비춰지는 것이었다.




“다마···”




어거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이제는 사라진 오래된 친구의 이름을 읊조렸다.




“자네도 이제 보이는가?”




포비가 물었지만 어거스트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포비는 그를 그대로 두고 민중을 향해 소리냈다.




“나약한 죄인들이여⎯.

그대들도 보았는가.

그대들이 괴물이라 칭하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믿기 어렵겠지만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악마들은 숨 죽여 그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중요한 것은 이 청년이 다마의 혈족이라는 사실만이 아니다”




포비는 괴물의 발목을 가리켰다.




“족쇄가··· 없어···?”




악마들은 구속되지 않은 괴물의 자유로운 두 발을 보고 서로 힐끗대며 중얼거렸다. 포비 앞에서 그 많은 악마들이 동시에 소리를 낸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들을 지배하던 원초적 두려움을 잠시 잊을 만큼 충격적인 것을 목격한 것이다.




“다들 족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는 않겠지”




포비는 자신의 족쇄에 연결된 쇠사슬을 들어 보이며 외쳤다.




“이 끊어지지 않는 족쇄는⎯

우리 도망자들을 짐승처럼 가두는 우리 같은 것이다.

또한, 독수리의 날개를 자르는 톱날 같은 것이다!

우리가 자유만을 갈망하는, 자유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한 마디 한 마디 말 할 때마다 포비의 목소리에 힘이 더해졌다. 그의 목에 터질듯한 핏대가 선명히 올라와 있었다.




“이때까지 이 사슬을 끊고 자유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고통을 감수했는가!

그들은 자유를 너무 갈망한 나머지 고통보다 더욱 깊은 고통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포비는 사슬을 꽉 움켜쥐며 흔들었다. 그의 몸짓은 폭력적으로도 보여서 마치 그가 화가 난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는 이내 쥐고 있던 사슬을 땅에 툭 떨어트렸다.




“그러나···

자네들도 그 결과는 알겠지.

어떤 수를 써도! 살과 뼈를 자르고, 태우고, 녹이고···

그 어떤 수를 써도 결국 우리는 이 업보에 다시 구속당하고 지옥은 계속해서 우리를 끌어당겼지.

우리는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절망감과 함께 뼈 아픈 현실을 마주하고 말았어.

우리 도망자들은 이 철창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육체는 우리가 지고 있는 이 업보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이 지옥의 무한한 고통이 우리의 더러운 피를 욕망한다는 것을!”




포비의 음성은 점점 무거워지며 좌중을 압도했다.




“그러나 운명을 시인하고 죄를 받아들였던 비겁한 도망자들이여!

여기 서있는 다마의 아들을 보라!

운명을 거부하고 업보에 저항하는 이 악마를 보라!

다마와 그의 아내가 그들 자신을 희생하여 우리들에게 남긴 신념을!

이 청년이 우리의 구원자요, 우리가 빼앗긴 날개이니!

도망자들에 결코 허락되지 않았던 자유의 길로!

우리들을 인도할 것이다!⎯”




“와아아!⎯”




조용히 듣고 있던 악마들은 포비의 말이 끝나게 무섭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 유⎯!


자⎯ 유⎯!


자⎯ 유⎯!



악마들은 주먹을 쥐고 허공에 내지르며 함께 자유를 외쳤다. 그 사이에서 아무만이 가만히 서서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편, 어거스트는 무언가 못마땅한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다마의 아들은 몸이 딱딱히 굳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몸이 미약하게 떨리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자···”




포비가 다시 입을 떼자 한껏 흥분해 있던 악마들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포비는 옆에 서 있던 청년을 자신의 앞에 끌어오며 모두가 듣도록 말했다.




“너의 이름은 카인이다.

부모의 피와 살로 제련된 우리 죄인들의 창이여!

네 아버지의 신념으로, 그리고 우리 도망자들의 염원으로 너 자신을 더욱 날카롭게 연마하라!”




카 ⎯ 인 ⎯ !


카 ⎯ 인 ⎯ !


카 ⎯ 인 ⎯ !



악마들은 다시 환호하며 다마의 아들에게 붙여진 이름을 복창했다.




“동지들이여!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희망에 대해 잊은 채로 살아왔다.

그것도 우리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운명이란 이름을 한 타의에 의하여!

그러나 오늘 그 운명에 대항할 창이 우리에게 쥐어졌다.

절대 너희들이 겪었던 고통을 잊지 마라! ⎯

고통을 곱씹을 수록 우리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너희들은 더 이상 도망자가 아니다!

자유를 향한 척후병, 개척자가 되는 것이다!”




포비의 일장 연설에 감동 받은 듯한 악마들은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계속해서 '자유'를 마구 외쳐댔다.


포비는 그 모습을 보고 흡족해 했다.




“그럼 이제 가보도록 할까?”




포비는 카인을 향해 말했다. 카인은 그 말을 듣고 어색한 걸음걸이로 삐걱거리며 포비의 뒤를 따랐다.




“그 아이를 이제 어쩔 셈이요”




떠나려는 포비에게 어거스트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포비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어거스트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멈춘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




“자네가 이때까지 들은 바 그대로일세.

우리들의 운명을 바꿀 때가 된 것이지”




어거스트는 조소를 내비치며 대답했다.




“당신의 검은 속내를 내가 모를 줄 아시오?

누가 그 말을 진심으로 믿겠소?

그 뱀 같은 혀에 다들 속아 넘어간 것이겠지”




“나는 저들을 속이지 않았네.

저들이 잊고 살았던 욕망을 살짝 건드려 일깨워 준 것일 뿐이지”




포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어거스트 자네는 나를 잘 모르네.

다혈질에, 자네의 그 급한 성미는 한참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구만.

하하! ⎯”




포비는 점잖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쪼록 자네의 남은 팔 잘 신경 쓰길 바라네.

아무래도 그 팔은 더 이상 새로 자라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야”




포비는 말을 끝낸 뒤 유유히 카인과 함께 자신의 커다란 추에 올랐다.


계단을 이루었던 악마들은 한 명씩 다시 땅으로 내려왔고, 규칙적으로 대열을 이루며 포비의 추를 번쩍 들어올렸다. 커다란 추는 다시 묵직한 발 소리와 함께 멀어졌다.


추가 악마들의 눈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악마들의 환호성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듯한 악마들의 행태를 바라보는 어거스트의 눈빛에는 경멸이 묻어 있었다. 어거스트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아무와 눈이 마주쳤다. 어거스트는 아무의 눈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다. 어거스트는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지옥의 북쪽 지역. 일명 '노른'이라고 불리는 곳. 지면에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처럼 얼음이 뾰족하고 촘촘하게 솟아 올라 빙판을 형성하고 있다. 수 많은 악마들이 포비의 추를 어깨에 이고 그 위를 힘겹게 걷고 있다.


악마들의 발은 무자비한 바닥에 의해 찢어지고 구멍이 나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상처는 재생되고 다시 파괴되는 것을 반복한다. 포비의 노예들은 고통스러워 하는 내색 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지나온 빙판에는 그들의 피가 흥건히 고여 있다.


한참을 걸어 그들은 어떤 동굴에 도착했다. 악마들은 추를 내려놓고 자신들의 몸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계단을 만들었다. 몇몇은 바닥에 배를 깔고 꿇어 앉아 날카로운 빙판을 막아줄 카펫 역할을 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크고 작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움직이듯 정확하고 기계적이었다.


포비는 걸음을 떼며 두 계단 정도를 내려오고는 아차 하며 뒤를 돌아봤다.




“카인, 너도 따라 오도록 해라⎯”




그의 말과 함께 카인은 포비의 뒤를 따랐다. 그의 움직임은 여전히 어딘가 어색하고 딱딱했다.


악마의 몸통으로 만들어진 카펫을 짓밟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동굴의 초입까지 들어갔을 때, 팽팽해진 사슬이 포비의 족쇄를 당겼다. 사슬의 길이가 다 된 것이다.


포비는 자신의 발목을 보며 답답한 표정으로 한 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게, 헤르멜!

나라네, 포비.

잠시 나와보게”




포비의 낮은 목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대답 대신 차가운 바람 소리를 탄 적막만이 흘렀다. 포비는 잠시 기다리다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카인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게.

곧 나올 거야.

한 번 잠들면 깊이 잠들 뿐더러 귀까지 좋지 않은 친구라 말일세”




포비는 말을 끝내고 다시 동굴의 깊은 심연을 향해 외쳤다.




“헤르멜!⎯

내 오랜 친구여!⎯

어서 나와보게나!

자네가 보면 기뻐할 만한 것을 갖고 왔네!”




동굴이 먼젓번보다 더 크게 울렸다. 그리고 다시 차가운 정적이 흘렀다.


이내 정적 사이로 바스락 거리는 걸음걸이가 들렸다. 그리고 마치 화음을 만들듯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그것을 뒤따랐다.


울림 없는 건조한 걸음걸이는 천천히 가까워졌다.




퍼석··· 철그렁


퍼석··· 철그렁


퍼석··· 철그렁




동굴의 검은 그림자를 뚫고 다리 하나가 천천히 나왔다.


다리 주인의 낑낑대는 소리가 잠시 들리다가, 이내 그의 손부터 얼굴까지 모두 어둠을 벗었다.


동굴의 높이는 2미터 남짓 되었는데, 어둠을 뚫고 나온 이는 키가 어찌나 큰 지 허리를 반 정도 접고 팔, 다리⎯⎯그의 다리 길이는 포비의 키보다도 길었다⎯⎯는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있었다. 낑낑대는 소리는 그가 동굴 입구로 나오는 동안 몸이 끼어 낸 소리가 분명했다.


그의 팔 다리에 무성히 자란 털과 알 수 없는 수 많은 흉터들이 마치 짐승⎯⎯뼈가 드러나도록 깡마른 그였기에 포식자 보다는 피식자에 가까워 보였다⎯⎯을 연상케 했다. 길쭉한 길이 때문에 그는 더욱 말라보였다. 그의 손톱과 발톱은 안 다듬은 지 오래되어 길고 들쑥날쑥했다.


얼굴은 더욱 처참했는데, 피부는 푸석하고 피골이 상접하여 나이가 포비보다 어릴 것이 분명한데⎯⎯물론 악마들의 나이와 외모는 비례하지 않는다⎯⎯외모로는 포비의 곱절은 되어 보였다. 특이한 점은 여느 악마들과는 달리 눈두덩이를 덮는 새까만 핏줄이 없다는 것이었다.


동굴의 어둠 속에서 한참을 지내서인지 커다란 그의 눈동자는 검게 차올라 흰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동공은 활짝 열려 있어 그의 눈빛은 기괴한 느낌을 주기까지 했다.


그가 목을 좌우로 비틀자 온몸에서 연신 뚜둑하며 관절이 마찰되는 소리가 났다. 한 차례 몸을 푼 그는 입을 열었다.


“포비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스트 앤젤 (The Last Angel)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5화 NEW +1 4시간 전 1 0 12쪽
5 4화 +3 24.09.14 22 0 13쪽
» 3화 +2 24.09.13 30 0 13쪽
3 2화 +2 24.09.07 44 0 12쪽
2 <1장. 죄를 먹는 자> 1화 +3 24.09.06 50 0 13쪽
1 프롤로그. 구원 +3 24.09.01 70 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