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급 사이보그가 이세계를 씹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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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2 16:16
최근연재일 :
2024.09.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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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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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3)

DUMMY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스승님은 날 어제의 낭떠러지로 데려갔다. 거기서 수련이 재개되었는데 본격적으로 수련에 임하기 전 하킨 스승님이 팔짱을 낀 채 내게 말씀하셨다.


“넌 지금 기초를 익혔다. 사람으로 치면 걸음마를 뗐다고 볼 수 있지. 앞으로는 신기에 익숙해지고 좀 더 사용법이 능숙해지게 단련하는 것만 남았다. 한 마디로 이론적인 공부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오호. 과연······.”


가르치는 거 자체는 쉽다더니만 기초를 배우고 그걸 응용하는 게 신기 사용법의 끝인가보다.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스승님이 내게 경고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쉽게만 생각해선 안 돼. 오히려 이 신기를 갈고닦는 과정 자체가 지난할 테니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몇 년이 걸려도 우리 패드럼의 신기를 완벽히 익힐 순 없을 거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그전에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뭐냐.”


“저희의 신기는 진동을 다루는 힘이잖아요? 그러면 진동을 축적하기 위해선 적에게 공격을 받고 그것을 쌓는 과정이 필수로 동반된다는 거 아닌가요?”


내 질문에 스승님이 한숨을 흘렸다.


뭐지. 내가 멍청한 질문을 한 건가.


“관찰력이 좀 떨어지는구나 못난 제자야. 너도 분명 어제 스승이 베어몽키란 몬스터를 때려잡는 걸 보았을 터.”


“예.”


“이 사부가 그 녀석들한테 공격을 받고 나서야 반격을 가하더냐?”


전혀 아니다. 하킨 스승님은 베어몽키가 달려들어도 그놈들이 몸에 털끝 하나 건드는 걸 용납하지 않으셨다.


“그러진 않으셨죠.”


“그럼 내가 어떻게 해서 맞지도 않고 진동을 이용해 상대를 처리할 수 있었겠느냐?”


잠깐 고민해보지만 내가 궁리해본다고 해서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닌 듯싶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답은 거기에 있다.”


하킨 스승님은 검지로 내 상체를 가리켰다.


“······?”


“인간의 육신은 항상 떨리고 있다는 소리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어리석은 놈. 니 심장은 뛰지 않고 멈춰 있느냐?”


“······!”


스승님이 지적하니 그제야 알 거 같았다. 스승님은 턱을 매만지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심장의 고동. 그것도 진동인 게다. 또한······.”


스승님은 입을 크게 벌렸다 다물었다. 그러자 치아끼리 캐스터네츠처럼 딱 맞물리는 소리를 낸다.


“치아끼리 부딪히는 것도 진동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스승님은 제자리에서 저벅저벅 걸었다.


“발이 바닥을 밟는 것 또한 진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이렇듯 인간의 육신은 평소에도 크든 작든 진동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승님께선 평소에도 계속 그러한 진동을 축적하고 계신 거군요.”


“바로 그렇다. 그럼 너는 어찌해야 하느냐?”

“심장의 고동을 순환시켜야 합니다.”


“해 보거라.”


눈을 감고 심장이 뛰는 것에 집중한다. 일정한 리듬으로 박동하는 심장에서 진동을 추출하는 거다.


인상을 쓰면서 심장을 중심으로 진동을 순환시키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하아, 하아······.”


이윽고 심장의 진동을 순환하는 데 실패한 나는 멈춘 호흡을 뒤늦게 갈구했다.


어느새 숨까지 멈추고 초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힘든가 보구나.”


“예에,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다. 그게 정상이니까. 이 스승도 어려워했던 과정이다.”


“예? 스승님도요?”


“그렇다. 심장의 고동 같은 인체에서 일어나는 진동을 느끼는 건 알려준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니가 스스로 그 진동을 느끼고, 순환시킬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연습할 수밖에 없어.”


“그렇군요······.”


“성공할 때까지는 이 방법을 쓰거라.”


스승님은 그리 말하며 검지로 스위치라도 두들기듯이 목덜미를 톡톡 건드렸다.


계속. 꾸준히. 쉴 새 없이.


“스승님. 그건······?”

“인체 내부에서 파생되는 진동을 느끼는 게 힘드니 그동안은 이런 식으로 조금씩 진동을 축적하란 소리다. 이건 느끼기가 쉬우니.”


“과연.”


확실히 그랬다.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부분에서 조금씩이지만 진동이 흘러들었다.


“단, 이 방법에 너무 익숙해져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내부의 진동을 느끼기 전까지 임시방편으로 쓰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근데 정말 대단한 신기네요. 내부에서 발생하는 진동도 다룰 수 있다니.”


“그래. 그래서 우리의 신기는 이론적으로 무한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심장이 멈추기 전까지는 말이지.”


“무한정······.”


기계몸을 쓰는 현대에서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세계.


무한(無限)이라는 단어엔 사람을 홀리는 듯한 울림이 있었다.


“마법사가 자아내는 마력엔 한계가 있다. 다른 신기들도 다 그렇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대부분 단신으로 짜내는 힘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신기엔 그런 게 없다. 숨을 쉬고 있는 한 계속해서 축적하고 방출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 단언하는 스승님에겐 신기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스승님의 심정에 공감한 건지 나도 모르게 양 주먹을 불끈 틀어쥐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각오가 서린 듯한 내 모습에 스승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해서 나는 스승님의 지시대로 신기를 단련했다.


하킨 스승님이 짚어주는 나무를 부러뜨리고, 더 나아가 바위를 부수거나 하면서 방출의 단련을 하고.


하루 내내 꾸준히 몸에 진동을 순환시키는 감각을 익힌다. 이건 식사시간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연습했다. 무의식의 영역에 이르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며 스승님 밑에서 열심히 신기를 수련했다.


수련을 하던 과정에서 특기할만한 가르침이 몇 있었다.


하루는 이런 질문을 스승님께 했다.


“스승님. 다 좋은데 저희의 신기는 접근전에는 강하지만 원거리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수련을 하는 동안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젠 말투에도 스스럼이 없었다. 질문을 들은 하킨 스승님은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었다.


“내 제자지만 정말 상상력이 빈곤하구나.”


“예? 아니,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건 없잖아요.”


“잘 보거라. 아둔한 제자야.”


끝까지 날 놀려먹으며 스승님은 오른쪽 다리를 들었다. 무릎이 배꼽 위치까지 오게 다리를 든 스승님이 곧장 다리로 지면을 내리쳤다.


그러자 스승님의 오른쪽 발 앞으로 땅이 쩌저적 갈라진다. 일직선으로 균열이 일어난 것이다. 마치 커다란 두더지가 땅을 헤집기라도 한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하킨 스승님은 날 돌아보았다. 스승님은 표정으로 봤지? 라고 말하고 있었다.


“최대한 위력을 약하게 한 건데도 이 정도다. 이래도 떨어져 있는 상대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징징거릴 거냐?”


“······.”


“또 이런 방법도 있다. 잠시 귀를 막고 있어라.”


“······?”


영문을 알 수 없는 지시였지만 일단 순순히 그 말에 따라 양손으로 귀를 덮었다. 스승님은 내 앞쪽으로 나아가더니 크게 숨을 들이킨다.


그 직후, 스승님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스승님이 숲 쪽으로 소리를 지르자 수풀과 나무의 잎사귀가 사납게 흔들렸다. 그에 맞춰 총소리라도 들은 듯 깜짝 놀란 산새 무리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고작 소리를 지른 것만으로도 이 정도라니.


아니다. 이건 소리를 지른 게 아니야.


나는 귀에서 손을 뗐고 날 돌아본 스승님이 엄지로 숲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봤느냐? 이것도 위력을 많이 줄인 거다. 마음만 먹었으면 저쪽에 있는 나무가 남아나질 않았을 거다.”


“설마 소리에다 진동을 실은 겁니까······?”


“바로 봤다. 우리의 신기에는 이런 사용법도 있다.”


“사자후······.”


“사자······ 뭐?”


나도 모르게 원래 세계에서 봤었던 무협지를 떠올리고 말았다. 나는 황급히 얼버무렸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이런 사용법도 있다는 걸 알고 더 정진하거라.”


“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알면 됐다. 상상을 멈추지 말 거라. 상상은 곧 발상이 되고 그대로 힘이 될 테니까.”


또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내 보면서 느낀 건데 너는 참 낭비가 많구나.”


“예. 낭비가 많다뇨?”


“힘을, 파동을 방출하는 데 있어서 낭비가 많아. 예를 들어 나무 한 그루를 꺾을 때 너는 그 정도의 힘만 방출하는 게 아니라 아예 바위 하나 정도는 부술 정도의 힘을 방출하고 있어.”


“그런가요?”


“무한정의 힘이라고 해서 펑펑 낭비하는 건 좋은 습관은 아니다.”


“아직 어느 정도로 힘이 필요한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어쩌죠?”


“그럴 땐 미세한 조절로 감을 익히도록 하거라.”


“미세한 조절요?”


말을 이어가는 대신 스승님은 꽃을 하나 꺾어왔다. 튤립을 닮은 듯한 꽃을 여봐란듯 들어올린 스승님.


그 직후, 꽃에서 정확히 잎만이 떨어져 흩날렸다.


“우와!”


“진동의 미세한 조절은 이런 것도 할 수 있느니라. 하나 더 보여주도록 하마.”


스승님은 별안간 오두막으로 들어가더니 곧장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스승님은 손에 사과 두 개를 쥐고 있었다.


오른손에 쥔 사과를 보여주는 스승님.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과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진 것이다. 물론 칼로 자른 것처럼 깨끗한 절단면이 아니라 좀 울퉁불퉁하긴 했지만, 진동으로 해낸 거니 충분히 놀라운 기예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과에서 씨만이 후두둑 튀어 올랐다. 토스터 기에서 튀어 오르는 식빵처럼 말이다.


“봤느냐?”


“오, 오오······.”


“자, 너도 해 보거라.”


스승님이 왼손의 사과를 던져주었다. 그걸 받아들고 한 손으로 스승님을 따라 해본다.


일단 사과를 깔끔하게 이등분 하는 것부터 실패다. 아예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래도 체념하지 않고 조각 중에 씨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씨 제거를 시도한다.


역시 이번에도 실패였다. 그냥 씨와 함께 사과의 조각이 터져버린다.


망연자실한 상태로 스승님을 응시하는 데 스승님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더 정진해야겠지?”


“네.”


“그래. 그럼 꽃으로 연습하거라.”


“사과론 안 되나요?”


“먹기도 전에 멀쩡한 사과 다 부숴놓을 일 있나.”


“멀쩡한 꽃을 꺾는 것도 좀 그런데······.”


“나무를 꺾는 건 괜찮더냐? 잔말 말고 연습하거라.”


그런 식으로 피드백을 받아가며 신기를 단련했다. 가끔 생필품 마련을 위해 산 아래 마을에 갔다오는 것 말고는 스승님과 나, 단둘이서만 지내는 생활이었다.


그리 지낸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본격적으로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장작을 쌓아두기 위해서 해온 나무를 손으로 집었다.


“엇차.”


손쉽게 나무를 두 동강 낸다. 도끼도 없이 수월하게 장작을 패는데 스승님이 갑자기 날 불렀다.


“사이.”


“예?”

“잠깐 안으로 들어오거라. 할 말이 있다.”


“······? 예, 스승님.”


뭔가 평소랑은 사뭇 다른 진지한 분위기에 나는 긴장감을 안고 스승님을 따라 오두막 안으로 들어섰다.


스승님은 침대에 앉았고 나는 언제나처럼 스승님의 맞은편에 무릎을 꿇었다.


“니가 내 제자가 된지 이제 꼬박 반년이 지났구나.”


“예에. 벌써 그렇게 됐네요.”

“너는 그동안 군말 없이 내 가르침에 잘 따라와 주었다. 그래서일까. 고작 반년 만에 너는 이제 내가 가르칠 게 없는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예?! 그 말씀은······.”


“이제 너도 어엿한 패드럼의 일원이 되었다는 거다.”


“······!”


어느새 녹아든 산중 생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단련에 끝이 있을까, 란 생각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근데 이런 식으로 갑자기 끝을 맞이하다니.


팔짱을 낀 스승님은 한없이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해서 말인데, 앞으론 어떡할 거냐?”


“예? 어떡하다뇨?”


“이제 신기를 익혔으니 꼭 여기에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 아니면, 너도 역시 이 산중 생활이 마음에 든 게냐?”


“······.”


앞으로의 일을 물어서 잠시 당황했다.


확실히 이 산속 생활은 매우 마음에 든다. 원래 세계에서의 비루한 삶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안락한 삶이었다.


하지만.


“죄송하지만, 전 하산하고 싶습니다.”


기껏 이런 기술을 익혀놓고 이 산속에만 묻혀 지낸다는 건 아까웠다. 밖으로 뛰쳐나가 단지 기계몸이 아니란 이유로 차별받았던 억압 된 삶에 대한 보상을 원했다.


하킨 스승님은 내 대답을 예상했는지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냐.”


“반대하실 겁니까?”

“반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느냐?”

“스승님도 그렇고 스승님의 스승님도 그렇고······.”


“그래. 나까지 해서 5대째. 짧은 역사긴 하지만 우리 패드럼의 사람들은 쭉 이 산골짜기에서만 살아왔다. 속세에 큰 관심이 없었지. 모두 속세에 질려 떠나와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단지 스승에게 영향을 받아 그랬을지도 모르지. 허나 그건 지금까지의 역사고. 너는 다르다. 사이 너, 기억상실이란 거 거짓말이지 않느냐?”


“······! 알고 계셨습니까?”


“배움이 짧아 아는 게 많이 없어도 기억상실이란 게 그리 오래 가는 병이 아니란 것만은 안다. 이 6개월간 너는 기억을 찾은 듯한 기미가 전혀 없더구나.”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산골짜기에 뚝 떨어진 거처럼 나타난 데다, 밟고 있는 대륙의 이름조차 모른다······ 뭐, 대강 어떤 사정인진 알 거 같다. 하지만 이 사부는 너의 지난 과거에 그다지 관심은 없다.”


“······.”


“그건 내 스승님도 마찬가지였어. 스승님의 스승님도 역시 그랬겠지. 사이, 중요한 건 하나다. 이미 신기를 습득한 너는 이제 패드럼의 사람이라는 거다. 사이, 이제 너도 알 거다. 제자를 키운 신기사가 어찌하는지를.”


“예. 가문의 이름을 주죠.”


신기사들도 여타의 장인처럼 자신의 기술을 웬만하면 자신의 핏줄에게 넘겨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리 핏줄이라 하더라도 신기를 배우는 데 있어서 조건은 다른 일반인들과 똑같다.


인간의 육체를 초월하는 과정을 거쳐야지만 신기를 배울 수 있다. 즉, 자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배울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고로 신기사들은 꼭 자식이나 친척이 아니더라도 제자가 된 자라면 자기 가문의 이름을 넘겨준다. 가족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이제 너는 패드럼이라는 이름을 써도 된다는 얘기지. 또한 지금 이 시간부로 너도 패드럼의 일원이 되었으니 우린 사제를 넘어 부자지간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광입니다!”


“그렇다고 아버지라고 부르진 말고. 낯간지러우니까.”


팔뚝을 긁적이며 스승님은 그리 농담을 던졌다. 나도 멋쩍게 웃으며 동조했다.


“스승님이란 말이 너무 입에 붙긴 했어요.”


“좋다!”


스승님은 양손으로 무릎팍을 내리쳤다.


“니가 그리 마음먹었으면 어디 속세로 나가서 니 꿈을 마음껏 펼쳐 보이거라. 니가 쓰던 생필품이나 당장 굶어죽지 않을 식량은 내어줄 테니 챙겨가고. 난 여기서 니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면 널 죽은 거로 여기고 있겠다.”


“네?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스승님은 눈빛을 매섭게 빛내며 상체를 내 쪽으로 구부렸다.


“이 사부는 감히 자부할 수 있다. 우리의 신기. 이 힘은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힘이라고.”


“예? 그 정도라고요? 에이, 설마.”


“에이 설마가 아니다 이 녀석아. 니가 조용히 살고 싶어도 몇 번 힘을 보여주면 너는 자연스럽게 명성을 떨치게 될 거다. 그러다 보면 저 산 밑에 있는 마을까지 니 이름이 알려지겠지. 싫어도 그렇게 될 게야.”


오만이나 허세가 아닌 어디까지나 담담히 사실을 고하는 말투. 스승님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니까 니 이름이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다면 난 니가 죽은 거라 여기고 있겠다.”


“그런 말씀이라면 알겠습니다. 또 하실 말씀은 없으신지요?”


“또? 아, 그렇지. 이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너라는 제자를 한 명 키워냈다. 신기사의 일생에서 제자 한 명을 키웠다는 건 이제 더 이상 할 일은 없다는 얘기다. 나는 여기서 유유자적하게 살 날만 남았다는 거지. 허나 넌 다르다. 언제가 됐든 너도 꼭 제자를 한 명 키우도록 하거라.”


스승님은 상대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날 응시하며 덧붙였다.


“패드럼의 의지는 이어져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죽기 전엔 꼭 제자를 한 명 키우겠습니다!”


“그럼 됐다. 그리고 너한테 가르칠 건 이제 없다곤 했지만, 그렇다고 단련을 게을리하진 말 거라. 넌 아직 내 수준에 이르기엔 한참 멀었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알아들었으면 됐다. 이만 가보거라. 흐음, 졸립구나. 어제 술을 좀 마셔서 그런가, 잠이 부족하구만. 난 이대로 한숨 더 잘 테니 그동안 하산을 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 거라.”


“예?”


낮잠 선언을 한 스승님은 정말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예 내게 등을 돌리고 말이다.


위엄있게 떡 벌어진 스승님의 등판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정말 솔직하지 못하시다니깐.


이대로 작별 인사를 하며 배웅하기엔 슬픔을 이기기 힘드시단 거겠지.


그러니 안 보는 틈을 타 조용히 가라는 의미일 터.


스승님의 뜻을 헤아린 나는 머리를 조아리며 작별의 말을 남겼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불초 제자, 스승님과 대사부님들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게 저희의 신기를 널리 떨치고 오겠습니다!”


“······.”


그럼에도 스승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볼썽사납게 받아줄 때까지 매달리진 않았다. 이걸로 작별 인사는 끝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재차 허리를 숙여 사부님의 뒷모습을 향해 인사했다. 그런 다음 필요한 걸 행낭에 챙기고 오두막을 뒤로했다.


오두막을 나와 산길을 내려갈 때쯤엔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놈의 눈. 기계 눈 답지 않게 있어야 할 기능은 다 있다니까.


뒤를 돌아보면 그대로 폭포수 같은 눈물이 흐를 거 같았기에 나는 울음을 참으며 앞만 보며 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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