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가 참교육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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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선
작품등록일 :
2024.09.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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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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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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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A반

DUMMY


태운 고등학교의 강당.


한 달에 한 번 있는 조회가 끝이 나고. 학생들이 줄줄이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강당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이게 진짜 무슨 일이래?”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일찍 끝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교장의 자기자랑을 안 듣고 아침을 맞이하다니.”

“오늘 하나님 생일인가? 우리 학교 학생들의 소원을 전부 다 들어준 것 같은데?”

“역대 최단 시간이 40분이었는데, 2분이라니! 2분! 진짜 아직도 실감이 안 간다.”

“근데 진짜 저 새로 온 유성 선생님 때문인가?”

“그렇지 않을까? 교장이 눈치 엄청 보던데?”

“뭔가 있긴 있나봐. 교장 조회 끝나자마자 도망가던데?”

“뭐지? 학기 초긴 하지만, 갑자기 부임해 온 것도 신기한데, 교장 쌤이 눈치를 보다니....”

“대체 뭐지?”

“뭐긴 뭐야? 운 좋은 날이지!”


강당을 빠져 나가는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3학년은 아직도 교장의 훈화 말씀이 일찍 끝난 것이 믿기지 않아 얼떨떨했고.


2학년은 교장의 자기자랑을 듣지 않아도 된 것에 대해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1학년은 괴담처럼 내려오던 교장의 훈화 말씀 시간이 예상과 달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한 마디로.


“행복해! 자유시간이라니!”

“수업 시간 전까지 낮잠이나 좀 자야지.”

“난 매점.”

“나도 매점!”


강당을 빠져 나가는 학생들에게 오늘은 지금까지 있었던 평범한 날과는 전혀 다른 날.


선물이었다.


예상조차 못했던 자유 시간과 여유에,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의 뇌리에 확실히 박히게 된 한 가지가 있었다.


유성.

오늘부터 새로 부임한 이 선생의 첫 인상이 꽤나 강력했다는 것....


그러나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얼굴에 찍혀 있는 미소라는 그림과 달리,


단상 앞쪽에 서 있던 인원들의 얼굴에는 온통 어두운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뭐야, 저 놈은?”

“아무리 헌터 아카데미라도 이렇게 갑자기 채용 될 수 있는 거야?”

“보나마나 낙하산이겠죠, 낙하산. 좋은 각성 등급 받아서, 어디 다른 길드에서 꽂았거나, 아니면 위쪽에서 보냈을 수도 있죠.”


단상 앞에 모여 있던 건 교사.

그 중에서도 태운고의 2학년을 맡은 담임들이었다.


“위쪽에서?”

“그럼 차 선생님 말씀은, 협회나 탑길드에서 직접 보냈다는 말씀이십니까?”

“흠흠. 어디까지나 뇌피셜입니다, 뇌피셜.”

“뭐가 됐든, 일반적인 루트로 들어온 건 아니란 말이잖아요. 뭔가 마음에 안 드네. 난 여기 들어오려고 두 번이나 떨어졌는데.”

“아이들은 좋아하던데요?”


하얀 가운을 입고 있던 금발의 여성의 목소리에, 다른 교사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조회 시간의 일을 떠올리듯 잠시 정적이 흐르고.


“학생들은 원래 처음 보는 선생에게 호기심을 갖는 법입니다.”


단호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흘러 나왔다.


차가운 인상의 남자.

은색으로 빛나는 장발을 가진 그의 목소리에 또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왜 그렇게 눈치를 보셨을까요?”


교사들 사이에 끼어있던, 유난히 키가 작은 여성의 물음에 다른 교사들이 제각각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교장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음을.


뭐랄까.

불안해 보인다고나 할까?


자기자랑 하는 맛에 살던 장규진 교장.

대한민국 A급 랭킹 5위.


자신은 그 커리어를 최고의 자부심으로 여겼고.


그 자부심을 많은 사람 앞에서 떠들어대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교사들이었기에, 그것은 예상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교장이.

단 2분 만에 자기자랑을 끝냈다.

아니, 끝내지 못하고 도망친 것이 더 가까운 표현이라 생각이 들 정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변과 교장의 불안함에 대한 근원지는 분명 유성이라는 선생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대체 왜 저런 신입 교사에게....”

“안 봐도 뻔하지. 인정하긴 싫지만, 교장의 무투는 S급한테도 통할 정도야. 그러니 교장 선생님이 힘 때문에 눈치를 볼 리는 없으니까, 답은 하나지.”


교사들의 시선이 은색 장발을 가진 B반의 담임에게로 쏠렸다.


“교장도 닿을 수 없는, 권력이 뒤에 있는 거야. 예를 들면 대통령....”


교사들의 표정이 파리해졌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 왜냐하면 그 유성이란 선생 실실 웃는 게, 누가 봐도 약해 보이잖아.”





딱딱딱딱!


초록 칠판 위로, 하얀 분필이 움직인다.


마나와 마력.

게이트와 각성자.


그것이 나타난 뒤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했다.


전기가 발명되고, 비행기가 발명되고, 스마트폰이 발명 되어, 인류의 발전이 가속화 된 것보다 더욱 빠르게.


기존의 상식을 뒤바꾸고.

기존의 부와 권력도 뒤바꾸고.


몬스터와 각성자는 만화처럼 순식간에 세상을 바뀌게 했다.


그럼에도.


“이건 그대로네.”


초록 칠판 위로 쓰여진 하얀 글자.


[유성]


유성이 분필을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게이트에서 발견된 마나석의 힘으로, 문명은 25세기에나 나올 것 같은 스크린의 전자장치를 얻었지만.


이곳.

그러니까, 유성이 서 있는 교실의 칠판만은 유성이 이세계로 끌려가기 전 그대로였다.


가볍게 미소를 짓던 유성이 몸을 돌렸다.


목재로 만든 교탁에 양 손을 얹은 유성.


그의 입 꼬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얼마나 이 날을 고대했던가.

늑대울음에 잠 못 들고, 오크들의 공격에 부리나케 달리면서, 나아가 대륙의 강자들과 마왕들과 생사를 건 결투를 하면서.


살아남으려 했던 이유.

알카서스를 통일하고, 3신을 자신의 제자로 만들어 계도하고.


대륙 최고의 보물과 드래곤의 피로 얻은 영생을 포기하면서도.


지구로 귀환한 이유.


‘은호야.’


세상 전부를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제야.....

이제야 출발선에 서게 된 유성이었다.


“안녕. 오늘부터 2학년 A반의 담임을 맡게 된 유성이다. 잘 부탁한다.”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눈치를 보다, 손을 들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이들도 이 상황이 낯설 것이다.

갑자기 담임이 바뀔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들이 큰 의구심을 갖지 않고 크게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아침의 일 덕분이리라.


태운고가 헌터 아카데미가 된 이래 한 번도 없던 일.


바로 교장의 긴 자기자랑 시간을 스킵 해버린 그 일이 유성의 첫 인상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호의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지.


유성의 시선이 박수를 치며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훑었다.


익숙한 얼굴이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이 새로운 얼굴들이었다.


2학년 A반의 총인원은 30명.


남자 20명. 여자 10명.

생김새는 모두 달랐지만, 지어진 표정만으로도 유성은 이 반의 생태계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태운 고등학교의 클래스는 등급으로 반을 나누지는 않는다.


몇몇 헌터 아카데미는 등급별로 반을 나누는 곳도 있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헌터 아카데미는 그러지 않았다.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 군대의 계급별 생활관의 전처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계급을 나누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인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학생들의 학급 배정은 등급을 상관하지 않고 모두 골고루 반을 배정했다.


그러니까, 공무원답게.

표면적으로는.


어차피 인간이란 족속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인류라는 것이 시작된 이래.


한 장소에 사람이 모이면.

언제나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인 것이다.


지능이 발달한 인간이든.

야생성이 발달한 짐승이든.


무리를 짓게 되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급이 나뉘게 된다.


강한 개체와 약한 개체.

먹이 분배부터, 생활. 그리고 여유.


그 차이는 생명이 시작된 이래 계속 이어져 온 자연의 섭리이다.


그리고 그것이, 유성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왼쪽 창가의 끝.

혼자만 다른 공간에 앉아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진호.


그리고 반의 맨 뒷자리.

날선 눈으로 유성을 노려보고 있는 학생들.


얼마 전 진호를 괴롭혀 사랑의 딱밤을 날려 준, 3인방.


강태욱. 김찬솔. 김민준.


아마 이 반에서 가장 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녀석들일 것이다.


여기까지가 오늘부터 담임을 맡았지만, 유성이 얼굴을 익힌 학생들이고.


나머지.


신기한 듯, 커다란 눈동자로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황색 눈동자의 여학생.


새로운 선생의 등장에도 관심이 없는지,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보라색 머리칼의 남학생.


머리스타일마저 똑같은 쌍둥이 남학생.


그리고


“호오.....”


눈에 띄지 않게 모든 것을 평범하게 꾸며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모범생 스타일의 남학생이 유성의 흥미를 끌었다.


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반에 오길 잘했다고.

진호와의 인연.

은호와의 약속.

강태욱과 패거리들의 계도.


저마다 제 나이대의 고민과 사연을 품고 있는 듯 한 얼굴들의 학생들.


그리고 마지막 뭔가를 숨기고 있는 모범생까지.


“갑자기 담임이 바뀌게 돼서 놀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 담임 선생님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내가 꼭 이 반을 맡고 싶다고 건의했어. 그래서 전 담임 선생님이 흔쾌히 받아주시고 1학년 담임으로 이동해주셨다.”


100년 동안 가슴 속에만 품고 있던 제자와의 약속.


“헌터 아카데미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교사 일을 해왔다. 너희들의 학업에는 절대 지장을 주거나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억지로 친해지자 고도 안 할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즐겁게 일 년 동안 잘 지내보자.”


지금부터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


“대신 딱 한 가지. 선생님의 철학이 있다. 2년 아니, 100년 전부터 이 말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렸어.”


그러기 위해 우선 첫 번째로 유성이 해야 할 것은.....


“내 반에 왕따는 없다.”


유성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왕의 기운이 활성화 됩니다.]


교실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표정과 정신이 무너져갔다.


“당장 대련실로 뛰어, 뒤지기 싫으면.”





작가의말

즐거운 한가위 보내셨나요? ㅜㅜ

휴재해서 죄송합니다.


지금부터는 달리시죠!

매일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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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태운 고등학교 +2 24.09.07 684 15 11쪽
6 복직 +2 24.09.06 775 13 12쪽
5 제안 +2 24.09.05 762 12 14쪽
4 대한민국 첫 번째 귀환자 +2 24.09.04 832 12 14쪽
3 신기한 어른 +2 24.09.03 876 15 11쪽
2 귀환 +2 24.09.02 1,066 16 12쪽
1 지옥 +2 24.09.02 1,331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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