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가 참교육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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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선
작품등록일 :
2024.09.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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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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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DUMMY


북한산 인근.


허공이 갈라지며 균열이 생겼다.


이제는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차원문.


공간이 갈라진 그곳에서 유성이 걸어 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나무뿐. 지구로 돌아왔다는 것이 한눈에 느껴질 만한 풍경은 아니었다.


지금 유성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알카서스 대륙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유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는 100년 동안 지내던 알카서스 대륙과 이곳이 전혀 다른 차원이란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100년 동안 채득한 감이었고. 투신이라 불리며 쌓아 올린 경험의 집합체였다.


“돌아왔다....”


눈물이 왈칵 터져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아냈다.


너무도 오래 걸렸다.

급작스럽게 이세계로 끌려가고 꼭 100년이 되던 해였다.


유성은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야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들뜬 기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토록 바랐으니까.


이름 모를 괴물에게 공격받고. 늑대울음 소리에 잠 못 이루며.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마지막에 가서는 투신이라 불리며 대륙 전체를 통일하였지만, 그 긴 시간 중 결코 쉬웠던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기뻤다.


살아서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되어서.


목숨보다 중요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서.


“은호야....”


100년이란 시간 동안 입 밖으로 내뱉지 않던, 속으로만 삭이던 그 이름을 오랜만에 불러 보았다.


우선 제자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자가 옥상에서 떨어진 순간 이세계로 끌려가 버려, 그의 장례식은 물론이고 무덤에도 한 번 가보지 못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시간은 그대로인가? 대륙에서처럼 지구도 100년이나 흐른 건 아니겠....”


몸을 돌리던 유성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시야로 들어온 한 사내 때문에.


빼곡하게 자신을 드러내던 나무들 사이.


허공으로 길게 뻗은 산의 마지막 땅.


앳된 사내가 낭떠러지 끝에 서 있었다.


순식간에 온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끼는 유성이었다.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덮쳐왔다.


특히 너무도 또렷한 한 사건이 스멀스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100년이나 이세계에서 구른 유성이었다. 투신이란 칭호를 얻기까지 쉽게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많은 일들도 있었고.


그래서였을까.


육체는 어색했지만, 정신은 아니었다.


꽈득.


유성이 강하게 어금니를 부딪쳤다.


예전의 트라우마로 잠시 굳어졌던 육체를 억지로 각성시켰다.


‘정신 차려라. 그때와 똑같다면 돌아오지도 않았다.’


유성이 천천히 다리를 움직였다.


낭떠러지 끝에 겨우 매달려 있는 남자에게로.


저벅저벅.


유성의 발소리가 울리자, 낭떠러지 끝에 서 있던 남자의 몸이 돌아섰다.


유성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인인 줄로만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교복, 그것도 자신이 알고 있는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이었다는 점과.


정말로 생과 사. 마치 자신의 목숨을 저울질하고 있던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차게 떨리던 유성의 눈이 잠잠해지자,


정확히 들어왔다.


울고 있는 학생의 얼굴이.


“......”


눈물 콧물 범벅이 된 학생도 유성을 발견한 건지, 조금은 표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뭐야, 당신... 이 시간에 사람이 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학생의 목소리에 유성은 몇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저 아이가 몇 번이나 이곳에 왔었다는 것과.


그때마다 아마....


“왜 죽으려고 하지?”


유성의 목소리에, 이번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대체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숨기려는 의도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로 절박한 거겠지.


그렇기에 이번에는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이었고.


“뭐, 상관은 없지. 근데 그냥 지나 칠만한 상황은 아니잖아? 눈앞에서 학생이 자살하고 있는데.”


자살이란 단어에 학생의 입술이 떨려왔다.


그러나 그는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다.


“......”


얼굴빛만 더 파리해져 갈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위험하니까 이리로 와라. 거기 위험해.”


유성이 한 발자국 내밀자, 학생의 발이 뒤로 물러났다.


투둑...


뒤로 밀려난 발에 치였는지, 작은 돌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유성의 눈썹이 사선을 그렸다.


“뭐하는 거야, 위험하다니...”

“뭔 상관인데!”


감정의 일그러짐을 표출하던 유성의 눈썹이 학생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호를 그렸다.


“학생이 죽던 말 던. 처음 본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


유성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제발 좀 그냥 지나가! 오지랖 부리지 말고!”


교복을 입고 있으면 반항력이 플러스 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때는 누구의 말도 듣기 싫고.

옳은 소리도 잔소리로만 들릴 시기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학생의 고함은 그것을 넘는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었다.


작은 울분 속에 담겨 있는 무언가.


아마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을 테지만,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른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여전히 유성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구겨진 학생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격정적인 울분을 쏟아내던 학생이 조용해진 유성을 눈에 담고는,


입술을 짓이겼다.


“칫.”


학생이 혀를 한 번 차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이 어색한 분위기와 마주하고 있는 유성을 밀어내기 위해.


“어른들은 다 제멋대로야. 정작 필요할 때는 등을 돌리고서는....”


그것은 분명 혼잣말이었다.


떠오르는 태양에도.

불어오는 바람소리에도 묻힐 만큼 아주 작은 혼잣말.


그러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잡아먹힐 정도로 작은 그 혼잣말에 담긴 것은.


어쩌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끙끙 앓고만 있던.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이 아이의 진심이리라.


표정이 사라졌던 유성의 얼굴에서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백 년.


너무도 길었던 그 백 년 동안.


맨손으로 드래곤도 잡을 만큼 강해지고. 혼자의 힘으로 왕국을 괴멸시킬 정도로 강해진 유성이었다.


그러나 그런 힘보다.

인간을 초월한 아득한 강함보다.


유성이 더욱 크게 배운 것이 하나 있었다.


“어이, 꼬맹이.”


굳게 다물어져 있던 유성의 입이 떨어졌다.


그 소리에, 학생의 고개가 반쯤 뒤로 움직이고.


마주한 시선 사이로 태양이 떠올랐다.


“어른만 제멋대로가 아니야. 너도 마찬가지야.”

“당신이 뭘 안다고 그딴 소리를 해!”

“모른다. 아니, 안다고 해도 난 똑같이 말했을 거야. 남 탓이나 하면서, 패배자처럼 낭떠러지에서 떨고 있는 놈을 보면.”


빠직.


“오지랖 그만 부리고 꺼지라고! 당신 없어도 이미 힘들어 죽겠어!”


학생의 몸 주위로 마기가 끌어 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증가한 마기가 발화해 시야에 보일 정도로 아우라를 만들어 냈다.


‘호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 불 듯 입술을 내밀었다.


아직 영글어지지 않긴 하다만 꽤 강하고 농도 짙은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녀석이 왜, 죽으려 하는 거지라고.


“너, 왜 그런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죽으려 하는 거냐.”

“강하다고... 내가...?”


유성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유성은 확실히 보았다.


학생의 표정이 흔들리는 것을.


“설마 너 자신이 강하다는 것도 모르는 거냐?”

“이상한 소리 그만해! 강하긴 뭐가 강해! 맨날.... 맨날.... 놈들한테 당하기만 하는데....”


흔들리던 동공이 아래로 축 쳐졌다.


시선을 내리 깔은 학생의 두 주먹이 흔들리고 있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유성은 나름대로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놈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들한테 당하고 어른들이 몰라준다고 죽으려 한 거냐? 바보 같이?”


꽉.


부들대던 주먹에 핏대가 올라왔다.


“아까부터 다 안다는 듯이 지껄이지 좀 말라고. 내가 아침마다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오는 지 당신이 알아! 매일 아침마다 여기에... 여기에서....”


주먹의 떨림이 어깨로 옮겨져 간 것처럼 학생의 어깨가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유성이 빠르게 눈알을 움직였다.


낭떠러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에 그을린 자국이 보였고.


학생의 교복 상의 곳곳이 젖어 있는 것이 보였다.


발악의 흔적.

아니, 처절한 몸부림.


그것을 발견한 유성이었다.


그렇기에 몇 번이고 생각한 그 말을 이제야 할 수 있었다.


“야, 꼬맹이.”


유성의 입 꼬리가 천천히 들렸다.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때는 정말로 허울뿐인 이름이 아닌.


진짜 선생이 되겠습니다.


진심이라는 무기를 가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런 선생이.


씨익.


“뛰어.”


유성의 목소리 뒤로 정적이 찾아왔다.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움직임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특히 마주하고 있던 학생의 눈동자는 쉬지 않고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뛰라고, 죽고 싶다며.”

“.....”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학생의 표정.


그러나


“네가 그랬잖아. 정작 필요할 때 등을 돌렸다고. 그러니, 난 똑똑히 지켜 봐줄게. 어른으로서. 그리고 선생으로서.”

“무슨 개 소리를....”

“뛰어! 어리광 그만 부리고!”


유성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잡아먹었다.


태양빛에 잡아먹히던 어둠도.

아침을 맞이하던 새소리도.


학생의 표정마저도.


정적이 이어졌다.


큰 충격을 받은 건지. 학생은 혼이 빠진 사람처럼 굳어 버렸다.


처음으로.


진심으로 자신을 혼내고 있는 한 사내에게서 눈을 돌리지 못한 채로.


그리고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혼잣말이 이어졌다.


“네가 정말 죽고 싶다면 말이야.”


마주하고 있던 유성의 시선이 천천히 나무로 향했다.


겉면이 까지고, 그을려 있는 나무기둥으로.


유성은 알고 있다.


죽고 싶은 놈이 절대 노력이란 것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아마 저 학생은....


저 학생이 듣고 싶은 말은....


혼이 빠져버린 학생을 향해 유성이 입을 벌리려 했다.


“너 사실....”


그때.


쿵!


“꾸에에엑!!!!”


땅의 울림과 엄청난 울음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유성의 몸이 빠르게 돌아섰다.


“어라... 드레이크가 왜....”


급작스럽게 나타난 괴성의 주인공은 드레이크였다.


알카서스 대륙에서도 삼신이라 불리는 유성의 제자들을 제외한다면 꽤 상위에 있던 몬스터.


그렇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저런 상위 몬스터가 이곳에 나타난 건지.


현실에 게이트가 나타났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몬스터가 밖으로 튀어나오지는 않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뭐야... 오늘 대체 무슨 날인데. 던전브레이크도 아닌데 어떻게 몬스터가 튀어 나오는 거야....”


상황이 상황이었는지.

혼이 빠져 있던 학생이 어느새 정신을 차린 채 드레이크를 눈에 담고 있었다.


학생의 말로 보아 이 현상이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음?


드레이크를 눈에 담던 유성의 머릿속으로 귀환 직전 대마법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명심해. 돌아가자마자, 차원문 닫아야 한다. 안 그러면....’


“무지막지한 것들이 넘어 올 거라고 했었지?”


유성의 시선이 드레이크의 뒤쪽으로 향했다.


자신이 알카서스대륙에서 지구로 넘어올 때 사용한 차원문.


지지직-


제때 닫지 않아 폭주를 일으킨 것인지, 표면이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었다.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리던 유성이 입술을 쩍 붙였다.


자신의 실수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음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쿵! 쿵! 쿵!


“꾸에에엑!!!!”


커다란 입을 벌린 채 드레이크가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야 쫄지 마, 별거 아니야. 괜히 뒷걸음 치다...”


유성이 뒤쪽에 있는 학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라?

어디 갔어?


그러나 곧이어 울린 소리에 유성의 의문은 해소되었다.


“으아악!”


유성의 시선으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 들어왔다.


“진짜 뛰어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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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폭력 +2 24.09.10 586 18 11쪽
7 태운 고등학교 +1 24.09.07 613 14 11쪽
6 복직 +1 24.09.06 695 12 12쪽
5 제안 +1 24.09.05 673 11 14쪽
4 대한민국 첫 번째 귀환자 +1 24.09.04 735 11 14쪽
3 신기한 어른 +1 24.09.03 768 14 11쪽
» 귀환 +1 24.09.02 92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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