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가 참교육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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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선
작품등록일 :
2024.09.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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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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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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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기한 어른

DUMMY

죽음은 언제나 삶보다 가볍다.




결국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 되었구나.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 하는 것보다,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안도감이 정신을 지배해갔다.


인간은 중력을 거스를 수 없기에, 내 몸은 빠르게 낭떠러지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각성을 하긴 했지만 가장 낮은 D급이고, 공중 능력자도 아니었기에 아마 이 정도 높이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이란 것을 알아서일까?


마치 시간이 느려지기라도 한 것처럼 허공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많은 매체에서 죽기 바로 직전이 되면, 주마등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는데.


나도 그 상태가 오려는 걸까?


아니면 생의 마지막이기에 지금까지와 다른 유예시간을 주는 건가.


스스로 자문자답을 하며 그렇게 신이 허락한 마지막 시간에 나를 맡겼다.


언제나 도망만 치던 나는.


마지막이 돼서야,


처음으로 나의 지난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안쪽의 검은 세계.

나만 볼 수 있는 그 세계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지옥이 시작된 게.’


2년 전. 형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였나.


아니면, 형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같은 학교에 지원하면서였나.


그것도 아니라면....


퍽!


“너희 형 뒤진거랑 우리형이랑 무슨 상관인데.”


아마 대한민국의 미래라 불리는 유망주 녀석에게 찍혔을 때부터겠지.


“D급 새끼가 같은 반인 것도 짜증나는데. 자꾸 거슬리게 하네?”


아마 그때가 맞을 것이다.


내 생활이 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어른을, 선생을 믿지 않기 시작한 것이.


“뭐? 말조심해 인마. 친구끼리 좀 다툰 거 가지고 고소는 무슨. 그리고 너 아무리 학생이더라도 각성자 등록도 안한 놈이 힘을 쓰면 범죄라는 거 몰라?”

“힘을 쓴 게 아니라, 먼저 맞아서 정당방위를...”

“정당방위고 뭐고. 너 이번 한 번만 봐줄 테니까, 태욱이한테 가서 사과해. 태욱이가 착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 A급인 태욱이가 참았지, D급인 네가 참았겠냐?”


선생이라는 사람이.


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거지.


양쪽 모두의 말을 듣지도 않고.


내가 잘못한 것으로 이미 결정이 난 거지.


맞은 건 난데.

괴롭힘 당한 건 난데.


왜 나만....


“태욱이 아빠가 헌터 협회 간부라서 그런 겁니까?”


그것이 부당함에 대한 내 용기였다.


그러나


짝-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특별 입학 주제에.”


이날 난 처음으로 선생에게 맞았고. 어른의 손이 조금 더 단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부어오른 뺨보다 깊은 곳이 시려 잠을 자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내 학교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처럼 변했다.


선생들에겐 고문관 같은 시선을 받았고.


다른 학생들에겐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기피대상이 되었다.


잘못한 것 없는 문제아.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존재.


그것이 입학 한 달 만에 박힌 나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으면, 그 정도였으면 그나마 버틸 수 있었으리라.


내가 정말 버티기 힘들었던 건.


“그거 들었어? 저번에 왔던 진호란 애 있잖아.”

“최 선생네반? 그 태욱이한테 자꾸 시비 건다는 아이?”

“그래. 그게 사실은....”

“진짜? 태욱이가 아니라 진호 말이 사실이었다고?”

“쉿, 쉿! 이 사람아. 목소리가 너무 커.”

“뭐 어때. 어차피 수업시간이라 옥상에 학생이 있을 리도 없는데.”

“그런가? 아무튼 태욱이 자식 깔끔한 이미지였는데, 무서운 놈이었어.”

“원래 있는 집 자식들은 그렇게 가면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어차피 상관없잖아? 진실이 뭐든 간에.”

“하긴 그렇지. 어차피 학교에 붙어 있으려면 우린 태욱이 편 들어야지.”


어른이란 다 이런 생물이다.


진실보다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한 존재들.


약자의 편에 서라 가르치지만, 정작 자신들은 누구보다 이기적이게 실리를 따지는 부류.


그게 내가 본 어른이었고,


선생이었다.


“선생들 따위 필요 없어. 처음부터 내 힘만으로 형의 죽음을 밝히려고 했잖아.”


약해지지 않으려 했다.

나에게는 목표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학교라는 곳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돈을 벌고.


서로 다른 인격체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고.


그 무리가 한데 뒤섞여 사회를 떠받치는.


그런 구조.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자아가 제대로 확립되기 전에 겪는 학교라는 곳은.


조금 달랐다.


가장 보호 받아야할 존재들이 있는 그곳이 사회보다 더욱 치안이 좋지 않았고.


규정된 법과 질서가 존재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사회와 다르게,


학교라는 곳은 마치 다른 세상인 것 마냥 그 어떤 법과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정글 같았다.


아니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


법과 질서가 아닌.


보이지 않는 힘과 질서가 있는 거겠지.


오히려 양육강식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이 학교이리라.


그렇기에, 힘이 있는 놈들은 학교를 미래의 자양분이라 하고.


힘이 없는 존재들은 훗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


라고 학교를 부르는 거겠지.


당연히 나에게 학교는 후자였다.


일반 학교도 정글 같은 곳인데, 내가 다니는 곳은 헌터 아카데미.


아직 어른들의 법과 질서도 제대로 확립 되지 않은 이례적인 공간.


그렇기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일반 학교보다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내가 한 달 만에 친구 하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 그 증거일 테지.


그래도 버텼다.


뒷배 좋은 헌터 협회 아빠를 둔 학교의 자랑에게 매일 같이 얻어 터져도.


사실 그 놈이 나쁜 놈인데, 점점 더 그 놈 평판은 좋아지고.


정작 피해자인 나는 매일 같이 소문이 안 좋게 나도.


하나 만을 생각하며 버텼다.


형의 죽음을 꼭 밝힌다.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었다는 것을.


형의 발로 뛰었어도, 보이지 않는 손이, 괴롭힘이 마지막에 형의 등을 밀었음을.


그것을 꼭 밝히고 싶었는데.


그랬는데 왜...


눈꺼풀 안쪽으로 보이던 검은 세계가 점점 사라져 갔다.


천천히 눈이 떠졌다.


나도 모르게 뿌옇게 된 시야.


흐릿한 시야 사이로 매일 같이 내가 서 있던 낭떠러지가 보였다.


그런 단단한 나였는데, 왜 일 년 만에 저런 곳에서 매일 같이 자살을 생각하게 된 걸까...


형의 죽음을 밝히려고 내가 선택한 길이었는데 왜.


나는 형과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남겨진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죽은 형을 향해 욕을 퍼부었는데 왜.


나는....


어머니의 심장에 두 번째 못을 박고 있는 것일까.


수많은 감정이 요동쳤다.

어떤 것은 바늘보다 날카롭게 심장을 찔렀고.


어떤 것은 아픔이 끝났다는 위로의 손길을 보냈다.


죽음이란 이런 건가 싶었다.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편안한.


정확히 말하지 못할 그런 감정.


그럼에도.


이제는 거부할 수 없기에.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 년이나 괴롭힘을 받았으니까.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이 지옥이었으니까.


그래, 난 잘 버틴 것이다.


꽈득.


“나는.... 사실.....”


한 명만 손을 내밀어 줬어도.

단 한 명만.


하다못해 내가 가장 싫어했던,


선생. 어른.


그들이 손을 내밀어줬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뛰어.’


왜 마지막에 생각나는 것이 그 사람일까.


오늘 처음 본.

이름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 저 낭떠러지 위에 있는 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걸까.


어쩌면 지금까지 만났던 어른들과 전혀 다른 사람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귀찮음에 내 눈을 피하기만 바빴던 다른 선생들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똑바로 봐준 사람이서 그런 걸지도....


눈물이 터져 버렸다.


“왜 이렇게... 늦게 나타난 거야.”


신이 허락한 시간이 다 돼서 일까.

아니면, 숨겨왔던 진심을 말해서 일까.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던 시간이 돌아왔다.


빠르게 추락하는 것이 생생히 느껴졌다.


그 말은.

이제 땅에 처 박혀 죽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후회한다.

지난 시간을.


후회한다.

조금 더 버티지 않았음을.


후회한다.

저 곳에서 떨어진 것을.


왜냐하면.

나는 사실.


“아직.... 아직....”


이 말을 꺼내봤자,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에게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 바뀌지 않는다.


알고 있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마 형도 이 말은 내 뱉었을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자살을 선택한 사람도.


마지막. 마지막에까지 다다르면.


아마.


“사실 죽고 싶지 않아! 누가 좀... 살려 줘요!”


자신의 진심을 알게 되니까.


.

.

.


턱.


떨어지던 몸이 순식간에 중력을 거슬렀다.


“.....”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거봐, 너....”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그러나 잊히지 않는 목소리.


단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봤지만.


아마 평생 잊지 못했을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내 시선이 움직였다.


미소가 보였다.

아니, 익살스러운 웃음.


유일하게 내 눈을 피하지 않던.

작은 흔들림 없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올곧은 눈동자를 가진,

진짜 어른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씨익.


“사실 살고 싶잖아.”


어느새 어둠을 완전히 몰아낸 태양.


웃고 있는 유성이란 남자의 얼굴 옆으로 눈이 뒤집힌 드레이크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상한 사람이다.


어른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오면 숨어버리고. 어린애라고 무시만 했는데.


이 사람은 지금.

나를 구하기 위해.


저 낭떠러지에서 뛰어 내렸다.


이상하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어른과 달랐다.


내가 아는 어른들은 거짓말쟁이였는데.


엄마마저도.


이 사람은....

이 사람은....


‘네가 그랬잖아. 정작 필요할 때 등을 돌렸다고. 그러니, 난 똑똑히 지켜 봐줄게. 어른으로서. 그리고 선생으로서.’


자신의 말을 지켰다.


“으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터져버린 울음에도.

시선만은 돌리지 않았다.


“많이 울어둬, 꼬맹이. 이제부터는 울 일 없을 테니까.”


처음으로 믿고 싶은 어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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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한 어른 +1 24.09.03 76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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