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가 참교육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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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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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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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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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DUMMY


귀환자의 목소리가 울린 뒤,


순식간에 길드장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마치 공간이 바뀐 것 같은 기분.


숨이 턱 막히는 밀림 한가운데 떨어진 것도 같았고.


중력의 힘이 지구보다 몇 배나 강한 어딘가로 이동한 것도 같았다.


유성을 제외한 인원들 모두 이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유성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부 길드장 이시왕과 비서 김준은 숨 쉬는 법을 까먹기라도 한 듯 얼굴빛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고.


책상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브로스 길드장 조상근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감정에 더더욱 놀라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S급 던전에 들어갔을 때에도.

지금은 접근 금지 지역이 된 연천의 던전 브레이크 때에도.


조상근은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아무리 각성자라 해도, 완벽히 감정을 조절할 수는 없었다. 그들도 분명 인간이었기에.


그러나 평범한 각성자와 달리 S급 정도 되면, 두려움과 공포 같은 감정들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확연히 비교 될 정도로 무뎌지게 된다.


너무도 멀어서.

쉽게 와 닿지 않아서.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상황이 이제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되었다는 것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정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무뎌진 정신을 나무라는 듯이.

너무도 강해져버린 육체에 찌들어버린, 정신에게 애원하듯이.


위험하다고.

도망치라고.

살고 싶다고.


꿀꺽.


굳어버린 몸과 다르게 조상근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생존본능.


그것은 야생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던 사자가 처음으로 공룡을 만났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으!”


짧은 신음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유성의 시선이 소리의 근원지로 움직이고.


그제야 고통에 자세가 무너진 진호의 모습을 발견했다.


짧게 혀를 차는 소리 뒤로, 유성의 굳은 표정이 풀어졌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길드장실을 중력처럼 누르던 무거운 압박감이 사라졌다.


압박감이 사라지기 무섭게 진호 뿐 아니라, 이시왕과 비서의 입에서도 가쁜 숨이 튀어 나왔다.


“하- 하... 하...”


조금씩 돌아오는 혈색.


“이 아이한테 감사해. 이 아이 없었으면, 너희들 다 살아서 이 방 못 나갔을 테니까.”


귀환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조상근이 가장 잘 느끼고 있었으니까.


정신계 스킬?

공기를 사라지게 만드는 결계술?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에 준하는 아니, 그보다 더한 무언가가 방금 전까지 이 방을 가득 채웠다.


이상한 것은, 귀환자는 마력을 끌어올린 기척도 스킬을 사용한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


귀환자의 말로 미루어 볼 때 무언가 하긴 한 것 같은데, 방금 전까지 이 방을 채우던 그 무언가가 대체 어떤 것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조상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노로 인해 패시브 스킬, ‘왕의 기운’이 활성화 됩니다.]


유성의 시야에만 보이는 창.


‘이 ’왕의 기운‘인지 뭔지는 아무리 해도 조절이 안 되네.’


손을 흔들어 눈앞의 상태창을 치워 버린 유성이 돌처럼 굳어 있는 브로스 길드의 길드장 조상근을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똘마니들 교육 잘 시켜. 한 번만 더 선생을 무시하는 발언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그때는....”


분명 뒷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전부 그 뒷말을 똑똑히 가슴에 새겼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던 조상근의 시선이 움직였다.


얼굴색이 돌아와 이제야 허리를 곧추 세우고 있는 이시왕과 비서에게로.


마지막에는, 다시 유성에게로.


“똘마니가 아니다. 내 가족들이다.”


물러섬 없는 목소리.

그리고 묵직한 눈동자.


유성에게도 세상보다 소중한 것이 있듯이, 조상근에게도 눈앞에 두려움보다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있었다.


그 눈동자를 발견한 유성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유성은 그 눈동자를 알고 있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아니. 이미 목숨이 중요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가장 많이 보던 눈동자였으니까.


대게 저런 눈을 가진 놈들은.


“딱 하나, 마음에 드네.”


계도할 필요가 없는 놈들이더라.


“똘마니라 말 한 건 사과하지. 통일 시킨 나라 중에 대부분이 깡패 같은 놈들이라서, 버릇이 됐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표정에 이시왕과 비서가 눈치를 보고 있던 찰나.


“저.... 죄송한데. 저 이제 학교 가야 할 시간인데....”


길드장 실에 있던 모든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태운고의 심벌이 박힌 교복이 보이고.


그 위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으면서도 불안한 듯 눈치를 보고 있는 앳된 얼굴이 보였다.


아까와 다른 의미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진호를 중심으로 이어지던 정적이 이번에는 긴 시간 침묵을 유지하던 비서의 목소리에 깨졌다.


“귀환자님과 함께 온 학생이죠? 학교는 걱정 마세요. 학교에는 저희가 공문을...”


비서가 진호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 번에 이해되도록 빙빙 돌리지 않고 간결하게 진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성이 팔짱을 끼며 턱을 쓸었다.


진호의 한 마디에.

문득 떠올랐다.


‘현실에서 2년이나 지났는데, 나 아직 선생인가....?’


유성이 이세계에서 보낸 100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실에서의 2년.


아무리 특수한 일이 있었다고 해도.

2년이나 출근을 하지 않은 사람의 자리를 그대로 유지 시키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유성의 입매가 일자로 굳었다.


무엇이든 다 이루어졌던 알카서스 대륙과 달리 이곳은 지구였다.


이곳만의 룰이 있고, 질서가 있는.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알카서스에 있을 때와 달리, 이곳 사람들이 정한 최소한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다 죽일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다시 학교로 가야 한담...”


혼잣말을 내뱉던 유성의 시선이 움직이다,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상근의 시선과 허공에서 마주쳤다.


여기는 대한민국 톱3라 불리는 브로스 길드.

눈앞에 있는 자는, 그곳의 길드장이자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강한 헌터....


유성의 입꼬리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너희랑 계약은 안 할 건데 말이야....”


깜빡깜빡.

귀환자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울수록,


“우선은 나와 좋은 관계 유지하고 싶겠지? 나중일은 모르는 거니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패왕인지 머시기 계약금이 1000억이라고 했나? 어쩌면 1000억 보다 지금 나한테는 이게 조금 더 마음이 움직일 것 같긴 한데 말이야...”


하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함보다 조상근은 귀환자의 입에서 나오는 저 동아줄에 손을 뻗고 싶었다.


혹시 모르니까.


“원하는 게 뭡니까....”


유성의 시선이 진호가 입고 있던 교복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가슴팍에 박힌 태운고의 심벌로.


씨익.


“나 복직 좀 시켜줘.”


유성의 얼굴에, 알카서스 대륙에서 고래를 잡았을 때 짓던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브로스 길드 사옥을 나온 유성과 진호.


“그럼 이따 보자.”


유성의 목소리에, 브로스 길드에서 마련해준 차량에 탑승하려던 진호가 놀라 물었다.


“아저씨... 아니. 귀환자님도 학교로 가시는 거 아니었어요?”

“귀환자님은 무슨. 아까부터 자꾸 착한 학생 코스프레하네. 그냥 선생님이라 불러.”

“네.... 그런데 차 안타면 어떻게 가시려고요? 학교까지 걸어가긴 좀 먼데.”

“날아서 가려고 한다, 왜?”

“선생님, 비행 능력도 있어요?”

“이거 이제 학교 가서 장난도 못 치겠네.”


얼굴이 붉어진 진호가 입술을 일자로 굳혔다.


함께 태운고등학교로, 가기로 했던 부 길드장 이시왕이 유성을 향해 물었다.


“학교로 가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런 줄 알고 함께 하는 거였는데.”


긴급으로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지만, 교장에게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브로스 길드장 조상근은, 길드를 대표해 이시왕을 태운고에 보내는 선택을 했다.


오늘 당장 부임은 아니더라도.

귀환자가 빠르게 학교로 복귀하는 것을 원했기에.


그렇기에 업무들을 뒤로 한 채, 이시왕이 함께 동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걱정 마. 차량이 학교에 도착할 때 까지는 가도록 할게.”


무언가를 떠올린 이시왕이 표정을 굳히고는 입을 떼었다.


“그곳에 들리려고 하시는 겁니까?”

“.....”


유성이 잠시 침묵하자,


두 사람과 달리 그곳의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한, 진호가 유성과 이시왕을 번갈아 보았다.


그렇게 잠시 더 침묵이 이어지고.


“가야지. 원래는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들렸어야 해.”


유성이 맑게 갠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시왕이 멈춰진 차량에 탑승했다.


“타시죠, 진호군. 금방 오실 겁니다.”


유성을 눈에 담던 진호가 차량에 탑승했다.


하늘을 눈에 담던 유성의 시선이 다시 아래로 내려옴과 동시에 진호와 이시왕을 태운 차량이 출발했다.


길드 본부에서 점점 멀어지는 차량.


차량을 눈에 담던 유성이 천천히 다리를 움직였다.


마치 군대의 위병소처럼 본부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브로스 길드의 초병들.


이미 보고를 받은 뒤였기에, 초병들은 유성에게 시선만 둘 뿐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윽고 유성이 그들을 지나치고.

본부를 보호하는 베리어 밖으로 나왔을 때.


“술이라도 사가야 하나.... 나 때문에 평생 술 한 잔 못 먹고 갔는데....”


유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현실에서는 2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성에게는 100년이 흘렀다.


그렇게

유성은 너무도 늦게 제자를 만나러 납골당으로 향했다.




브로스 길드 최상층.

귀환자가 떠난 길드장 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자네야말로 고생 많았어.”

“그런데 길드장님. 왜 그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신 겁니까? 학교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납골당의 위치는....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기만 하면 저희를 이용할 수도....”


비서를 향하던 조상근의 눈동자가 창밖으로 향했다.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나. 이용한다는 걸 안다 해도 이용 당해야 해. 그렇게라도 나는 저 귀환자의 곁에 있어야만 하네.....”


비서는 더는 묻지 않았다.


창밖을 비친 조상근의 얼굴에 짙은 수심이 끼어 있었다.

지이잉-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에 진동이 오기 시작했다.


“걱정 말게. 그는 어차피 움직이게 되어 있어. 강한 힘을 가진 자일수록 대의가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니까. 대통령처럼...”


안타까움에 물든 비서의 눈동자를 뒤로 한 채, 조상근이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연구센터 김규일 팀장]


- 형 어떻게 됐어? 계약하기로 했어? 내가 형네 길드로 보내려고 혼신의 연기를 얼마나 했는데. 암튼, 내 노력을 봐서라도 대통령이랑 협회에 뺏기면 안 돼.


문자를 모두 확인 한 조상근이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비서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그런데 협회에 보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을 말이지?”

“귀환자와 있던 일 모두요.”

“정식적인 보고는 우선 보류하지.”

“왜죠? 원래라면 각성 등급 확인부터 하고, 메스컴에도 흘려야 하는 게 정석인데요. 그래야 국민들의 지지도 얻고 세계적으로도 국력이....”

“그가 원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끝까지 숨기겠다는 건 아니야. 천천히 가자는 거지. 그리고숨기겠다고 숨길 수 있겠나?”


주어는 없었지만,비서는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귀환자들보다 더 강한,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전세계 1등인 로마 아카데미에서 교사를 해도 사람들이 욕을 할 텐데.”

“.....”

“어차피 그는 학교에 얼마 있지 못할 거야.”


대한민국 랭킹2위.

브로스 길드장.

S급.


최고라는 수식어만 따라오던 조상근이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왕... 아니, 신조차 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왜 선생을 하겠어. 선생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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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직 +1 24.09.06 695 12 12쪽
5 제안 +1 24.09.05 673 11 14쪽
4 대한민국 첫 번째 귀환자 +1 24.09.04 733 11 14쪽
3 신기한 어른 +1 24.09.03 766 14 11쪽
2 귀환 +1 24.09.02 925 15 12쪽
1 지옥 +1 24.09.02 1,155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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