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힘으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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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9.02 23:19
최근연재일 :
2024.09.0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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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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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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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의(4)

DUMMY

교실 바닥은 피투성이였다. 코피 따위의 작은 양이 아닌 바닥을 흠뻑 적실 정도의 충분한 양. 그 근원지는 다름 아닌 정의였다. 정의의 오른쪽 팔이 잘려져 있었다.


“어어어억!”


정의가 아닌 누군가 소리 질렀고 아이들은 불이 난 것처럼 미친 듯이 교실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눈앞에서 사람의 팔이 절단됐으니.


“이런. 힘 조절이 아직 어색하네.”


장상재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오른팔은 날카롭고 거대한 톱날로 변해 있었다. 초인의 능력이다. 톱날은 마치 강철도 자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이제 큭.. 그..만해.”


정의가 팔을 감싸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출혈로 인해 창백해졌고 다리는 비틀거렸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기절한 아이한테 가 있었다. 팔이 잘렸어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만? 당연히 그만해야지. 이러다 죽이기라도 하면 평생 감옥에서 썩을 테니.”


장상재가 뚜벅뚜벅 정의한테 걸어갔다.


“근데 죽이지만 않으면 무기징역은 아니거든. 청소년이고 초인이니까. 법이 참 잘 되어 있어. 그래서 말이야 네 팔 하나를 더 자르려고 하거든. 어차피 하나 자르나 두 개 자르나 형량은 별 차이 없을 거 아냐. 그치?”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저 말이 정녕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법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나이가 어리거나 초인일 경우 처벌을 덜 받는 것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즉 장상재가 이정의의 팔을 자른 것은 의도된 일이다. 아무리 형벌을 받는다고 해도 국가는 피의자의 팔을 자르거나 하지 않으니까.


“마음대로 해. 쓰레기야.”


정의의 표정에는 공포와 두려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연한 그의 표정을 보자니 온몸에 피가 들끓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팔이 잘렸다면 저럴 수 있을까? 없다. 절대.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싹싹 빌고 있을 것이다.


“마음대로? 아직도 허세를 처 부리고 앉았네. 넌 그냥 뒤져야겠다.”


장상재가 팔을 휘두르려 했다. 그때 정의가 몸을 틀어 잘린 팔 쪽을 장상재의 얼굴에 조준했다. 그리고 출혈을 멈추기 위해 꽉 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을 풀었다. 순간적으로 팔에 쏠린 피가 뿜어져 나와 장상재의 얼굴로 향했다.


“이런 시발!”


피가 눈에 들어가자 장상재가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칠판이 그의 톱날에 의해 쩌억 하며 갈라졌다. 허우적거리는 그를 두고 정의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책상 위에 있던 볼펜을 주어 장상재에게 태클을 걸었다.


우당탕 소리와 함께 장상재가 넘어졌고 정의는 그 위에 올라타 볼펜으로 장상재의 눈을 찍었다.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장상재의 눈에 피가 솟아올랐고 그가 맹수처럼 발버둥 쳤다. 초인의 발버둥을 정의가 버틸 리가 없었다. 그가 금세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공기가 빠진 풍선 마냥 축 처졌다.


“이런 개시발새끼가!”


눈을 닦아 시야를 확보한 장상재가 쓰러진 정의한테 다가갔다. 그는 쓸 수 없는 한쪽 눈을 만지더니 분노에 사로잡혔다.


“이 십새끼. 그냥 죽여야겠다. 사지 절단해서 죽여줄게.”


그의 톱날이 정의의 다른 팔을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튀어 나갔다.


“컥.”


그대로 장상재에게 몸을 들이받았다. 우리 둘 다 땅바닥을 뒹굴었다. 난 재빨리 일어났다. 뒤를 보니 어느새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와 있었다.


“얘 데리고 병원 가요!”


난 발로 정의를 밀어버렸다. 그가 열린 앞문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몇몇 선생님들이 즉시 그를 업고 사라졌다.


“이런 시발놈이!”


어느덧 정신 차린 장상재가 톱날을 휘둘렀다. 난 싸움 경험이 전무 했기에 톱날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화끈한 느낌이 들며 칼에 베이는 고통이 전신으로 퍼졌다. 소름이 쫙 돋았다. 그러나 고통을 느낄 시간이 없었다.


“뒤져!”


이성을 잃은 장상재가 톱날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몸을 피하며 방어하는 것뿐이었다. 순식간에 온몸에 자상이 났고 전신에서 피가 흘렀다. 몸에 불이 붙은 것 같은 고통에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정신은 또렷해졌다.


“헉헉.”


장상재가 지쳐가는 게 보였다. 반면 나는 몸 깊은 곳에서부터 힘이 솟아나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몰랐다. 칼날로 인해 온몸이 너덜너덜했으나 잘리거나 부서 지진 않았다. 오히려.. 난 내 양손을 바라봤다.


피범벅 된 손이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다. 자연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난 고통으로 덜덜덜 떨리는 양손을 꽉 쥐었다. 주먹이 만들어지자 고여있던 피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장상재를 향해 걸었다.


“너 이 새끼. 초인이었으면서 왜!”


장상재가 톱날을 휘둘렀다. 그러나 아까만큼의 스피드와 힘은 없었다. 난 팔로 얼굴을 보호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살점이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난 너처럼 나대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었거든.”


장상재 덕분에 내 인생 계획은 틀어졌다. 이제 내가 초인임을 숨기고 사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난 그의 톱니 팔을 손으로 잡았다. 칼날이 파고들며 손의 신경계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손아귀의 힘을 더욱 줬다.


“고맙다. 인생 피곤하게 해줘서.”


그에게 진심을 전하며 팔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그만해! 팔 뽑혀!”


장상재가 비명 지르며 바둥거렸다. 그러나 이미 잡힌 이상 그가 나에게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초인의 몸으로 운동을 한 내 힘은 이미 예전에 엘리트 체육인을 가뿐히 넘어섰다. 아마 코끼리와 힘 대결을 해도 이길 것이다.


-쩌적!


팔이 찢어지는 소리와 장상재의 비명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난 손에 감각이 오자 더욱 힘을 주었다. 마치 종이가 천천히 찢어지는 것처럼 그의 팔이 찢겨 나왔다. 동시에 피가 솟구쳐 내 얼굴을 적셨다. 온몸이 피투성이였으나 그나마 얼굴만은 멀쩡했는데 얼굴마저 피로 도배된 것이다.


“끄아아악!!”


마침내 톱날이 모두 뽑혀 나왔다. 쓰러진 장상재가 다른 손으로 쏟아지는 피를 담아냈다. 이대로 멈출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간 장상재가 해왔던 쓰레기 짓과 정의와 박상철이 당한 수모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장상재는 이 정도로 절대 반성하지 않는 인간이기에. 아니 평생 반성할 수 없기에 아예 싹을 잘라야 했다.


“제발.. 제발 그만!”


난 쓰러진 장상재의 다리를 잡았다. 이것도 뽑아버릴 생각이다. 팔 한쪽, 다리 한쪽이 없으면 더 이상 누군가를 괴롭히긴 어려울 것이다.


“제발. 다리는 안 돼. 제..발.”


눈물로 범벅이 된 그가 애원했다. 그러나 난 귀신에 홀린 듯 오로지 다리를 뽑는 일에 집중했다. 조금 당기니 장력의 저항이 느껴졌다. 이걸 끊어내면 다리가 뽑혀 나올 것이다.


**


초인관리국 괴물처리부 과장 정상우.

그는 모처럼 연차를 쓰고 좋아하는 피자를 먹기 위해 피자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스마트폰에 강렬한 진동이 울렸다.


“왜 연차에 전화하고 지랄이지.”


얼굴을 찌푸린 그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초인관리국. 그는 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왜?”

“과장님.”

“그니까 왜?”

“지금 어디세요?”

“집 앞인데?”

“풍천고등학교 아시죠.”

“알지. 내 모교인데.”

“거기서 초인 한 명이 탄생했답니다. 교실이 피바다래요.”

“...오. 하늘이시여.”


정상우가 고개를 돌렸다. 풍천고등학교는 집에서 5분 거리. 곧바로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주변 사람들은 정상우가 달리는 것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연차 이거 무효로 해달라고 전해.”

“가고 계시죠?”

“어. 근데 치안부는 뭐 하는데?”

“그쪽 지금 뭐 큰일 있어서 인원이 다 빠졌답니다.”

“큰일?”

“자세히는 모르는데 S급 범죄자가 나타났다고 하던데요.”

“뭐? S급? 치안부에 대응할 S급 초인이 있나?”

“없죠.”

“일단 알았어. 도착했다.”


정상우는 운동장에서 학교 건물을 향해 점프했다. 그는 놀랍게도 20m가 넘는 높이를 뛰었는데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공에서 그가 빠르게 눈을 굴려 사건의 장소를 찾아 진입했다.


“미친.”


상황을 확인한 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교실은 직장동료의 말처럼 피바다가 되었고 괴사 진행 중인 팔이 하나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추가로 팔과 결합한 것 같은 톱날도 보였다. 칠판과 책상, 의자도 심각하게 파손되어 있어서 교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주변을 보니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아이가 쓰러진 아이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그 자세가 꼭 다리를 뽑아내려는 것 같았다. 정상우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뭐지? 초인 한 명이 탄생했다고 했는데.’


분명 초인은 한 명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다리를 뽑으려는 아이가 초인일 확률이 높았다. 일반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저 톱날은 초인의 것이다. 아래 깔린 아이. 저 아이의 팔이 분명하다. 크기가 맞아. 그럼 저 아이도 초인이란 건데... 일단 떼어놓고 보자.’


대충 상황이 파악된 그가 김하준에게 손을 뻗었다. 엄지손가락 하나가 길게 늘어나더니 이내 밧줄의 모양으로 변했다. 밧줄은 그대로 날아가 김하준의 목을 졸라 장상재에게서 떼어냈다.


“컥.”


김하준은 순간적으로 호흡이 차단되자 허공에 발버둥 쳤다. 그러나 이내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누..누구세요?”


놀란 눈을 한 장상재가 물었다. 그러나 정상우는 대답하지 않고 품 안에서 스프레이 하나를 꺼내 장상재의 잘린 팔에 뿌렸다. 하얀 기체가 나오더니 순식간에 장상재의 팔에 붙어 거미줄처럼 굳어버렸다. 즉시 피가 멈췄다.


“나? 초인관리···.어?”


순간적으로 정상우의 고개가 돌아갔다. 밧줄로 변한 엄지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린 김하준이 양손을 이용해 밧줄을 뜯어내고 있었다. 힘을 주는 그의 얼굴은 벌게져 있었고 얼핏 보이는 팔에는 두꺼운 핏줄이 돋아있었다.


“미친.”


정상우는 재빨리 검지 하나를 더 뻗었다. 검지 역시 밧줄로 변하여 김하준의 목을 휘감았다. 밧줄이 하나 더 추가되자 김하준은 버티지 못하고 곧 기절했다. 이를 확인한 정상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김하준의 힘이 갓 초인이 됐다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야.”

“네..네.”


장상재가 고분고분 대답했다.


“네가 나쁜 놈이지?”

“...”

“아오. 초인만 되면 설치는 애들이 너무 많아. 에라이 상놈의 새끼.”


정상우가 손바닥으로 장상재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힘이 워낙 강해서 장상재는 두 개 골이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일어나서 쟤 업고 따라와라.”

“.....”

“빨리 안 해?”


정상우가 손을 올리자 장상재가 황급히 일어나서 김하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 역시 피를 많이 흘렸고 체력이 빠진 상태라 곧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하아.”


한숨을 내쉰 정상우가 손가락을 뻗어 장상재의 몸을 칭칭 감았다. 그는 곧 김하준과 장상재를 데리고 교실을 나갔다. 그가 향한 곳은 초인범죄특수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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