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힘으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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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9.02 23:19
최근연재일 :
2024.09.0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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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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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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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괴물(2)

DUMMY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학교의 일은 대서특필됐고 국민들은 장상재에게 수많은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그를 막은 나에게는 온갖 후원과 칭찬이 들어왔다. 관심받는 게 싫었던 나는 모든 공을 정의에게 돌렸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부모님은 내가 초인이 되어 좋은 일을 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보다 걱정했다. 온 몸에 상처를 입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상우 과장이 잘 설득하여 어느 정도 걱정을 덜어주었다.


난 틈나는 대로 초인관리국과 괴물처리부에 대해 알아봤다. 정상우 과장의 제안 때문이다. 초인관리국은 대한민국에서 운영하는 단체로 모든 부처 중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는다. 초인이 곧 국력인 시대라서 그렇다.


그래서인지 초인관리국의 힘은 상당히 막강했고 복지나 교육 측면에서 늘 최고를 자랑했다. 그러나 인기는 생각보다 적었다. 자유도가 낮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괴물처리부면 퇴사할 때까지 괴물이랑만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길드는 달랐다. 초인들의 연합인 길드는 대기업과 결합하여 막강한 재력과 힘으로 초인들을 매료시켰다. 그들은 괴물 토벌, 초인 스포츠, 초인 및 노비스 육성 등 다양한 경로로 돈과 인기를 쓸어 담았다.


나도 이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막상 조사해보니 생각보다 인기의 쏠림이 더 심했다. 차로 비교하자면 초인관리국은 올드한 승용차 같았고 길드는 화려한 스포츠카 같았다. 물론 초인이 된다고 꼭 둘 중 하나에 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활동하는 초인도 있고 일반인과 섞여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초인도 있으니까.


-지잉.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이름을 보니 정의였다.


“여보세요?”

“정의 친구니?”


정의 어머니인 것 같다.


“네.”

“오늘 정의가 깨어났어. 내일부터 면회 가능하니 한 번 와주렴.”

“아. 다행이네요. 알겠습니다.”


정의가 깨어났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막상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왜 그때 나섰을까?


아직도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용기도 없는 그런 아이다.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면 도망갔고 불의한 일을 봐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 날 정의를 살리기 위해 내 몸을 던졌다.


그 이유가 뭘까.

왜 다른 아이들처럼 교실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초인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나서지 않았지?

모르겠다. 당시의 감정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 지금에 와서 똑같은 일이 생기면 나설 수 있을까?

만약 그 대상이 정의가 아니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면?

역시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난 정의를 만나기 전까지 내 마음과 수많은 대화를 했다.


**


다음 날. 입원해 있는 정의를 만났다. 공허한 팔 소매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팔을 잃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심정일까.


“고마워.”


정의의 말에 난 대답하지 못했다. 그에게 고맙다고 들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먼저 나섰더라면 그가 팔이 잘리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았을 거다.


“넌 괜찮아?”


정의의 팔을 응시하며 물었다.


“심란하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요즘 로봇 팔이 잘 되어 있대. 좀 비싸긴 하지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자니 다시 한 번 정의의 멘탈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그거 얼마나 하는데?”

“로봇팔?”

“응.”

“자세히 모르는데 몇 억 할 거야.”

“좀 많이 비싸긴 하네.”


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초인 생활을 하다 보면 돈이 금방 모인다고 하니 어느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닌데 나 초인관리국에서 일할 수도 있어. 그럼 돈 좀 많이 벌거든. 도와줄게.”


정의가 남은 팔로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그나저나 나 때문에 초인인 걸 들킨 거 아니야?”

“나 초인인 거 알고 있었어?”

“대충.”

“어떻게?”


난 내가 초인이란 걸 입 밖으로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운동하는 모습 보고. 덩치가 크지도 않은데 말도 안 되는 무게로 운동하고 있더라. 심지어 표정은 너무 편해 보이고.”

“....”

“아마 체육관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너 초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일주일이면 50kg씩 늘어나 있더라고.”


애써 초인인 걸 들키기 않기 위해 무게를 조절하고 있었는데 다 알고 있었다니. 운동을 처음 하다 보니 저지른 실수같다.


“보통 인간은 일주일에 10키로 늘리기도 쉽지 않아”

“그래?”

“응.”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말은 먼저 꺼낸 건 나다.


“그럼 왜 도와달라고 안 했어?”


내가 초인인 걸 알고 있었다면 그가 괴롭힘당할 때 충분히 부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네 행동에서 티가 너무 나서. 나 초인 아닙니다. 이런 거···”

“음.”

“알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어차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래도 마지막엔 나 살려줬잖아?”

“하지만 팔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 마. 중요한 건 넌 내 생명의 은인이라는 거야.”

“음.”


그러더니 정의가 나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 고마워. 살려줘서.”


난 당황했다.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울컥하는 마음과 기쁜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모두 섞여 생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축하해. 초인이 된 걸. 물론 네가 원한 건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초인이 되고 싶어하잖아. 실은 나도 초인이 되고 싶거든.”

“어. 응.”

“초인이 되면 어떤 기분이야?”

“잘 모르겠어. 사실 왜 내가 초인이 됐는지 의문이야. 너 같은 사람이 초인이 돼야 하는데.”


내 말은 진심이다. 약자를 위한 태도, 공포를 극복하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멘탈. 정의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분명 초인에 어울리는 사람은 내가 아닌 정의였다.


“난 알 것 같아. 네가 초인이 된 이유. 그 증거가 바로 나거든.”

“무슨 말이야?”

“목숨을 걸고 날 살려준 이유가 뭐야?”

“...그냥 나도 모르게.”

“네 마음 속에 정의가 있다는 얘기 아닐까?”

“정의가 있다고?”

“응. 불편한 마음. 내가 죽으면 네 맘이 편치 않으니까.”


불편한 마음.

난 그 의미를 곱씹었다. 그의 말대로 그날 정의가 죽었으면 남은 인생을 편히 살지 못했을 것 같다. 가슴 한쪽에 막연하고 우울한 조각을 간직하고 살았을 테지. 늘 불편한 마음으로..


“난 정의가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해. 남을 위한 게 아닌 나를 위한 것. 내가 불편하게 살지 않기 위해 바른 마음을 갖는 것. 그게 부모님이 내게 정의란 이름을 지어주신 이유인 것 같아.”

“불편하지 않기 위해 바른 마음을 갖는 것···”


되뇌는 나를 보며 정의가 빙긋 웃었다.


“응. 하준아. 내 짝궁. 난 네가 정의로운 초인이 될 거라고 확신해!”


**


일주일이 지나자 초인관리국에서 연락이 왔다. 능력 검사가 끝났으니 와서 자료를 받아 가라는 것이었다. 즉시 우편물을 수령 했는데 두께가 꽤 됐다. 난 곧바로 정상우 과장님에게 연락했다.


“능력이 나왔는데요.”

“오. 어디야?”

“저 1층이요.”

“카페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어. 커피 마실 돈은 있지?”

“네.”

“일 끝나고 내려가마.”


과장님은 능력이 나오면 꼭 보여달라고 말했는데 혼자 해석하기 어려우니 같이 해주겠다고 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봉투를 뜯었다.


-초인 능력 검사 결과지


어림잡아 1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대충 훑어보니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읽을 수 있는 건 검사 소견 정도였다.


검사 소견.

검사 결과 마나의 과도한 흐름이나 새로운 원소 생성 능력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신체를 변형시키거나 강화하는 인자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매우 특이한 경우로 우리는 DNA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귀하의 DNA는 초인보다 인간에 가까우며 인간과의 일치율은 99%에 달합니다. 일반적으로 초인과 인간의 DNA 유사성은 96%입니다. 즉 귀하는 초인보다 인간에 가까운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그 1%의 차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적 없는 사례이며 DNA가 영향을 주는 곳은 근육과 주변 조직뿐입니다. 귀하의 근육은 회복력이 탁월하고 적은 양으로도 놀라울 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측정한 결과치에 따르면 귀하의 근육은 일반인보다 20배, 초인보다 2배의 힘을 더 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별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소견이다. 대충 요약하자면 초인보다 인간에 가깝고 힘만 좀 세다는 것. 난 실망감이 들었다. 이건 그냥 힘 좀 강한 인간 아닌가.


“오 결과지 나왔구나.”


과장님이 일을 끝내고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표정이 왜 이래?”

“음. 좀 별로인 것 같아서요.”

“그럴 리가.”


과장님은 빠르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킨 뒤 내 검사지를 천천히 살펴봤다.


“흠.”

“음.”

“호오.”

“크흠.”


여러 감탄사를 남발하며 아저씨다운 면모를 보여준 그가 마침내 검사지를 모두 완독했다.


“일단 요약 좀 해볼까. 넌!”


그가 손가락으로 날 가리켰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초인보다 강한 인간이다!”

“...”


내용과 별다를 것 없는 사실이다.


“우리 세계에서 DNA가 98%보다 높으면 초인으로 안 쳐주긴 해. 실제로 그 정도 수치면 인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거든.”

“아. 그럼 전 인간이군요?”

“초인보단 인간에 가깝지. 하지만 네 능력 자체는 완벽한 초인이야.”

“근육만 강한데요?”

“이거 봐.”


그가 검사지를 내게 들이밀었다.


muscle recovery - 100

muscle strength - 100

muscle flexibility - 100

muscle coordination - 100


“근육 회복, 강도, 유연성, 협응성?”

“그래도 영어 단어는 읽을 줄 아는구나.”

“... 절 대체 어떻게 보시는 건지..”

“아무튼 점수가 모두 100이지? 그럼 옆에 봐봐.”


Reference value (human/superman)


“이건 뭔 뜻이죠?”

“임상 참고치야. 인간이란 초인.”


muscle recovery - 5/50

muscle strength - 5/50

muscle flexibility - 5/50

muscle coordination - 5/50


“인간이 5, 초인이 50이라는 거군요.”

“맞아. 어디까지나 참고치이긴 하지만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치긴 하지.”

“근육이 만점인 게 좋은 건가요?”


가장 궁금한 게 이거였다.


“이건 힘을 쓰는 근육에만 한정된 수치가 아니야. 모든 근육의 평균치지. 골격근, 심장근, 내장근 등 모든 근육을 말하는 거야. 인간의 무게 중 절반은 근육이 차지해. 근육의 회복성이 높고 강하며 유연성과 협응성까지 좋다는 얘기는.”


그가 한 호흡을 쉬었다.


“인간 자체가 강하다는 거지. 게다가.”

“게다가?”


난 어느새 그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근육은 성장이 가능해. 추가적으로 모든 마나를 다루는 법까지 배운다면 근육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도 있고. 아 어디 보자.”


그가 몇 장을 더 넘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근육뿐만 아니라 인대나 건도 만점이네. 완전히 축복받은 몸으로 각성했잖아?”

“그럼 제가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요?”


가장 궁금한 건 이거다. 초인의 등급.


“그건 나도 모르지.”

“S급은 안 되겠죠?”


그가 잠시 고민했다.


“S급은 힘들 거야. 아무리 근육이 강해도 분명 한계는 존재하니까. 물론 네가 마나를 천재적으로 다룬다면 모르겠지만 검사지만 봐서는 그쪽에 딱히 재능은 없는 것 같다.”

“음.. 그럼 A급은요?”

“A급이라··· 넌 내가 몇 급 같아 보이냐?”


난 과장님의 등급을 생각해 봤다. 나 정도의 초인을 한 손가락으로 제압하고 20층의 높이를 쉽게 점프하는 능력. 이 정도면 S급은 아니더라도 A급은 되지 않을까?


“A급···?”

“땡. 난 B급이다.”

“B급이요?”

“그래. B급임에도 한 부서의 과장을 맡고 있지. 그만큼 A급 이상의 초인은 보기도 힘들뿐더러 강함도 차원을 달리해. 그냥 그 사람들은 이 검사지의 모든 것들이 만점이라고 생각하면 돼. 거기에 수많은 전투 경험, 뼈를 깎는 노력, 넘쳐나는 재력이 더해져야 탄생하는 거야.”

“음.”

“그래도 네 재능 정도면 B급까지는 올라올 수 있을 거다. B급만 돼도 어디 가서 꿀리진 않아.”

“알겠어요.”


뭔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만족하기로 했다. 어차피 A급이나 S급이 되면 그만큼 더 위험한 일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 제안은 생각해 봤어?”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2월 전까지는 답변 줘야 해.”

“네.”

“아. 참고로 그 수치 있지.”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가 검사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그 수치 100점까지밖에 표시 안 된다. 뭔 말인지 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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