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힘으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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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9.02 23:19
최근연재일 :
2024.09.09 23: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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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28

작성
24.09.0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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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괴물

DUMMY

정신을 차리니 철창 안이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몰려왔으나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두 눈을 비벼 주변을 확인했다. 마치 경찰서에 온 것 같았으나 조금 달랐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머리가 소처럼 생긴 사람, 팔에 총이 달린 사람, 몸에 구멍이 난 사람. 전부 초인이다.


“일어났냐?”


처음 보는 남자가 철창 사이로 나를 바라봤다.


“누구세요?”

“말하면 아니?”

“알 수도 있죠.”

“초인범죄특수부 강경오 반장이다.”

“...”


번뜩하며 장상재와 싸운 기억이 떠올랐다. 팔을 찢고 다리를 뽑으려던 것까지는 명확히 기억나는데 그 뒤가 희미하다. 누군가 목을 졸라 날 기절시킨 것 같았는데.


“나와. 조사해야하니까.”


그가 문을 열어줬다. 생전 처음 보는 초인들이 신기했으나 가장 먼저 정의가 생각났다. 팔을 잘리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렸었는데..


“저기. 반장님. 전화 좀 해도 되나요?”

“되겠니?”

“.... 친구가 어떻게 됐는지만 확인할게요.”

“너랑 싸운 놈? 그놈이면 이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걔 말고요. 걔한테 팔 잘린 애가 있어요.”

“.... 써라.”


의외로 쉽게 그가 서랍 속에서 내 핸드폰을 꺼내줬다. 곧바로 정의한테 전화했다. 꽤 시간이 지나고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니?”


정의 어머니 같았다.


“아. 정의 짝궁인데요. 정의 괜찮나요?”

“....”


전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난 초초한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렸다.


“아직 의식은 없는데 곧 괜찮아 질 거야.”

“아. 다행이네요. 알겠습니다. 꼭 병문안 갈게요.”

“그래. 넌 괜찮니?”

“네. 전 멀쩡해요.”

“다행이네. 정의 깨어나면 연락 줄게.”

“네. 감사합니다.”


통화가 끝났으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엔 일렀다. 확실히 그가 괜찮은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곧 괜찮아 진다는 말은 어머니의 추측에 불과했다. 대답이 오래걸린 것도 아마 확신할 수 없어서 그럴 것이다.


“친구 걱정은 나중에 하고 일단 조사부터 하자.”


자리에 앉고 조사가 시작됐다. 난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요약하면 일진이 초인이 됐고 네가 막아섰다?”

“네.”

“둘 다 초인등록을 안 했군. 넌 왜 안 했지?”

“초인으로 살기 싫어서요.”

“흠. 뭐 종종 있는 일이긴 한데. 초인등록 없이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인 건 알고 있냐?”

“아니..요.”


그런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왜 범죄자가 된 거지?


“전 근데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어요.”

“물론 그렇지. 쌍방폭행이니까. 그런데 네 대응이 너무 과했다는 거야.”

“과하다뇨?”


반장이 자신의 팔을 자르는 시늉을 했다. 아마도 장상재의 팔을 찢은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걔 팔 못 보셨죠?”

“사진으로 봤지.”

“그게 팔인가요? 살상무기지.”

“크크.”


그가 갑자기 숨죽여 웃었다.


“그러니까 네가 자른 건 팔이 아니라 무기라는 거지?”

“그렇죠. 그거 안 뽑았으면 제가 죽었어요. 제 몸 안 보이세요?”


내가 양 팔을 펼쳐 보였다. 교복은 죄다 갈기갈기 찢어졌고 그 안으로 피딱지와 염증이 가득 보였다. 자상은 대충 봐도 수백 개는 될 것이다.


“뭐 네 말도 일리는 있지. 하지만 법이란 게 꼭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라서 말이지.”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거죠?”

“얘기 들어보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초인세계의 법은 조금 다르니까. 여기선 정당방위의 범위가 꽤 넓거든.”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일단은 치료부터 받아야할 것 같다. 원래 치료가 먼저인데 넌 좀 특이해서 조사 먼저 진행했다.”


강반장이 서류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특이하다뇨?”

“네 회복이 범상치 않아서 말이지. 응급실을 가면서 네 모든 신체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어.”

“....”

“네 능력이 뭔지는 아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마 초인 검사를 하면 꽤 좋은 능력이 나올 것 같은데.”


그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문을 열고 나갔다.


**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했으나 굳이 그러진 않았다. 멀쩡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데 좀만 쑤실 것 같아서다. 상처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나 이상하게 기운이 전보다 넘쳐났다. 장상재와 다시 싸운다면 손쉽게 그를 이길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요.”


대충 상처를 옷으로 가리고 초인관리국에 왔다. 초인인 것을 들킨 이상 초인 등록을 해야 했고 누군가 날 찾고 있다고 해서다. 강반장은 괴물처리반에 정상우라는 사람을 찾아가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으나 가면 알게 된다고 했다.


“초인 등록을 하러 왔는데요.”


초인 등록은 간단하게 진행됐다. 마나가 있는 것만 확인하면 초인인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나 측정에는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물론 마나만 있다고 반드시 초인인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노비스’라는 자들이 존재하는데 이 사람들은 초인이 아님에도 마나를 가지고 있다. 노비스는 스스로 마나를 축적하여 초인에 가까워진 사람들을 말한다.


“능력 검사도 하실 건가요?”


안내원이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능력이 뭔지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따라오세요. 시간이 좀 걸려요.”

“네.”


능력 검사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게 아니라 더럽게 오래 걸렸다. 아침에 가서 저녁에 나왔으니 적어도 10시간은 넘은 것이다. 검사는 정말 다양했는데 어떤 기계에 들어가거나 몸에 무수히 많은 장치를 붙이거나 하는 것들이 많았다. 가상 시뮬레이션도 해보았는데 너무 신기했다. 가상의 괴물과 싸우는 일이라니. 아무튼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이 걸린다고 해서 기다려야 했다.


“뭐 좀 먹어야겠다.”


종일 한 끼도 먹지 못해서 배가 너무 고팠다. 난 정상우를 찾아가기 전에 초인관리국 지하로 향했다. 지하에는 식당들이 몰려 있었고 때마침 저녁 시간이라 관리국 초인들이 많이 내려와 있었다.


“신기하지?”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깜짝 놀라서 보니 웬 아저씨가 서 있었다. 얼굴이 뭔가 익숙했는데 누군지 기억나진 않는다.


“누구세요?”

“정상우 과장이다. 너 데려온 사람.”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이 사람이 내 목을 졸라서 기절시켰다.


“언제 오나 했더니 여기서 이러고 있었구나. 밥 먹으러 왔어?”

“네.”

“나도 먹어야 하니까 같이 먹자. 할 얘기도 있고 말이야. 뭐 먹을래?”

“전 아무거나 괜찮은데.”

“그럼 피자 어떠냐?”

“네.”

“나 얘랑 먹을 거니까 알아서들 먹어.”


정상우 과장이 뒤를 향해 얘기했다. 뒤에는 네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들이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동료인 것 같다.


“이름이 김하준이었지?”

“네.”


피자가 곧 나오고 우린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초인이 되면 일반 학교는 못 다니는 거 알지?”

“네.”


성인이 되기 전에 초인이 되면 일반인과는 다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나이가 몇이야?”

“고2예요. 이제 곧 고3이고요.”

“원래 꿈은 뭐야? 초인 되기 전에.”

“음. 그냥 직장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초인도 별다를 거 없어. S급 초인 아니면 대부분 다 똑같이 직장 다니고 평범하게 살아.”

“그 직장이 안 평범한 거 아닌가요···.”

“그런가? 뭐 괴물 잡으러 다니는 일이 평범한 건 아니긴 하네. 하지만 초인한테는 평범한 거야. 뭔 일이든 다 상대적인 거지.”

“...”

“어쨌든 되고 싶은 건 딱히 없다는 거군.”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제안 하나를 하고 싶은데 말이야.”

“제안이요?”

“네 나이면 고등학교 졸업까지 초인아카데미를 다녀야 해.”

“네.”


전국, 전 세계에는 국립 혹은 사립 초인아카데미가 존재했다. 이곳은 학원과 학교를 결합한 개념이어서 성인이 되기 전엔 학교, 성인이 된 후엔 학원의 기능을 했다. 난 아직 학생이어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카데미를 가야 했다.


“근데 네 나이가 열아홉이잖냐.”

“좀 있으면 그렇게 되죠.”

“그럼 졸업하면 취업해야 할 거 아니니?”

“...”


지금 이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관리국에는 네 나이의 학생들을 미리 스카우트하는 제도가 있어. 유능한 초인들을 미리 찜해놓는 거지.”

“아. 그럼 절 스카웃 하시겠다는 건가요?”

“그렇지.”


난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왜긴 왜야. 너한테 가능성을 좀 봤거든.”

“어떤 가능성을 보셨는데요?”

“초인에게 등급이 있다는 건 알지?”


초인은 그 강함에 따라 S급에서부터 E급까지 등급이 존재한다. 등급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이라 정확하진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했다. 바로 어떤 초인이든 각성하자마자 S급이 될 순 없다는 것이다.


“네.”

“너 초인이 된 지 얼마나 됐어?”

“음.”


난 개월 수를 세어봤다.


“1년 정도요.”

“1년이나?”


아저씨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러더니 이것저것을 빠르게 물어봤다. 초인이 되고 싸운 적이 있는지, 수련한적 있는지, 마나를 다룰 줄 아는지 등. 대부분 아니오였고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건 운동을 했다는 것뿐이었다.


“즉 넌 아직 자기 능력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다는 거군.”

“네. 뭐···”

“오케이. 그럼 네가 너를 스카우트하려는 이유를 설명해줄게.”

“네.”

“우선 초인이 되자마자 내 공격받아낼 수 있는 초인은 극히 드물어. 물론 네 또래에 공격받아낼 수 있는 애들은 꽤 있긴 해. 그런 애들은 초인이 된 지 오래됐거나 아카데미에서 엘리트 교육을 밟은 애들 뿐이야.”

“제가 공격을 받아내진 않았는데..”


딱히 그런 기억이 없었다. 내가 어리 둥절하자 아저씨가 웃더니 피자를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팔씨름 자세를 취했다.


“있는 힘껏 넘겨봐.”

“여기서요?”

“그래.”


난 슬쩍 눈치를 봤다. 초인들이 피자를 먹고 있었으나 딱히 시선이 쏠리진 않았다. 곧바로 아저씨의 팔을 잡고 힘을 줬다. 그런데 이게 웬걸? 픽하더니 아저씨의 손이 넘어갔다.


“...?”

“생각보다 훨씬 센데?”

“저 아무힘도 안줬는데요.”

“그러니까. 지금 난 인간으로 최대힘을 발휘한 거야. 그런데도 아무것도 못하고 졌지. 자 다시 잡아 봐.”


팔을 잡았으나 아까랑 느낌이 완전 달랐다. 잡는 것만으로 벽돌같은 저항감이 느껴진 것이다. 놀란 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봤다.


“지금은 능력을 쓰고 있어. 자세히 보여줄까?”


아저씨의 팔이 밧줄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밧줄이 마치 근육처럼 아주 미세하게 엮여서 팔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속력이 너무도 단단해 보여 웬만한 칼로도 쉽게 자를 수 없어 보였다.


“있는 힘껏 넘겨봐.”

“헙!”


난 호흡을 들이마시고 최대한의 힘을 줬다. 팔이 잠깐 움직이는 듯했으나 그게 끝이었다.


“에게? 더 힘 줘 봐. 너 이정도 아니야.”


아저씨는 나를 뭔가 과대평가 하는 것 같았다. 난 지금 최대의 힘을 주고 있는 거였다.


“지금 최대인데요.”

“아니야. 너 그럼 그때 한 번 상상해 봐.”

“언제요?”

“온 몸에 피칠하고 싸웠을 때.”


그 말에 악몽 같은 그 날이 다시 떠올랐다. 그러자 당시에 느꼈던 날카로운 고통과 분노라는 감정이 되살아나며 나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쩌적


나무로 된 식탁에 금이 갔다.


“부서져도 돼. 계속 힘줘.”

“흐아아압!”


계속해서 당시를 생각하며 힘을 주자 자연스레 몸이 사용됐고 팔에 몸통이 딱 붙어 눕는 자세가 되었다. 그러자 아저씨의 팔이 조금씩 넘어가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압!”


난 젖 먹던 힘까지 짜내 팔을 넘기려 했다. 그러나 팔이 넘어가기 전에 탁자가 반으로 갈라졌고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헉.. 헉..”

“이거지. 이거야.”


아저씨가 뭐가 좋은지 실실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손을 내밀었다.


“장담하는데 네 또래에서 너보다 힘센 애는 없다고 본다. 그 정도면 하급 괴물 정도는 찢어 죽일 수 있을 거야. 어때? 나랑 괴물 한 번 잡아 보지 않을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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