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형사는 범인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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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6:53
최근연재일 :
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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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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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잊을 수 없는 얼굴

DUMMY

“젠장, 앞으로 갈 수가 없잖아!”


오종대가 답답한 고함을 질렀다. 조금 전에 일어난 4중 추돌 사고로 도로가 꽉 막힌 탓이었다.


“어떻게 좀 해봐! 이러다 강현철이 혼자 진입하기라도 하면 위험해진다고!”


현장 확인 때문에 겨우 10분 늦게 출발했던 것이 이렇게 될 줄이야.


운전대를 꽉 쥐고 있던 신하윤 또한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전화는 왜 이렇게 안 받는 거야!’


오종대는 자책하고 있었다. 시멘트 공장에 진범이 있다는 그 녀석을 믿어줬다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내가 확인한답시고 현장에서 시간을 지체한 탓이야.’


오종대는 손에 쥔 핸드폰을 더 세게 쥐었다.


이를 지켜보던 도송학이 결단을 내렸다.


“차 돌려.”

“예? 하지만 지금 유턴하면 한참 돌아갈 텐데요?”

“그럼, 이대로 계속 멈춰 있을 거야?! 어서 차 돌려!”


유턴한 차량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예상 도착 시간은 무려 30분이었다.


‘너무 늦다.’


최악의 경우 강현철 혼자 상황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


콰아아앙-!


철문이 굉음을 내며 바닥에 부딪히자,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처맞을 시간이다. 이 새끼야.”


강현철이 먼지를 털어내며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의 눈빛은 단호했고, 입가엔 서늘한 미소가 맴돌았다.


“···경찰?”

“어 맞아. 그러니까 그 뭐냐, 넌 이미 포위되었으니 순순히 항복해라.”


남자의 시선이 강현철의 뒤쪽으로 향했다.


“···혼자야?”

“아니, 둘이야.”

“······?”

“내 머릿속에 한 명 더 있거든.”


강현철의 장난스러운 말투에도 남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고 있었다. 눈빛이 잔뜩 경계심으로 바뀐 남자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한쪽 손을 등 뒤로 가져갔다.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진짠데.”

“······아, 이제야 알겠네. 지금 시간 끄는 거지? 다른 짭새들 올 때까지?”

“야야, 진짜 오해야. 그리고 내 입장에서도 지원은 최대한 늦게 오는 편이 좋거든?”


파앙-!


“그래야 너를 충분히 팰 수 있으니까.”


두 주먹을 맞부딪힌 강현철의 눈빛이 사납게 변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숨이 찬 듯 강현철의 호흡이 흐트러져 있었다.


주륵.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있던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간이 없어.’


여기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노머의 능력을 과하게 사용했다. 덕분에 도로가 막히는 상황은 피했지만, 그 대가로 아까부터 머릿속에 경고음이 계속 울려댔다.


-경고. 사용자님의 신체가 한계에 도달하였습니다. 약 10분 후 실신 상태로 돌입합니다.


겨우 10분이라니.

그 안에 놈을 제압하고 피해자를 구해낼 수 있을까?


‘상황이 위험해지지만 않았다면, 최대한 팀원들을 기다렸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까 진입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의 신체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을 테니까.


‘최악의 경우 과다출혈로 사망했을지도 몰라.’


힐끗 바라본 여성은 다시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도 없었다.


강현철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어느새 그의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할 수 있다···. 난 구할 수 있어···.’


문득,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들은 한마디였다.


[대가리 굴리지 말고, 그냥 해.]


떨림이 멈추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 순간, 피해자 여성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생각할 필요 없었다. 반드시 해내어야만 한다.


파앙!


강현철의 두 주먹에 강한 의지가 깃들었다.


‘···일단 어떻게든 피해자와 떨어뜨려 놓아야 해. 수틀리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좋은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놈이 돌발행동을 하였다.


“···형사 나리가 나타났으니 나는 곧 잡혀가겠지?”


무언가 결단을 내린 듯한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그렇다면 이미 잡은 먹잇감 맛이라도 봐야 하지 않겠어!”


어느새 놈의 손에 들린 단검이 번뜩이며 피해자의 목덜미를 향해 빠르게 휘둘러졌다.


“안돼!!”


놈과의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결코 제시간에 도달할 수 없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가?’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었다 해도 혼자서 진입해선 안 되었던 것일까?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을까? 다른 더 나은 방법을 생각했었어야 했을까?


찰나의 순간.


강현철은 이전에 노머가 설명해 준 기능들을 떠올렸다.


‘노머! 각력 증강!’


강현철의 다리가 순간적으로 굵어지며 바닥이 미세하게 울렸다. 파앙! 공기가 터져나가며 그의 몸이 총알처럼 앞으로 내달렸다.


“멈춰!!”


칼날이 가슴을 파고들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에 도달한 강현철의 묵직한 발차기가 작렬했다.


콰아앙-!


“끄아아아악!”


강화된 강력에 추진력까지 더해진 발차기의 위력은 굉장했다. 놈은 바닥을 여섯 번이나 구르고 튕겨 나가 근처 기계 장치에 부딪히고 나서야 겨우 멈추었다.


“이런··· 미친······.”


남자는 부들거리며 일어서려 했지만 이내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강현철도 마찬가지였다.


“우웨에에엑!”


그는 엄청난 현기증에 헛구역질까지 하며 주저앉았다. 이전 미꾸라지를 잡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어지러움이었다.


‘기절하면··· 안돼···!’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강현철뿐. 지금 멈추면, 저기 누워있는 여성은 또다시 위험에 처하고 만다.


‘그렇게··· 놔둘 순··· 없지!’


강현철은 꺼져가는 정신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행위였다.


-경고. 실신 상태에 돌입하기까지 5분 남았습니다.


순식간에 절반으로 줄어든 시간.

또다시 무리하게 능력을 사용한 탓이었다.


‘신체 강화 효과는 좋은데 아무 때나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되겠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강현철이 줄줄 흐르는 코피를 슥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얌마. 엄살 그만 피우고 일어나. 시간 없어.”

“이······ 개새끼가···!”


후드가 벗겨진 놈의 몰골은 침과 피, 그리고 시퍼런 멍이 잔뜩 든 처참한 모습이었다.


“김영식.”


강현철은 미꾸라지 김명호의 아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너를 모녀 살인 사건의 진범이자 여성 납치 및 살인 미수, 그리고 양정수 씨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묵비권, 변호사 선임, 체포적부심 청구할 수 있으니까 알아두고!”

“쿨럭쿨럭. 어떻게 알았지? 흔적은 다 지웠을 텐데. 그 아저씨 죽인 건 또 어떻게 알았고?”

“알고 싶어?”


강현철은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 너클처럼 손에 쥐었다.


-4분 남았습니다.


“시간 없다. 나중에 유치장에서 알려줄게.”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훔치며 강현철이 달려들었다.


쿵. 쿵. 쿵.


거대한 그림자가 순식간에 가까워져 온다. 김영식의 두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고통이 떠오른 것이었다.


“오, 오지마!”


공포심에 무의식적으로 단검을 마구 휘두르던 김영식은 문득 자신의 모습이 죽은 여자들의 마지막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익···! 난 먹잇감이 아니야!”


순간적인 분노로 잠시 고통을 잊은 김영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죽어라!!”


파앗!


김영식의 얼굴은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상태였다. 날카로운 단검의 끝이 정확히 강현철의 오른쪽 눈을 노렸다.


핑-!


하필 그 순간, 다시 한번 끔찍한 현기증이 찾아왔다. 눈앞이 하얘지는 상황 속에서도 강현철은 끝까지 김영식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방향이 너무 뻔해.’


강현철은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몸을 비틀어 단검을 피했고, 동시에 손을 뻗어 김영식의 손목을 붙잡았다.


“넌 끝났어.”


김영식의 몸이 허공을 부웅 날아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콰앙-!


“커어억···!”


깔끔한 업어치기에 김영식은 숨이 턱 막혀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3분 남았습니다.


“허억허억······.”


땀줄기가 비 오듯 흘러내렸다. 강현철의 입술이 점점 새파래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 그가 서둘러 수갑을 꺼내 들었다.


‘안··· 돼···!’


김영식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든 수갑을 차지 않기 위해 팔을 휘적거리며 저항했다.


“가만히 있어!”


콰앙!


강현철의 묵직한 주먹이 그의 관자놀이 옆을 스쳤다. 언뜻 보니 바닥이 조금 패여 있었다.


‘아직도 저런 힘이 남아 있다고?’


김영식의 눈빛이 절망으로 흔들렸다.


‘난 잡힐 수 없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이 잔뜩 있다고!’


하지만 이제 방법이 없었다. 저 괴물같은 놈에게서 도망칠 수단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빌어먹을······.’


철컥.


마침내 김영식의 손목에 은팔찌가 채워졌다.


“이··· 개··· 새······ 야···.”


기진맥진한 목소리. 놈의 몸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이 더 이상 저항할 힘이 남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분 남았습니다.


눈앞이 무척 흐렸다. 사물이 두 개로 보일 정도로 어지러운 건 덤이었다. 강인한 두 다리가 떨려왔고, 손끝도 저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버티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 새끼야··· 아직··· 안 끝났어······.”


강현철은 김영식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한 손에 대롱 매달린 김영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뭘 하려고······.”

“아직··· 2분 남았거든.”

“그게 무슨 소리······.”


퍼억!


강현철의 단단한 주먹이 김영식의 복부를 강타했다.


“커어억···!”


침까지 질질 흘리며 연신 기침을 해대는 놈의 눈에 독기가 깃들었다.


“잡혀 들어가기 전에··· 몇 대만 더 맞자고.”

“이런··· 미친 새끼··· 이러면 너 독직 폭행······.”

“어쩌라고.”


퍼억!

퍼억!

퍽!

콰직!


배, 가슴, 옆구리 등.

주먹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강현철의 무자비한 폭행이 이어졌다.


-1분 남았습니다···.


퍼억!


“컥··· 이 시발······.”


-50초 남았습니다···.


퍽!


“자, 잠깐만···!”


-45초 남았습니다···.


퍼어억!


“사, 살려······.”


그렇게 마지막 40초가 남았을 때, 비로소 강현철의 주먹질이 멈추었다.


‘아쉽네. 교육 시간이 모자라서.’


콰직!


강현철은 마지막으로 김영식의 뒷덜미를 가격해 기절시켰다.


“하아··· 하아······.”


강현철은 잠시 숨을 고르며 축 늘어진 김영식을 내려다봤다.


“아프냐···? 죽은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하아······ 이건··· 새발의··· 피다······. 이 새끼야······.”


숨이 점점 더 가빠진다. 이제 한계인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강현철은 부들거리는 다리로 기절한 여성에게 다가갔다.


“후욱··· 후욱······.”


이제 시야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리는 이미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끝낼 수 없다는 의지가 그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강현철은 남은 힘을 쥐어짜 재갈 및 여성의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10초 남았습니다.


위이이잉-!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었다. 딱 좋은 타이밍에 팀원들이 도착했다.


“으음······.”


그때, 피해자 여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긴······?”

“···곧 경찰이 올 겁니다. 그러니까 안심하셔도 됩······.”


견딜 수 없는 어지러움과 함께 강현철이 무너져 내렸다.


‘어어······?!’


깜짝 놀란 여성이 그의 몸을 흔들었다.


“괘, 괜찮으세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외치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팔과 다리가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았어···?’


그제야 자신을 납치한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흐윽······.”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그녀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살았어··· 정말로 살았어···.’


살았다.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그 악마 같은 놈에게서 마침내 벗어났다.


“고맙습니다······.”


조난자는 자신을 구해준 구조견의 얼굴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녀에겐 강현철이 바로 그러했다.


“구해주셔서··· 흑, 정말 감사합니다······.”


윤신애는 절대로 잊지 않으려는 듯, 강현철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지켜낸 아름다운 미소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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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4 no****
    작성일
    24.09.17 00:19
    No. 1


    보기 힘들다
    뭐 하나 할려면 기절 일보직전이니
    범인이 둘 이상이면 바로 황천행의 아슬함이 싫다 \`L´/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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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수 없는 얼굴 +1 24.09.12 428 16 13쪽
7 처맞을 시간이다 24.09.11 451 13 15쪽
6 누군가의 SOS 24.09.10 452 17 14쪽
5 진범 24.09.09 479 15 12쪽
4 거짓입니다 24.09.08 491 17 14쪽
3 노머 +2 24.09.07 493 16 16쪽
2 그쪽이 아닙니다 24.09.06 539 15 18쪽
1 과잉 진압 전문 형사 강현철 +1 24.09.06 590 1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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