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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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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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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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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최루 게임

DUMMY

유하나에게 ‘클라내드’를 하라고 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두말할 것 없이 최상급에 속한다.


허나 부족한 것이 없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서브컬쳐 문화와 감성에 대한 이해에 관한 것이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서양화 전공이다.


심지어 게임은 커녕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조차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추구하는 내 게임의 아트 스타일이 ‘원초적인 아름다움’이라 할지라도.


서브컬쳐 시장을 노리고 있는 이상, 그에 대한 이해도가 아예 없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클라내드’의 플레이는 서브컬쳐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유하나에게 꽤나 적절한 지시였다.


2004년에 출시되어 당시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었고.


2007~2009년에 연달아 애니메이션화가 이루어지며 수많은 대중들에게도 알려진 작품이었는데.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성을 지닌 인물들의 구성과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여 보편적인 공감대를 어필한 해당 게임은.


나키게—일본어로 눈물을 만들어내는 게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불리기도 했었지.


물론, 내가 만들 게임은 그런 맛있는 신파극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모에’라 불리는, 캐릭터성에 대한 강조와 주인공과 히로인간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감성을 그녀가 이해하길 바랐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바로 그녀에게 CD를 넘겨주었었고, 이내 그녀가 플레이하고 있을 때 쯤 문자도 보냈었다.


—[03/22][어떻습니까, 하나 씨?]


그녀는 분명 다른 건 몰라도 답장하는 속도 하나 만큼은 매우 빨랐다.


그런 그녀가 아예 답장을 하지 않은 것을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겼지만.


뭐, 지금은 코코아톡이나 여러 SNS가 활성화된 시대도 아니고 폴더폰으로 문자나 보내던 시기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있다고 여겨 나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나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 왜 없지?’


그녀는 내가 따로 마련한 동아리실에도 방문하지 않았고.


“저기, 수진 씨라고 했었죠? 혹시 그, 유하나 씨랑 연락이 되시나요?”


“···음, 오늘 학교 안 왔다는데요?”


따로 확인을 해봤을 때, 그녀가 아예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03/23][하나 씨, 오늘 학교에는 안 오신 모양이던데요.]


그래서 곧바로 문자를 다시 보내보았는데, 역시 묵묵부답인 것은 동일.


‘···찾아가 봐야 하나?’


와 같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으나, 결국 그녀와 나는 남남이다.


연인도, 친구도 아닌 비지니스 파트너나 다름 없는 이에게 사생활까지 간섭을 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하여 또 다시 기다리기만 했는데.


“···오늘도 안 왔다고요?”


“네, 그렇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선배 혹시 그 친구한테 관심 있어요? 걔보다 나은 애들이 좀 있긴 한데—”


“—일단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유하나 씨한테 연락이 닿는다면, 제게도 따로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다시 그녀가 등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03/24][···하나 씨, 괜찮으십니까?]


그러나, 나는 문자를 보낸 뒤 또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껏 봐온 내성적인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봤을 때.


내가 해왔던 행동이나 요구가 강압적이고 부담스럽다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다.


만약 그녀가 나와의 협업을 원치 않는다면.


그저, 지금까지처럼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하다면.


나는 괘념치 않고 그녀를 보내 줄 생각이었다.


“···오늘도, 안 왔다는 거죠?”


“네, 그렇다고 하던데요.”


“···.”


—[03/25][하나 씨, 어디 아프신 거 아니죠?]


그러나 연속 4일, 즉 금요일까지도 이어지니.


—[03/25][···안되겠습니다. 무례인 걸 수도 있겠지만, 댁에 방문해보겠습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결단’을 내렸다.


*


그녀는 클라내드를 처음 시작하였을 때 솔직히 별 기대감이 없었다.


[그래, 눈이다. 새하얀 눈이다.]


“하암···.”


시간은 늦은 밤이었고, 게임은 오락실에 있던 게임들과 달리 텍스트가 태반이다.


아무리 한국대라는, 한국에서 가장 문자에 익숙한 대학교의 학생일지라도 관심이 없는 분야에 있어서는 졸음이 오는 것이 당연지사.


‘뭐야, 주인공 양아치야? 이런 애들 때문에 세상이 이 모양 요지경—’


그녀에게 있어서 ‘클라내드’의 초반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나.


히로인이나 친구가 늘어날수록.


그녀가 맺은 인연이 많아질수록.


그녀는 이 게임에 점점 홀린 듯이 빠져들고 있었다.


하나는 지금껏 얄팍하기 짝이 없는 인간 관계를 유지해왔었다.


기본적으로 친화력이 낮으니 사람과 말을 못 붙이고, 또 말을 이어가려고 해도 화술이 좋지 않아 몇 문장에 대화가 끊긴다.


허나, 게임 속의 주인공은 달랐다.


그녀와 달리 능동적이었고, 또 사랑 받았다.


“세이코···! 설, 설마 이대로 사라지는 거야···?!”


물론 그 과정에서 헤어짐이 있고 또 나름의 슬픔과 고뇌도 있었으나.


“흐윽···! 세이코···! 잊지 않을게···!!”


거기서 오는 강렬한 감동, 즉 카타르시스는 유하나의 감성을 여실히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끝을 향해왔다고 느낀 순간.


‘츠, 츠바사···! 겨, 결혼···! 결혼하는구나, 우리···!!’


그녀는 첫 번째 메인 히로인과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었다.


결혼은 무엇인가.


사회 통념상 결혼은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진다는 사회적 의식이다 보니, 이는 당연한 해석이었는데.


유하나는 그렇기에 메인 히로인과의 결혼을, 나름대로 행복한 결과라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한 메인 히로인 ‘츠바사’와 결혼을 하고, 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순간.


“···어?”


그녀는, 마치 정신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한낱 게임 캐릭터에 불과할지라도, 과몰입한 유하나에게 ‘츠바사’는 지금 아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츠바사가 아이를 낳다가 사망이라니.


지금껏 게임을 진행해오며 만들어온 관계가, 연인이··· 갑작스레 사망했다니.


“어···? 왜···?”


그녀는 도저히 이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 아니야. 모든 창작물은 대부분 해피 엔딩으로 끝나. 동화책 속 공주님들도 전부 그랬었잖아.’


그래서 그녀는 이내 곧바로 정신을 고쳐먹었다.


분명 계속해서 달려나가다 보면 반드시 해피 엔딩이 올 것이라 믿으며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녀가 낳은 아이는 계속해서 자라나 유치원생의 나이까지 올라왔지만.


—[하바네? 하바네···?]


주인공의 딸은 허무하게도, 허약한 ‘츠바사’의 체질을 그대로 물려받아··· 똑같이 사망에 이르렀다.


“에? 에에?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아니잖아아니잖아아니잖아아니—”


그녀는 그 시점에서부터 잠에 들 수 없었다.


츠바사가, 주인공이 겪은 불행을 마치 그녀가 직접 겪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런 그들의 인생을 구원하겠다는, 행복을 가져오겠다는 일념으로 계속해서 플레이를 이어나갔는데.


그녀는 시간이 지나가는 것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게임에 완벽하게 몰입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게임이라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플레이 타임은 늘어날 수 밖에 없었고.


식음조차 전폐한 채 4일이 지나서야, 그녀는 엔딩을 볼 수 있던 것이다.


—[우린 언제나 함께예요. 그렇게 약속했잖아요?]


“크흑··· 으으으···! 츠바사···!! 츠, 츠바사···!!!”


1회차에서 병에 걸려 죽었던 츠바사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츠바사와 똑 닮은 딸 또한 무사히 자라나 함께 소풍을 나가고 있었으니.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낸 제작사가 놀라웠고, 이런 아름다운 엔딩까지 해낸 자신이 뿌듯하기 그지 없었다.


“···크흡.”


허나, 그렇기에 그녀의 눈물샘은 마를 수가 없었다.


잔혹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의 운명을 사랑으로 극복했다는 서사.


그 서사가 나름 감성적이라 자부하는 그녀를 더더욱 미치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츠바사아···! 우, 우리가··· 우리가 해냈어···!! 예쁜 딸도 낳았다구···!”


그곳에는 ‘클라내드’를 부정하고 있던 유하나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클라내드’를 플레이한 이들 태반이 겪는, ‘클라내드는 인생이다’라는 문장을 굳게 믿는···.


그런 여인 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


—호, 호, 호혹시라도 여, 연락이 안 되면···. 여, 여기···.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


—···이건, 집 주소 아닙니까?


그녀와 일을 같이 하기로 하였을 때, 그녀는 내게 자신의 집 주소를 건네주었었다.


—느, 네에···. 맞, 맞아, 요···.


—이걸 함부로 저한테 줘도 괜찮은 겁니까?


—왜, 왜, 왜요···? 지, 집 주소, 아, 알려주면 안 되는 건가요···?


여자가 낯선 남자에게 주소를 건넨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모양새였는데.


평소의 사회성과 사교성이 현저하게 낮은 그녀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런 그녀의 행동이 납득되기도 했다.


‘교사나 교수, 뭐 그런 사람들에게 주소를 알려 주는 거랑 비슷한 감성이었겠지. 유하나 본인에게는.’


그래서 나는 당시에 그런 그녀의 행위를 적당히 제지하고는, 안전 상의 문제도 있고 하니 그러지 말 것을 권했었다.


—아무에게나 주소를 줘서는 안 됩니다. 혼자 자취하시잖아요, 유하나 씨는.


—아, 아무나···. 느, 네에··· 아, 알겠어요···.


그리고는 일단은 받아둔 다음, 어차피 찾아갈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는···.’


솔직히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흔한 원룸 빌라의 구성이었다.


건물 자체는 커보였으나 내부는 흔하디 흔한 구성이었는데.


워싱턴의 낡은 아파트에 익숙해져 있던 내 눈에는, 꽤나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1층의 현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간 뒤, 계단을 올라선 나는 이내 그녀의 집 앞에 멈춰 섰고.


—똑, 똑.


이내 곧바로 그녀의 문에 노크를 두들기며, 그녀에게 내가 왔음을 알렸다.


“저기요, 접니다. 한성근입니다.”


그리 말하는 데도 응답이 없자 또 다시 초인종을 눌렀으며.


—띵동.


초인종 소리가 복도에까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분명 그녀의 귀에도 들렸을 터였다.


—부스럭, 부스럭.


그리고 그런 나의 예상대로 안쪽에서 모종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긴장감과 절망감이 뒤섞이며 차라리 오지 말았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만약 그녀가 이런 상황을 싫어한다면.


나와의 협업을 그만두고 싶어한다면.


내상이 꽤나 강력할 것 같았으니까.


—철컥, 끼이이익——


그리고, 이내 문이 열리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히끅, 흐윽. 우에엥, 선, 선배···. 선배애애······!”


“···유하나 씨?”


“츠바, 츠바사가··· 츠바사 쨩이······.”


“츠바사요···?”


어째선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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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 성우 NEW +1 16시간 전 21 0 11쪽
9 009. 사전 공개 24.09.17 27 2 12쪽
8 008. 데모 버전 24.09.16 38 3 11쪽
7 007. 본격적인 제작 단계 24.09.15 47 2 12쪽
» 006. 최루 게임 24.09.14 49 3 11쪽
5 005. 일러스트레이터 (3) 24.09.11 64 3 14쪽
4 004. 일러스트레이터 (2) 24.09.10 65 3 12쪽
3 003. 일러스트레이터 (1) 24.09.09 66 2 13쪽
2 002. 격동의 2011년 +1 24.09.08 91 3 14쪽
1 001. 뒤늦은 후회 24.09.08 10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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