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가 집착하는 천재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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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엇푹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14:19
최근연재일 :
2024.09.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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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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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고마워요

DUMMY

7화



“이, 이게 무슨?”


강한준과 본부장, 다른 팀장급들이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다들 네가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냐는 얼굴들.


나는 당황한 모두 앞에서 차분히 이 녹음본에 대해 설명했다.


“신입 코디가 팀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일전에 면담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 이 사람은 언제 한 번 사고 치겠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오더군요. 하지만 그 느낌만으로 사람을 자를 순 없으니, 돌발행동을 할 거 같을 때마다 항상 녹음기를 켜고 동행 했었죠.”


모두 다 거짓말이었다.

최선희와 면담한 적도 없었고, 매번 녹음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떤 숏츠가 미래를 알려줘서 미리 대비했다고 할 수는 없는 법.


이에 준비한 그럴듯한 거짓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애초에 이상하다고 해도 의문을 제기할 리도 없으리라.


사면초가 같았던 상황에 겨우 나타난 희망을, 그 누가 부정하려고 할까.


[ 그렇담 그냥 다른 일 알아보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본인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일 붙잡고 있을 바엔. ]


마침내 녹음본이 끝나고, 대표실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이 침묵은 방금 전처럼 무겁지 않았다.

아까와 달리,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번져 있었기 때문.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들어 봐선 송아 씨 잘못은 없는 거 같은데요?”

“그치? 이 정도는 사회생활 하다 보면 다 듣는 말이잖아?”

“아니, 심지어 이건 악의적이지 않습니까! 전문 들어 보니 그쪽 잘못도 다분한데, 그것만 쏙 빼놓고 송아 씨 탓만 하다니!”


강한준이 운을 떼자 모두가 싱글벙글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해낸 유송아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들뜬 기색을 감춘 채 조용히 서있을 따름이었다.

일단은 처분을 기다리는 책임자의 입장이었기 때문.


“바로 이 음성 파일 녹취록 떠서 반박 기사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에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도록···.”

“책임은 무슨! 성윤아, 너 덕분에 살았는데. 안 그렇습니까, 대표님?”

“크흠, 그렇지. 김 실장이 이번엔 큰일 했어!”


강한준은 민망함에 헛기침을 했고, 본부장과 다른 팀장들도 멋쩍게 웃었다.

나를 질책하려 모인 사람들이 오히려 내게 미안해 하는 광경이라니.


이것에 묘한 쾌감을 느꼈으나, 마음을 놓을 때는 아니었다.

아직 사건은 한창 진행 중이지 않던가.


“그럼, 대표님. 바로 돌아가서 대응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다들 뭣하나? 김 실장한테 일 다 떠넘기려고? 법무 팀 움직여서 법적 대응하고, 홍보 팀 움직여서 이 건 우리한테 더 유리하게 굴릴 방법도 찾아봐!”

“넵, 알겠습니다!”


당찬 외침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대표실을 빠져나왔다.

다급히 흩어지는 팀장들 사이에서 오중구가 자랑스럽게 내 어깨를 두들겼다.


“크으, 잘했다. 성윤아! 네가 오늘 회사 구한 거야!!”


회사를 구했다.

참으로 거창한 표현이었으나, 이보다 맞는 말도 없었다.

HJ 엔터의 간판 배우인 유송아에게 논란이 생기면, 소속사의 이미지도 크게 실추되었을 테니.


게다가 유송아의 할리우드 진출은 HJ 엔터가 중견을 넘어 대형 엔터로 발돋움할 기회였다.

이번 논란이 크게 번졌으면 회사 확장이 얼마나 밀렸을지.

아니, 회사가 버티기나 했을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다음에 대표님께 너 팀장 자리 조용히 말해볼게. 이거 가능성 있어. 오늘 일로 너 얼굴 도장 제대로 찍었을 테니.”

“저 실장 된 지 1년도 안됐는데 무슨 팀장이에요.”

“기간이 중요하냐? 능력이 중요하지. 이런 거 한 두 건만 더 터지면 바로 팀장 달고 하는 거야, 원래!”

“그럼, 이런 사건이 더 터져야 한다는 건데.”

“아, 안 돼! 오늘도 심장이 얼마나 벌렁거렸는데. 이런 거 몇 번씩 터졌다간 나 심장병 걸린다고!”


오중구와 크큭 거리면서 내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삼 놀라웠다.

회사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사고가 터진 마당에 이렇게 웃을 여유가 있다니.


‘정소진의 <연> 때는 장례식장이 따로 없었는데.’


그때에 비하자면 뭔가 내적으로도 외적으로, 크게 달라졌음을 느꼈다.


사실 그 일이 터지고 솔직히 매니저란 일에 아니, 사는데 큰 환멸을 느꼈었다.

나 스스로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거대한 벽 같은 걸 느꼈다고 할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게 다가올 예상치 모를 미래에.

내 담당 연예인들에게 찾아올 불행에 대응할 수 있었다.


내 손에 쥐어진 이 스마트폰.

미래 렉카, 이것만 있다면.



*



[ HJ 엔터, 유송아 폭언은 악의적 짜깁기. 루머 유포자에게 적극 법정 대응 예고. ]

[ 유송아 폭로 유포 채널, ‘우리도 속았다.’ 음성 파일 변조 사실 몰라. 유송아에게 사과 의지 밝혀 ]

[ 좋은 연기엔 이유가 있다. <재벌집 막내며느리> 유송아, 폭로로 밝혀진 완벽주의 면모에 팬들 환호! ]


몇 시간 뒤 폭로에 대한 반박 기사가 올라왔다.


유송아의 인지도와 평소 이미지로 인해 몇 시간 사이 유송아를 저격한 기사만 해도 수 십 건.

커뮤니티에도 이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 나간 상태였으나, 생각보다 비난의 여론은 금세 잦아들었다.

우리의 워낙 대응이 빨랐을 뿐더러 빼도 박도 못하도록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기 때문.


그리고 이 대응은 예상치 못한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 ? 이 정도는 잘못하면 다 듣는 말 아님?

- 폭로자가 사회생활 안 해본 티내는 거지 뭐...

– 난 이번 일로 유송아 극호감 됨 ㅋㅋ

– ㅇㅈ 재능충인 줄 알았는데 노력파였네

- 깐깐한 것도 다 연기 잘하려고 저런다는데 어쩌겠음

- 착하고 일 못하는 사람보다 못 되도 일 잘하는 사람이 낫더라~

- 폭로 채널은 몰랐으면 다인가 ㅋㅋㅋ 이러니 렉카들은 다 폐쇄해야...


녹취록 안에 담긴 유송아의 연기 신념이나, 팀원들을 대하는 태도.

이러한 것들 덕분에 표독한 이미지가 프로페셔널함으로 반전되었던 것.


이런 이미지 반전 여부와 상관없이, 폭로를 한 최선희에게는 엄중한 법적 대응이 예고되었다.

대화를 왜곡하는 편집으로 그 악의성이 드러난 바.

아마 큰 배상금을 물게 될 것이고 앞으로 연예계에는 발도 들이지 못하게 되리라.


이렇게 일이 술술 풀리니 그간 해왔던 긴장이 싹 풀리는 걸 느끼는 한편,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조금만 더 일찍 미래 렉카가 내 손에 들어왔다면.

정소진이 출연한 <연>이 좌초되는 것도 막을 수 있었을 테니.


‘뒤는 생각하지 말자, 앞으로가 중요하니까.’


애초에 미래 렉카는 보여주지 않았던가.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정소진의 모습을.


이는 <연>의 좌초가 정소진의 배우 인생을 망칠 정도로 큰 사건이 아니었음을 의미했다.

그러니 뒤는 보지 말고, 앞으로의 일만을 신경 쓰면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현재.


우우우웅.


어둠을 뚫고 내가 모는 자동차는 도로를 달려나가고 있다.

뒷자리에는 저번처럼 유송아가 조용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늘 유송아가 특별히 내게 배웅을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나와 따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인 게 아닐까.


그 이야기는 과연 뭘까.

약간 기대하면서 운전을 하는데, 유송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김 실장님. 역시 제 전담 매니저하시죠?”

“그, 송아 씨. 그래도 오늘 제가 큰 도움 드린 거 같은데 왜 벌을 주시려고 하는지?”


내가 어이없어하며 답하자, 유송아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그냥 해본 말. 그보다 저번에 자동차 사고 나셨다고 했죠? 이참에 차 한 대 새로 뽑으시는 거 어때요? 제가 사드릴게요. 어떤 거 원하세요. 벤츠? BMW?”

“감사는 한데, 지금 제 월급으로는 유지비 감당이 안 될 거 같은데요.”

“준다고 해도 싫다 하시네. 그럼, 다른 거 필요한 거 뭐 있으세요? 이 유송아의 배우 생활을 연장시켜주셨는데. 뭐라도 하나 받으셔야 하지 않겠어요?”

“어, 한 10억 정도 주시겠어요?”

“좋아요. 계좌 부르세요.”

“···죄송합니다.”


농담도 못하겠네.

진짜로 10억 줄 거 같잖아?


실제로 유송아에게 그 정도 재력은 있을 것이다.

이번 건으로 인해 유송아의 활동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테고.


그러니 어쩌면 10억으로는 이쪽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래, 내가 부탁해야 할 건 이 돈보다 더 값진 것.

그건.


“그럼, 나중에 제가 하는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죠. 저는 그거로 충분합니다.”

“제 귀에는 10억보다 이게 더 무섭게 들리는데 괜찮은 거 맞죠?”

“하하. 이상한 거 요구할 생각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알겠어요. 그럼. 유송아 이용권 하나 드릴 테니 유용하게 사용해 보세요.”


이러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자동차가 유송아의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정신없던 하루에 유송아는 가벼운 인사를 남기며 자동차에서 내렸다.

나도 피곤했던 터라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던 차에.


똑똑.


유송아가 차창을 두들겼다.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나 싶어 창문을 내렸다.


“왜 그러세요?”

“이 말 하는 거 깜빡한 거 같아서요.”

“어떤?”

“···고마워요. 덕분에 더 연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유송아가 가볍게 미소 지은 뒤 내게서 등을 돌렸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중에도 계속해서 뇌리에 아른거리는 유송아의 미소.


‘예쁘네.’


표독스러운 연기만 해서 그렇지, 역시 탑배우는 탑배우.

하지만 지금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건 그 외모만이 아니었다.


‘역시 이 일이 나한텐 맞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 보람.

이것이 내가 매니저를 해왔던 이유란 걸 다시금 깨닫는 것과 동시에, 이번 기회로 새로이 느낀 바도 있었다.

무명 배우를 키워내는 것만이 진짜 보람된 일이라 믿었는데, 어쩌면 탑스타랑 일하는 것도 제법 괜찮을 거 같다는 것.

물론 그러기 이전에.


‘소진이에게 장담했던 것부터 마무리해야지.’


그러고 보니 <자매>의 감독을 맡을 신이현에게 보낸 메일은 어떻게 됐지?

메일 보낸 게 오늘 낮이긴 하지만, 시간상으로는 답변이 돌아오기 충분한 거 같은데.


문득 든 궁금증에 이메일을 확인하니 신이현에게서 온 답장이 보였다.

이걸 확인하지 않고 출발하면 집으로 가는 내내 신경 쓰일 게 뻔한 일.


이에 나는 일단 자동차를 구석에 주차하고 메일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S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이현이라고 합니다. 제 작품을 좋게 봐주셨다고 하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다만, 이걸 영상화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들었어요. 김성윤 실장님을 못 믿고 그런 게 아니라, 제 작품이 그 정도 가치가 있는 대본인가 싶어서요. 그래서 일단 전체 대본 확인을 먼저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뒤에도 마음이 변함없다면 그때 미팅 날짜 잡았으면 합니다! ]


이러한 내용과 함께, 안에는 전체 대본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렇게 전문을 보내면 이걸로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다음에는 섣불리 이런 짓은 하지 말라고.

직접 만나게 되면 충고해줘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이러한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금방 지워지고 말았다.


“···미쳤네, 이건.”


대본을 확인하는데 감탄밖에 나오지가 않았다.

시놉과 대본 초반부를 봤을 때도 좋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전체 대본을 보니 아예 다른 물건이었다.


<자매>라는 제목답게 이 영화는 투 톱 체제, 언니와 동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이 중 초반부는 동생 쪽에 좀 더 치중되어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언니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앞서 드러난 동생의 행동 원인들이 퍼즐 맞춰지듯 완성되는데 그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느껴졌다.


‘이게 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독립 영화.’


미래 렉카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가능할까 싶었다.

작품을 봤을 때도 가능성을 느꼈지만, 확신은 없었다.


하지마 지금은 달랐다.

이거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초반 부분만 읽었을 때는 별로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까.


‘왜 언니 역으로 유송아가 떠오르는 거지?’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은 연재에 큰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29 재밋니
    작성일
    24.09.15 08:59
    No. 1

    아 이거 재밋는데 유입이 너무 작아 연중하실까 두렵네요 그래도 작가님 파이팅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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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1 24.09.11 229 3 12쪽
5 5화 작지만 큰 차이 24.09.10 23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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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그냥 제 담당하시죠? 24.09.08 27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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