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가 집착하는 천재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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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엇푹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14:19
최근연재일 :
2024.09.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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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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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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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뭐야, 둘이?

DUMMY

14화



첫 대본 리딩을 마치고 우리는 부랴부랴 회식 장소를 알아봐야 했다.


슈퍼 J인 유송아가 있는 만큼 당연히 예약한 가게는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급하게 장소를 변경해야 했던 건.


“으하핫. 다들 안 먹고들 뭐해?”


고두현이 갑자기 <자매> 팀의 회식을 손수 집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


그러면서 동시에 회식 메뉴 역시 업그레이드되었다.

돼지 갈비에서 소갈비로 말이다.


“본부장님이 웬일이시래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회식 장소 변경에 불만스러워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한편으로는 다들 의문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하라고.

늘 신신당부하던 고두현이 아니던가.


그래서 회식 메뉴는 언제나 돼지 갈비로 정해져 있었다.

함께하는 사람이 설령 천하의 유송아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에 모두가 궁금해 하는 변덕의 이유를 지금 이 자리에서 아는 사람은 두 명.

고두현 본인과 바로 나였다.


‘암을 조기 발견했는데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건강 검진 결과, 고두현은 정말로 전립선암 1기였다고 한다.

조기에 발견되어 간단한 항암치료로 금세 완치될 거라고.


내 덕에 이 사실을 늦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다며, 고두현이 내게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미래 렉카가 알려준 정보를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는 게 다시금 증명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고두현이 오늘 이 축제를 벌인 이유에 대해서 다른 직원들이 아는 일은 없으리라.

고두현이 좋은 일도 아닌데 알릴 게 뭐 있냐고 했기 때문.

그리하여 고두현의 암 투병 사실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남게 될 예정이었다.


한편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은 나와 정소진, 유송아, 신이현이었다.

비교적 소고기를 접할 일이 많은 나와 유송아는 유유히 이모님이 고기를 구워주는 걸 기다렸으나, 남은 두 사람은 달랐다.


츄릅.


무명 배우와 대학생 감독은 탐스럽게 익어가는 소고기 앞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다만, 신이현이 손까지 안절부절 못해 하는 건 다른 이유에서인 듯 했다.


“으, 이 마블링을 사진으로 못 남기다니.”


에효, 저것도 SNS 중독 증상이었다니.

이 사실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나는 신이현을 대신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찰칵.


소고기의 선명한 마블링을 사진으로 남겼다.

신이현은 감동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말이다.


“감독님이 사진을 못 찍으시니, 제가 열심히 찍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촬영 끝나는 대로 보내드릴게요. 아참, 다들 술 먹고 벌게지기 전에 사진도 한 장 남길까요?”


그 뒤 제작진과 함께 다 같이 사진도 한 장.

이러한 내 배려에 신이현의 얼굴에 어린 감동은 더욱 커졌으나, 신이현만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었다.

촬영 이후 메이킹 필름 같은 걸 만들어서 홍보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었으니.


“그럼, 본부장인 내가 건배사 하겠습니다! 감독님 이름이 신이현이니까. 내가 신이 나게. 다른 사람들은 현명하게! 하는 겁니다!”

“와아, 본부장님. 구려요!!”

“조용히 못 해? 자, 그럼 신이 나게!”

“현명하게!”


본부장의 건배사와 함께, 모두가 소고기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고급 소고기 특유의 육향과 고소함.

입 안에 감도는 느끼함을 달래주는 건 시원한 소맥 한 입이었다.


“소진 씨는 술 안 좋아해?”


맛있게 식사를 하던 중 유송아가 앞에 앉은 정소진에게 물었다.


배우를 데려줘야 할 몇몇 로드.

그리고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은 고두현을 제외하곤 다들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유송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훌륭한 소고기 앞에서 술이 땡기는 건 탑스타도 마찬가지라는 뜻.


하지만 정소진은 조용히 사이다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술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가볍게 마시는 건 좋아하는데 당분간은 금주하려고요.”

“어머, 나랑 같이 마시기 불편해서?”

“그, 그런 게 아니라요. 최근에 술 먹고 실수를 한 적이 있어서.”


정소진이 나를 보더니 시선을 피했다.

실수란 게 저번에 했던 취중 배우 포기 선언이었던 모양.


여기에 대해선 이미 회포를 푼 상태라 그냥 웃어넘기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소진아, 네가 그러면 나도 또 안 좋은 기억이.


[ 성윤 옵···! ]

그만!


떠오르고만 미래 렉카의 영상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정말 이건 언제쯤 괜찮아질는지.


그때였다.


“뭐야, 둘이?”


테이블 위에 감도는 싸늘한 기운.

유송아의 차가운 눈빛이 내게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두사의 시선을 본 듯 그걸 보고 꼼짝 못 하고 있을 때, 유송아가 싱긋 웃으며 소맥으로 채워진 잔을 들어 올렸다.


“장난이에요, 장난. 이래서 내가 장난도 못 친다니까.”

“하하. 너, 너무 감쪽같아서 깜짝 놀랐네요. 그렇지?”

“그, 그렇네요.”


주변을 보며 내가 호응을 유도하자 얼른 맞장구치는 사람들.

하지만 여전히 테이블 위에는 약한 한기가 감돌고 있었다.

저거 정말 장난 맞지?


뭔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분위기에 조마조마해하는데, 우리의 구원 투수가 등장했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고두현이었다.


“우리 소속사의 보배, 김 실장! 고기는 많이 먹었어?”


고두현이 우리 자리로 난입해 내게 어깨동무를 걸쳤다.


건강 챙긴다고 술을 안 마셨는데도 혀가 꼬인 목소리였다.

병을 조기 발견한 기쁨에 얼큰히 취하기라도 한 걸까.


아무튼 그 덕에 화제가 고두현 쪽으로 돌아갔다.


“지금 배 터지겠습니다. 본부장님은 많이 드셨습니까?”

“으하핫, 나는 우리 김 실장 먹는 거만 봐도 배가 불러서 말이야!”


고두현이 내게 윙크하는데 솔직히 소름이 끼쳤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를 고깝게 보던 그 사람이 정말 맞나 싶었다.

죽다 살아나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게 이런 걸까.


“그보다 우리 김 실장, 뭐 필요한 거 없어? 원하는 게 있으면 나한테 말만 해!”


그러던 중 고두현의 이 한 마디 말에 머릿속에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꺼내기엔 약간 조심스러운 부탁.


하지만 변덕이 심한 고두현이지 않던가.

내일이 되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나는 주변의 눈치를 본 후 고두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면 본부장님.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요.”



*



“고요를요?”

“그래, 3팀 쪽으로 이관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해?”


최만준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본부장실로 불려 오자마자 들은 소리가 배우를 이관시키라는 것이라니.


그것도 다른 팀으로의 이관이라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최만준은 곧장 떠올릴 수 있었다.


[ 고요 씨, 어때요?]


며칠 전, 김성윤과 나누었던 대화를 말이다.


“김성윤, 그 자식이 그럽니까?”

“김 실장이 자네 친구도 아니고. 김성윤이 뭐야?”

“죄송합니다.”


고두현의 으름장에 최만준은 고개를 숙였으나 억울할 따름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표 강한준과 함께 김성윤의 행동에 혀를 차댔던 고두현이지 않던가.

최만준도 거기에 참여해서 신나게 뒷담화를 해댔고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태세 전환이라니.

그 사이 김성윤이 고두현한테 뭔 짓을 하기라도 한 걸까?


“아무튼 김 실장이 고요가 예능 쪽으로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그쪽으로 기를 못 펴는 거 같아 아쉽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고요한테 예능 제의 많이 왔었는데, 최 팀장이 죄다 컷하던 거였잖아?”

“네. 맞습니다. 하지만 본부장님도 고요 아시지 않습니까. 걔는 예능 나가면 오히려 이미지 깎아 먹을 애라니까요?”

“그 이미지도 일단 나가봐야 생길 거 아냐?”

“그거 때문에 배우 일이 끊길 수 있습니다.”

“그 덕에 더 뜰 수도 있는 법이지.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김 실장이 예능 쪽으로는 아는 피디가 많단 말이지. 그래서 아예 3팀 쪽으로 가서 일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어. 어떻게 생각해?”


최만준의 의사를 재차 묻긴 했으나 이미 생각을 바꿀 의지는 없단 말투였다.

그리고 최만준은 잘 알고 있었다.

본부장이 이렇게까지 몰고 나가면 웬만해선 노선이 바뀌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아직 수가 없는 건 아니었다.


“고요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으아니, 우리 김 실장이 어떤 사람인데 그런 것도 고려 안 했겠어? 그럴 수도 있으니까 일단 둘이서 이야기 나눌 자리를 마련해 줄 있냐고 하더라고! 역시 김 실장은 사람 됨됨이가 되었다니까! 내가 로드 시절 때부터 알아봤지!”


최만준은 속으로 혀를 찼다.

배우 스스로 이를 거절하는 것.

이게 최후의 방법이었건만, 여기까지 생각해 뒀던 건가.


하긴 김성윤이 이쪽으로 준비를 안 해뒀을 리가 없었다.

이 얄미울 정도의 꼼꼼함이야말로 평소 최만준이 김성윤을 안 좋아하는 이유였으니.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의사가 그렇고, 고요도 원한다면 이관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최 팀장이 이해해 준다니 고맙네. 그럼, 고생해.”

“넵. 가보겠습니다.”


칫.

최만준은 본부장실을 나오자마자 신경질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담당 배우를 다른 팀에 넘긴다는 건, 매니저 팀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팀 내부에서의 이관은 인사이동이나 이직 등의 이유로 비교적 자주 있는 일.


하지만 팀끼리의 이관은 그 팀과 배우 사이의 직접적인 마찰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외부 사람들에게는 이번 일이 자신 팀의 관리 소홀로 인한 것으로 비춰질 거란 뜻이었다.


‘쯧, 그래도 본부장이 저따위로 밀어붙이면 방법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인 건 김성윤이 탐내는 게 안고요라는 점이었다.

안고요는 2팀에 소속된 배우 중 그리 눈에 띄는 배우가 아니었다.


외모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연기력이 유별난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 진취욕도 없는 배우.

그게 바로 안고요였다.


이런 배우를 탐내다니, 김성윤도 참으로 안목이 없었다.

그것도 배우 쪽이 아니라.


‘예능? 그런 걸로 배우가 성공해봐야 얼마나 성공한다고?’


흥, 하고 최만준은 콧방귀를 뀔 따름이었다.



*




우우우웅.


고두현 덕분에 성사된 안고요와의 미팅날.

사옥 회의실에서 안고요를 기다리는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여느 때처럼 나를 설레게 하면서도 불안케 하는 소식.

미래 렉카였다.


[ 그래서 오늘 리뷰할 건 뭐야? ]

[ 오늘 리뷰할 건 배우 안고요 님이 천종일 대표님과 협업해서 만든 <안고요한 도시락>이여. ]


영상의 주인은 흑백우 리뷰였다.

제목은 [ 안고요 배우님 도시락이 또 나왔다고? 냉정하게 리뷰하겠습니다. ]


흑백우 리뷰는 나도 자주 보는 음식 리뷰 채널이었다.

1분 뚝배기형과 달리 조리법보다는 배달, 냉동 음식을 주로 리뷰하며 이 채널 역시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가 일품이었다.


다만, 두 채널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이쪽은 AI 음성을 쓰지 않고 너튜버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형태였기 때문.

아니, 정확히는 흑우, 백우 두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 <안고요한 도시락>? 그게 뭔데? ]

[ 안심의 안! 고사리의 고! 요거트 소스의 요! 란 뜻인데, 두툼한 안심에 구수한 고사리. 안고요 님 특제 요거트 소스가 들어가서 밸런스 있고 조화로운···! ]

[ 그만! 그 정도면 됐어! ]

[ 아니, 여기서 그만을? ]


테이블 양 사이드에 앉은 흑우, 백우는 음식을 먹고 리뷰하고 있다.

백우는 먹고 평가하고, 흑우는 수다스러운 백우를 자제시키고.

그 사이 맛있다, 특이하다, 가성비가 좋다.

이런저런 극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멍하니 영상을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사실 중요한 건 음식 맛이 어떠냐가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 콕 박힌 건 처음 언급된 한 이름.


‘천종일이라고?’


요리 연구가이자 대한민국 굴지의 대형 음식 프랜차이즈 대표였다.

온갖 요리 프로그램 출연하고 본인 너튜브 채널까지 운영했으며, 동시에 취미와 가정마저 챙겨 몸이 천 개냐는 소리를 듣는 사람.

요리로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리라.


‘그런 사람과 안고요가 협업해서 도시락을 낸다고?’


이 사실에는 나도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안고요가 요리 레시피로 유명해진다는 건 이미 미래 렉카로 확인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러면 요리로 인지도를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요식업으로 진출해 버렸다는 거지 않은가.


‘이게 정말 돼?’


다시 생각해도, 연결고리가 이어지질 않았다.

나도 안고요를 요리 예능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연줄을 총동원해도 안고요와 천종일을 바로 연결 지을 수는 없었다.

이건 거의 유명 감독 작품에 무명 배우를 꽂아 넣는 수준의 일이었으니.


그런데 미래 렉카는 이게 가능하다고 말하듯, 이 영상을 보내왔다.


‘그렇담 하나하나 끝내 나가면 된다.’


이 길 끝에 천종일과의 협업이 존재한다면 오히려 마음 편히 전진해 나갈 수 있었다.


이것의 첫 번째 스탭은 안고요가 요리로 유명해지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이 일에 대한 안고요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렸고.


“안녕하세요! 안고요입니다!”


안고요가 문 너머에서 튀어나오며 내게 활기차게 인사했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은 연재에 큰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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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전 제목 사이버렉카로 탑스타와 결혼함 24.09.11 103 0 -
15 15화 안고요한 안고요 NEW 6시간 전 86 2 15쪽
» 14화 뭐야, 둘이? 24.09.19 117 2 13쪽
13 13화 밑져야 본전 24.09.18 121 3 14쪽
12 12화 세상에 나쁜 정보는 없다 24.09.17 139 3 16쪽
11 11화 좀 치네요? +1 24.09.16 160 3 14쪽
10 10화 믿음에 답하는 법 24.09.15 179 3 13쪽
9 9화 오늘은 안 할래 +1 24.09.14 190 3 15쪽
8 8화 한 가지 조건 24.09.13 210 3 17쪽
7 7화 고마워요 +1 24.09.12 218 3 12쪽
6 6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1 24.09.11 229 3 12쪽
5 5화 작지만 큰 차이 24.09.10 233 3 14쪽
4 4화 코발트와 네이비 24.09.09 241 3 13쪽
3 3화 그냥 제 담당하시죠? 24.09.08 277 5 13쪽
2 2화 여기잖아? 24.09.08 300 5 12쪽
1 1화 나잖아? 24.09.08 355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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