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김철수가 최강 빌런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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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썸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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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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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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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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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불공정한 계약

DUMMY

002. 불공정 계약




정체불명 존재가 말한 대로, 온몸에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태어나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근육은 마치 불타는 듯했고, 심장은 폭발할 것처럼 미친 듯이 뛰었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에 온몸의 근육은 마구 수축하고 이완을 반복했다.


신체적 고통만이 아니었다. 정신적으로도 고문에 가까운 고통이 이어졌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바퀴벌레들이 내 몸을 기어오르는 환각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몇 마리뿐이었으나, 곧 수백 마리로 늘어나 내 몸을 뒤덮었다.


‘이건 진짜 고통이 아니야··· 환각일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지만, 고통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인간이 엄청난 통증을 느끼면 기절하기 마련인데, 난 기절도 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통증을 느껴야 했다. 기절이라도 했으면 고통도, 통증도 느끼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잠깐만··· 그래서 일부러 기절할 수 없게 만든 건가? 기절하면 고통을 못 느끼니까? 그렇다면 천재인데···’


몸부림치며 저항하려 했지만, 고통은 나를 철저히 짓누르며 빠져나갈 구멍을 주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절망 속에서, 마침내 그 지독한 고통 속에서 눈을 떴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이 찾아왔다. 고통이 사라지고, 눈앞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내 집이었다. 천장, 벽지, 그리고 익숙한 냄새까지도 그대로였다.


‘근데 왜 집에서 깨어났지? 분명 교통사고를 당해서 도로 위에 뻗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아니면, 병원에서 깨어나던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회귀, 혹은 부활.’


난 익숙한 동작으로 팔을 휘둘러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05시 08분

2024년 7월 5일


예상대로 사고가 있던 날로 회귀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한 그 순간, 시야 왼쪽 위에 날짜가 떠올랐다.


‘7일.’


‘분명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거겠지.’


그제야 정체불명의 존재가 제안한 계약이 떠올랐다.


‘제안은 무슨. 강압에 의한 불공정 계약이지.’


하지만 지금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철수야, 너 지금 몇 시인 줄­

“엄마! 아빠 괜찮아?”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는 왜?

“아, 아니, 별일 없나 해서.”

―별일 없으니까 얼른 끊어! 엄마 더 자야 해!


뚝.


혹시 몰라 여동생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여동생의 투덜거림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다행히 가족은 모두 무사했다.


어쨌든 계약은 성립됐다. 내 가족을 살리려면 나는 어떻게든 일주일 안에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머리를 감쌌다. 신체적 고통은 사라졌는데, 심적 고통은 여전히 나를 짓눌렀다.


“아~ 왜 갑자기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냐고. 이게 다 그 음주 운전자 때문이야.”


태어나서 누군갈 원망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누구를, 언제, 어떻게 죽이지? 누군가를 때려본 적도 없는 내가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겠냐고!’


고민할수록 심적 고통은 점점 더 커졌다.


띠리링. 띠리링.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곱 시로 설정된 알람이 울리면서 내 신경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출근해야 한다.


심적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 지금 이렇게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계약을 무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가족을 버리고 다시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나는 평소 하던 대로 출근 준비를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근데 몸이 왜 이렇게 가볍지?’


이상했다. 단순히 가볍다고 느낀 게 아니었다. 개운해도 이렇게 개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척 가벼웠다. 이십팔 년 동안 쌓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기분이었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랄까.


‘하긴, 새로 태어나긴 했지.’


놀라움을 느끼며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문고리가 뚝 하고 부서졌다. 평소처럼 열었을 뿐인데.


그 순간, 정체불명의 존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다치면 안 되니 너에게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도 줄 거야.]


‘정말 능력이 생긴 거구나.’


나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겉모습은 변한 게 없었다. 거울을 바라보니 체격도 예전 그대로였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 모습이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체불명 존재가 말한 능력이라는 게 완력을 뜻했던 건가? 나쁘진 않네.’


생각이 끝나는 순간, 갑자기 위층에서 나는 물소리, 아래층에서 나는 하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나는 소음이란 소음은 전부 다 들려왔다. 평소엔 절대 들을 수 없던 것들이었다.


나는 귀를 틀어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여전히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웠다.


고개를 저으며 어떻게든 소음을 떨쳐내려고 했는데, 더 나아가 화장실 바닥에 있는 세균마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웩.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통해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에 완력까지, 모든 능력이 향상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도 말도 될 수 없을 만큼 월등하게 말이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이라.’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안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상태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이 능력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지?’


속으로 생각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능력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 이렇게 되면 얘기는 달라지는데? 엄청 편리하잖아.”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출근하자.’


난 죽기 전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청솔’ 읍사무소로 출근해야 했다. 왜? 회귀해서 7월 5일이니까.


죽던 날로부터 하루도 안 지났는데 왜 내 기억은 일 년은 지난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하, 피곤하다. 똑같은 하루를 더 산다는 건 꽤 힘든 거구나.’


나는 늘 하던 대로 버스를 기다리며 아침 뉴스를 봤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하루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했다. 한 주를 어떻게 보낼지 말이다.


뜬금없이 여러 인물의 사진이 나타났다.


[유니버스 특별수사국에서 새로운 변이 범죄자 현상금 수배서를 배포했습니다. 현상금 1위였던 ‘듄’이 2위로 밀려나고, 2위였던 섀도우가 미국의 고위 관료 살해 혐의가 추가되면서 가장 많은 현상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변이 범죄자.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정보가 이상하게 귀에 쏙 들어왔다.



***



나는 평소와 똑같이 근무하고, 똑같이 퇴근했다. 그리고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신발 끈도 똑같이 풀려 있고.’


그때였다. 내 예상대로 나를 한 번 죽였던 적이 있는 차량이 나를 향해 비틀거리며 돌진했다.


모든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릿하게 보였다. 그리고 사고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고급 외제 승용차. 눈이 잔뜩 풀린 채 운전석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와 조수석에 앉은 어린 여자.


남자의 얼굴과 마주하게 되니 다시금 그때의 억울함이 밀려왔다.


난 오기가 생겼다. 처음엔 차량을 피할 생각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윽고 차량 불빛이 번쩍이더니 나를 덮쳤다.


당연히 난 멀쩡했다. 대신 나와 부딪힌 차량의 앞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었다.


애초에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멀쩡할 거라는 사실을.


‘내가 만약 누군가를 살해해야 한다면 이 운전자를 죽이는 게 가장 합당하지 않을까?’


나를 한 번 죽였던 사람이니 죽인다고 해도 죄책감은 들지 않을 거 같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남자야말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물로 삼아야 할 첫 번째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


고민하던 중, 남자가 나를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새로운 능력 덕분에 멀리서도 그의 진한 술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씨발, 왜 남의 차를 박아!”

남자가 말했다.


지금 보니, 남자는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몸집이 컸다.


‘근데 내가 잘못 들었나? 이 남자는 아직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건가?’


“야, 뭘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어! 어? 당장 안 꺼져?”


남자의 혀는 꼬일 대로 꼬여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충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알코올에 적셔진 상태로 죽는다면 고통은 없겠지.’


“이 새끼가 내 말을 계속 무시하네?”


남자는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내 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휙, 스윽. 푸직.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운전자의 머리가 내가 휘두른 주먹에 수박처럼 터져버린 것이다. 그것도 내 몸에 피 한 방울 튀지 않고 말이다.


‘이게 무슨.’


주먹을 내려다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의도한 행동이 아니었다. 나는 싸움을 해본 적도, 주먹을 휘둘러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내 몸이 왜 그렇게 빠르게 반응했는지 나 자신조차 의문스러웠다.


‘이것도 능력의 일종인 건가?’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뒤엉켜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죽은 대상자의 영혼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의 영혼 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의 ‘생의 기억’을 저장합니다.]


이건 또 뭐야? 흡수? 정화? 생의 기억?


내가 죽인 운전자의 기억이 내게 저장되었다니, 솔직히 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내 곧 현실이 되었다. 말 그대로 내가 원하면 그의 일생일대기를 전부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털퍼덕.


난 재빨리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수석에 있던 여자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기절한 건가? 죽은 건 아니겠지?’


가까이 다가가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아, 다행이다. 숨은 쉬고 있네.


난 길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버스 정류장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즉사한 남자의 몸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내렸다.


“이제 된 거야.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돼. 이번이 마지막이야.”

나는 중얼거렸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었다.


‘복수했다고 치고 일단 경찰에 잡히기 전에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 해.’


다음 정류장까지 뛰어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어느새 내 몸은 다음 정류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 속도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이것도 능력 때문이겠지, 당연히.’


뭐가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자, 지금으로서는 무의미했다. 그저 머리만 아플 뿐이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 중에 상식적인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엄청난 속도로 달린 덕분에 버스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더불어 내 옷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내가 사람을 죽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흥분이 가라앉자,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보다 오히려 누군가를 살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남자가 살아 있었다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희생자가 되었을 것이다. 아주 높은 확률로 말이다.


나는 계속 합리화하며 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사실 음주 운전으로 나를 한 번 죽인 적이 있던 남자였기에 이런 감정이 드는 게 아닐까?’


어쨌든 지금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아, 씻고 싶다.’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식탁에 놓인 종이 하나를 발견했다.


<신체 및 영혼 소유 계약서>


본 계약은 "갑" (이하 "파우스트")와 "을" (이하 "김철수") 간에 체결되었습니다.


1. 계약 내용

1) 소유권

- 파우스트는 원할 때 언제든 김철수의 신체와 영혼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 김철수는 죽기 직전의 시점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 신체 및 영혼이 회수될 때까지 계약자에게 무작위 능력이 주어집니다.


2. 계약 조건

1) 생존

- 김철수는 파우스트가 신체와 영혼을 가져갈 때까지 생존해야 합니다.


2) 살인 의무

- 김철수는 7일마다 한 명의 사람을 죽여야 합니다.

- 사람이 죽을 때마다 7일의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3) 비밀 유지 의무

- 계약서의 내용은 계약자, 김철수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만일 비밀이 누설된다면 계약 불이행으로 간주합니다.


4) 계약 불이행

- 김철수가 7일마다 사람을 죽이지 않을 경우, 이는 계약 불이행으로 간주합니다.

-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계약이 해지될 경우, 김철수와 김철수의 가족은 즉시 사망합니다.


5) 계약 불신

- 김철수가 계약을 믿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가족 중 한 사람이 즉시 사망하고, 한 시간 후 다시 깨어납니다. 이 항목은 계약자가 계약서를 읽은 즉시, 발동됩니다.


3. 계약 해지

1) 해지 조건

- 계약 해지는 김철수의 계약 불이행 혹은 파우스트가 김철수의 신체와 영혼을 회수할 때 발생합니다.


이 계약은 특수 계약이므로 따로 서명을 요하지 않습니다.


2024. 07. 05. 19:32:18.


“아, 그 정체불명 존재의 이름이 ‘파우스트’였구나. 근데 잠깐만··· 살인 의무 항목이 이상한데? 7일‘마다’라고?”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야에 다시 ‘7일’이라는 글자가 떠올랐으니까.

파우스트_Faust_서명.png

파우스트(Faust)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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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최선의 방어는 공격 NEW 18시간 전 8 1 13쪽
6 006. 사냥감과 사냥꾼 24.09.16 15 1 12쪽
5 005. 불행 24.09.14 14 1 12쪽
4 004. 살인자의 길 24.09.12 20 2 14쪽
3 003. 운명의 굴레 24.09.10 17 1 10쪽
» 002. 불공정한 계약 24.09.09 20 2 14쪽
1 001. 죽음의 문턱에서 24.09.08 3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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