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김철수가 최강 빌런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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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썸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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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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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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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살인자의 길

DUMMY

004. 살인자의 길




토요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러 구의 시체가 골목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제는 살인한 자리를 떠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내 시야에 있던 날짜도 사라졌다. 물론 다시 나타나겠지만.


추측하건대, 한 시간 정도 쉬는 시간을 주는 것 같았다.


주위를 살피며 골목을 빠져나오는 순간 동안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의 의문들이 생겼다.


‘왜 그는 내 몸과 영혼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왜 나는 살인을 저지르며 다른 이들의 영혼을 흡수해야 하는 걸까?’


파우스트의 목적이 궁금했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움직이면서 골똘히 생각했더니 배가 더 고파졌다. 난 발걸음을 재촉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평범한 인간처럼 행동하려고 애썼다. 가끔 조절이 안 돼서 순간적으로 걸음이 빨라지긴 했어도 나름대로 나는 내 능력에 빠르게 적응했다.


집에 돌아와 곧바로 샤워하고 라면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다시 잡념이 떠올랐다.


‘여덟 명을 더 죽였다. 이틀 동안 총 아홉 명을 죽인 셈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내가 지금은 아홉 명을 죽인 살인마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죽인 사람들이 사는 동안 가졌던 기억을 고스란히 내가 흡수했다···’


인생이란 참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건 내가 원할 때만 그들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거지.”


처음에는 걱정했었다. 내가 사람을 죽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면 어쩌나 하고.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사람을 팍팍 죽일 줄이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몸은 어떠한 공격에 노출되면 자동으로 방어를 위한 공격을 선택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한 방에 모든 걸 정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공격을 말이다.


그럼에도 죄책감이 덜 느껴졌다. 아마도 그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모두 도덕적이지 못하고 불법적인 삶을 살았다. 나와는 정반대의 삶은 살아온 범죄자들이었다.


음주운전을 해 나를 친 남자는 불법도박 및 공갈 협박 그리고 강제로 여자들을 성매매에 이용하는 사업을 했다.


오늘 만난 일진 고등학생들은 어떠한가?


금품갈취, 협박, 폭행 등등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참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다.


내 행동으로 미래에 발생했을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게 됐다. 미연에 방지가 된 셈인 것이다.


배가 부른 상태로 침대에 누우니 잠이 쏟아졌다.


‘아, 편하다.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내 가족들은 안전할 거 같긴 한데···’


내 시야에 다시 ‘7일’이 나타났다. 그럴 줄 알았다. 정확히 한 시간만이었다.



***



눈을 떠보니 일요일 오전 11시였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순식간에 잠이 들어버렸다.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다녀와 버릇처럼 뉴스를 확인했다.


<은하동, 살인 사건 발생>


<청솔읍 다음엔 은하동?>


<이것은 연쇄살인인가? 머리 없는 시신들>


전부 내가 저지른 살인에 관한 기사였다. 예상대로였다. 집들이 모여있는 골목에서 벌어진 일이니, 금방 뉴스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기사 내용은 생략하고 곧장 댓글을 살폈다.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 세상이 점점 무서워지냐···.

└ 왜 사람을 죽이는 거야?

└ 근데 왜 전부 머리를 터트리는 거임? 살인자 새끼 변태임?

└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


저번과는 달랐다. 살인자를 향한 당연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


나는 핸드폰의 화면을 꺼버렸다. 조금은 억울했다. 내가 원해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게 아닌데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나도 피해자 아닌가? 걔네들이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면 그런 말은 못할 텐데.”


난 끊임없이 되새겼다.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만약 경찰에 체포가 된다고 해도 어떻게든 살인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 거 같았다. 계약 조건을 계속 이행만 한다면 계약은 그대로 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계약 조항 어디에도 체포가 되지 말라는 문구는 없었다.


‘그러면 그냥 자수할까?’


자수해도 난 계속 범죄자, 살인마가 되어야 한다. 파우스트가 내 몸과 영혼을 회수할 때까지는 계속 살인을 저질러야 하니까.


“그러면 자수도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띠리리.


그때 전화가 울렸다. 하필이면 엄마였다.


“아들, 주말인데 뭐 해? 밥 먹었어?”


주변이 꽤 소란스러웠다.


“응, 먹었어. 엄마는?”

“엄마는 밥 안 먹어도 배부르지.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아들이 있는데.”


아, 또 지인들한테 공무원 아들 자랑하려고 전화 건 거구나.


“엄마, 요즘 공무원은 자랑거리도 안 돼~”

“어머머? 얘가 이렇게 겸손하다니까? 시청에서 근무하는 게 아무나 하는 거니?”

“아니 그거야, 발령을 받으면―”

“그래, 엄마도 아들 사랑해~”


뚝.


전화가 끊기자,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느낀 이질감이 나를 옥죄었다.


“엄마 아들은 이제 살인자야.”

나는 허공에 대고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웃기지도 않았다. 엄마는 여전히 내가 평범한 직장인인 줄 알고 있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와 너무 달랐다.


‘내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는구나.’


머리도 식힐 겸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공원을 산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 안에 붙은 공지문이 눈에 들어왔다.


[1001호, 십새끼는 보아라.]


1001호면 우리 집인데?


나는 공지문을 계속 읽었다.


[이 개새끼야. 내가 경고했지? 발바닥 소리 내지 말라고.

이 글을 읽는 즉시, 901호로 튀어와라. 안 오면? 네 가족들 죽는다.]


아, 또 골치 아프게 생겼네.



***



어쩔 수 없이 901호에 와버렸다. 가족까지 거론하는데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만일에 대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른 후에 계단을 이용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901호.


난 길게 심호흡을 한 뒤 초인종을 눌렀다.


1초, 2초, 3초.


어라?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다. 그제야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정말로 저런 발걸음 소리가 존재할 줄이야.’


901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남자를 본 순간, 내 몸은 본능적으로 굳어버렸다.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덩치였다. 팔뚝에는 굵은 혈관 위로 온몸을 덮은 문신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었다. 마치 나를 향한 경고처럼.


‘굳이 저런 문신이 없어도 위협적인데···’


그의 얼굴에는 감정이 거의 묻어나지 않았고, 눈빛은 차갑고 무자비했다.


마치 내가 벌레라도 된 것처럼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불쾌하게 등을 타고 내려갔다.


“뭐야?”

901호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반말이 날아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하긴, 저 정도 몸집이면 누구에게나 반말할 만하지.’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하려고 애썼다.


“어, 저는 위층, 1001호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위아래로 나를 훑었다. 금방이라도 덮쳐올 것 같은 낌새였다.


“오, 너구나. 위층에 사는 씨발놈이.”


순간 그의 얼굴이 홱 다가왔다. 그의 숨결이 코앞에서 느껴졌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는 마치 나를 깔보는 듯한 눈으로 쏘아봤다.


“내가 조용히 걸어 다니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지? 꼭 씨발, 사람이 직접 나서서 경고해야 알아듣냐?”


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 그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진동음이 들렸다. 남자가 들고 있던 낡은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남자는 순간적으로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뭐야, 씨발.”


핸드폰을 확인한 그가 내게 말했다.


“도망가면 뒤진다. 여기 가만히 있어.”


어차피 내가 어디 사는지 다 알고 있으니, 도망친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남자는 무심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여전히 짜증이 묻어나 있었다.


“지금 바쁘다. 위층에 사는 놈이랑 조율할 게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전화해.”


전화를 끊은 그는 아무런 준비 동작도 없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이리 와, 씨발놈아.”


차가운 손이 내 머리를 낚아채고, 순식간에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라? 내 몸이 반응하지 않네? 이제 난 큰일 난 건가?’


“내가 씨발놈아. 조용히 걸어 다니라고 경고했냐, 안 했냐? 이 좁쌀만 한 새끼야.”


작다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봤다. 178센티미터가 작은 편은 아니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곧장 그의 주먹이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그 순간, 내 몸은 다시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슉, 팍. 푸직.


내 손이 번쩍 움직였고, 그의 머리는 터졌다. 말 그대로 파열음과 함께 그의 몸뚱이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 몸이 또 자동으로··· 움직였어.’


놀랍지도 않았다. 이제는 익숙했다. 하지만 이 익숙함이 더 소름 끼쳤다.


‘이젠 내가 누구를 죽여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 감정이 마비된 걸까?’


그때였다.


“여보,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온 여자가 말을 멈췄다. 그녀는 널브러진 시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공포가 서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직감했다. 여자의 눈이 커지며 입이 열리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했다.


‘막아야 한다. 그녀가 소리치면 끝이다.’


그 짧은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그뿐이었다. 그리고 내 몸은 반응했다.


눈 깜짝할 사이, 여자의 머리도 남편의 머리처럼 터져버렸다.


[두 개의 영혼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두 개의 영혼 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들의 ‘생의 기억’을 저장합니다.]


‘끝난 건가···?’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생각했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어디선가 다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 시선은 바로 작은 방으로 향했다. 나는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었다.


그 방에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도 거실로 나오려다 멈칫한 상태였다.


"다, 당신 뭐야?"

남자는 두려운 듯이 내게 물었지만, 그의 눈은 이미 거실의 시체들을 향해 있었다.


‘달라지는 건 없어.’


팍. 푸직.


[죽은 대상자의 영혼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의 영혼 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의 ‘생의 기억’을 저장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 알 수 없는 기운이 스며들었다.


[능력이 개방되었습니다.]

[능력명 : 무효]


순간 눈앞이 일렁이는 듯했다. 능력이라니? 무슨 능력이란 말인가? 머릿속에서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자리 잡는 게 느껴졌다.


‘무효···?’


[설명: 모든 것을 무효화합니다. 물론 사용자의 능력 범위 안에서만 무효화가 가능합니다만.]


‘모든 걸 무효화한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이 능력이 무슨 의미를 가졌는지,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고민할 시간이 아니었다.


‘일단 집으로 가자.’


집에 도착한 나는 늘 하던 대로 목욕을 하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뜨거운 물이 몸을 감싸면서 하루 동안의 피곤함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살인이 쉽게 느껴지네.’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땐 충격이 컸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기계적으로 처리했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도, 그들의 시체가 바닥에 누워있던 모습도 내 머릿속에서 이미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켰다. 인터넷 뉴스는 여전히 내가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대문짝만한 제목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사회적 충격’, ‘머리 없는 시신 발견’, ‘충격적인 연쇄살인’.


마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영화 속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TV에서도 그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범죄심리학자와 변호사가 나와 내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 사건이 자칫하면 영웅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악질 범죄자들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자를 처벌하지 않고 옹호하는 사회적 반응이 나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죠. 분명히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영웅화?’ 내가 저지른 살인이 영웅으로 추앙받을 수 있다는 건가?


나는 그 말을 곱씹으면서 인터넷 뉴스로 돌아와 댓글을 확인했다.


└ 그 개새끼들 잘 죽었다. 악질 중의 악질이었음.

└ 같은 학교 다녔는데, 본드에 가스까지 불면서 하루하루 깽판이었음. 죽은 게 낫지.

└ 일진 새끼들 다 죽여야 해. 이런 놈들은 살 가치가 없어.

└ 성매매 강요까지 했다고? 진짜 더러운 놈들.

└ 얘들 촉법소년 시절에 했던 짓 알면 소름 끼칠걸? 나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음.


나는 그들이 촉법소년 시절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들의 기억이 내 안에 있으니까. 오토바이 뻑치기, 강간, 살인 미수··· 이들은 이미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왔다. 그들의 악행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다시금 생각했다.


‘내가 그 녀석들을 죽인 게 어쩌면 세상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범죄심리학자의 말이 맞았다. 댓글 대부분이 나를 찬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그들을 처단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잘 죽였다’는 말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온라인에서 떠돌고 있었다.


“음···”


나는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아무래도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은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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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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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최선의 방어는 공격 NEW 18시간 전 8 1 13쪽
6 006. 사냥감과 사냥꾼 24.09.16 14 1 12쪽
5 005. 불행 24.09.14 14 1 12쪽
» 004. 살인자의 길 24.09.12 20 2 14쪽
3 003. 운명의 굴레 24.09.10 16 1 10쪽
2 002. 불공정한 계약 24.09.09 19 2 14쪽
1 001. 죽음의 문턱에서 24.09.08 3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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