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김철수가 최강 빌런이 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어썸하군
작품등록일 :
2024.09.08 17:45
최근연재일 :
2024.09.18 16:31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20
추천수 :
12
글자수 :
37,737

작성
24.09.14 19:26
조회
13
추천
1
글자
12쪽

005. 불행

DUMMY

005. 불행




2024년 7월 7일, 일요일 저녁.


이유나는 아쉬운 마음에 남자친구의 팔을 한 번 더 꼭 붙잡았다.


“뭐야, 내일 또 학교에서 볼 텐데 왜 이렇게 진해?”


남자친구가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뭐? 안기 싫어?”

이유나는 일부러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자기, 오늘따라 좀 이상해. 무슨 일 있어?”


그가 이유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이유나는 잠깐 망설였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저 이 순간이 마지막일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이유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이 억지스럽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계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근데 이제 가야지? 자꾸 늦으면 엄마가 또 걱정하실 거야.”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각.


평소라면 엄마에게서 재촉 전화가 왔어야 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아무 연락도 없었다. 그 사실이 이상한 기분과 맞물려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에이, 바쁜가 보지.’


“알았어. 그럼 나 갈게.”


이유나는 아쉬운 눈빛으로 남자친구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유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가는 길,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져 있는 거리는 이상하게도 더 어둡게 느껴졌다. 그녀는 괜히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


‘그냥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한 거겠지.’


집이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평소와는 다른, 이상하게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바람은 거의 없었는데도, 한기가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현관 앞에 다다랐을 때, 이유나는 숨을 크게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꾸 왜 이러지? 내 몸이 정말 안 좋나?’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집 안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TV 소리도, 부엌에서 들려오던 익숙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 잠긴 집은 마치 누군가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고요했고, 그 침묵이 불길하게 그녀를 에워쌌다.


‘엄마가 잔소리를 늘어놔야 정상인데···’


거실로 들어서자, 어둠이 그녀를 압도했다.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 순간 발밑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느낌은 낯설고 차가웠다.


이유나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여 발밑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틀거리는 공포가 그녀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전등을 켜는 순간,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차갑고 생기 없는 몸뚱이들. 그들은 마치 버려진 인형들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 광경을 더 비현실적으로 만들었다. 이유나는 비틀거리며 물러섰고, 입에서 무언가를 토해내고 말았다.


“우웩.”


그녀는 머릿속에서 수백 번 반복하며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했다.


'아빠가 또 몰카 하는 거겠지.‘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아빠의 팔을 확인하는 순간, 이유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팔에 난 털은 너무도 진짜였고, 그 느낌은 현실을 강하게 부정했다.


“아빠···? 엄마···?”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지만,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온몸이 충격으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오빠는 어디 있지?’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오빠는 분명 집에 있어야 했다.


웬일인지 오빠 방의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 문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밀어젖혔다.


문 너머로 들어온 광경에 이유나의 숨이 턱하고 막혔다. 바닥에 머리 없는 몸뚱이가 엎드려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


“악!”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그 소리는 이미 몸이 굳어버린 이유나에게 아무런 위안을 주지 못했다. 공포와 충격이 한꺼번에 몰려오며 그녀의 의식을 무겁게 짓눌렀다.


눈앞이 어지러워졌고, 이유나의 몸은 차가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



2024년 7월 8일, 월요일.


알람 소리가 울리자마자 나는 눈을 떴다. 어제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한 번은 깨서 뒤척였겠지만, 살인을 저지른 후부터는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숙면했다.


‘이것도 능력의 영향인가?’

한번 생각해 보다가,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천천히 귀를 열었다.


능력이 생긴 이후,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주변의 소리를 듣는 게 습관이 됐다. 불과 며칠밖에 안 됐지만, 이제는 백 미터 안에 있는 소리를 골라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아무래도 범인 찾는 게 쉽지 않겠는데요.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범인’이라는 단어에 귀가 더 날카로워졌다.


‘형사들이네.’


-꽤 치밀한 놈이야. CCTV에도 아무 흔적이 없어.

-그렇다는 건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계단을 이용하면 CCTV를 피할 수 있잖아요.

-맞아. 마지막으로 만나거나 통화한 사람은?

-통신 기록 조회는 했는데,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은 알리바이가 확실해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범인이겠네.


그들은 아직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내 계획이 통했다는 것이다.


-일단 이따가 주민들한테 물어보자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차분했다. 모든 단서는 이미 사라졌다. 아래층 남자와 나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 해 봤자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건···


‘잠깐만···’

갑자기 무언가 찝찝함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무언가.


집중해 과거를 복기한 끝에 그 찝찝함의 원인을 찾아냈다.


‘엘리베이터, 공고문!’


나 말고도 공고문을 읽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경찰에 진술하면···


‘잠깐만··· 그냥 무서워서 못 본 척했다고 하면 돼.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어떻게 날 체포하겠어.’


순식간에 치솟았던 긴장이 풀리며 몸이 다시 나른해졌다. 어깨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난 총 열두 명을 죽였다. 하지만 더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그동안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나는 꽤 간단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당면하고 있는 이 상황도 간단하게 풀 수 있던 것이다.


‘돌이킬 수 없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면 고민하지 말자.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르게 적응한 덕분에 나는 내 길을 찾았다.


집행관.


단어는 오글거리지만, 법을 어긴 사람들을 처단하는 나를 지칭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단어는 없었다.


아무튼 오늘은 자본금 마련을 위해 퇴근하고 다녀올 곳이 생겼다. 목적지는 차로 네 시간을 가야 하는, 도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시골 동네였다.


‘직접 뛰어가면 얼마나 걸릴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기회였다.


내 능력의 최대치. 속력, 점프력 등등.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근데 오늘 사직서를 내고 와야 하나?’


순간, 성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 괜히 김칫국부터 마시지는 말자.


오늘따라 유난히 시간은 느렸다. 평소보다 집중도 되지 않았다.


‘하긴, 그만한 금액을 가지러 가는데 오죽할까.’


만약을 대비해 퇴근하자마자 집에 들렀다.


나는 아파트 옥상을 통해 이동할 계획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면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공중에 CCTV를 설치하지는 않을 테니까.’


나갈 준비를 마치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문을 열려는 순간,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안녕하세요. 김철수 씨 되시죠?”


눈앞에 서 있는 두 명의 형사. 한 명은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수첩을 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살폈다.


“네, 제가 김철수인데요. 무슨··· 일이세요?”


형사는 약간의 미소를 띠며 물었다.


“아래층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때문에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요.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어디 나가시는 길이세요?”

“네. 편의점에 가려고 했어요. 물어보세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아, 그러셨구나. 그, 아래층에 살던 이한수 씨와는 알던 사이였나요?”

“아니요. 그분을 본 적도 없어요.”

“이한수 씨가 엘리베이터에 글을 붙였다고 하던데요.”

“공고문이요? 네, 본 적 있긴 한데··· 그냥 무서워서 가지 않았어요. 요즘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형사는 내 말을 듣고 잠시 눈길을 돌렸다. 내가 한 말을 되새기는 듯했다.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제는 뭐 하셨죠?”

“낮에 편의점에 갔다가 나머지 시간은 집에 있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나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들이 떠나면서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근데 이렇게 간단하게 조사를 마쳐도 되는 겁니까?

-그냥 집에 있었다잖아.

-계단을 이용했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인마. 피해자 덩치 봤잖아. 평범한 사람은 못 이겨. 근데 저 사람이 세 명을 죽였다고?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역시, 경찰은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



성원특별시, 유니버스 특별수사국 본부.


유니버스 특별수사국장, 이건우는 국장실에 앉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교수님은 ‘청솔’읍사무소 사건과 은하동 사건, 그리고 조금 전에 발생한 일가족 살해 사건이 모두 동일범의 소행일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뉴스 진행자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향해 물었다.


-네. 모두··· 크흠.

유명한 범죄심리학자는 잠시 마른기침을 한 뒤,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계속 말씀하시죠.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머리가 터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범인은 치밀하게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카메라가 다시 교수를 비추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띠리리.


이건우는 여유로운 동작으로 리모컨을 눌러 TV를 껐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벌써 미지의 범인에 대한 호기심이 불타올랐다.


‘열어보고 싶군.’


이건우는 감정을 억누르며 책상 위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신호 두 번만에 수화기 너머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청장님.”

-오랜만입니다, 국장님. 이번 연쇄살인 사건 때문에 전화하셨습니까?


경찰청장은 이건우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익숙한 패턴이었다.


“네.”

-저희도 방금 그렇게 결론을 내린 참이었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인계받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이건우가 시선을 통유리 쪽으로 돌렸다. 성원특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만한 전경은 웬만한 부자들도 즐길 수 없는 전경이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전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번엔 좀 신선했으면 좋겠군.’

이유나(Yu-na Lee)_2.png

이유나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꾸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범한 김철수가 최강 빌런이 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007. 최선의 방어는 공격 NEW 18시간 전 8 1 13쪽
6 006. 사냥감과 사냥꾼 24.09.16 14 1 12쪽
» 005. 불행 24.09.14 14 1 12쪽
4 004. 살인자의 길 24.09.12 19 2 14쪽
3 003. 운명의 굴레 24.09.10 16 1 10쪽
2 002. 불공정한 계약 24.09.09 19 2 14쪽
1 001. 죽음의 문턱에서 24.09.08 31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