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김철수가 최강 빌런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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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썸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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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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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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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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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운명의 굴레

DUMMY

003. 운명의 굴레




날짜가 다시 나타났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뭐지? 분명 사람을 죽였는데?’


난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 사람을 죽였다. 물론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원치 않는 그 남자의 기억도 가지게 됐다.


파우스트는 분명 7일 ‘안에’ 살인을 저지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계약서 내용은 그의 말과 달랐다.


사실, ‘7일마다’인지 ‘7일 안에’인지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내가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는 선택권도 없는데.’


강제로 계약했다는 것과 그 계약을 파기하면 내 가족이 죽는다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했다.


생각이 정리되자,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과 동시에 차분해졌다.


오히려 무얼 할지 몰랐다면 상황이 더 끔찍할 거 같았다. 어떻게 가족을 지켜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게 정말 최악이지.’


이제 나는 인간이라면 가질 수 없는,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얻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냐면,


내가 누군가를 죽이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쉽게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마음을 먹는 게 힘들어서 문제지만.


‘근데 파우스트는 왜 굳이 나를 속였을까? 얼마든지 강제로 계약을 성립시킬 수 있었을 텐데, 도대체 뭣 때문에···’


모르겠다, 일단 씻자.


몸을 깨끗이 씻고 침대에 누웠다. 살인 사건에 관한 새로운 뉴스가 있는지 검색했다. 아직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기사가 쏟아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인가?’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이 내게 일어났다. 눈이 스르르 감겼다.



***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뉴스부터 확인했다. 여느 살인자가 그러듯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만약 내가 경찰에 붙잡히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도 죽게 돼. 그 상황만큼은 막아야 해.’


내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기괴한 살인 사건, 피해자 머리는 어디에?


지난밤, ‘청솔’ 읍사무소 근처에서 기괴하고 흉측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시신은 심각하게 훼손된 채 발견되었으며, 피해자의 머리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라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현재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하며 범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경찰은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전, 버스 정류장을 들이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피해자가 음주 운전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 중이다···]


‘CCTV가 읍사무소 쪽 말고는 없을 텐데···’


내 기억은 정확하지 않았다. 평소에 CCTV를 확인하고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나는 빠르게 밑으로 스크롤 해 댓글을 읽었다.


└ 정의구현.

└ 피해자가 음주 운전자였다고? 그럼 죽어도 되는 거 아님?

└ 미래의 피해자를 살린 영웅

└ 그래도 죽이는 건 좀 아니지 않음?

└ 위 댓글 놈 음주 운전 차에 가족이 뒈져봐야 뭔 느낌인지 알겠지.


‘왜 나를 옹호하는 댓글이 있는 거지?’


댓글 반응은 조금 이상했다.


꼬르륵.


사람을 죽였음에도, 나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어쩌면 이게 진짜 내 모습일지도···


‘일단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라면을 찾으려 주방으로 갔지만, 선반은 텅 비어 있었다.


‘아차차. 어제 오는 길에 사 오려고 했었지.’


서둘러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내가 사람을 죽인 살인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그래서 난 오히려 더 태평스럽게 걸으려고 노력했다.


“안녕하세요.”


편의점 종업원은 평소처럼 모바일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내 인사는 듣지도 못했다.


종업원의 게임 사랑은 라면을 계산할 때까지도 이어졌다.


라면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누군가가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조용히 갑시다.”


그 목소리엔 날카로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려 하자, 손은 더욱 세게 내 어깨를 짓눌렀다.


“에헤이. 쳐다보지 말고. 여기 사람도 많은데, 창피당하고 싶어요?”


난 눈을 내리깔고 그들과 동행하며 나와 걷고 있는 다리가 총 몇 개인지 세었다.


‘내 다리를 제외하고 여섯 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태연한 척 그들의 말에 따르는 것뿐이었다. 분명 나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갈 테니까.


그것과 별개로 벌건 대낮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겁이 나진 않았다. 과거의 나였다면 몰라도, 지금 내가 겁을 먹는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됐다.


‘일단 여긴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예상대로 양아치들은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나를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이끌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마치 익숙한 패턴을 따른 듯, 자연스럽고 빠르게 움직였다.


골목을 조금 더 들어가니 막다른 골목이 나왔다. 그 끝엔 소파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양아치들을 위한 작은 왕국인가.’


그 작은 왕국엔 다섯 명의 일진이 더 있었다.


‘총 여덟 명.’


“돈.”

키 큰 녀석이 소파에 털퍼덕 앉으며 말했다.


키를 보아하건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녀석은 이 녀석일 것이다.


‘이 녀석이 리더구나.’


난 순순히 지갑을 건넸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배가 고팠다.


내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키 큰 녀석이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씨발. 이름이 김철수야?”


키 큰 놈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녀석들도 그를 따라 웃었다.


“아니 요즘 교과서에서도 이런 이름은 안 쓰지 않냐?”

옆에 있던 너구리처럼 생긴 녀석이 물었다.


“몰라, 씨발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키 큰 녀석이 정색하니 갑자기 분위기가 싹 가라앉았다. 자세히 뜯어보니 키 큰 녀석은 기린을 닮았다.


“그러면 김철수의 누나는 김영희야?”


키 큰 놈이 또다시 나를 조롱하자, 옆에 있던 똘마니들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도 없는데 억지로 웃고 있네.’


어른으로서 듣기엔 참 유치한 대화였다.


혹시 모르지 만약 내가 저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였다면 들어줄 만했을지도.


“난 누나가 없는데요?”


내 말에 다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나도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아니, 씨발. 꼰대야? 조크를 이해 못하네.”


키 큰 녀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내 지갑을 다시 뒤적였다. 그러고는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아니, 씨발. 어른 아니세요? 돈이, 씨발.”


내 지갑에 있던 이천 원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아니, 요즘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나?’


이천 원으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요즘 애들은 참 영악하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야, 저 꼰대랑 ATM 가서 돈 뽑아와.”

기린처럼 생긴 녀석이 염소처럼 생긴 녀석에게 지갑을 휙 던지며 말했다.


‘ATM. 거기까진 생각 못 했는데···’


요즘 일진들은 돈 뜯는 방법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꽤 지능이 높은 녀석들이네.’


기린처럼 생긴 녀석의 명령에 염소처럼 생긴 녀석이 몸을 움직였다.


“아, 뭐해, 아저씨? 얼른 움직여.”


스물여덟 살에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도 억울한데, ATM까지 가는 수모까지 겪을 순 없었다.


“여기서 그만하죠.”

“우리가 아직 학생이라 돈이 없어서 그래. 사회의 어른으로서 기부도 좀 하고 그러면 좋잖아.”


염소처럼 생긴 녀석은 언변이 좋았다.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그건 그렇고. 고등학생이었다고?’


참, 세상이 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요즘 고등학생들의 얼굴은 삭았다.


“이건 아니야, 얘들아. 이건 엄연히 범죄라고.”

나는 하소연하듯 말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기린처럼 생긴 녀석이 벌떡 일어났다.


“이래서 씨발. 요즘 꼰대들은 눈치도 없고, 배려심도 없다는 소리를 듣는 거지.”


‘꼰대? 내가 그렇게까지 꼰대는­’


방심하고 있는 사이 기린처럼 생긴 녀석이 내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이걸 어쩌나. 나에게 그 동작은 느린 동작으로 보일 뿐인데. 내 몸은 이미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퍽. 푸직.


기린처럼 생긴 녀석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졌다.


[죽은 대상자의 영혼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의 영혼 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의 ‘생의 기억’을 저장합니다.]


‘역시 죽일 때마다 들리는 메시지였어.’


“이런 씨발!”


너구리처럼 생긴 녀석이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나는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내 몸은 자동으로 반응했다.


슉, 팍, 푸직.


‘또?’


너구리처럼 생긴 놈의 얼굴이 팍하고 터졌다.


그리고 어김 없이 속삭임이 들려왔다.


[죽은 대상자의 영혼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의 영혼 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의 ‘생의 기억’을 저장합니다.]


눈앞에서 사람의 머리가 터져버렸는데도 덤비다니··· 사실 꽤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아마 나였으면 도망가지 않았을까.


나머지 놈들은 어안이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됐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지만, 난 이 녀석들을 살려둘 수 없었다. 내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퍽, 푸직.


[여섯 개의 영혼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섯 개의 영혼 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은 대상자들의 ‘생의 기억’을 저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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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일진들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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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사냥감과 사냥꾼 24.09.16 14 1 12쪽
5 005. 불행 24.09.14 14 1 12쪽
4 004. 살인자의 길 24.09.12 20 2 14쪽
» 003. 운명의 굴레 24.09.10 17 1 10쪽
2 002. 불공정한 계약 24.09.09 19 2 14쪽
1 001. 죽음의 문턱에서 24.09.08 3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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