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게임의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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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안경
작품등록일 :
2024.09.10 12:55
최근연재일 :
2024.09.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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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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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브퀘스트(1)

DUMMY

큰 일도 아니고.

작은 일도 아니다.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공기는 차갑지 않고.

따뜻하지도 않으며.

갑갑하지도 않고.

시원하지도 않다.


이 모든 걸 종합해 말하자면.

보통날이다.


한 여름.

보통날의 쉬는 시간에 일어나는.

학교 폭력... 아니 수련원 폭력.


선우는 소란이 벌어지는 곳으로 향했고.

역시나.

예상과 별다를 것 없는 현장이 나타났다.


한 명의 수련원생.

그리고 세 명의 수련원생.


안경을 쓴 남자 수련생이 배를 부여잡고 엉거주춤 서있고.

커다란 체격의 남자 수련생이 안경 수련생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그 두 사람으로부터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두 명의 남자 수련생이 시시덕거리며 쌍방의 대치를 구경 중이다.


...아 정말 중요한 것이 더 있다.

네 명의 남자 수련생만으로는 이 풍경은 완성되지 않는다.

조금 더... 확대해보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한그루의 고목古木 아래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놀고 있는 여자 수련생 무리를 볼 수 있다.


그러하다.


이것으로 풍경은 완성되고.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되는 한 편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이성 앞에서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일거다.’


또한.


‘타인의 구원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숙고해볼 문제다.’


또한.


‘굳이 원한을 살 필요가 있는가. 그것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지.’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숙고하는 게 맞는 상황이다.


그렇잖은가?

생각없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면 큰 후회로 돌아온다는 것.

게임 빙의자 선우는 잘 안다. 아무렴, 서른 여덟해를 헛으로 보낸게 아니다.

모르는게 아니다.


그런데도..


“야.”


다시금 안경 수련생에게 권법을 선보이려는 커다란 체격의 수련생.

선우는 그 어깨를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만해라.”


녀석이 얼굴을 돌렸다.

선우도 작은 키는 아닌데, 워낙 무슨 프로레슬러마냥 큰 놈이라서 선우는 올려다보고 놈은 내려다봤다.


“뭐야 시발.”


...녀석의 눈이 흥분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척.


척.


무슨 호위 무사마냥.

시시덕거리며 구경하던 두 놈이 선우의 옆에 섰다.

당연히 포위의 목적.


“너 어디 반이야? 주작반이냐? 아니면 백호반?”


딱봐도 무리의 대장.

큰 체격을 가진 녀석이 그리 물었다.


...이는 화산파 수련원생들이 속한 조직을 말한다.

동일기수의 수련원생들은 청룡반, 백호반, 주작반, 현무반 중 하나의 조직에 배정되게 되고.

숙소와 교육 등 생활 전반을 함께하게 된다.


다른 반 소속과 얽힐 일이 적은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수련원 생활은 같은 반 수련생끼리 같이한다.

모 마법학교 소설의 기숙사 제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선우는 현무반이다.


선우도 녀석도 서로 처음 본 사이인데.

녀석이 주작이냐 백호냐를 묻는 걸 보면.

청룡이나 현무 중 하나.

선우가 현무이니 녀석은 청룡반 소속이다.


“현무.”


선우의 입에서 그런 짧은 대답이 흘러나오자.


피식.


청룡반 녀석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 약골 집합소?”


...네 개의 반은 무작위 배정.

수련생들의 실력차는 없으나.


‘어린 녀석들을 나눠놓으면 이렇게 기싸움을 한다니까.’


자기가 좀 잘났다 싶으면 다른 집단은 무시하고 들어가는게 십대 청소년의 열혈 정신인 것이다...


청룡반 녀석이 선우의 어깨를 툭 쳤다.


“야, 죽고 싶냐?”


내공을 실어 밀었다.

그러니... 딱히 근육질로 보이지 않는 선우는 비틀거려야 마땅했으나.


“뭐하냐?”


어딘지 모르게 권태로운 얼굴로 선우는 미동도 없이 상대를 올려다볼 뿐.


‘...어?’


청룡반 녀석은 당황했다.


사람을 밀었는데 무슨 바위를 미는 것처럼.

절대로 움직일 것 같지 않는 반탄력을 느꼈기 때문.


청룡반 녀석의 이름은 서문진룡.

팔대가문에 속하는 가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유서깊은 명문 무가.

명문 무가의 자제로서 오랫동안 무공 수련을 해왔고.

고작 열 여덟 살에 불과하지만, 경험이 적지 않다.

그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위험하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애매하게 생긴 상대.

그걸 아름답게 생겼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남자가 뭐 그따위로 생겼어? 그런 놈들은 다 내 주먹으로 처발라주지.

이런 마인드로 살아온 서문진룡.

그래서 평소 같았으면 무시해야 마땅한데...

권태롭기 그지없는 상대의 표정.

눈을 마주치는 지금, 느껴지는 것은 마치 수백년의 폐허가 연상되는 알 수 없는 무게.


소름이 피부 전체를 내달렸다.


그래서 서문진룡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했다.


파아앗.


있는 힘껏.

한달음에 뒤로 물러난 것.


“어?”

“왜?”


서문진룡의 패거리 두 녀석이 의문성을 내며 뒤따라 서문진룡의 옆에 섰다.


‘...감이 좋은건가 나쁜건가? 아직 나는 어떻게 할지 결정도 못했는데.’


뜻밖의 기민한 반응에 선우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그렇고...


가운데 서있는 서문진룡.

양 옆의 패거리.


천천히 그 얼굴에 묵직한 시선을 던진 다음.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장선우라고 하거든.

현무반이고.

어... 가타부타 설명하기 귀찮고.

너네 행동이 맘에 안들어.

그렇다고 내가 착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맘에 안든다고.

그러니 그 안경 녀석을 내버려두고 곱게 저편으로 사라져라.

내 눈 앞에 안보이게.

그러면 모든게 좋게 끝날 것 같다.”


그 말에.

서문진룡.

명문무가 가주의 아들이 이를 빠드득 깨물었다.

그 어떤 명문가 자제도 저딴 발언을 듣고 그냥 물러날 리 없을거다.

도망친다?

평생 웃음거리가 되겠지.


서문진룡이 두 주먹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이 새끼! 좆대로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마!”


“...그래. 너가 하고싶은 대로 해라. 나도 내가 하고싶은대로 할테니.”


파아아앗.


가문 전승 신법까지 사용하며 덤벼드는 서문진룡.

서문진룡 뿐만이 아니라.

패거리 두 놈도 동시에 달려들고 있다.


정면.

좌측.

우측.


3방향 동시 공격.


그리고 선우는...


‘화산파 수련원 보법. 제1식.’


알고 있는 무공.

화산파 수련원에서 배운 무공을 조용히 되뇌일 뿐.


덤벼드는 3명.

그리고... 회피할 생각 따위 없이 적에게 정면으로 나아간다.


기초 중의 기초.


수련원생이라면 모두 다 배우는 “수련원 보법”.

그래서 모두가 완벽히 터득했다고 믿는 그 보법이.

분명 별것없어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전무결하게 가동되어서.


파아아아앗.


적보다 늦게 출발했으나.

적보다 빨리 원하는 위치에 도달했고.


‘화산7권. 제1식 매화난무梅花亂舞.’


하고자 했던 걸 흐트러짐 없이 펼쳐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


순간 허공을 수놓는 권영拳影.


...서문진룡은 보았고.

믿지 못했다.


‘이게... 매화난무라고?’


상대의 기술은 자기도 아는 기술.

그야 화산칠권은 수련생 모두가 배우는 무공이니.


그런데.

매화난무가 이러했던가.

이토록 거대한.

대해大海와도 같은 막막함을 주었던가.


가볍기 그지없는 별 것 아닌 기초무공이라 여겼는데.

틀림없이 그랬는데.


이 거대함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서문진룡은 공포에 휩싸여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치고 싶었다.


그리나... 생각은 더 이상 길어지지 못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퍽.


수놓은 수많은 권영이 서문진룡 패거리를 세차게 두들겼기 때문.


‘크아아아악!’


서문진룡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비명조차 지르기 힘들 정도로 온몸을 두들겨 맞았기 때문이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단 한 번의 초식.

단 한 번의 공격.

단 한 번의 주먹세례로.


싸움은 끝났다.


의식을 잃고 풀바닥 위에 나자빠진 세명의 청룡반 수련생들을 보며 선우는 손을 툭툭 털었다.


그리고 감탄했다.


‘언제봐도 개쩐다니까. 기술 스텟 만렙.’


이 세상은 오픈월드 RPG 게임 엔드무림EndMurim 속의 세상.


알피지 게임답게 플레이어 캐릭터에겐 스텟이 존재한다.


- 기 술: 내공친화력, 동작 구사력, 기술의 숙련도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 창조성: 기술의 개량, 변형, 창조와 연관이 있습니다.

- 정신력: 혼란내성, 고통내성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 신 체: 근력, 회복력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대략 이러한 설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기억한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냐면 게임이 현실이 되버린 지금, 상태창에“캐릭터”항목이 사라져서 스텟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하간 그런 설정하에.


초기 포인트.


- 기 술: 5

- 창조성: 5

- 정신력: 5

- 신 체: 5


상태에서.


투자 가능한 10포인트를 기술에 몰빵했다.


그리하여.


- 기 술: 15

- 창조성: 5

- 정신력: 5

- 신 체: 5


가 되었는데.

스텟의 한계치는 일반적인 경우 15.

즉, 기술 스텟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


그런 상태에서 게임 캐릭터에 빙의하게 되었으니...


빙의한 후 삼일 째.

당황한 상태로 기숙사 방에만 처박혀 있다가 규율부規律部 수련생들에게 무슨 추포되듯 양팔이 붙잡혀 끌려갔다.

그렇게 끌려간 곳은... 다름 아닌 무공수련장.

현무반 생도를 대상으로 실전 수업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수업을 연속으로 째니까 죄인 잡아오듯 강제로 수업에 끌고온 것.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시간이었고.

교관은 아니꼬운 눈초리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했다.


- 장선우 수련생. 시연해보게. 뭘 믿고 그렇게 불성실한지 봐야겠어.


...그때 선우는 죽을 맛이었다.

언어를 자동으로 습득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검을 어떻게 쥐는지.

내공이란 걸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동작을 취해야 하는지.

머리에 든 게 없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짧은 순간 식은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현무반 수련생들이 보는 앞으로 나갔는데.


- 어?


수련용 목검을 쥐는 순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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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3화: 서브퀘스트(2) 24.09.14 12 0 10쪽
» 제2화: 서브퀘스트(1) 24.09.14 8 0 10쪽
1 제1화: 빙의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없다 +1 24.09.10 4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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