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게임의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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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안경
작품등록일 :
2024.09.10 12:55
최근연재일 :
2024.09.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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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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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서브퀘스트(2)

DUMMY

내공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내공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방금 교관이 보여준 동작도 한치의 오차 없이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동작을 따라 몸을 움직이며 어떻게 내공을 운용해야 하는지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 직감.


직감으로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렇게 했다.


휘이익. 휘이이익. 휘이이익.


선우가 기술을 펼친 후.


- ...


모두가 침묵했다.

현무반 생도들도.

교관도.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시연이었기에.


그리고...


짝.

짝.

짝.


교관이 천천히 박수를 쳤다.

그리고 말했다.


- 대단하다. 재능 믿고 나태해질만 해.

허나 재능만 믿고 불성실하게 살다 끝내 망가지는 무인을 수도 없이 보았다.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고 항상 겸손하며, 항상 정진하도록!

실력이 뛰어난 놈은 더더욱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바, 자네의 징계 수위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알고 있게.


징계 수위마저 높일 정도로 크게 나무라고 있지만.

맨 처음,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봤을 때와 달리.

교관의 표정과 목소리엔 흡족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다음.

체술 수업 시간.


- 고난도 동작에서 단 한순간도 신체 균형을 잃은 적이 없었다. 아주 잘했어.


그 다음.

궁술 수업 시간.


-...10번 연속 중심점을 맞추다니. 자네 매의 심장이라도 달여 먹었나?


그 다음.

경신술 수업 시간.

- 장애물 하나 안 건드리고 5분 안에 도착한 건 자네가 처음이네.


그렇게.

여러 실전 수업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당연히 알 수 밖에 없다.

한계치에 도달한 기술 스텟의 효과를.


방금도...


‘매화난무. 기본기술로 세 명을 동시에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대로 되었지.’


한마디로 선우는.

무공을 습득하고 구사하는데 있어서 세계관 최상위급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거다.


...여하간.


‘이놈들도 나름 뒷배가 있겠지? 뭐 저질러버린걸 어떡하냐. 나중에 불이익이 닥치면 그때 생각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쓰러져 있는 세 명의 청룡반 생도를 곧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스윽.


선우의 눈길이 향한 곳은.


“흡.”


숨을 급히 들이키는 안경 쓴 녀석.

방금 전까지 기술연습이라는 명목으로 구타당하고 있던 생도다.

녀석은 방금 전 대결을 보고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선우가 말했다.


“너, 쟤네들이랑 같은 반이지?”


끄덕끄덕.


“힘들겠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어. 수고해라.”


툭. 녀석의 어깨를 한 번 쳐주고.

선우는 그대로 돌아서 떠나려 했다.

더 이상 저 녀석에게 개입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그럴 생각도 없었으니.


그 때.


“...이름을 알려 줄 수 있을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돌아보니 전형적인 안경 공부벌레의 얼굴이 선우를 응시하며 대답을 바라고 있다.


“나는 장선우다. 너는?”


겁에 질린건지.

그저 말하는게 익숙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경계하는 건지.

정확히 표현하기엔 정말 애매한 표정으로.

밀랍인형처럼 창백할 얼굴의 소년은.


“내 이름은 고성운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지칭하는 단어를 말했다.


***


“끝났나봐.”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시시콜콜 잡담을 하고 있던 여자 수련생들.

어떤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여자애들의 눈이 동시에 돌아갔다.

특정 지점을 향해.


그곳은... 방금 전까지 1대 3의 괴롭힘이.

그 이후에는 1대 3의 대결이 있었던 장소다.


“...그냥 가네.”


멀어져가는 장선우의 등을 바라보며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당연히 그냥 가지. 뭐 둘이 친구라도 될 줄 알았니.”


“조금은 기대했지. 누가 맞고 있는거 끼어드는 사람 없잖아.”


“친구라도 됐으면?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손잡아 일으키고 포옹이라도 했으면? 관심 표현이라도 하려고?”


“응. 얼마나 오래 착한 척 할 수 있을지 관심 가졌겠지.”


“아하하. 그러게. 얼마나 오래 착한 척할 수 있을까? 저런 애들 나중에 완전 악랄하게 흑화하는거 많이 봤어.”


“그때면 우리가 나서서 무릎 꿇려야지. 튀는 애들 찍어누르는 것도 우리들의 의무잖아.”


“...그러게. 에휴. 오대가문이니 사도팔문私道八門이니 다들 부러워만하고. 얼마나 귀찮고 신경쓸게 많은지 바깥에서는 모른다니까.”


그것을 끝으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오대가문과 사도팔문.

무림을 선도하는 세력 출신 여자애들의 대화는 어디 찻집이 괜찮다느니, 어디 남자가 잘생겼다느니 하는 소녀다운 사소한 주제로 넘어갔다.


그러나.


한 사람.


사천당문四川唐門 가주의 여식인 당소린.

그녀의 생각은 여전히 방금 전 대결에 머물러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대결의 승자였던 소년을 생각하고 있었다.


미모尾毛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얼굴.

호리호리한 체형이여서.

정말로 무사같지는 않고 극단의 배우같은 느낌.

...허나 그가 보여준 무위는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화산칠권 제1식 매화난무.


소린은 그런 매화난무는 처음봤다.


‘매화난무라는 초식의 극한을 본 느낌.’

화산칠권이라는게 기본 무공이고.

대부분 심화무공에 주력하지 기본 무공에 신경쓰는 이는 드물다.

소린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매화난무로 저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다.


‘저 정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정답은 금방 나왔다.


‘절대 아니지.’


아무리 매화난무를 수련해도 방금 그 남자만큼 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는 건...


‘무공을 터득하는 재능에 있어 나보다 나은 면이 있다는 것.’


다른 여자애들은 어차피 기본무공이었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지만.

당소린이 볼 때는 틀림없이 남다른 면이 있는 소년이었다.


거기다...


사실 그녀의 인상에 깊이 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약자를 도와주는 것. 그것은 절대로 우습게 여겨지면 안되는 가치.’


그 생각은 다른 여자애들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보통 명문 무가의 여식들은.

어렸을 때부터 무인들 틈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무인의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다.

무인의 사고방식이란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이거다.

불합리한 괴롭힘이 있을지라도, 자기가 이겨내야지 남의 도움 따위를 바라면 안된다는 사고방식.


그래서 서문진룡 패거리가 자기네들 관심 끌려고 고성운을 괴롭히는 것을 다 알면서도.

여자애들은 내버려 두고 있었던 것.


...이처럼 무가의 여식들은 엄혹한 측면이 있고.

여우와 이리가 절반씩 혼합된 경향을 가지는게 대부분인데.


당소린은 생각이 달랐다.


- 사람마다 잘하는게 있고 못하는게 있다. 죽어라 노력해도 무공이 강해지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하여 결과적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니...


- 명문 무가가 할 일은 무공을 최고의 가치로 놓고 강함만을 추종하는게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잘하는걸 할 수 있도록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일.


그것이 당소린의 신념.


그래서.

당장 괴롭힘 현장에 끼어들진 않아도.

나중에 서문진룡 패거리와 직접 대면하여 엄중히 경고할 생각이었다.

...장선우라고 자신을 밝힌 소년이 상황을 정리해 버렸지만.


‘그래 장선우. 장선우였지.’


당가 여식의 예민한 귀는 먼거리에서도 선명히 장선우의 목소리를 포착했다.


‘네 이름을 기억해 두겠어.’


***


이론 수업이 다 끝났다. 오후 6시.

드물게 하루종일 이론수업만 있을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실전수업이 없어서 좋다.

애초에 장선우라는 게임 빙의자는 몸 움직이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 좋아했으면 취미가 게임이었겠는가?

무공 잘해서 얻는 칭찬은 그닥 기쁘지도 않다.

만렙 기술스텟이 원인이지,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 아니므로.


장선우의 목표가 성공이긴 하나.

너무 큰 성공은 게임의 메인스토리에 휘말릴 여자가 있으므로.

앞으로는 온 힘을 다하지 않고 적당한 퍼포먼스를 유지할 생각.

1등, 2등일 필요 없다. 상위권 성적이면 충분.


꼬르륵.


허기진 배가 신호를 보냈다.

오후 6시가 지나면 저녁 식사시간인건 현실세계나 무협세계나 국룰이다.


대부분의 수련생은 내부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오.’


오늘 메뉴는 선우가 좋아하는 탕수육이다.

...놀랍게도 완전히 한국식 탕수육이다.

한국 사람이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원조 중국요리 말고도 한국식 중화요리를 곳곳에서 볼수 있다.


턱.


테이블 위에 식판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선우는 혼자이고 몇몇 수련생들로부터 기묘한 시선을 받고 있지만 그딴 것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물이 담긴 잔을 들었다.


한 숟갈 뜨기 전 물 한 잔 마시는 건 빙의 이전부터의 루틴.


그리고...


식전 물을 마시며 상태창을 확인하는 건 빙의 이후에 생긴 새로운 루틴.


‘뭐, 똑같겠지.’


달라진 것 따위 없으리라 예상하며.

상태창을 확인하며 물을 한모금 마시는데.


쿨럭.


사레들렸다.


‘뭐야!’


변한게 있다.

상태창에.


│퀘스트│항목에 변화가 생겼다!


【진행 중인 퀘스트】

〈메인퀘스트〉

- 서화식을 찾아가세요.


여기까지는 변함 없는데.


【수행 가능한 퀘스트】


이 항목에 변화가 생겼다.


【수행 가능한 퀘스트】

〈서브퀘스트: 그 화산파 수련생은 매우 특별하다〉

- 퀘스트 진입 조건: 고성운을 관찰하세요.

- 퀘스트 보상: 치유물약 1개.

- 퀘스트 실패: ???


...서브 퀘스트 하나가 생겼다.


보상까지 명시되어 있다.


‘치유물약이라니 완전히 게임 아이템 명칭이잖아.’


이 현실같은 무협세상에 치유물약이라는 이름의 물건은 없다.

틀림없이 게임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터.


‘효과도 게임적이려나. 뭐 찢어진 장기가 이어붙는다거나.’


아무튼.

중요한 건.


‘게임시스템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는거지.’


“서화식”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기에 메인퀘스트는 진행불가다.


그러나 지금 생성된 서브퀘스트는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고성운”이라는 자가 어떤 녀석인지는... 오늘 알게 되었잖아?


‘아마 녀석과의 만남으로 서브퀘스트가 열린 거겠지.’


최우선으로 해야할 일이 정해졌다.


‘서브퀘스트를 진행한다.’


탕수육을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선우는 당장의 방침을 확정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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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화: 서브퀘스트(2) 24.09.14 13 0 10쪽
2 제2화: 서브퀘스트(1) 24.09.14 8 0 10쪽
1 제1화: 빙의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없다 +1 24.09.10 4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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