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용병대의 천재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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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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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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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DUMMY

이 세상 어딘가에는 고대에 제작된 모든 유물을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있다.

대장이 대현자라는 인물에게서 들었던 말이란다.


“그게 저라고요?”

“그래.”


내게는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때 루시아나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장은 현자를 직접 만나본 거야?”

“그분은 내가 자라난 보육원의 관리자였어.”

“그냥 현자도 아니고 대현자라니······! 혹시 내가 그분과 직접 만나볼 수는 없을까?”

“내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아······.”


루시아나가 안타깝다는 듯 탄식을 토했다.

나는 내 옆에 있던 에로앙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자가 뭔데요?”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할 깊은 진리를 탐구하는 자들이야. 처음에는 용도를 전혀 알지 못했던 유물들이 고대에 제작된 물건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현자들이라고 하지.”

“대장이 만났다던 ‘대현자’는요?”

“현자 중의 현자. 유물의 존재를 밝혀냈다는 현자처럼 굉장한 업적을 이뤄낸 현자들을 가리켜. 공개적으로 신분이 밝혀진 적은 없지만, 역사가 글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대현자로 불렸던 인물은 10명도 채 나오지 않았다던가.”

“되게 잘 알고 계시네요.”

“뭐, 이 정도야 기본 상식이니까.”


으음. 나는 상식조차 부족한 놈이라는 건가.

분하지만 그 말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어쨌든 현자라는 게 엄청나게 대단한 존재라는 건 알겠다.


“대장은 그 현자라는 사람의 말 하나만 믿고 세상을 돌아다닌 거예요?”

“그런 셈이지.”

“제 눈에는 대장이 그렇게 미련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데······.”

“만약 찾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어. 내게도 단지 살아갈 목표가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으니까.”


목표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건가.

잘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믿기 어려운데요. 저한테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다는 건.”

“이걸 한 번 만져봐.”


대장은 매일 같이 약지에 차고 다니던 검은색 반지를 내게 건넸다.


“이게 왜요?”

“그건 사용자의 체력 회복을 돕는 유물이야.”

“······!”

“뭐? 저 반지가 유물?”


예상치도 못했던 말이었는지 루시아나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되었다.


“도감에 기록된 반지들은 나도 여럿 알고 있지만······. 이렇게 평범한 반지는 없어.”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건 대현자께서 제작한 유물이니까.”

“새, 새로운 유물을 제작했다는 거야?!”

“잊혀진 유물의 제작 방법을 일부 복원한 것. 그분의 업적 중 하나였어.”

“굉장해! 어떻게 이런······!”


대장의 시선이 날 향했다.


“그 반지는 선택받지 못한 자가 접촉하면 본래의 색을 잃어버리지.”

“내가 해보겠다!”


씩씩하게 걸어온 제피스가 내게서 대장의 반지를 받아갔다.

그리고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났다.


“허?”

“녹슬었다!”


내 손을 떠나 제피스의 손에 들린 검은색 반지가 순식간에 색이 옅어지며, 반지 전체에 녹이 슬었다.

그나마 무난하게 봐줄 법하던 모양새가 공짜로 줘도 쓰지 않을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시무룩한 얼굴이 된 제피스가 반지를 대장에게 돌려주자, 반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한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 믿을 수 있겠지?”

“······대장의 말이니까 한번 믿어보죠.”


나는 대장을 마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다시 용병대로 합류한 제피스와 함께 어수선한 아침 식사를 끝난 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대장은 손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이목을 끌었다.


“오늘부터 용병대의 목표를 변경한다.”

“목표요?”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돈이 아닌 유물. 가능한 많은 유물을 찾아내고 소유해야 해.”


이거 어째 나 때문에 일이 커지는 느낌이네.

제피스는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비단 카이런만을 위한 게 아니야. 유물의 혜택은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으니까.”

“그렇군. 대장 마음대로 해.”


제피스도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던 덕분에 우리는 대장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그때 루시아나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막내야! 아까 그 유물 보여줘!”

“아, 맞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새빨간 구슬을 꺼냈다.

루시아나는 어디선가 꺼낸 돋보기로 그 구슬을 천천히 살폈다.


“호오, 호오······. 이 구슬에 그려진 뾰족한 문양, 틀림없어.”

“뭐가요?”

“이건 [적염석]이야! 이걸 손에 쥔 사람은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


뭐시라?

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다고?

마법은 마치 유물에게 선택받는 것처럼 탁월한 재능을 타고 나야만 사용할 수 있는 신비가 아니었던가?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돌 안에 저장된 마력이 떨어지는 순간 마법은 끝이야. 여러 개 제작되었다는 유물이라서 똑같은 걸 찾으면 다시 사용할 수는 있겠지.”

“어, 어쨌든 정말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거죠?”

“내가 가르쳐줄 테니까 해볼래?”

“물론이죠!”


루시아나는 드물게도 모든 속성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 마법사.

나는 옆에 최고의 스승을 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돌을 손에 쥐고 팔을 앞으로 쭉 뻗어봐.”

“옙!”

“그리고 머릿속으로 상상해. 적염석으로부터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장면을.”

“제 손이 까맣게 타는 건 아니죠?”

“적염석이 널 주인으로 인정했다면 절대로 그럴 일 없어.”


그래, 상상하자.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건 단순한 돌이 아니다.

언제든 다시 불이 붙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불씨다.


“모닥불을 떠올려도 좋아. 너의 상상력은 모닥불의 장작이 되리니.”


나는 그녀의 말대로 야영 중에 피웠던 모닥불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였다.


화륵!


적염석을 쥔 내 주먹에서 정말로 불이 치솟아 올랐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에 휩싸인 나의 오른손!

내가 처음으로 마법이란 걸 사용한 것이다.

나는 그 사실에 감탄하여 말을 잃었다.


“이야······.”


따뜻하기만 하고 전혀 뜨겁지 않은 마력의 불.

길거리에서 사기를 치던 쓰레기 주제에 마법을 사용하다니······.

과거의 내게 들려준다면 절대로 믿지 않을 이야기였다.


“그대로 앞으로 던져.”

“이렇게요?”


슝!


주먹을 내지르자 내 손에서 머물던 화염이 앞으로 날아갔다.

둥그스름한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며 날아가던 그것은 커다란 바위와 강하게 충돌한 직후 사그라들었다.

바위가 아니라 사람이 맞았더라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테지.

옆에서 결과를 지켜본 루시아나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 제법 재능이 있구나?”

“이게 다 좋은 스승을 둬서 그렇죠.”

“스, 스승? 내가?”

“감사합니다. 스승님!”

“······에헴!”


루시아나는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듯 턱을 한껏 치켜들었다.

역시 이 사람은 술만 마시지 않으면 다루기 편하다니깐.


*****


나는 대장을 따라 커다란 술집에 들어섰다.

술집에는 대낮부터 맥주를 즐기는 용병들과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여기 맥주 하나 추가!”

“지금 갑니다!”

“그래서 내가 그때 어떻게 됐냐면······.”


이곳은 용병 조합에서 운영하는 술집.

용병 조합은 용병대에게 다양한 의뢰들을 연결해주는 조직이다.

카운터에서 유리잔을 닦고 있던 바텐더는 대장을 맞이했다.


“여어, 어제는 잘 쉬었나?”

“오래간만에 좋은 휴식이었어.”

“리온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틀림없겠지.”


리온은 대장이 사용하는 가명이었다.


“제피스가 복귀해서 다행이군. 마침 너희 쪽으로 지명 의뢰가 들어온 게 있어.”

“지명 의뢰보다 따로 요청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떤?”

“앞으로 우리와 연결해주는 의뢰들은 주된 보상으로 돈이 아니라 유물을 원해.”

“유물을?”


바텐더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요청을 한 용병들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굳이 유물을 찾는 이유라도? 이 근처에서는 유물을 처분하기 어려워서 어지간하면 돈으로 받는 편이 좋을 거야.”

“갑자기 부쩍 관심이 생겨서 그래.”

“흐음······. 잠깐만 기다려봐.”


바텐더는 유리잔을 내려놓고 테이블 밑의 서류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디서 쓰레기통 냄새가 나는군.”

“음?”


뒤에서 무장을 갖춘 한 무리의 용병들이 우리에게 접근해왔다.

조합에 드나든 지 1년쯤 된 나도 하나같이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들 중 더벅머리 용병이 말했다.


“하나 묻겠다. 너희가 여기서 쓰레기로 불리는 놈들이냐?”

“아마도?”

“대체 얼마나 형편 없는 실력을 가졌으면 그런 별명으로 불리는 것이지?”

“······?”

“너희도 생각이란 게 있다면 당장이라도 용병대를 해산해라! 너희 같은 쓰레기는 그 존재 자체로 우리 용병들의 격을 떨어뜨리는 놈들이다!”


난데없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용병.

손으로 콧구멍을 후비던 에로앙이 바텐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번에 우리 조합에 합류한 검은 폭풍 용병대야.”

“신입인가?”

“다른 지역에서 용병일을 하다 왔다던데, 너희의 별명에 꽤 관심이 많더군.”

“대강 어떤 사정인지 알겠네.”


팅!


손으로 코딱지를 튕긴 에로앙이 다시 뒤에 있는 용병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다른 지역에서 힘으로 밀려 나온 떨거지라는 소리잖아?”

“뭐? 떨거지?”

“너희 이름이 뭐랬지? 검은 설사 용병대?”

“저 개자식이!”


더벅머리 용병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츠캉!


검은 설사 용병대는 차가운 표정으로 무기를 뽑아 들었다.

시퍼런 칼끝이 에로앙을 향하자 시끌벅적하던 술집에 적막이 드리웠다.

술집의 손님들 모두가 우리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해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대장! 쟤 진짜 신기하다. 똥구멍이 아니라 입으로 설사를 뱉고 있어!”

“큭큭.”


나는 차마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렸다.

눈깔이 뒤집힌 용병들이 덤벼든 건 바로 그때였다.


“죽여버리겠어!”

“꿈도 야무지군.”


퍼어억!


가장 뒤에 있던 제피스는 검을 들고 달려온 남자를 주먹 한 번으로 벽까지 날려버렸다.

등에는 커다란 도끼를 메고 있음에도 무기를 꺼내 들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저, 저런!”

“엄청난 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용병들의 눈빛이 보인다.

그때 루시아나가 나를 바라봤다.


“보여줘라, 막내야.”

“여기서요?”

“내 수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도다!”

“······정 그렇다면야.”


마침 살아있는 사람을 향해 마법을 사용해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적염석을 손에 쥐고 팔을 앞으로 뻗었다.


화륵! 화르륵!


손에서 불길이 치솟는 대로 앞으로 날려버렸다.

목표는 정확히 검은 설사 용병대의 머리털이었다.


“으아악! 마법사가 있었어!”

“뜨거워! 내 머리!”


다른 부위는 태우지 않고 오로지 머리에 자라난 머리카락과 두피만을 태운다.

유물을 통해 사용한 마법이 영향을 끼치는 범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나는 까맣게 그을리는 놈들의 머리카락을 보며 루시아나에게 말했다.


“어때요?”

“······.”


내심 칭찬을 기대했는데.

그녀는 어째서인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머리카락만 태우는 건 네가 의도한 거지?”

“예. 경고만 해둬도 충분하잖아요?”

“아니, 그보다 나는 진짜 기초적인 것만 알려줬는데 어떻게······.”

“그냥 해봤어요. 딱히 어렵진 않던데요.”


이게 뭐 놀랄 정도의 일인가.

그만큼 유물의 성능이 좋다는 거겠지.

다만 나는 아부를 떨듯 말했다.


“이게 다 좋은 스승을 둬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 그런가?”


이변이 발생한 건 그때였다.


“저리 비켜!”


서걱!


마지막으로 노렸던 더벅머리 용병은 내가 던진 화염구를 검으로 베어버렸다.

그로 인해 마력이 흩어지며 화염구가 사라진 직후 주변 모두의 눈길이 그에게 모였다.

그는 그 시선을 즐기듯 말했다.


“이깟 마법쯤, 내가 가진 유물로 베어주마!”

“······유물?”


그는 용병 주제에 유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마치 나처럼.

조합에서 중개하는 의뢰들을 구경하던 대장조차 이번에는 고개를 돌렸다.

자기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신경 쓰지 않던 그 대장이 말이다.


“그 검, 유물인가?”

“그렇다! 난 유물에게 선택받은 몸이라고!”

“오러를 씌운 것도 아닌데 마법을 벤다라······. 쓸만하겠군.”


스팟!


일순간, 무언가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언제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모를 대장이 서 있었다.

자신의 검을 자랑하던 남자의 머리는 대장의 발치에 처박혀 있었다.


휘리리릭——!


내 마법을 베었던 검이 검집에 꽂힌 채 술집 바닥을 스치며 내 앞까지 굴러왔다.


“카이런. 선물이다.”


우리가 쓰레기로 불리는 이유.

그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대장을 비롯한 우리 구성원들의 행적이 그만큼 거칠고 이기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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