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용병대의 천재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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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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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루가 남작의 의뢰를 마친 우리는 다시금 마차에 탑승했다.

남작은 도착하자마자 떠나는 에이트를 마중하기 위해 하던 업무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에이트 님. 하루 정도는 묵고 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오늘 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됐다. 충분히 쉬었어.”

“하지만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야영 준비를 철저하게 해뒀으니 문제없다.”


마차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루시아나는 매우 아쉬워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쪽 지역 술은 당기는데.”

“그런 말을 손에 술병 들고 하세요?”

“이건 벌써 다 마셨잖아.”


루시아나가 빈 술병을 흔들며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의뢰가 끝나자마자 도수가 낮은 술을 병째로 들이켰다.

의뢰자인 에이트는 여기에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였다.

원래 용병이란 술을 물처럼 마시며 살아가는 존재라면서.


“그 상태로 룬어 해석은 할 수 있는 거죠?”

“오히려 더 잘 돼.”


저게 아주 빈 말은 아닐 것이다.

일정 수준에 이른 마법사는 몸에서 취기를 빠르게 날려버릴 수 있는데.

루시아나는 거기에 도가 튼 마법사였으니까.


“이랴!”


세 사람을 태운 마차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이 어두워질 무렵.

우리는 마차를 세운 뒤 야영을 준비했다.


“그건 또 뭡니까?”

“후후. 오늘만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


혼자서도 쉽게 천막을 세울 수 있는 마도구.

딱 봐도 비싸 보이게 생긴 과일과 각종 음식 재료 등.

에이트는 마차 안에서 이것저것 잔뜩 밖으로 꺼냈다.


“언젠가는 용병다운 야영을 즐기고 싶었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요?”

“당연한 거 아니냐?”

“거 참, 용병을 되게 좋아하시네.”


귀족 중에서도 이런 놈은 처음 보는군.

어째 이상한 의뢰자를 만나버린 것 같았다.

식사를 맡은 나는 그가 준비한 재료로 가볍게 음식을 차렸다.

좋은 재료로 수프를 끓여서 그런지 맛은 있었다.


“마부 아저씨도 드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종일 마차를 몰았던 마부에게 수프가 담긴 그릇을 건넸다.


“그쪽도 이상한 주인을 만나서 피곤하겠어요.”

“아뇨, 아뇨! 에이트 님은 저희 같은 아랫놈들에게 정말 잘해주시니까요.”


그렇군.

파라봄 백작가 내 에이트의 평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만 마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피 님은 사고를 많이 치셔서 전 에이트 님이 훨씬 좋습니다.”

“유피?”

“아, 에이트 님의 형님 되시는 분입니다.”


아하. 백작가의 장남을 말하는 거로군.


“하나만 말해보자면, 파라봄가에는 유피 님의 마차를 전담하는 마부가 없습니다. 다들 한 번만 일하고 죄다 관두는 탓에······.”

“쯧쯧. 장남께서 한 성격 하시나 봐요.”

“어휴, 말도 못 하죠. 밑에서 버티다 못해 마음에 큰 병을 얻은 하인들이 많습니다.”


그래. 저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귀족이다.

좋은 핏줄을 물려받고 태어나 평생을 거만하게 살아온 놈들.

그리고 예상외로 나는 그들을 무척 좋아했다!

사기꾼이었던 시절 딱 속여먹기 좋은 목표였거든.


*****


다음 날 도착한 장소는 누먼 남작령.

우리를 환대해준 누먼 남작은 기다란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트 님이 도와주신다니 감사하긴 합니다만, 과연 그놈들을 해치울 수 있을지······.”


누먼 남작령에 출몰한 의문의 도적들.

주로 근처를 오가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약탈을 시도하는 놈들 탓에 남작령의 많은 무역과 거래가 중단되었다.

누먼 남작이 도적 떼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작의 통치 능력과 권위마저 실추되고 있었다.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기 다른 용병대를 3번이나 고용했습니다. 그러나 놈들을 몰아내기는커녕 사망자가 발생했죠.”


기지개를 켜던 루시아나가 날 돌아보며 말했다.


“막내야! 몇 시간이면 되겠어?”

“4시간으로 합시다.”

“뭐야. 쫄았어?”

“그럼 3시간이요.”


우리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누먼 남작.

에이트는 무언가 탐탁지 않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누먼 남작에게 말했다.


“놈들의 위치는 아세요?”

“매번 바뀌는 탓에 모른다.”

“그러면 적당한 화물용 마차에 비싼 보석과 물건들이 잘 보이게끔 실어서 주세요.”

“그걸로 뭘 하려고?”

“낚시를 하려면 미끼를 풀어야죠.”

“······!”


누먼 남작은 내 요청대로 그럴듯한 상단의 마차를 꾸며서 제공해주었다.

나는 잘 준비된 미끼용 마차를 몰고 약 1시간가량 마을을 돌아다녔다.

참고로 에이트는 마차에 같이 타고 있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예요?”

“내가 너를 지켜보겠다고 말했을 텐데!”

“호위 의뢰는 받은 적 없는데요.”

“이 자리에서 새롭게 추가하마. 보상은 똑같이 유물 1개다.”

“오우!”


또 하나의 유물이 입속으로 굴러 들어오는군.

루시아나가 옆에 있으니까 딱히 상관없겠지.


“이랴!”


잠시 후 마차가 마을 밖으로 빠져나와서 속도를 높였을 때.

멀리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끼를 물었군.”


마을을 나서자마자 따라붙는 것들이라면 그놈들밖에 없다.

나는 그대로 인적이 드문 방향으로 마차를 몰았다.

때마침 누먼 남작령 인근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다.

그곳으로 이동하면서 일부러 마차의 속도를 낮추자 말을 타고 달리는 놈들이 옆으로 따라붙었다.


“으하하! 죽기 싫으면 마차를 세워라!”


무기를 들고 날 위협하는 도적놈들.

얼굴에 뒤집어쓴 복면을 보아하니 이곳에서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놈들이 틀림없었다.

나는 녀석들이 원하는 대로 마차를 멈춰 세웠다.


“오래간만에 괜찮은 물건들이 나왔어.”

“뒤에 실린 보석 좀 봐!”

“오늘 밤에는 포식하겠는데······!”


잔뜩 흥분한 누군가가 칼을 앞세운 채 내게 걸어왔다.


“이 마차는 우리가 접수하겠다!”


나는 즉시 고삐를 내려놓았다.

양손을 어깨 위로 들어 항복하는 자세를 취하자 내 옆으로 다가온 도적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너희가 이 근처 도적단이구나.”

“그렇다면 어쩔······!”


그것이 녀석의 마지막 말이었다.


푸욱!


“일단 한 놈.”


허리춤이 아니라 아공간에서 뽑아내는 검은 기습용으로 사용하기에 최적이었다.


*****


“저, 저것도 마법인가? 저 카이런이라는 놈은 대체 무슨 능력을 갖고 있는 거지?”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요.”

“······.”


에이트는 마차의 투명한 창문을 통해 홀로 도적들과 싸우는 카이런을 바라봤다.

루시아나는 잔뜩 긴장한 그의 옆에서 하품을 뱉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너무나도 한가로워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에이트는 눈을 실쭉 흘겼다.


“이봐. 넌 정말로 나서지 않는 거냐?”

“그렇죠.”


동료가 바로 옆에서 싸우는 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니.

에이트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정말로 동료가 맞긴 한 건가?

그에 책을 한 장 넘긴 루시아나가 말을 덧붙였다.


“우리 막둥이 교육 중이니까 신경 끄세요. 그쪽은 의뢰만 해결되면 되잖아.”

“이딴 게 교육이라니······.”

“저까짓 놈들도 혼자서 처리하지 못하면 용병대에서 이름 빼야지.”

“용병들은 다 너희 같은 성격인가?”

“우리 쪽이 유별나긴 하죠?”


정말 이상한 용병대와 만나버렸군.

에이트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그는 한 도적과 눈을 마주쳐버렸다.

도적의 표정은 단숨에 일그러졌다.


“이런! 이쪽으로 온다!”


에이트를 노리고 접근해오는 도적들.

루시아나는 허둥대는 에이트를 무시하고 소리쳤다.


“뭐하냐, 막내야!”


촤아아악!


마차로 달려오던 도적의 목에서 붉은 선혈이 튀어나와 마차의 창문에 물감처럼 흩뿌려졌다.


털썩!


깜짝 놀라서 주저앉는 에이트의 귀로 카이런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차 청소비용은 나중에 따로 빼줘요!”

“제,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비겁하지만 강하다.

에이트는 도저히 이곳에서 카이런이 죽는다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루시아나가 말하는 교육이란 게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루시아나는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방금 봤어요? 저렇게 빈틈이 많아서야 까딱하면 죽겠다니까.”


역시 너무 이상한 용병대와 만나버렸다.


*****


내게 덤빈 도적들을 거의 다 죽이고 딱 한 놈만 살려뒀다.

나는 내게 멱살을 잡힌 녀석의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뺨을 때렸다.


찰싹! 찰싹! 찰싹!


가볍게 때리는데도 상대의 뺨에서 아주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 먹은 강철환 덕분인지 연속으로 팔을 휘둘러도 내 체력이 빠진다는 느낌이 덜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아차.”


너무 넋을 놓고 때리고 있었군.

나는 얼굴이 빵처럼 부어오른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미안하다. 때리는 맛이 좋은 네 얼굴을 탓해.”

“······.”

“지금부터 너희 본거지로 안내해라.”


나는 고개를 끄덕거린 도적을 두고 루시아나를 돌아봤다.


“루시아나! 이 친구 얼굴에 붓기 좀 빼줘요.”

“왜?”

“보면 알아요.”


나는 외관이 멀끔해진 도적을 나와 함께 마부석에 앉혔다.

고삐까지 그의 손에 쥐여준 뒤 다른 도적이 흘린 붉은 피를 내 얼굴에 잔뜩 묻혔다.

도적에게 붙잡힌 것처럼 내 손목까지 어설프게 묶어두자, 나는 마치 포로가 된듯한 외관이 되었다.


“출발!”


불안에 떠는 도적의 옆구리를 손으로 찔러가며 이동하길 30여 분.

나는 다른 도적들이 숨어있는 은신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왔다.”

“저 마차에 실린 것 좀 봐!”

“그야말로 월척이로군.”

“제이슨! 다른 놈들은 어디 갔어?”


마차를 발견한 도적들이 하나둘 내 쪽으로 다가온다.

내가 꾸민 행색 덕분인지 전혀 의심하는 기색은 없었다.

고삐를 쥔 도적이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지 않자,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이슨? 왜 대답을······.”


이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가 도적들의 은신처에 화염구를 내리꽂았다.


화르르륵——!


“으아아악!”

“스, 습격이다!”

“제이슨이 우릴 배신했어!”


팍!


이런. 누군가가 쏘아낸 화살에 나 대신 마차를 몰았던 도적의 심장이 뚫렸다.

기왕이면 저놈만은 산 채로 남작가에 넘겨주려고 했는데 말이지.


“이, 이게 다 무슨 일이냐!”


가장 강해보이는 놈이 등장한 건 그때였다.

어쩐지 구린 냄새가 날 것 같은 얼굴에, 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은색 목걸이를 차고 있는 녀석이었다.


“칼스! 저놈이야! 저놈을 죽여!”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도적 주제에 서로를 아끼긴 하나 봐.

칼스라는 놈이 갑자기 자기 목걸이를 잡은 건 그때였다.


차캉!


그가 목걸이의 장식을 강하게 쥐고 잡아당기자 떨어져 나간 장식을 따라 빛나는 실 같은 것들이 아래로 주욱 늘어졌다.

저거 아무래도 평범한 목걸이는 아닌 것 같은데.


“막내야! 유물이다!”


내 의문에 대한 답은 문이 열린 마차에서 들려왔다.


파사삭!


은목걸이에서 빠져나온 얇은 실들이 도적의 손에 쥐어졌다.

일전에 도적 떼를 쉽게 처리하지 못했던 이유가 저것 때문이겠지.

유물을 들고 비장한 표정을 지은 도적놈은 내게 말했다.


“이 개자식아!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라도 있느냐?”

“그거 내놔.”


나는 절반쯤 남은 적염석의 마력을, 루시아나가 탄 마차를 제외한 주변에 몽땅 쏟아부었다.


화르르르륵———!!


“아악! 아아아악!”

“끄아아악!”

“사, 살려줘어—!”


내 키를 훌쩍 뛰어넘는 불의 기둥이 사방을 뒤덮었다.

한순간에 불바다가 되어버린 장소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그 덕분에 붉은빛을 띠던 적염석은 바닥에서 굴러 다닐법한 돌멩이가 되어버렸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유물을 아끼면서 사용할 생각 따위 없었으니까.


“아, 뜨뜨!”


나는 타들어 가는 도적의 시체에서 뜨겁게 달궈진 목걸이를 꺼냈다.

내 손바닥 위에서도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는 유물은 다행히 조금도 파손되지 않았다.


“고맙다. 이건 잘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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