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용병대의 천재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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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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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나는 네카스 산을 떠나기 전 마차의 정비를 진행했다.

내 손에 더러운 흙이 잔뜩 묻는 사이, 에로앙은 마을 주민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우리 예쁜 누나는 올해로 몇 살?”

“2, 20살이요.”

“크으! 딱 좋을 때네. 혹시 남자친구는 있나?”

“그게······.”


나이가 40살을 향해 달려가는 아저씨가 20살짜리 여인에게 느끼한 눈빛을 보낸다.

여인은 그가 마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얼추 예상했던 상황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탁!


여인의 엉덩이로 향하는 에로앙의 손을 쳐냈다.


“슬슬 출발하죠.”

“나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되게 할 일 없어 보입니다만.”


나는 단호하게 대답한 뒤 곤란해하는 여인을 먼저 떠나보냈다.

뒤에서 뭐라고 구시렁대는 소리가 귀에 들렸지만 무시했다.

유물을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후딱 숙소로 돌아가야지.


“카, 카이런 님! 다음에 꼭 마을에 다시 방문해주세요!”

“오냐.”


의뢰를 맡긴 꼬맹이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마차를 출발시켰다.


“서둘러 돌아가면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는 도착하겠어요.”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도 되겠는데.”

“우리 때문에 대장이 다음 의뢰를 받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뒤에서 손을 흔드는 꼬맹이의 모습이 멀어져갔다.


*****


해가 넘어가고 깜깜해진 밤.

나는 마차를 용병대의 숙소까지 끌고 가는 도중, 숙소 앞에서 아주 낯선 마차를 발견했다.


“음?”


어둠 속에서도 존재감을 뿜어내는 순백의 마차와 쉬고 있는 백마 2마리.

마차 안에서 바깥을 지켜보던 에로앙은 말했다.


“교단의 마차인가.”

“그렇겠죠.”


신성을 상징하는 하얀색은 수많은 교단을 대표하는 색상.

저렇게 병적으로 하얀색에 집착하는 변태 놈들은 교단에서 나온 놈들밖에 없었다.

때마침 용병대의 숙소를 빠져나오는 이들이 있었다.

하얀색 로브를 두른 중년의 성직자와 그를 뒤따르는 성기사들이었다.


“음? 그쪽이 자리를 비웠다던 용병들인가?”

“아, 예.”

“반갑군. 인사는 나중에 다시 하는 거로 하지.”


나중이라니?

내가 의문을 느끼는데, 교단 사람들이 탑승한 하얀 마차가 숙소를 떠나갔다.

반대로 나는 마차를 세워둔 뒤 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용병대의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대장!”

“둘 다 일찍 돌아왔네.”

“에로앙이 마을에 남겠다는 걸 억지로 끌고 왔죠. 그런데 방금 떠난 사람들은 뭐예요?”

“구르모 교단에서 보내온 성직자.”


구르모 교단.

우리가 죽은 사제의 유해를 전달해주어 고마워했다는 교단이었다.

설마 그것 하나 때문에 직접 사람을 보내올 줄이야.


“저쪽에서 나중에 다시 오겠다던 눈치던데요.”

“우리에게 꼭 의뢰를 맡기고 싶다더라.”

“맡으려고요?”

“난 끝까지 반대했어!”


마지막 대답은 루시아나의 입에서 나왔다.


“목숨을 잃은 사제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는 집단이잖아. 본인들이 직접 선발해서 키우는 이들의 대우부터가 엉망인데, 용병들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겠어?”

“아주 개판일 거 같은데요.”

“하지만 이미 대장이 의뢰를 받아버렸는데 어쩌겠어.”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건 대장이다.

루시아나도 대놓고 반대 의사를 드러냈지만, 대장의 지시에는 따르겠다는 눈치였다.


“의뢰 내용은요?”

“조만간 알려주겠대.”

“흐음······. 수상하네요.”

“그 대신 선금을 주고 갔어.”


턱!


루시아나가 탁자 위에 빛나는 정육면체를 내려놓았다.

은은한 광채를 발하는 그것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틀림없는 유물이었다.

에로앙은 꼬맹이에게서 보상으로 받은 유물을 내려놓으며 혀를 내둘렀다.


“시작도 안 한 의뢰의 선금으로 유물을 넘겨? 통이 크군그래.”

“의뢰 완료 시 보상금과 더불어 유물을 더 지급한다는 조건이야.”

“하나 더?”

“우리의 성과에 따라 2개 이상을 줄 수 있다는 소리도 했었고.”

“허!”


거 참, 어떤 의뢰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군.

그때 대장이 말했다.


“우리는 한동안 용병대를 2개로 나눠서 활동할 거다. 구성 인원은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바뀔 수도 있고.”

“특수 임무처럼요?”

“맞아.”


나와 에로앙 둘이서만 의뢰를 수행한 것처럼 활동 인원을 나누겠다는 대장.

다수의 의뢰를 동시에 수행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단, 각 팀의 주축이 되는 인물은 바뀌지 않고 고정이다.”

“그게 누군데요?”

“한쪽은 나. 다른 한쪽은 너.”

“엑.”


대장은 자기 자신과 나를 지목했다.

뒤이어 그의 투명한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언제나처럼 내 속을 전부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숨을 들이켰다.


“카이런. 내가 몇 번 말했었지만, 내가 쓰레기 용병대에 사람을 영입하는 기준은 딱 두 가지다. 첫 번째가 뭐지?”

“혼자서도 평범한 용병대 전체의 몫을 해낼 수 있는 놈.”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만은 거기서 예외였어.”


저 말이 맞다.

나를 제외한 동료들은 적어도 10명 이상의 몫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인재들.

내가 신기한 유물을 몇 개 얻긴 했어도 아직 저들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두 번째 기준은?”

“자기 인생에 명확한 목표를 가진 놈이요.”

“넌 내게 부모를 찾고 싶다고 했었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랬죠. 아마 못 찾겠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된 분노가 꿈틀거렸다.

부모라는 게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

왜 냄새나는 길거리에 날 버려두고 떠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 망할 것들이 날 멀쩡한 교단이나 보육원에 넘겨주기만 했더라도, 어린 시절을 인간답게 보낼 수는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건 내게 있어 ‘언젠가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비는 것처럼 막연한 바람이었다.


“찾을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부모.”


대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나는 그의 말에 팍 인상을 썼다.


“거짓말은 안 해. 내가 모든 유물을 다룰 수 있는 너의 힘을 처음으로 알아본 존재라는 걸 기억해라.”

“대장이 거짓말을 싫어한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무슨 수로 제 부모를 찾죠?”

“모든 답은 유물에 있다.”

“······!”


대장이 탁자 위에 놓인 유물을 가리켰다.

그 순간, 봉인된 유물이 미세하게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는 네 가치를 증명할 차례다. 나한테 네가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보여다오.”


*****


용병들이 휴식을 위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 뒤.

숙소의 1층에는 대장과 제피스만이 남아있었다.

대장은 제피스를 향해 말했다.


“무슨 할 말이라도?”

“대장. 정말로 괜찮은 건가?”

“뭐가.”

“카이런 말이다. 저 사기꾼 녀석을 멋대로 움직이게 두면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갈지도 몰라.”

“넌 아직도 카이런을 의심하는구나.”


사기꾼으로 활동하던 쓰레기를 거둬들인 건 대장의 선택.

제피스는 그런 대장의 결정을 지지했지만, 여전히 카이런을 향한 의심이 남아있었다.


“언제든지 우리를 배신할 수 있는 놈이다. 저놈이 유물을 들고 사라지면 우리 쪽의 손해가 막심해.”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카이런을 믿는다.”

“······.”


제피스는 대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내린 결정에 더 토를 달지 않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지만, 제피스는 한 가지 의문을 더 제기했다.


“우리가 카이런과 처음 마주친 날. 카이런이 가까이 다가오기 전부터 대장의 시선은 이미 녀석에게 가 있었어. 내 말이 맞나?”

“역시 예리하네.”

“대장은 어떻게 그 먼 거리에서 카이런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는 걸 알아본 거지? 나는 여전히 그에게서 그런 능력을 감지할 수 없는데, 대장은 혹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은 유물이라도 가진 건가?”

“글쎄······. 어떻게 일까.”


대장은 명쾌한 답을 들려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


“에헴! 막내야. 이 가녀린 여인을 잘 모시도록 해라!”

“가녀린?”

“뭐? 불만 있어?”


나는 자신을 가녀리다고 주장하는 루시아나와 팀을 이뤘다.

한동안 유물을 획득하며 유물의 정보를 즉각적으로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와 별개로 나는 루시아나의 손에 붙잡혀 그녀의 방으로 끌려왔다.

그녀의 취향에 맞게 온통 분홍색 가구로 가득한 방에 들어오자마자 절로 내 표정이 찌푸려졌다.


“방이 뭐 이리 더러워요?”

“시끄러! 이 정도면 깨끗하잖아!”


구석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작은 술병과 마른안주들.

자세히 보면 안주 밑으로 작은 개미들이 기어 다니는 게 보였다.


“그보다 어서 유물을 확인하지 않고 뭐해? 이 스승님을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이번에 획득한 2개의 유물을 두고 루시아나가 눈동자를 반짝였다.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눈앞에 둔 아이의 눈동자 같았다.

그에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루시아나는 뭐 갖고 싶은 유물이라도 있어요?”

“하나 있긴 해.”

“그게 뭔데요?”

“한 모금만 마셔도 천국을 맛볼 수 있다는 환상의 술, 몸프레용! 도감에 기록된 10개의 술 중에서도 가장 독하고 맛이 뛰어나다고 전해지는 술이야.”


유물 중에는 술도 있었구나.

이 중증의 술꾼이라면 충분히 욕심을 낼 만했다.


“이번에는 한 번에 까보죠.”


나는 양손을 이용하여 2개의 유물에 동시에 접촉했다.


화악! 화아악!


내가 기대했던 대로 2개의 정육면체가 동시에 녹아내리며 아주 오랫동안 숨겨왔을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표지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낡은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보라색 팔찌였다.

루시아나는 내가 먼저 집어 든 팔찌에 시선을 집중했다.


“잠깐만. 그건 설마······!”

“뭔지 아세요?”

“이리 줘봐! 아니, 나는 사용할 수 없으니까 네가 들고 나한테 보여주기만 해봐.”


나는 팔찌를 루시아나의 눈앞으로 가져갔다.

팔찌 안쪽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자 같은 것이 적혀있었다.

그녀는 그걸 하나하나 눈으로 읽는 모양새였다.


“세상에······. 이건 [아공간 팔찌]야.”

“아공간?”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지. 본래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존재나 드래곤들만이 자력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 거라는 소리네요.”

“고작 좋은 정도가 아니야! 이 유물이 경매장에 나오면 그 누구도 가치를 매길 수 없을걸! 세상에 단 1개만 제작되었다는 고유 유물이니까.”

“······!”


고유 유물.

그녀의 말마따나 도감에 기록된 유물 중에서도 단 1개만 존재한다는 유물이었다.

유물의 등급 체계 중에서도 최상단에 있는 부류.


“도감에 기록된 내용대로라면 그 팔찌를 통해서 접근하는 아공간에는 수많은 유물을 보관할 수 있어. 반대로 생명체나 평범한 물건의 접근은 불가능하지.

“오호라. 그건 저한테 딱 맞네요.”

“한번 손에 차봐.”


나는 손목에 아공간 팔찌를 찼다.

그 순간 보라색 팔찌가 한없이 투명해졌다.

두께마저 아주 얇은 형태로 변한 팔찌는 내 손목에 딱 맞는 크기로 편하여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역시 고유 유물은 다르다는 건가!

나는 내심 감탄하며 손목을 쓸어보았다.


“······엥? 이거 안 벗겨지는데요?”

“우후후! 이제 그 팔찌는 네가 죽을 때까지 몸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여기에 그런 함정이 숨어 있을 줄이야.

다행히 손목에서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영 찝찝하긴 한데, 어차피 누구 줄 생각도 아니었으니까 상관은 없으려나.


“사용 방법은 앞으로 잘 연구해봐. 고유 유물처럼 존재감이 강한 유물들은 주인으로 인정받아도 마치 말 안 듣는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길들이는 과정이 어렵다고들 하니까 최소한 두 달은 노력하면······.”


팟!


루시아나의 꼼꼼한 조언과는 달리.

내가 작게 손짓하자 허공에 보라색 구멍 같은 것이 나타났다.


“이게 아공간인가 보죠?”


말 안 듣는 아이보다는 말 잘 듣는 아이에 가깝군.

멍하니 아공간의 입구를 바라보던 루시아나는 적잖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마, 막내야. 방금 어떻게 한 거야?”

“그냥 했는데요.”

“쓰읍! 뭔가 이상한데······.”


이상할 게 뭐가 있겠어.

어깨를 으쓱거린 내가 보란 듯이 아공간에 한쪽 팔을 쑥 집어넣었다.

팔과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안쪽을 훑었으나 텅 비어있는 건지 손에 잡히는 건 없었다.

그 대신 내가 품에 지니고 있던 적염석과 절마검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야! 되게 편하네요.”


앞으로 유물을 직접 들고 다닐 필요는 없어졌다.

혹여 누군가에게 유물을 빼앗길 걱정도 없겠지.

보관할 수 있는 유물의 크기와 양은 언젠가 알게 되겠고.


“그런데 이 책은 뭐예요?”


파라락!


내가 낡은 책을 펼치자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글자들이 한가득 보였다.


“고대 룬어로 작성된 책이야. 이를테면 내가 읽었던 유물 도감도 본래 룬어로 작성된 걸 번역한 책이었지.”

“혹시 해석할 수 있어요?”

“맛있는 술과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오오······.”


역시 믿음직한 마법사다.

양도가 가능한 유물이었기에 책은 그녀에게 맡겨두었다.


그리고 다음 날.

대장은 나와 루시아나에게 말했다.


“구르모 교단의 의뢰는 이쪽에서 처리한다. 너희는 새로 들어온 지명 의뢰를 맡아.”

“의뢰자가 누구죠?”

“파바봄 백작가.”


대장이 내게 시선을 던졌다.


“거기에 익숙한 얼굴이 있을 거야. 적당히 협조하면서 그놈이 가진 유물을 하나씩 뽑아먹어.”

“미리 조사라도 해둔 거예요?”

“그런 셈이지.”


용병 조합에 방문해서 의뢰자와 대면했을 때.

나는 비로소 대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만났군. 쓰레기들.”

“앗. 검은 설사 용병대다.”

“아익! 설사가 아니라 폭풍이었다고!”


의뢰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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