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용병대의 천재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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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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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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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화

DUMMY

“꼬맹아. 우리한테 의뢰를 맡기고 싶은 거냐?”

“마, 맞아요.”


에로앙은 키가 작은 남자 꼬맹이를 향해 걸어갔다.

덩치가 큰 남성이 접근해오자 꼬맹이는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띤 에로앙은 이내 쭈구려 앉은 자세로 녀석과 시선을 맞췄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쓰레기 용병대! 근처에서 잘 나가는 용병대라고 들었어요. ······솔직히 이름은 별로지만요.”

“크핫! 이거 솔직한 녀석이로구만.”


유쾌한 얼굴이 된 에로앙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지만 일을 맡기려면 유물 뿐만 아니라 돈도 필요해. 우리가 용병 조합에 이름을 올린 이상 조합에 중개 수수료를 제공해야 하거든. 이거 혹시 너무 어려운 말인가?”

“돈도 드릴게요.”


꼬맹이가 잔뜩 구겨진 1천 코인짜리 지폐를 꺼내들었다.

이 술집에서 판매하는 맥주 1잔의 가격의 10코인.

저렇게 어린 아이가 유물과 1천 코인까지 지불할 수 있다는 건, 무언가 사정이 있다는 뜻이겠지.


“유물은 의뢰를 맡길 장소에 있어요!”

“진짜로 유물이 맞아?”

“진짜에요!”


조금 진지한 얼굴이 된 에로앙이 말을 이었다.


“의뢰 내용은?”

“네카스 산에 숨어든 괴물들을 죽여주세요!”

“네카스 산이라면······. 여기서 마차를 타고 달려가도 4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이지.”

“저는 그 산 중턱에 있는 마을에서 간신히 빠져나왔어요!”

“왜 더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구하지 않고?”

“그건······.”


갑자기 꼬맹이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에로앙은 자꾸만 머뭇거리는 녀석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장. 이 의뢰 받아도 돼?”

“1천 코인으로는 조합의 수수료조차 감당하지 못해.”


다소 냉정한 대답에 아이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때 대장이 넌지시 말했다.


“굳이 하겠다면 특수 임무로 딱 1명만 데려가는 걸 허락한다.”

“누굴 데려가게 해줄 건데?”

“카이런.”


에로앙과 함께할 사람으로 지목된 건 나였다.

하지만 이제껏 소수의 인원으로 의뢰를 수행하게 되었을 때, 구태여 날 데려간 적은 없었을텐데.


“카이런. 자신 없으면 말해.”

“······까짓거 한번 해보죠.”


결국, 에로앙이 부족한 수수료를 대신 지불하는 것으로 의뢰는 받아들여졌다.


“하여간 마음 약한 아저씨라니까.”

“카이런. 이 꼬맹이는 네가 챙겨라.”

“엑.”


이 사람, 제일 귀찮은 걸 나한테 떠넘기다니.


*****


나는 마굿간에 맡겨뒀던 말을 찾아와 마차에 연결했다.

의뢰자인 꼬맹이를 마차에 태운 뒤 녀석의 탈출했다던 네카스 산으로 향했다.

마차의 운전수는 자연스럽게 내가 맡았다.


“네가 손재주가 좋아서 다행이야. 뭘 시켜도 기본은 한단 말이지.”

“다 먹고 살려고 배운 거죠.”


나는 과거 사기꾼으로 활동하면서 잡다한 지식과 경험들을 쌓았다.

누군가를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서는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보여야했기 때문이었다.


“이랴!”


빠르게 달리는 마차와 함께 몇 시간이 흘렀다.

나는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 말에게 휴식을 준 뒤 마차에서 내린 꼬맹이에게 다가갔다.


“너 용케도 이 거리를 걸어서 왔네.”

“사람들을 구해야하니까요!”


산에서 자란 아이라서 그런지 체력이 좋군.

강도를 피하기 위해서 꾸깃꾸깃 접은 지폐를 다 낡아빠진 신발 밑창 안에 숨겨 왔다는 것도 제법이다.

내가 도적이었다면 속옷까지 홀라당 벗겨버렸겠지만 말이다.


“네가 준다는 유물은 어디서 난 거야?”

“저번에 우연히 산에서 버섯을 따다가 발견했어요.”


유물은 정말 다양한 장소에서 발견된다.

고대에 건설되었다는 유적지, 깊은 땅속 등.

발견되더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해서 특이한 돌덩이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유물을 팔지 그랬어.”

“알아보니까 근처에서는 제대로 팔 수도 없고, 갖고 있다보면 언젠가는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하.”


혹시 모르는 가능성 때문에 유물을 팔지 않았다.

유물과 관련해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였다.


“잘 생각했다. 그건 네 인생에서 손에 꼽을만큼 현명한 결정으로 남을 거야.”

“네? 왜요?”


왜긴 왜야.

네 유물은 곧 내 것이 되기 때문이지.


“슬슬 출발하자.”


휴식을 끝내고 다시 마차에 올라탄 우리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네카스 산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까지의 길은 제가 안내할게요!”


나는 꼬맹이의 지시를 따라 마차를 몰았다.

흙바닥에는 여러 세월에 걸쳐 새겨진 마차의 바퀴자국과 최근에 새겨진 괴물의 발자국이 겹쳐져 있었다.

큼지막한 발자국을 본 꼬맹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괴, 괴물들이 산의 외곽까지 나온 거 같아요!”

“활동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군.”

“속도를 좀 높일게요.”


곧이어 도착한 장소는 꼬맹이가 살고 있다는 마을.

나는 마을에 제대로 들어서기 전에 마차를 멈춰세웠다.

이미 많은 수의 괴물들이 마을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마차에서 내린 에로앙은 단번에 녀석들을 알아보았다.


“칼날바위 트롤이잖아?”


온몸의 피부가 바위의 표면처럼 거칠고 날카로워서 조금만 스처도 상처를 입게 된다는 괴물.

당장 눈에 보이는 트롤만 10마리를 넘긴다.

보통의 용병대라면 이쯤에서 후퇴했다가 지원군을 이끌고 오는 게 정답일 터.

하지만 에로앙은 어느새 커다란 활에 4개의 화살을 동시에 겨누고 있었다.


파바바박!


한 번에 발사된 화살들이 2마리의 트롤 머리에 2발씩 적중했다.

역시 저 사람의 사격은 언제봐도 놀랍다니깐.

쓰레기 용병대가 아닌 다른 용병대에서는 대장의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 실력이다.

나는 완전히 얼어붙은 꼬맹이의 허리를 감싸안은 뒤 주변을 살폈다.


“꼬맹아. 근처에 사람들이 숨을만한 곳은?”

“도, 동굴! 저쪽에 작은 동굴이 있어요!”

“안내해.”


나는 꼬맹이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저분은 혼자 남겨둬도 되는 거예요?!”

“물론!”


고작 이 정도로 당할 거면 애초에 의뢰를 받지도 않았겠지.

에로앙을 뒤로하고 도달한 마을 외곽에는 입구가 매우 작은 동굴이 존재했다.

그 앞에서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트롤들.

그것들은 틀림없이 안에 있는 인간을 노리고 있었다.


화르륵!


적염석을 손에 쥐어 불길을 피우자 녀석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적염석의 출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화르르르륵——!


내 손에서 거대한 화염구가 날아가 칼날바위 트롤들의 전신을 휘감았다.

적염석이 품고 있는 불의 마력을 한데 쏟아부은 결과였다.

나는 산채로 통구이가 되어가는 트롤들을 보며 묘한 희열을 느꼈다.


“시커멓게 잘 타네.”

“대단한 마법이네요······!”


내가 선보인 마법을 보며 입을 쩍하고 벌리는 꼬맹이.

제법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손만 까닥거리며 못된 괴물들을 해치우다니! 정말이지 비겁할 정도예요!”

“뭐? 비겁하다고?”

“아! 죄, 죄송해요······.”

“아니야. 오히려 좋아.”


비겁하다니.

거 참, 내 마음에 쏙 드는 표현이로다.

난 실력으로 모두를 압도하는 대장과는 다르다.

정공법보다는 편법을, 정면 돌파보다는 우회로를 더 선호한단 말이지.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까만 석탄이 된 트롤들의 죽음을 확인한 이후.

꼬맹이를 데리고 동굴 안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자그마한 입구와 달리 제법 깊이감이 느껴지는 동굴에는 이미 트롤이 침입한 흔적이 있었다.


“꺄아악!”

“앗! 제가 아는 목소리예요!”


동굴의 막다른 곳에서 젊은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는 끝내 트롤을 피해 동굴로 대피한 사람들을 찾아냈다.


“아빠!”

“아들?! 아니, 네가 어떻게······!”


꼬맹이의 아버지도 여기에 숨어 있었군.

비명을 지른 여성은 트롤의 손에 허리를 붙잡혀 있었다.


“무리의 대장인가.”


몸집은 다소 작지만 몸 전체에 큼지막한 흉터가 새겨져 있다.

저 흉터는 오랜 생존의 증거이자 서열이 높다는 증거.

나는 트롤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기 전,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며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화르륵!


화염구가 트롤의 등을 때렸다.

내가 적염석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불어넣자, 트롤에게 쏘아낸 화염은 쉽게 꺼지지 않고 녀석의 피부가 검게 그을릴 때까지 유지되었다.

그쯤되니 먹잇감을 코앞에 둔 녀석도 나를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카이런 님! 괴물이 이상해요!”

“쟤 지금 화났어.”


붙잡고 있던 여성을 바닥에 내던진 트롤이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얼굴을 구겼다.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면 틀림없이 엄청난 욕설을 뱉었겠지.

나는 내게 돌진해오는 트롤을 보며 화염구를 연속으로 날려보냈다.


화륵! 화르륵!


녀석은 다른 트롤보다 작은 주제에 정면에서 마법을 맞고도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그 장면을 바라보며 위기감보다는 호승심이 일었다.


“아주 터프한데!”


나는 상대와의 거리가 원하는 만큼 좁혀질 때까지 화염구를 잔뜩 내보낸 뒤.

적당한 순간에 절마검을 뽑으며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서걱!


까맣게 그을린 트롤의 피부 사이에 세로로 선이 그어졌다.

그 안에서 붉은 속살이 드러나며 핏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검을 한 번 더 휘두르자 이번에는 하얀 뼈를 구경할 수 있었다.


쿠웅!


칼날바위 트롤은 끝까지 날 노려보는 자세로 쓰러졌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터프한 녀석이로군.


“굉장해요! 용병들은 다 이런 거예요?”

“내가 특별한 거야.”

“역시!”


꼬맹이의 반짝거리는 두 눈에 내 모습이 담겼다.

나를 마치 대단한 사람처럼 바라보는 동경의 눈빛이었다.

내가 대장의 실력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딱 저런 반응이었지.


“카이런 님은 단순한 마법사가 아니라 검술에도 조예가 있으셨군요!”


미안하지만 검술은 배워본 적도 없는데.

굳이 오해를 풀어줄 필요는 없겠지.


“다들 이쪽으로 오세요.”


동굴 안쪽의 생존자들을 이끌고 에로앙에게 다시 돌아갔을 때, 상황은 이미 종료된 뒤였다.

에로앙은 괴물의 사체로부터 멀쩡한 화살만을 골라 회수하고 있었다.

본인은 휘파람을 불 정도로 여유로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귀찮으니까 트롤들을 처분하는 건 그쪽에 맡겨둘게요.”

“무, 물론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머리에 죄다 화살 구멍이 뚫려있는 트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아쉽게도 멀리 도망간 놈들이 있어요. 혼자서 추격까지는 어렵겠더라고. 이제 산을 내려가는 건 문제 없으니까 남은 놈들은 알아서 소탕하세요.”

“전리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수거하여 보내겠습니다!”


트롤의 사체를 내다 팔면 돈은 적당히 챙길 수 있겠지.

내게로 다가온 에로앙은 말했다.


“그쪽에서 몇 명이나 죽었어?”

“1명도 안 죽었는데요.”

“오? 진짜로?”


에로앙이 조금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나한테 맡겨두면 희생자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나 봐.


“카이런. 너 확실히 성장하고 있구나.”

“조금만 더 칭찬해 보세요.”

“건방지긴.”


내가 최근에 새삼 깨달은 게 있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건, 생각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라는 것.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온 꼬맹이는 어른들 앞에서 폼을 잡았다.


“거 봐요! 내가 어떻게든 용병대를 데려온다고 했죠?”

“아들아! 정말로 네가 이분들을 모셔온 거냐?”

“아, 그렇다니까요!”

“이 기특한 놈이 내 아들이라니!”


살아남은 사람들로서는 저 꼬맹이가 영웅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사실 저 사람들은 아주 운이 좋았다.

부족한 의뢰비를 대신 지원해주면서도, 유물을 주겠다는 어린 꼬맹이의 말만 믿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용병은 거의 없을테니까.


“꼬맹아. 이제 정산할 시간이다.”

“맞다. 금방 가져올게요!”


어딘가로 쪼르르 달려간 꼬맹이가 금방 손에 유물을 들고 돌아왔다.

다행히도 다른 물건을 유물로 착각한 게 아니라 진짜로 고대의 유물이 맞았다.


“스읍! 고놈 참 오동통하게 생겼네.”


나는 에로앙이 들고 있는 유물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임마.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보면 닳는다.”

“좀 닳으면 어때요. 어차피 내 건데.”

“허어! 너 그게 얼마나 터무니 없는 말인지 알아?”


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세상에 그 누가 봉인된 유물을 두고 이딴 말을 지껄일 수 있을까.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젠장, 이 부러운 녀석.”


저 안에는 또 어떤 유물이 잠들어 있을지.

당장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았기에 참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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