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용병대의 천재 막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새글

블루클리프
작품등록일 :
2024.09.10 21:46
최근연재일 :
2024.09.19 23:3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47
추천수 :
42
글자수 :
52,475

작성
24.09.17 23:55
조회
61
추천
5
글자
12쪽

7화

DUMMY

루시아나는 지명 의뢰를 맡기고 싶다는 에이트 파라봄을 바라봤다.

용병의 복장을 하고 있던 저번과 달리, 눈앞의 에이트는 때깔 좋은 귀족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당신 역시 귀족이었구나.”

“뭣! 날 진작 알아봤던 거냐?!”

“당신처럼 멀끔하게 생긴 인간은 용병보다 귀족에 더 가깝거든. 귀족께서 용병 놀이라도 하고 싶었나 보지?”

“내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군······. 그러나 단순한 놀이는 아니었다!”


나는 자책하는 에이트의 주변을 살폈다.

그가 우리에게 시비를 걸었던 당시 함께 있던 용병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쪽 동료들은 어디 갔어요?”

“그 쓸모없는 놈들과의 계약은 파기했다. 실력도 없는 주제에 날 속이려 들었어.”


순진한 귀족을 속인 사기꾼들이었나.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어지간히 멍청한 놈들이 틀림없었다.

자고로 사기를 치려면 본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쳤어야지.


“절마검은 안 돌려줄 겁니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다른 절마검을 구했으니까.”


워, 그 짧은 시간 내에 절마검을 또 구했단다.

정말이지 인생이란 불공평한 것이로군.


“왜 우리를 지명했어요?”

“바텐더의 추천이었다.”


내가 바텐더를 돌아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너희의 별명이 거슬린다! 하지만 돈은 충분하니까 최대한 좋은 용병을 추천받았을 뿐이야.”

“미안한데 우린 코인은 안 받아요.”

“알고 있어. 의뢰 1건당 유물 1개를 지급하겠다.”

“호오.”

“더불어 앞으로 최소 3건의 의뢰를 더 맡기겠다고 약속하지.”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라고 했던가!

나는 입가에 친절한 미소를 띠며 에이트가 혼자 앉아있는 탁자에 합석했다.


“무슨 의뢰인지 들어나 봅시다.”

“잠깐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위대한 파라봄 백작가의 차남으로 가문에서 주로 하위 귀족들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때때로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거든 내가 나서서 해결책을 제안하고 가문의 영향력과 명성을 높이는 게 나의 일이지.”

“독특한 일을 하시네.”


대충 무슨 사정인지는 알겠다.

가문의 후계자는 장남일 테니 차남으로서 부수적인 업무를 맡는 거겠지.


“그런데 요즘 용병의 손이 필요한 일이 부쩍 느는 중이다.”

“백작가라면······. 용병이 아니라 기사들이 나서도 되지 않나?”

“자잘한 일까지 기사를 투입할 수는 없어. 아무튼 첫 번째 의뢰의 성과에 따라 다음 의뢰를 맡길지 고민해보마.”


에이트는 루가 남작가를 우리와 연결해주었다.

심지어 루가 남작령으로 향하는 우리를 직접 따라오기까지 했다.

루시아나는 같은 마차에 탑승한 에이트를 특이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일을 맡겼으면 얌전히 쉬고 계실 것이지, 뭣 하러 따라온대?”

“너희가 고작 2명만 보낼 줄은 몰랐으니까! 하물며 그때 나를 때려눕힌 너희의 대장은 어디로 간 거냐? 난 그자가 오는 걸 원했거늘!”

“대장은 다른 일로 바빠요.”

“의뢰를 맡기긴 했다만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어. 이건 우리 가문의 명예와도 이어지는 문제란 말이다.”

“참 피곤한 성격이시다.”

“쓰레기라 불리는 너희의 실력을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주마······!”


새로운 물주 에이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와 루시아나를 노려봤다.


*****


에이트가 제공해준 고급 마차는 어느덧 루가 남작령에 도달했다.

마차에서 내린 우리를 반겨주는 건 하인이나 하녀 따위가 아니라 루가 남작 본인이었다.


“에이트 님 오셨습니까?”

“루가 남작! 직접 만나는 건 몇 년 만이로군.”

“잠시나마 에이트 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루가 남작의 태도에서는 친절함이 배어 나왔다.

에이트가 다른 귀족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잘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뭣들 하느냐! 어서 에이트 님을 저택으로 모셔라!”

“됐다. 대접받으려고 찾아온 게 아니야. 시간 끌지 말고 바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으로 하지. 내가 이곳에 아주 ‘쓸만한’ 용병들을 데려왔거든.”

“오, 그렇습니까?”


저건 쓰레기 용병대를 향한 에이트의 도발이었다.

우리가 그만큼 쓸모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놓고 창피를 줄 생각이겠지.

그에 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앞으로 3시간. 아니, 2시간.”

“음?”

“2시간 내로 이번 의뢰를 끝내고 다음 의뢰로 넘어가죠.”

“이건 루가 남작이 1달 넘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그걸 알고 하는 말입니다만.”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군.”


루가 남작의 고민거리는 근래 남작령에 등장한 괴물이었다.

불현듯 나타나서 인간을 해치거나 농작물 쑥대밭으로 사라진다는 괴물.

녀석의 정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해본 것이 현재 상황이란다.

팔짱을 끼고 있던 루시아나는 대략적인 이야기를 듣고서 입을 열었다.


“도망치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걸 학습한 괴물이네요. 적어도 1년 이상 살아남은 개체에, 이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넘어왔을 테고, 이족 보행이 아니라 네발로 빠르게 달리는 놈일 확률이 높겠군요.”

“그, 그걸 듣기만 해도 아는 건가?”

“비슷한 괴물을 한두 번 만나본 게 아니라서.”


루시아나가 루가 남작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는 남작가의 기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이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은근슬쩍 나와 루시아나를 흘깃거렸다.


“어디서 천한 용병 따위가 굴러와서는······.”

“남작님께서는 대체 뭘 믿고 용병에게 일을 맡기겠다는 거야?”

“괴물 따위는 우리가 해치울 수 있는데도.”

“진작에 좋은 장비만 지원해주셨다면 3일 안에 해결했을 거야.”


본인들의 일을 빼앗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일까.

그들은 용병을 반기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에 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해결할 수 있으면 진작에 하던가.”

“뭐라고?”

“어딜가나 꼭 입만 산 놈들이 있다니까.”

“저 건방진 자식이······!”


기사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남작의 앞이라서 차마 내게 달려들지 못하고 있군.

이야기를 마친 루시아나는 내게 다가왔다.


“막내야. 후딱 끝내자.”

“예.”


루시아나는 마력을 한가득 실은 발바닥으로 땅을 밟았다.

아니, 땅을 때렸다.


쿵!


발바닥에 실려있던 그녀의 마력은 단단한 땅으로 전달되어 이내 전방위로 뻗어 나갔다.

그녀가 일으킨 마력의 파동을 감지한 기사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지,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쉿.”


눈을 감은 루시아나를 대신하여 내가 입술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저쪽이다.”


나는 눈을 뜬 루시아나와 함께 어디론가 달렸다.

괴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방향이었다.


“땅에 녀석의 배변이 남아있어. 흔적을 감추는 건 터득하지 못한 놈이네.”


쿵! 쿵! 쿵! 쿵!


루시아나가 발로 땅을 밟을 때마다 지면을 타고 그녀의 마력이 흘렀다.

쉬지 않고 연속으로 사용하는 추적 마법.

다소 무식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지금 쫓고 있는 괴물이 꽤 어수룩한 놈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찾았다.”


루시아나가 흙으로 뒤덮인 땅을 가리켰다.

아주 자세히 보아야 한 지점이 유독 위로 볼록 튀어나왔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막내야. 알지? 난 안 도와줄 거야.”

“물론이죠. 제가 죽어도 나서지 마세요.”


대장은 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하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루시아나와 합의했다.

앞으로의 의뢰에서 전투는 내가 전담하겠다고.


푹!


나는 절마검을 바닥 깊숙하게 찔러넣었다.

같은 행동을 조금씩 다른 위치에서 3회 정도 반복했을 즈음, 땅밑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이윽고 내 귀에 커다란 울음소리가 닿았다.


“아우우우——!”


푸확!


흙더미가 위로 치솟으며 그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온몸에 수북하게 자라난 얼룩무늬 털과 다 썩어빠진 발톱을 지닌 괴물.


“썩은발톱늑대 맞죠?”

“맞아.”


고작 1마리지만 가볍게 여길만한 괴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마주쳤던 놈보다 몸집이 2배는 더 커다랄뿐더러.

저 발톱에 스치는 순간 내 살점이 썩어버리니까.


“아우우우!”


턱밑으로 투명한 침을 뚝뚝 떨어뜨리는 늑대가 검을 쥐고 있는 나를 노려본다.

내가 일부러 검 끝으로 늑대를 가리키자 녀석은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심을 높였다.

그렇게 녀석의 모든 관심이 절마검에 쏠려있던 때였다.


화르르륵!


아공간에서 기습적으로 적염석을 꺼내어 소환한 화염구가 순식간에 늑대의 몸을 뒤덮었다.

화들짝 놀란 늑대는 이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저 화염이 내가 벌인 짓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어쩌냐.


“누가 싸워준대?”

“아우우?!”


파바바밧!


나는 썩은발톱늑대를 피해 원을 그리며 열심히 도망쳤다.

당황한 녀석은 끈질기게 날 따라왔지만, 그럴수록 나는 녀석을 피해서 더 빠르게 달아났다.


“아우우! 아우우우——!”

“목청 좋고!”


괴물이 위험한 발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면에서 싸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남작의 지시를 받아 이미 주변 사람들은 멀리 대피한 상황.

온몸이 활활 타오르는 늑대의 움직임은 서서히 둔해져 갔다.

주위에서 물을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지만 이미 늦었다.


팍!


내가 힘껏 발로 차버린 흙더미가 움직임이 둔해진 늑대의 시야를 가렸다.


“지금!”


서걱!


적당한 순간에 거리를 좁혀 절마검으로 늑대의 목을 내리쳤다.

더는 저항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지쳐버린 늑대는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깔끔하게 사냥을 끝마친 내가 환하게 웃으며 루시아나를 돌아봤다.


“어때요?”

“뭐랄까······. 되게 비겁해 보여.”

“극찬이네요.”


비겁하다는 말이 내게는 칭찬처럼 들린다.

이건 내 나름대로 유물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거란 말이지.

그때였다.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에이트가 검지로 나를 찌를 듯이 가리켰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갑자기 뭡니까?”

“쓰레기! 이 쓰레기 같은 것! 용병이란 놈이 어찌 그리 비겁한 방법을 사용하느냐!”

“용병이니까 비겁하게 가야죠.”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필사적으로 달려든 저 늑대가 불쌍하지도 않은 거냐?!”

“이거 웃긴 양반이시네.”


이상한 생각을 하는 이상한 귀족이로다.

날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놈이 왜 불쌍해?


“그쪽이 뭐라 하든 말든 의뢰는 끝났어요.”

“크윽! 네 말이 맞다······.”

“어서 유물 주세요.”

“보상은 조만간 가문으로 돌아가서 한꺼번에 넘겨주마. 아직 너희에게 맡길 의뢰가 남았으니까······!”


에이트가 내 얼굴을 강하게 노려봤다.


*****


백작가의 차남 에이트 파라봄은 어렸을 적부터 많은 책을 보며 자랐다.

검에 나름대로 재능이 있는 장남과는 달리, 무예에 이렇다 할 재능이 없는 에이트는 책을 읽으며 문학적인 지식을 쌓았다.

깨끗한 책이 주기적으로 공급되는 그의 방에는 딱 한 번만 읽고 내팽개친 책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에이트가 2번 이상 반복해서 읽는 책들도 있었다.

바로 누군가의 영웅담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용병왕 바마크의 일대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용병이란 직업을 꿈꾸게 하여 한때 귀족가에서 금지도서로 지정될 뻔했던 책.

가공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에이트는 그 책을 가장 좋아했다.

그렇기에 그는 카이런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용병은 저런 게 아니야······!”


언제나 적들의 앞에 당당하게 나서서 싸웠던 용병왕.

그 성격은 사실 용병보다는 기사에 더 가깝지만, 그는 결국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용병으로 살아간다.

그와 대화를 나눠본 모두는 설령 적이라 할지라도 그를 존경하게 된다고 알려지는데······.


“비겁한 놈!”


카이런과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쓰레기 용병대의 천재 막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9화 NEW +1 3시간 전 22 3 12쪽
8 8화 24.09.18 58 5 12쪽
» 7화 +1 24.09.17 62 5 12쪽
6 6화 24.09.16 77 4 14쪽
5 5화 24.09.15 86 4 13쪽
4 4화 24.09.13 102 4 13쪽
3 3화 24.09.12 125 5 12쪽
2 2화 24.09.10 175 6 13쪽
1 1화 24.09.10 241 6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