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용병대의 천재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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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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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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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DUMMY

“대장의 말처럼 나한테 뭔가 있긴 한가 봐요.”

“그렇겠지.”


대장은 나를 바라보며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루시아나는 다른 용병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살피는 사이 눈을 감고 저주를 퍼트린 나무에 정화를 시도했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걸로 정화 끝.”

“벌써? 전보다 빠른 것 같다?”

“이몸께서 그만큼 대단하단 거지!”


숲의 저주는 약 15분 만에 해결되었다.

루시아나가 저주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덕분이었다.

에로앙은 그녀에게 넌지시 말했다.


“너 말야, 남몰래 저주를 연구하고 있는 건 아니지?”

“어떻게 알았어? 저주 한번 맞아볼래?”


아무튼, 음산한 기운이 줄어든 숲에서 우리는 다시 별가루가 안내하는 방향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내 앞에 화살표가 하나 더 등장했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총 2개의 화살표를 두고 나는 자리에 멈춰 섰다.


“내가 가보겠다.”


제피스는 새로운 화살표가 가리킨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잠시 후 그가 걸어간 쪽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퍽! 퍽! 퍽!


다급히 그쪽으로 달려가자 검은 형체를 향해 주먹을 뻗는 제피스가 보였다.


“그림자 괴물이군.”


그림자 괴물.

형태는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어둠 속에 숨어서 먹잇감을 노린다는 공통점이 있는 놈들이었다.

나는 옆에서 튀어나온 그림자 괴물을 향해 절마검을 휘둘렀다.


서걱!


마력을 벨 수 있는 검날은 그림자 괴물의 몸통을 그야말로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내가 팔에 힘을 주지 않아도, 단지 스치는 것만으로 이 괴물들을 베어낼 수 있을 정도.


“이거 생각보다 더 좋은데요?”

“그림자 괴물은 몸 자체가 마력이나 다름없으니까.”


루시아나의 설명을 듣자마자 나는 더 신나게 검을 휘둘러댔다.

내가 현장에서 전투를 치르며 지금처럼 여유가 넘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빛나는 가루 덕분에 괴물들이 숨지 못했어. 카이런. 네가 도움이 되긴 했다.”

“제피스가 저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네요.”

“그런데 여기 뭐가 있군.”

“뭐가요?”

“사람.”


아쉽게도 그의 대답은 틀렸다.

그가 찾아낸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이었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착용했던 것처럼 보이는 옷가지와 물건들.

그리고 그 밑에는 잘게 부서진 뼛조각이 있었다.


“숲에서 죽었다는 사람들인가 봐.”

“이건 사제복 아닌가요?”

“썅! 이건 교단의 견습 사제복이잖아? 대체 왜 이런 곳에 초짜를 파견한 거야?”


단번에 사제복을 알아본 루시아나가 팍 신경질을 내며 죽은 자들의 유해를 수습했다.

나도 당장 들고 갈 수 있는 건 손에 전부 챙겼다.

그리고 입구로 돌아가자 화들짝 놀란 경계병들이 보였다.


“너희들! 설마 포기한 거냐?”

“아니. 의뢰는 성공적으로 끝냈다.”

“뭐라고?”

“시간이 늦었으니 약속한 보상은 용병 조합으로 보내달라고 전해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거짓말하지 마!”


대장의 말에 경계병들이 창대를 강하게 쥐었다.


“감히 우리를 속이려 든다면······!”

“이건 저 안에서 수습한 유해다.”

“······허억!”

“그, 그건 설마!”


유해를 넘겨받은 경계병들은 놀라 뒤집어졌다.

그중 한 명은 찢어진 사제복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


에이트는 하인이 전해온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 그놈들이 의뢰를 받아들였다고?”

“그렇습니다. 경계병에게 확인만 받고 곧장 숲으로 들어갔다는군요.”

“쓰레기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어느 교단에서 한 차례 저주 정화에 실패했다는 숲.

거긴 에이트와 평소 교류가 있는 바무아 남작에게 있어 골칫덩이나 다름없는 장소였다.

제대로 정화하려면 너무 큰 돈이 들고, 정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딱히 쓰임새가 많지 않은 곳.

그렇기에 에이트는 쓰레기 용병대에 망신을 주기 위해 유물을 하나 내어주면서 그 의뢰를 연결해주었다.


“의뢰를 거절하거든 여기저기 소문이라도 내려고 했더니만!”


평범한 용병대라면 높은 확률로 이 의뢰를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았다.


“반대로 의뢰에 성공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한 차례 정화에 실패했던 곳이야. 한낱 용병대 따위가 해낼 리 없어! 멍청한 것들······.”


놈들을 적당히 괴롭히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숲에 들어갔다가 돌연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에이트는 기분이 찝찝해질 것 같았다.


“그쪽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해.”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할 말을 마친 하인이 꾸벅 인사하며 에이트의 침실을 떠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은 헐레벌떡 다시 달려왔다.


“에이트 님! 에이트 님!”

“또 무슨 일이냐?”

“의, 의뢰가 방금 끝났다고 합니다?”

“······?”


에이트는 순간적으로 하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쓰레기 용병대가 숲에 걸린 저주를 정화하고, 그 안에서 죽은 이들의 유해까지 수습했답니다!”

“웃기지 마! 그런 말도 안 되는! 놈들이 숲에 들어간 지 대체 얼마나 됐다고?”


새롭게 들어온 소식을 헛소리로 여기는 에이트.

그러나 아침이 되어 바무아 남작가로부터 똑같은 소식을 접하자, 비로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바무아 남작께서 에이트 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건 필요 없어.”


확 짜증이 올라온 에이트가 빠득 이를 갈았다.


*****


의뢰 성공 보수인 유물은 용병 조합을 통해 쓰레기 용병대의 숙소로 전달되었다.


“막내야! 막내야! 너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니, 잠 좀 잡시다······.”


유물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나보다 더 흥분한 루시아나.

내 방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는 그녀의 손에 강제로 이끌려 나왔다.


“빨리 확인해보자, 빨리!”

“왜 이렇게 급해요?”


어휴. 옆에서 닦달하는 사람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 또한 그녀처럼 서서히 기대감이 생겼다.

간밤에 [별빛의 호리병]이라는 유물의 효과를 톡톡히 봤던지라.

이번에는 또 어떤 유물이 등장할지 참으로 궁금했다.


“갑니다?”


결국, 우리 두 사람만 먼저 유물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화아악!


탁자에 있는 유물을 향해 내 손끝을 가져가자, 마치 정전기가 오르듯 찌릿찌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뒤이어 루시아나가 만지면 단단하기만 한 정육면체가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모습이 변해갔다.


이걸로 벌써 4번째의 유물이로군.

내가 단순히 ‘운이 좋았기에 유물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라는 가정은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이건 뭐죠?”


탁자 위에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유물은 원통형의 작은 유리병이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 눈동자 바로 앞까지 가져갔다.

투명한 유리병 안쪽에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된 은색의 무언가가 있었다.


“이건 [강철환]이야.”

“그게 뭐예요?”

“복용 시 약간의 체력 상승과 더불어 피부가 강철처럼 단단해진다는 비약.”

“강철? 진짜로?”

“도감에 기록된 내용이 근거 없는 허풍은 아니겠지. 다만 정말로 피부가 강철처럼 되려면 같은 유물을 300개 정도는 먹어야 할 거야.”


단지 먹는 것만으로 강해질 수 있다니!

마치 어느 전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같았다.

유물들이 하나같이 엄청난 물건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고대의 유물 중에서도 강철환을 비롯한 몇몇 유물에는 조금 독특한 면이 있어. 바로 유물의 주인이 허락한 자가 유물의 효과를 대신 누릴 수 있다는 것!”

“유물을 양도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대장은 그걸 노리고 널 영입했을지도?”


나는 루시아나의 설명을 듣고서 대장이 나오기 전까지 강철환을 갖고만 있었다.


“대장!”

“왜?”

“이거 대장 주려고요.”


나는 강철환을 대장에게 보여주었다.

좋은 보상이 주어졌을 때 집단을 이끄는 리더에게 우선순위가 가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잠시 강철환을 바라보던 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당분간 너 혼자서만 사용해. 이건 명령이야.”

“왜요?”

“네가 우리 용병대에서 가장 약하니까.”


커억!

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턱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우리가 의뢰를 수행할 때 가장 먼저 지치는 사람이 너라는 걸 기억해라. 마법으로 각종 행동을 보조하는 루시아나도 너보다는 여유가 많아.”


분하지만 저 말이 사실인 걸 어쩌랴.

예전에는 내 체력 문제 때문에 쓰레기 용병대의 의뢰 진행이 조금씩 늦어진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주저 없이 강철환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꿀꺽!


강철처럼 단단한 알약이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이거 생각보다 크기가 큰데, 인간의 몸으로 소화가 가능하긴 한가?

그런 내 걱정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어? 강철환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놀랄 거 없어. 몸으로 흡수된 거니까.”


꾸르륵!


뱃속에서 한 차례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너무 단단해서 씹을 수조차 없던 것이 갑자기 녹아버리다니.

긴가민가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내가 막 자리에 등장한 에로앙에게 시선을 던졌다.


“에로앙! 다짜고짜 미안한데, 제 손바닥 한 번만 세게 쳐봐요.”

“진심? 뼈 부러져도 모른다?”


나와 에로앙은 주기적으로 함께 훈련하며 주먹을 섞는 사이다.

그리고 에로앙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내 눈에는 과거 작은 마을의 레인저로 활동했다던 그가 이 쓰레기 용병대에서 가장 만만해 보인단 말이지.


퍼억!


하지만 그의 주먹과 닿은 내 손바닥은 힘을 버티지 못하고 어깨 뒤로 홱 튕겨 나갔다.

뼈를 타고 전해지는 충격과 함께 자연스럽게 내 표정 또한 구겨졌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했는데 역시 안 되는군.

그때 에로앙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카이런! 너 뭔가 달라졌다?”

“방금 유물을 먹었어요.”

“며칠 전과는 타격감이 확실히 달라. 잠깐 손 줘봐.”


내 손바닥을 잡고 주물럭거리는 에로앙.

그는 한때 같은 레인저들을 훈련시켰던 교관 경력까지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전직 교관으로서 그가 내게 하는 말은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


“이 부러운 녀석!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장해라.”

“웬일로 좋은 말을 해주시네요.”

“네 뒤치다꺼리보다는 침대에서 여자랑 뒹구는 게 더 재밌거든.”

“그러시겠죠······.”


루시아나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대장을 불렀다.


“대장! 아까 유물을 가져다준 사람이 우리보고 용병 조합에 방문해달래. 저번 의뢰와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던데?”

“문제라도 생긴 건가.”


우리는 곧장 술집으로 향했다.

바텐더가 우리 얼굴을 알아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너희는 참 부지런하군.”

“우리를 찾은 이유는?”

“그 숲에서 찾았다는 사제의 유해 때문에. 남작가는 물론이고 구르모 교단에서도 너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어. 낮에 수색했을 때는 찾지 못했다나 봐.”

“그건 숲에 걸린 저주 때문이겠지.”


교단은 우리가 견습 사제의 유해를 대신 수습해준 것으로 고마움을 느낀 모양이었다.

다만 루시아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뭣도 모르는 견습 사제를 죽음으로 내몬 놈들이 고마워 할 줄도 알아? 그리고 애초에 자기들이 뒷수습이라도 했어야지.”

“교단 측에서 너희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 해. 보아하니 너희에게 호기심을 가진 모양이야.”

“대장! 그냥 관심 없다고 해.”


루시아나를 힐끗거린 제피스가 말했다.


“모든 결정은 대장이 내린다. 조잘조잘 떠들지 마.”

“그런 놈들의 얼굴 따위 보고 싶지 않거든?”


잠자코 주변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대장이 날 바라봤다.

아니, 왜 지금 날 바라봐?


“카이런. 어떻게 생각하지?”

“솔직히 교단 측의 고맙다는 말은 믿기 어렵네요.”

“어째서?”

“용병한테 감사의 표시를 하려거든 요걸로 해야죠.”


나는 손가락을 구부려 돈을 의미하는 동그라미를 그렸다.

감사의 표시는 돈으로 하라!

나란 놈은 이런 대답밖에 할 수 없단 말이지.

그 뜻을 이해한 대장은 피식 웃었다.


“바텐더. 저게 정확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리온. 규모가 크지 않다고는 해도 상대는 교단이야. 너무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걸.”

“용병을 대할 때의 예의를 지키라는 거지. 우리를 만나고 싶거든 유물이라도 가져오라고 해.”


뭐랄까, 내 능력이 밝혀진 뒤로 대장이 달라진 기분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루시아나보다 훨씬 더 유물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혹시 찾고 있는 유물이라도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유물만 있으면 당신들을 고용할 수 있는 거예요?”


새로운 물주······.

아니, 낯선 꼬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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