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천재 기사단장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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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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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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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죽이기 (1)

DUMMY

“어···. 백작님?”


“왜.”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하는 집사장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은 네르오스 시에 자리한 켈버트 백작저.


그러니까, 우리 집이다.


“내가 내 집에 오는데 용건을 밝혀야 하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아직 해가 지고 있는 와중인데···.”


집사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태양이 선혈을 흩뿌리며 어둑어둑 저물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집사장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맨날 밤새 술 처먹고 기어들어 오는 놈이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귀가했냐는 거겠지.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집사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퇴근을 했으니 집에 들어와야지. 허튼소리 말고 저녁 식사나 준비하라고 해. 목욕물도.”


“아, 예!”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지, 집사장은 드문드문 하얗게 변한 머리를 긁적이며 조리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그 익숙한 뒷모습을 바라보자 나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은 저 집사장도 나를 배신한 인물 중 하나였다.


왕국의 병사들에게 체포되었던 그날. 비밀통로로 탈출까지는 성공했지만, 결국 통로의 끝에서 체포되었으니까.


나 이외에 비밀통로의 위치를 아는 유일한 사람, 집사장이 그 출구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 체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랄까.


집사장만 없었어도 나는 무사히 포위를 빠져나갈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왜일까.’


어째서인지 나는 집사장을 탓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분노도 원망도. 그 당시에는 분명 하늘까지 쌓여 있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흔적조차 어루만질 것이 없었다.


‘나를 참 오래 봐온 사람이었지.’


내가 어렸을 적부터 저 사람은 집사장이었으니까. 열 살의 나이에 부모를 여윈 나에게, 여러 가지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라고도 부를 수 있는 남자가 아닐까. 다만 나는 너무 일찍 그 단어를 잃어버려, 그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었다.


‘당신도 내게 참 많은 실망을 품었을 거야.’


그는 끝까지 나를 사랑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를 벌주고 싶지는 않았다.


너는 미래에 날 배신할 테니 죽어라, 라며 목을 썰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소중한 것들을 하나둘씩 버려가는. 그런 삶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단지.


나는 변했고, 그것을 그대가 알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니 그대는 끝까지 내 옆에 있어야 한다. 아이샤와 함께.


내가 모든 것을 바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이 두 번째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


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오크나무로 고급스럽게 장식된 의자에 걸터앉았다.


생각해 보니 내 방도 참 오랜만이지.


“내가 살던 곳이 이렇게 화려했었나.”


왕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귀족 중 하나이니만큼, 백작저는 호화 그 자체였다. 이 방 크기만 해도 일전에 내가 살았던 오두막과 비슷할 정도이니.


‘웃기는군. 이렇게 살았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아쉽다고 뇌물들을 받아 처먹었었는지.’


단지 한 푼이라도 더 긁어모으기 위해서. 다 쓰지도 못할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떤 짓이건 다 했었다. 그때는 그것이 내 삶의 가치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물론 나는, 더 이상 이 멍청한 화폐 따위에는 아무런 가치도 두고 싶지 않았다.


‘나의 목표는 단 하나.’


카린달 왕국에 네르오스가 정복당하는 것을 막는다.


‘올해가··· 왕국력 381년이었던가.’


네르오스가 카린달 왕국에게 정복당하는 것은 385년. 정확히는 카린달 왕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384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늦어도 삼 년 안에 전쟁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을 막는다··· 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한다로 가닥을 잡는 게 맞겠지.’


원래도 없던 애국심이 갑자기 생겨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내 영혼을 위해서.


이 왕국은 온전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갈 길이 멀겠군.’


이미 이 나라는 지난 시간 동안 착실히, 최선을 다해서 멸망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다.


썩어빠진 귀족들. 실력은 하나도 없이 인맥으로만 채워진 기사단. 권력을 잃은 채 허수아비로 전락한 왕. 각종 인재와 자원들의 소실.


카린달의 침공은 단지 마침표였을 뿐. 가만히 놔둬도 네르오스는 천천히 죽어갔을 것이 뻔했다.


즉, 카린달의 침공 전에 나는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


“···바빠지겠어.”


월명초.


비록 그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는 하나, 그걸 먹기로 결정한 것은 온전히 내 선택이었다.


원래 같았다면 월명초가 내 손에 있었더라도 결코 먹지 않았겠지.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 동안 껍데기로 살아온 이란 그런 거니까. 자신의 삶에 더 이상 변화란 찾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변화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변화를 바라게 된 것은 단 하나.


그 카린달 청년의 말.


‘자격이란 건 누군가에 의해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나는 더 이상 내게 주어지지 않은 자격에 한탄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설령 내게 영영 자격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끝까지 자격이 있는 것처럼 살다 죽으리라.


그것이 꽃처럼 시드는 삶이 아니겠는가. 행위하고, 후회하지 않는 것.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 오랜 시간 해왔던 것이니까.


나는 들고 있던 커피를 단숨에 죽 들이켰다. 원래도 커피는 좋아했지만, 네르오스가 멸망한 뒤로는 통 마시질 못했었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그리운 향기.


좋아. 할 수 있다.


이 정도쯤 되는 일을 못 해내기에는, 나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일단은 가장 큰 내 영역.



기사단부터 어떻게 해볼까.












2



“이봐, 아이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네르오스 기사단의 거점지. 블루 홀.


구석 소파에 기대앉아 책을 읽던 아이샤가, 한 기사의 질문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기사단 전원 소집이라니. 단장님이 대체 무슨 연유로 우리 전부를 부른단 거지?”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한 손에 술병을 든 기사의 모습에, 아이샤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장님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전해 들은 건 아무것도 없어.”


아이샤는 그리 대답하며 블루 홀 내부를 훑어보았다.


평소 같으면 서너 명의 기사들이 포커나 치러 오는 장소가, 오늘은 서른 명의 기사들로 꽉 차 있었다. 물론 다들 마음에 안 든다는 비딱하게 앉아있기는 했지만.


단장 못지않은 이 망나니들이 갑자기 한 자리에 모이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며칠 전. 베르 켈버트가 뜬금없이 기사단원 전체에 소집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유에 대해선 아무런 언질도 없이 말이다. 심지어 부단장인 아이샤 자신에게도.


“무슨 파티라도 열어 주시려는 게 아니겠어? 그간 우리의 노고를 위로하는 목적으로 말이지.”

“그거 그럴싸한데. 기사단의 우애를 다지는 거라면 나는 환영이지.”

“그럼 오늘 단장님이 그렇게 아끼신다는 다섯 무희의 춤 솜씨를 볼 수도 있는 건가? 흐흐흐.”


위스키를 나눠 마시며 저마다의 추측을 내놓고 있는 기사들. 그 모습을 보며, 아이샤는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베르 켈버트가 기사들을 모아 할 일이라곤 그런 것들뿐이었으니까.


아이샤는 저도 모르게 제 양팔을 감싸안았다.


그날 갑자기 자신을 끌어안고는, 다음날부터 출근도 안 한 채 저택에 틀어박히고. 며칠 만에 나와서 한다는 말이 전체 소집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그날 그때의 베르의 온기가 아직도 생생했다. 그 남자의 체온이 그렇게 따뜻하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 베르의 눈은 정말 다른 사람의 것 같았는데···.




“좋아. 다들 모여 있는 듯하군.”




아이샤가 상념에 잠겨 있던 와중이었다.


단상 뒤편에서, 그런 목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짧게 자른 검은 머리. 다크써클이 옅게 어린 흑색의 눈. 앞섶을 풀어 헤친 기사단 제복에, 허리춤엔 한 자루의 검을 찬 채.


그가 단상 앞에 섰다.


아이샤의 머릿속을 한참 동안이나 괴롭혔었던 그 사람이.


“단장님.”


베르 켈버트.


아이샤의 부름에 그가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려왔다.


아, 또 그 눈이다.


자신이 알던 그, 방탕하고 피폐한 눈이 아닌.


다른 베르 켈버트의 눈.


베르는 입을 다문 아이샤를 잠시 지그시 바라보다, 이내 다른 기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들 잘 있었나? 내가 그간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이 있어 모습을 비추지 못했군. 미안하게 되었어.”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간 얼마나 재미있는 파티가 많았는데.”

“일전에 단장님이 안으셨던 그 영애 말입니다. 요번에 보니 완전히 풀이 죽어 있기에 제가 살살 위로해 주었습니다. 흐흐흐, 단장님 말씀대로 다정한 척해주니 쉽사리 넘어오더군요.”

“그래서, 준비하셨단 건 뭡니까? 뭐 대단한 파티라도 있답니까? 제가 이번에 아주 비싼 위스키를 입수하기는 했는데···”


언제 비딱했었냐는 듯 저마다 신이 나 떠드는 기사들.


그 모습을 보며, 베르가 조소를 흘렸다.


“네놈들은 정말··· 변한 게 아무것도 없군.”


베르는 단상을 탁탁 두드렸다.


“자자, 그만들 하고. 내가 자네들을 오늘 이리 한데 모은 건 중요하게 발표할 일이 있어서야. 아이샤. 잠시 나와주겠나?”


“네? 아, 예.”


턱을 괸 채 이 모든 행태를 바라보던 아이샤가, 갑작스러운 부름에 벌떡 일어섰다. 단상 앞으로 걸어간 그녀에게 한 장의 종이가 건네어졌다.


“이건··· 명령서입니까?”


“그래. 큰 소리로 읽어보도록.”


아이샤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명령서를 읊으려 했다.


“명령. 네르오스 기사단. 기사단장 베르 켈버트와 부기사단장 아이샤 트릴리스.”


그렇게 주욱 글을 읽어 내려가던 아이샤의 시선이.


“······?”


한 문장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글을 몇 차례나 다시 읽어 내려갔다.


“······잠깐만요, 단장님.”


흔들리는 시선을 베르에게로 돌린 아이샤. 그러나, 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르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뭐하나? 계속 읽게.”


“어, 그게···.”


그렇게.


의문스럽다는 듯이 서 있는 다른 기사단원들의 귀에.


“기사단장 베르 켈버트와 부기사단장 아이샤 트릴리스······를 제외한 전 기사를.”


아이샤의 유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 이 시간부로 파직한다.”












....



가볍게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 저택을 나섰다.


목적지는 블루 홀.


내가 네르오스 기사단 전원의 소집을 명한 장소였다.


소집의 이유는 단 하나.


‘싸그리 갈아버려야 한다.’


기사단이라는 건 그 나라 무력의 중심이다.


병사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전쟁의 지휘관들.


문제는, 현재 네르오스의 기사들은 죄다 뇌물과 연줄로 올라온 귀족 집안 자제들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참전 경험은커녕 무기조차 엉성하게 다루는 경우가 대다수.


‘그런 기사단을 데리고 지금까지 안 망한 게 신기할 정도였지.’


내 무력의 기반이기도 하니, 결국 앞으로 무언가를 하려면 이 기사단부터 갈아엎는 게 필수적이었다.


당연히 귀족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그건 어느 정도 해결할 방안이 있었고.


사교계에서 내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경향이 있더라도, 일단 할 일은 하는 게 맞았다.


‘하기야. 여기서 더 안 좋아질 이미지도 없긴 하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말을 탄 채 도시를 가로질러 가는 가운데.


한 목소리가, 꽂히듯이 귓가에 틀어박혔다.


“이, 이거 놔요!”


째랭째랭한. 당황과 분노가 깃든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이익···! 이거 안 놔줘요?!”


“안 놔준다, 이 좀도둑 꼬맹이! 우리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감히 빵을 훔칠 생각을 해?”


가벼운 무장을 한 경비병 둘과, 그 둘에게 붙잡혀 버둥거리고 있는 소년 하나가 있었다.


양손에 커다란 바게트를 하나 든 채. 목덜미를 붙들려 악을 쓰고 있는 소년.


너무도 익숙한 얼굴과 익숙한 표정.


“······.”


나는 가만히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까짓 빵 하나 뭐 얼마나 비싸다고 그래요? 아저씨들은 집에 처자식도 없어요?”


“뭐라? 이 자식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뭐가 그리 당당하냐!”


“범죄 저지른 적 없어요! 이 빵은 나랑 내 동생한테 먹히기로 좋게 좋게 합의 봤다고요!”


“합의는 빵집 주인하고 봐야지!!”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소년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 댔다. 아무래도 손에 쥔 빵은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흐.”


어쩔 수 없군.


나는 웃음을 흘리며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품을 뒤적이며 두 경비병들에게로 다가갔다.


“이보게들. 무슨 일인가?”


“응? 뭐야, 네놈은······ 아?”


사납게 인상을 찌푸리려던 경비병이, 이내 내 얼굴을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내 옷차림을 슬쩍 살피는 것이었다.


기사단 제복.


그 옷을 본 두 병사가, 일순 당황하여 내 앞에 재빠르게 정렬했다.


“기, 기사님?!”

“기사님께서 여긴 어인 일로···!”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는 병사들의 목소리. 그럴 만했다. 기사씩이나 되는 인물이 일반 경비병들에게 말을 걸 일은 보통 없으니까.


원래 같았다면 나도 결코 말을 걸지 않았을 테고.


“그리 귀신 본 듯 보지 말게나. 나쁜 놈이 된 기분이로군. 그나저나,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아, 그, 그게 말입니다.”


병사 하나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소년을 끌어당겼다. 빵을 안은 그 녀석은, 으악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무릎 꿇려졌다.


“이놈이 저기 빵 가게에서 빵을 훔쳐서 말입니다. 저희가 마침 딱 목격해서 잡던 참이었습니다.”

“기사님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 저희가 잘 훈계한 뒤 몇 대 때려서 돌려보내겠습니다.”


“흠.”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소년.


“······하.”


네놈은 정말로 변한 것이 없구나. 아니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하는 것이 옳을까.


나는 웃음을 한 차례 흘리고는, 품에서 금화 한 개를 꺼내 들었다.


“자.”


“어, 기사님? 이게 뭡니까?”


“금화지. 자네들이 빵집 주인에게 전달해 주게. 도둑질 변상금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자네들의 노고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이 아이는 이만 놔주도록 하고.”


“예? 어, 예······?”


경비병이 당황한 듯 되물었지만 나는 다시 설명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 다시 말에 올라탔을 뿐이었다. 블루 홀에서 기사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아이샤도.


“그럼 마무리를 잘 부탁하네.”


“아, 명령이시라면, 알겠습니다. 그, 저 그런데 기사님···?”


“왜 그러는가.”


“혹시 이 꼬맹이를 아시는 겁니까? 혹시 기사님께서 챙겨주시는 꼬맹이라면 병단에서 알아서 돈이라도 몇 푼···”


“무슨. 됐다네.”


머리를 긁적이는 병사를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웃으며 소년을 돌아보았다.


소년은 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듯하면서도, 여전히 비딱한 표정으로 우리를 살피고 있었다.


특히 나를.


“···아무 사이도 아니라네.”


나는 저 꼬맹이의 이름을 모른다. 저 꼬맹이도 내 이름을 모를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젊음 끝에 서 있었을 수 있었던 건지도.


“정말로, 아무 사이도 아니지.”


나는 말을 박찼다. 소년이 있던 장소를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다.


단지, 앞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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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천재 기사단장의 회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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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탑 폭발 (1) NEW 18시간 전 13 0 12쪽
10 마법사와 검기 (完) 24.09.16 25 0 14쪽
9 마법사와 검기 (1) 24.09.15 31 1 12쪽
8 기사단 죽이기 (完) 24.09.14 39 1 17쪽
7 기사단 죽이기 (2) 24.09.13 43 0 14쪽
» 기사단 죽이기 (1) 24.09.12 53 0 17쪽
5 회귀하다 (完) 24.09.11 56 1 13쪽
4 회귀하다 (4) 24.09.11 50 0 18쪽
3 회귀하다 (3) 24.09.11 62 0 15쪽
2 회귀하다 (2) 24.09.11 66 0 15쪽
1 회귀하다 (1) 24.09.11 8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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