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천재 기사단장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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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11 00:05
최근연재일 :
2024.09.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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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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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폭발 (1)

DUMMY

6



한 작은 훈련장에서 기적이 피어난, 그 어느 야심한 밤.


카린달 왕국의 궁전에는 세 명의 남자가 들어앉아 늦은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들었습니다, 부기사단장. 얼마전에 검기를 각성하는 데에 성공하셨다지요.”


와인을 들어올리며 느긋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는 백발의 남자.


뇌주(雷主). 훗날 ‘대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카린달의 마탑주가 그였다.


그리고 그의 칭찬에, 맞은편의 남자가 웃으며 고기를 썰어 입에 넣는다.


“별 거 아닙니다. 뭐, 버러지들은 대단한 일이라고 칭송할지도 모릅니다만.”


카린달 중앙 기사단의 부기사단장. 희대의 천재. 훗날 ‘검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자.


늘 그렇듯 거만한 그의 태도에, 가운데에 앉은 장년의 남자가 옅은 웃음을 흘렸다.


“허허. 아주 좋은 자신감이군.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남자라면 그 정도 기개는 있어야지.”


“전하께서 그리 여겨주신다니 다행입니다.”


어쩌면 좌우의 둘보다는 능력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남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그 위대한 상석이 정해진 남자.


그러나, 결국 그 두 위대한 천재마저도 따르게 만드는.


끝끝내 세상의 꼭대기에 올라서게 될 남자.


카린달의 왕, 플락트 카린디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카린달의 가장 거대한 세 세력. 그리고 세계를 집어삼키고자 하는 야욕으로 뭉친 세 남자들이었다.


“그나저나, 마탑주. 알아보라 했던 건은 어찌 되었지?”


이 어마어마한 직책의 인간들이 호위도 없이 야밤에 모이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


“네르오스 기사단의 기사단원 단체 해직 건을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마탑에서 며칠 간 대대적으로 조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들의 오랜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우선, 기사단원들을 전원 해직시킨 건 다름아닌 네르오스의 기사단장이자 백작인 베르 켈버트입니다. 전하께서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아, 그래. 그 소문이 자자한 네르오스의 망나니 아닌가.”


플락트는 하얗게 새기 시작한 자신의 수염을 매만졌다. 베르 켈버트라는 이름은 옆나라인 이곳에까지도 종종 들려오는 이름이었다.


칼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허약한 기사단장. 하는 일이라곤 뇌물을 받아 처먹는 것밖에 없으며,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쓰레기 그 자체였다.


카린달에 있었더라면 기사단장은커녕 요직 하나 맡지 못하는 떨거지였겠지.


“그럼, 그 기사단장이란 놈이 갑작스레 자기 부하들을 전부 잘라버린거라고?”


“그렇습니다, 부기사단장. 아이샤 트릴리스라는 여자 부관 하나를 제외하고 말이지요. 거의 해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 그쪽 기사단은 꼬라지가 개판이로군.”


어이가 없다는 듯 조소를 흘리는 부기사단장. 그의 말마따나, 카린달은 기사단과 마탑 모든 측면에서 네르오스를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이제 그들이 기다리는 건, 단지 적절한 타이밍일뿐.


네르오스를 집어삼킬 최적의 타이밍말이다.


“그 베르라는 사람이 기사단원들을 전원 해고한 이유까지는 저희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정황상 다른 귀족들은 물론 네르오스의 국왕도 전혀 몰랐던 듯 싶고요. 다만 얼마전부터는 혼자 꾸준히 마탑을 방문하고 있다던데··· 기사 일에 흥미를 잃고 마법에 관심을 두는 건 아닌가 추측 중입니다.”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을 가능성은 없는가?”


“지금까지 그 자의 행적을 보았을 때는 없다고 봐야겠지요.”


마탑주의 말에 플락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작자일 리가 없지.


“그럼 일단 우리쪽에는 좋은 일이란 거로군?”


“그렇습니다. 이 정도면 저희 쪽 첩자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지요.”


마탑주 역시 아무런 의심조차 가지지 않는 표정으로 웃으며 잔을 들이켰다. 원래부터 위협적인 수준도 안 되는 네르오스의 기사단이지만, 아예 기사단이 무너진다는 건 다른 얘기니까.


부기사단장의 미친 재능으로 검기도 꽃 피운 상황. 이 정도면 군사력으로는 네르오스를 넘보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생각에 동조하듯, 플락트도 신중한 어조로 입을 열어왔다.


“그럼 이제, 마탑만 어느정도 정리하면 네르오스의 두 축을 무너뜨릴 수 있는건가?”


“그렇다고 봐야지요. 그리고 전하. 마탑은 걱정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음?”


고개를 갸웃하는 플락토에게, 마탑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답변했다.


“마탑에 저희 쪽 내통자가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희와 협력하고 있던 자가 하나 있지요. 마탑은 이미 저희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마 저희 연락 한 통이면 마탑을 불태우든 무너뜨리든, 완전히 없앨 수 있겠지요.”


“오오, 그런가. 역시 자네로군!”


반색을 표하는 플락토를 보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전격적으로 마탑을 무너뜨리기보다는, 네르오스가 전복될 때까지 야금야금 내부를 갉아먹게 할 속셈이었습니다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예 커다란 한 방을 날리는 것도 좋겠지요.”


마탑과 기사단. 국가의 두 축이 완전히 무너지면, 아무리 강대한 국가라도 다시 일어서기는 힘들다.


심지어 상대는 네르오스. 이미 쓰러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범이 아니던가.


부기사단장 역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네르오스는 왕권이고 군사력이고 죄다 개판이니까. 생각보다 계획을 빠르게 앞당길 수 있겠군.”


당초 네르오스의 정벌 계획은 꽤 시간을 두고 기획된 것이었다. 아무리 체급 차이가 난다 한들, 한 나라를 집어삼킨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까.


적어도 삼년. 혹은 사년은 걸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다면 전쟁을 훨씬 더 앞당길 수도 있는 노릇 아니겠는가.


플락트 역시 마음에 든다는 듯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주 좋군. 그 망나니가 제 나라의 멸망을 앞당겨 주겠어. 마탑주. 그 내통자라는 자에게 지금 당장 연통을 넣게나.”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마탑주를 보며 플락트는 작게 되뇌었다.


네르오스. 오늘 밤 네놈들의 운명은, 저 마탑과 함께 새빨갛게 불타버릴 것이라고.

















자정이 넘어갈 즈음이 되면, 영원히 잠들지 않을것만 같던 마탑도 불이 꺼진다.


늦은 밤까지 연구하던 마법사들조차도 다음날을 위해 귀가하는 시간.


쥐 죽은 듯한 침묵에 잠긴 마탑의 최상층을, 한 남자가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다.


호리호리한 체격. 검은 머리에 보랏빛 눈. 가는 팔에는 네르오스의 마법사들이 만든 몇 개의 마도구들이 한 아름 들려있다.


“······.”


들켜서는 안 된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걸어가는 남자.


마침내.


그의 발걸음이 마탑의 중앙 마석 앞에서 멈춰섰다.


“······후.”


긴장한 듯 작게 숨을 들이쉬는 남자. 그의 눈앞에는, 새파랗게 빛나는 커다란 마석이 존재한다.


마탑의 중앙 마석. 마탑 내 마력의 중심이자 네르오스 내 가장 강력한 마력이 모여 있는 곳.


마법사들이 다양한 마법과 마도구들을 쉬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방대한 마탑을 품은 마석 덕택이다.


그렇다면.


만일 이 마석이, 본의 아닌 사고로 깨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금도 안 가게 설계된 마석이지만, 만약에라도 그 내부가 깨어지는 날에는.


남자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이 마탑의 중심에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다가갔다.


그가 지시받은 단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자의 품에 안긴 마도구들이, 불안한 빛을 내며 번뜩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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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으.”


켈버트 백작저.


나는 만족스럽게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새하얗고 폭신한 이불이 느슨하게 내 몸을 감싸 안는다.


“어으, 피곤해 죽겠구만.”


어깨가 살짝 뻐근해오는 감각. 나는 앓는 웃음을 흘렸다. 정신이 아무리 검기에 익숙하다고 한들 육체는 뻣뻣한 새 것이다.


갑자기 이런 비상식적인 힘이 가해져 오니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전투에서 사용할 정도까지 갈고 닦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결국 검기는 발생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단순히 검신에 감아 휘둘러대기만 하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 검기는 기사의 마법이다. 검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영혼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과 같았다.


그 영적인 심상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허공의 물체를 다룰수도, 커다란 상처나 독을 치유할 수도, 대지와 물체에 스며든 마력의 기억을 읽어낼 수도 있다.


이전 생에서 내가 무명옷 하나 입고 혹한을 떠돌 수 있던 것도 검기를 내 몸에 둘렀던 덕분이고.


어떤 정체성을,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검기는 천차만별이고, 그 힘을 계속 고찰하고 갈고 닦는 것이 기사의 책무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은 많지.’


육체와 검기가 한 몸이 되는 것. 내가 다음으로 이루어내야 할 경지였다.


어지간한 천재들이 바로 이 경지 즈음부터 나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말이다.


일반적인 무기나 독, 저주로는 결코 상처입힐 수 없는 초월적인 육체. 마치 검과 같은.


그런 육체를 얻게 되는 경지라 볼 수 있겠다.


“뭐···. 일단 오늘은 와일스에게 검기를 보여준 것으로 만족하는 게 좋겠다만.”


나는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와일스의 표정을 떠올렸다.

내가 보여준 기적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끝까지 어안이 벙벙해하던 표정.


아마 이것으로 기사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깨졌겠지.


‘기사와 마법사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육체냐 정신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 없이는 다다를 수 없는 경지가 아니던가.


그리고 와일스는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으니, 오늘 밤 많은 생각을 하겠지.


나는 침대에 누은 자세 그대로 오른손만을 들어 올렸다.


‘언젠가는 이 힘을 아이샤에게도 보여주겠지.’


조금 오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의 이 모든 힘은 괴로움에서 나온 것이라. 그 괴로움은 모조리 그녀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지막. 그녀의 말. 그녀의 표정.


검은 꽃을 피워낼 때, 나는 늘 그 모든 것들을 그렸다.


그녀를 죽여서 만든 힘이 이제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쓰여진다라.


“······뭐. 나쁘지는 않군.”


술기운 탓일까. 실실, 은근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괜찮은 밤이었다. 어쩌면 한 남자의 미래를 내가 바꿨을지도 모르는, 그런 밤.


이 새로운 세상에. 과거의 내가 발자취를 남긴 밤이었다.



.

.

.

.




“배, 백작님!”



···무슨 소란일까.


침대에 누은 채 그대로 잠이 든 내게, 쾅쾅, 방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장년의 목소리.


“···집사장?”


“지금 당장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백작님!”


“시끄럽네. 오랜만에 술 마시고 잠들지 않았나. 무슨 일이길래──”


“마, 마탑에···!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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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탑 폭발 (1) 24.09.18 18 0 12쪽
10 마법사와 검기 (完) 24.09.16 30 0 14쪽
9 마법사와 검기 (1) 24.09.15 35 1 12쪽
8 기사단 죽이기 (完) 24.09.14 41 1 17쪽
7 기사단 죽이기 (2) 24.09.13 46 0 14쪽
6 기사단 죽이기 (1) 24.09.12 58 0 17쪽
5 회귀하다 (完) 24.09.11 60 1 13쪽
4 회귀하다 (4) 24.09.11 55 0 18쪽
3 회귀하다 (3) 24.09.11 66 0 15쪽
2 회귀하다 (2) 24.09.11 69 0 15쪽
1 회귀하다 (1) 24.09.11 8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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