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천재 기사단장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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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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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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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죽이기 (2)

DUMMY

너희 끝이다.


다 해고다.


파직 명령을 들은 네르오스의 기사들은, 그야말로 성난 황소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해, 해고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뭔가 착오가 있으신 거 아닙니까, 단장님?”

“저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른 것이 없습니다!”


“······하.”


나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탕 취해 늘어져 있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소를 흘렸다.


아무런 잘못도 저지른 것이 없다고? 네놈이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네놈들 전부.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있지 않던가.


“···단장님.”


아이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 역시 이 상황이 급작스럽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뭐, 하루아침에 해직 통보를 받은 이 녀석들만 하겠냐마는.


“물러나 있도록, 아이샤. 종이는 나에게 주고. 내가 전부 설명하지.”


나는 아이샤를 뒤로 잡아당기며 종이를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녀석들의 이름이 적힌 해고서를 팔락거리며 단상으로 걸어갔다.


“뭐, 갑자기 해직 통보를 받게 되어 당황스러운 자네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느긋하게 낮술이나 처먹다가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더더욱 그렇겠지.”


“다, 당황스러운 수준이 아닙니다! 저희는 이 사안에 대해 일체 들은 바가 없단 말입니다!”


“어떤 멍청한 상관이 자기 부하들 자르는 걸 부하들에게 허락을 받나?”


태연하게 그리 대꾸하자 캐묻던 기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분명 재정총관 첫째 되는 놈이었지.


놈의 말이 막히자, 이번에는 그 옆에 있던 기사가 조금 더 합당한 질문을 해왔다.


“이 사안을 모르는 건 저희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국왕 전하나 다른 병단장들, 다른 귀족분들도 알고 계시는 사안입니까?”


저놈은 헬라이소 백작의 막냇동생이었지. 한때는 나와 막역지우였던 녀석이다.


그러니까, 내가 술 처먹고 놀러 다니던 시절에 말이다.


그런 나와 절친했던 놈이니, 얼마나 또라이 같은 놈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전하께는 내가 차후 잘 말씀드릴 것이다. 그 부분은 자네들이 걱정할 일이 아니지.”


“···이럴 수는 없습니다, 단장님. 저희와 몇 년을 함께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절차마저 무시하시고 이러는 건 도의가 아닙니다.”


“하. 도의라고?”


그 말을 듣자, 나는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가 대체 언제부터 도의 같은 걸 지키는 놈들이었지?”


“······.”


도의라는 건, 그런 거다.


길 가다가 평민들을 다짜고짜 패지 않는 것. 연회장에서 술 취해 난동을 부리지 않는 것. 결혼은커녕 연애도 안 할 영애를 고작 하루 갖고 놀다 버리지 않는 것.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이들을 모조리 내버린 채 사치와 향락에 빠져든 놈들이, 도의이니 뭐니를 알기나 할 리가.


네놈들은 전부 그런 놈들이 아니던가.


나와 같은 놈들.


그러니 이건, 과거로 돌아온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나를 죽이는 것. 나를 쫓아내는 것.


눈앞에 있는 수많은 나들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나를 노려본다.


“이건··· 저희 쪽 귀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저희 쪽 귀족이란 건 자기네들 가문을 말하는 것이겠지.


하나도 무섭지 않다. 나는 백작인데 무슨. 그것도 이 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백작.


유일한 적수라면 공작가와 왕가가 있겠지만···.


나는 내 뒤에 선 아이샤를 돌아보았다.


공작가라면 아직 이쪽 편이니까.


왕가도 해결할 방법이 있고.


“그래. 가서 알리도록 해라. 해직 당했단 소리를 자네들 가문이 들으면 참도 대견스러워하겠군.”


“······두고 보십시오.”


기사들은 이를 바드득 갈면서도 더 이상 개겨오지는 않았다. 지금 더 대들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다 한들 결국 인사와 해임권은 기사단장에게 있다. 기사단의 기사 개인이 이 부분에 반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떠들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가문으로 돌아가 나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더 나으리라 여기는 것이겠지.


기사들은 나를 한 번씩 노려보며 블루 홀을 나서기 시작했다. 나는 가볍게 비웃어주며 받아쳤다.


용 새끼만도 못한 녀석들이. 눈빛으로 나를 겁박할 수 있을 것 같더냐.


그러던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응?”


헬라이소 백작 막냇동생이, 나를 보며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대체··· 이유가 뭐요.”


“이유?”



이유.



이유라.


뭐, 말하자면 끝도 없겠다마는.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한 가지인 듯했다.


“자네가 지금 어떤 직책에서 해직된 것인지 아는가?”


“······기사 아닙니까.”


“그래. 더 대답이 필요하겠나?”







===================================







“어······ 단장님?”


“왜.”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이 절실한데요.”


모든 기사들이 물러가고 난 뒤.


블루 홀에는 나와 아이샤, 단둘만 남게 되었다.


이 인원이 현재 남아있는 기사단의 구성원이기도 하고.


나는 명단을 내려놓으며 아이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당혹스러움이 사라지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애석하게도 자네는 해고가 아니야. 앞으로는 바빠질 테니까, 내일부터는 마음 단단히 먹고 출근하도록 해.”


“어··· 당연히 그건 그래야겠습니다만.”


생각해 보면, 그녀를 이리 바라본 것도 얼마 만이던가.


회귀 직후 그녀를 껴안았을 때는 아무래도 경향이 없었다. 제대로 된 대화도 못 하고 당황한 그녀를 돌려보냈었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는 소리였다.


문득 감옥에서 보았던 그녀의 마지막 표정이 떠올랐다.


울 듯한 얼굴. 내게 작별을 고하던 그 목소리. 마지막 뒷모습.


“단장님. 진짜 괜찮으신 거 맞죠?”


“당연하지.”


하지만, 감상에 젖을 일은 이제 없다.


“지금보다 더 괜찮은 적도 없을 거야.”


나는 이제, 이리 이곳에 서 있으니까.















3



기사단원 해직을 선언하고 다음 날.


나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 오른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명히 기감은 느껴지는데···.’


검기.


검에 대한 열정을 넘어, 재능을 가진 자들만이 발현해 낼 수 있는 초인적인 힘.


나는 회귀 전 분명히 검기를 각성했었다. 재능이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서 문제였지, 나의 재능은 그 누구에게도 꿀릴 정도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최대한 빨리 검기를 각성한다.’


결국 기사단도 기사단이지만, 내 일신의 무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에.


검기는 육체적인 힘이라기보다는 정신적인 힘에 가깝다. 죽을 위기에 처하는 등 영혼이 내몰리는 상황에 각성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


그리고, 나는 이미 한 번 검기를 각성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죽을 위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단지 기억해 내면 되는 것이다.


그 힘이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대다수의 천재들은 제 영혼을 뽑아내어 검기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영혼이 없었기에.


나의 검기는 ‘공허함’이다.


‘텅 빈 감각. 이 감정 어디엔가 발현의 실마리가 있을 텐데······.’


한참을 상념에 잠겨 있던 와중이었다.



똑똑. 단장실 문이 두드려지는 소리와 함께, 그 너머에서 아이샤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장님. 전하께서 지금 당장 궁으로 오시랍니다.”


“아, 왔군.”


기다리던 일이 일어났다.


기사단 전원 해직.


이 미친 소식을 전해 들은 국왕이 나를 궁으로 불러낸 것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사 놈들이 그랬었지. 국왕에게는 허락을 받은 일인 거냐고.


“바로 간다고 전해드려라.”


이제부터 받을 거다. 그 허락.






.

.

.

.







“켈버트 백작. 짐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군.”


“그러십니까.”


나는 차분한 눈으로 옥좌를 올려다보았다.


군데군데 하얗게 센 금발. 피로와 근심에 절은 두 눈. 주름이 진 피부까지.


네르오스의 국왕, 칼 네르오스.


그 늙고 힘없는 맹수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트릴리스 공녀와 자네를 제외한 모든 기사들을 해직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네.”


“예.”


“짐이나 다른 귀족들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말이지.”


“예.”


“이유가 뭔가.”


그렇게 물어오는 왕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차분한 모습이었다.


나는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길길이 날뛸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하기야, 내가 왕 빼고 뭘 결정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으니까.



지금 이 나라의 왕권은, 그야말로 최악에 가까웠다.



십 년 전쯤. 나를 필두로 한 귀족들이 파벌을 형성하면서 왕의 정치권력을 완전히 빼앗았었기 때문이지.


기사직까지 귀족의 자제들이 나눠 가지며 왕의 군사력을 약화시켰고.


원래라면 정치적으로 이 상황을 막아냈어야 할 왕은, 그 당시 아들 둘이 죽은 사고 때문에 권력에 도무지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그 결과 이렇게 명분으로만 남은 꼭두각시 왕이 탄생하고 만 것이지.


물론 왕이 멍청하다거나 야비한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젊을 적의 왕은 굉장히 명석했던 편이었지.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결국 왕권은 귀족들의 지지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여태껏 가장 많은 귀족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켈버트 백작가였다. 어제 내가 그 지지를 발로 차버리기는 했다만.


그러나.


‘더 이상은 이 정치 구도를 유지할 수 없지. 그래서는 안 된다.’


결국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이 비열하고 돈 많은 귀족들은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뿔뿔이 흩어져 버리니까.


왕이 간신히 정권을 잡고 군을 재정비하려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국가에는 한 명의 지도자만이 있어야 한다. 특히나 그것이 전쟁 직전이라면 더더욱.


‘이번에는, 내가 직접 왕을 지지할 것이다.’


끝까지 이 나라를 지키려다 전쟁터에서 죽은 왕.


칼 네르오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감히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리하게.”


“제가 여기서 제 행동의 의중과, 근거를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전하께서 제게 궁금하신 것도 그런 것들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


나는 사실 이 나라의 멸망을 겪고 돌아온 회귀자다.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놀고먹던 기사들을 싸그리 내쳤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왕이 믿어줄까? 택도 없다.


애초에 왕이 진정으로 내 의중을 궁금해할 리도 없고. 내가 얼마나 미친 짓을 많이 했던가. 왕은 내가 뇌물을 얼마나 받아 처먹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 남자가 궁금한 것은 다름 아닌.


“왜 제가 전하께 도움이 되는 이런 행동을 하느냐. 이것이겠지요.”


권력의 중추인 켈버트 백작이 스스로 파벌을 끊어냈다. 그와 동시에 기사단이 와해되며 군사력은 다시 왕의 손으로 돌아왔다.


왕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말을 긍정하듯, 칼 네르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 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자네는 지금껏 짐과 반대되는 위치의 권력에 있지 않았던가.”


왕이라는 이름. 그러나 이름뿐인 왕권.


“그래서입니다.”


나는 이 늙은 맹수에게, 다시 이빨을 돌려줄 생각이었다.


“제가 제 손으로 직접, 전하의 반대편에 있는 것들을 무너뜨리려는 겁니다.”


“······.”


“이래도 저를 벌하실 생각입니까.”


왕은 한참을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왕을 마주 보았다.


“···백작. 자네 아주 많이 바뀌었군.”


“아주 많은 것들을 경험하여서 말입니다.”


하.


왕은 헛웃음을 흘렸다. 어딘지 후련한 듯 보이기도 했다.


“그래. 처음부터 자네를 벌할 생각은 없었네. 그저 자네가 지금 어느 쪽에 서 있는 건지 궁금했을 뿐이지.”


“저는 전하의 앞에 서 있습니다.”


“그래. 그래 보이는군.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하고.”


왕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책임은 묻지 않겠네. 귀족들의 반발이 있기는 하겠지만, 짐 명령이라 하면 일단은 넘어갈 수밖에 없을 거야. 다만 그건 알아두게. 이 행위에 대한 대책이 있지 않으면, 짐도 자네를 보호해 줄 수 없어.”


당연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군사력의 중심인 기사단을 박살 냈으니, 그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했다.


“새로운 기사단원들을 뽑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는, 그 대책이 확실했다.


“이번에는 진정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천재들로.”


네르오스가 잃어버린 천재들. 이 나라에 아직 잠자고 있을 원석들.


나는 그들의 존재를 안다.


한 명도 빠짐없이 긁어모으리라.


이 기사단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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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사단 죽이기 (1) 24.09.12 52 0 17쪽
5 회귀하다 (完) 24.09.11 5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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