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팔아 부동산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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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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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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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벽돌 팔아 건물주

DUMMY

경찰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사건 관계자로 반토막을 잡아 왔으나, 피해자와 가해자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수사의 방향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반토막 씨는 컨테이너에서 꽃게를 발라 먹고 있었을 뿐이고···. 요란한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이거죠?”


“예에. 아주 개판도 아주 그런 개판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과 개가 싸우는가 싶더니, 잠시 후 사람과 고양이가 싸우고, 조금 지난 뒤에는 사람들끼리 싸우고 있었습니다.”


“개와 고양이요?”


경찰은 ‘이건 또 진짜 뭔 개소리냐’는 눈빛으로 반토막을 바라보았다.

반토막은 ‘사실이 그런 걸 뭘 어쩌라구’의 눈빛으로 경찰을 바라보았다.


“하아 참 나 이거···. 아니 그 개와 고양이는 갑자기 또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그게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고, 낙타가시풀이 무성해지면서 숨을 곳이 많아지니까, 어디서 한 마리 두 마리 들어와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낙타각시풀요? 그건 또 뭡니까?”


“낙타가시풀은 모우슬 사막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반토막이 장황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반토막의 말을 듣고 있던 경찰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니까 처음에 사람을 공격한 개와 고양이는 뒤로 빠지고, 저기 엔젤 파이낸스 직원들끼리 치고받은 거다 이건가요?”


“그렇죠. 이건 뭐 포위되었던 독립군은 살짝 빠져버리고, 일본군끼리 싸우다 죽은 청산리 전투 같은 거로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한숨을 푹 쉬면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수사의 방향은 쉽게 잡힐 것 같지 않았다.


“아하 나 이거 진짜···. 그건 그렇고 거기 갑화산업은 반 토막 씨 소유가 맞지요?”


반토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이 복잡한 표정으로 반토막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엔젤 파이낸스 직원들이 심야시간을 이용해 무단으로 침입해 왔고, 반토막 씨는 그 폭력사고에 전혀 개입한 사실이 없다 이거죠?”


“하이고오. 그럼요. 저 건장한 젊은 놈들이 서로 죽이겠다고 도끼를 휘둘러대는데 너무 무서워서, 저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반토막은 지난 밤의 일이 떠올라 겁에 질린 눈빛으로 덜덜 떨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경찰이 반토막을 스윽 살펴보았다.


“지금 반토막 씨 연세가···, 실례지만 키와 몸무게는 어떻게 되시나요?”


경찰의 질문에 반토막이 기분 나쁜 얼굴로 경찰을 바라보았다.

‘내 몸무게와 키가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어 이 시키야?’라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경찰이 반토막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뜻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고, 당시 정황을 남겨야 해서 그래요. 그냥 넘어갈까요?”


“아뇨. 그게 뭐···.”


반토막의 말을 듣고 있던 경찰관이 무덤덤한 눈빛으로 반토막의 신체를 스캔했다.

반토막이 ‘뭘 봐 이 이시키야?’라는 눈빛으로 경찰관을 쏘아보았다.

경찰관은 반토막을 가해자로 지목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에 비해 매우 왜소한 반토막이, 그 살벌한 싸움에 나섰을 것 같지는 않았다.



*****



응급실에서 간단한 처치를 받고 병실로 옮겨진 김치환은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김치환은 경찰관을 보자마자 모든 것은 반토막이 저지른 일이라고 하소연을 했다.


“경찰관님! 이 머리에 상처를 좀 보십쇼! 반토막 그 쓰벌 쉐키가 도끼를 휘둘러서 우리가 아주 이렇게 작살이 났습니다.”


하지만 경찰관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김치환을 쏘아보았다.


“김 대표님! 우리가 아무리 잘 아는 사이라 해도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아니 경찰관님! 진짜 왜 이러십니까? 조사도 하기 전에 반토막 저 쉐키 편을 드시는 겁니까?”


김치환은 눈알이 벌겋게 변하면서 떠들어댔다.

경찰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미친개처럼 왈왈대는 김치환을 바라보았다.


“김 대표님! 제 말 똑바로 들으세요. 거긴 누가 뭐래도 반토막 씨 개인 사유지입니다. 건장한 남성 72명이 심야시간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흉기를 사용하고, 심지어는 총기 사고까지 있었습니다.”


“에흐이씨! 그 총기도 반토막 거라니까 그러시네!”


김치환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찰도 가만있지 않고 침대 옆 의자에서 일어나 김치환을 위압적으로 노려보았다.


“김 대표님! 간호사님 불러드려요?”


“예? 아니 갑자기 간호사는 왜?”


“여기 들어오기 전에 병원관계자분들과 간단한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알았는데, 저기 회복실 간호사님이 알려주시더라구요. 자기가 김 대표님을 아주 잘 안다고···.”


간호사라는 말이 나오자 김치환이 매우 빠른 속도로 병실 침대에 드러누웠다.

경찰이 빙긋이 웃으며 김치환의 옆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예? 아니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야···.”


“반토막 씨 진짜 고소할 겁니까? 우리는 고소장 접수되면, 이게 워낙 큰 사건이라 바로 추가 조사 들어갑니다.”


경찰의 표정은 단호했다.

김치환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면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경찰이 다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심야에 흉기가 사용된 사건입니다.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사람도 일곱 명이나 되고, 전치 8주 이상의 환자가 스무 명이 넘는데, 그 왜소한 반토막 씨 혼자서 그랬다니···, 이게 어느 정도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김치환은 경찰의 말을 들으며 골똘하게 생각을 했다.

천사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부회장의 말도 듣지 않고 저지른 일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을 수습해야 할지 막막했다.

대충 물러날 수도 없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때 병실문이 벌컥 열렸다.

회복실 간호사였다.


“경찰관님! 제가 뭐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


김치환이 깜짝 놀라서 환자용 담요를 뒤집어썼다.



*****



전국 언론사 정식 기자와 사이비 언론사 사이비 기자들이 갑하산 골짜기로 모여들었다.

처음에 언론들은 ‘도끼 유혈낭자극’의 피해자 상황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면서, 천사 그룹 계열사인 엔젤 파이낸스가 개입된 부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갑하산으로 간 까닭은?


-엔젤 파이낸스와 도끼 난동자들의 부적절한 관계


몇몇 정식 언론이 대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반토막의 ‘갑하 에코 그린 벽돌’을 입수한 TTN 기자는, 앵커와 이야기를 나누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예.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화제가 되고 있는 쓰레기 벽돌입니다.-


“아 그게 화제의 중심에 있는 그 벽돌이군요.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데 그게 왜 쓰레기 벽돌인가요?”


-예. 이 벽돌은 산업폐기물 쓰레기로 버려졌던 석유 슬러지와 탈황 석고를 주원료로 만든 쓰레기 재생 벽돌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천사 그룹에서는 왜 그 벽돌을 탈취하려고 한 걸까요?”


-예. 그건 바로 이 벽돌의 효능 때문입니다. 이건 산업 쓰레기로 알려져 있던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특허물질 NTKSP 747을 배합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벽돌로 실내건축에 활용하면 공기정화 기능은 물론이고, 아토피와 천식에도 상당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는 본의 아니게 반토막의 ‘갑하 에코 그린 벽돌’을 홍보하고 있었다.

방송이 나가자마자자 전국의 아토피 환자와 천식 환자들이 난리가 났다.

소문에 소문이 더해져서,


-‘갑하 에코 그린 벽돌’은 만병통치약.


-‘에코 갑하 그린 벽돌’은 말기암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


-‘에코 그린 갑하 벽돌’은 신이 내린 선물.


이라는 등등의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기 시작했다.

의사와 학자들이 나와 ‘그것은 아니다’ 라고 99분 긴급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갑하 에코그린 벽돌의 효능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이유는 병원보다는 방송국에서 죽치고 살면서, 홈쇼핑에서 건강식품을 팔아먹는 것이 주업인 의사의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이 벽돌이 말기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물론 이 벽돌이 공기정화 효과가 있어 폐암 환자분들에게 일부 효과는 인정되지만···.”


사람들은 ‘새빨간 거짓말’보다는 ‘물론’에 주목했다.

이제는 전국의 폐암 환자들이, 갑하 에코 그린 벽돌을 구매하겠다고 갑하산으로 몰려들었다.



*****



천사 그룹 미래전략 총괄 사장이 나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날짜로 엔젤 파이낸스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국민 기업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텔레비전으로 천사 그룹 관계자의 기자회견을 바라보던 김치환이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반토막 이 개쉐키! 내가 반드시 뼈 째 갈아서 죽여버리고 만다. 이 개쉐키!”


실핏줄이 터진 김치환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



해외투자까지 받은 갑하 에코 그린 벽돌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최신 설비에서 안정된 규격에 맞춰 생산한 벽돌은 밤낮없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초반에는 주로 실내 건축용으로 판매되었다.

그런데 갑하 벽돌을 외장재로 쓰면서 점차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갑하 에코 그린 벽돌이 건물 주변의 공기까지 정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세먼지 퇴치를 위한 도심 공기정화의 해결사


-자동차 매연을 흡착하는 놀라운 효과


-에코 그린 벽돌로 외장 공사를 한 건물의 가치 상승


공장은 처음보다 다섯 배를 증설하였으나, 주문량이 폭주하여 재고 창고에 벽돌이 남아날 시간이 없었다.



에코 그린 벽돌이 날개돋친 듯이 팔리는 사이에, 엔젤 파이낸스 빌딩의 주인이 바뀌었다.

반토막은 6층 사장실 의자에 앉아 남강을 내려다보며, 망치를 들고 꽃게 왕 집게발을 깨고 있었다.


“하아! 쓰벌. 아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신이시여! 어흐으 쓰벌! 정말 고마워요.”


왕 집게발의 속살을 꺼내먹으며 웃고 있는 반토막 옆으로 검은 까치가 다가왔다.


-야! 너 혼자 또 처먹고 있냐?


까치의 접근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반토막이 소리를 질렀다.


“야! 넌 벌써 세 마리나 처먹었잖아. 제발 사람 좀 작작 부려먹어.”


-까불지 말고 빨리 깨라. 너 취임식장에 나가기 전에 두 마리만 확실히 깨고 나가.


까치의 눈빛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반토막이 투덜거리면서 망치를 들었다.

그때 사장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모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곧 취임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이 참 진짜. 나 그런 거 진짜 싫은데···, 그냥 부사장이 하면 안 되는 거야?”


“장관님까지 오신 자리라서 꼭 가셔야 합니다.”


“아흐씨이. 내가 하기 싫다는데, 왜 그리도 오라가라 말들이 많은 거야?”


반토막은 투덜거리며 망치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사장 책상 밑에 앉아서, 꽃게살을 핥아먹고 있던 고양이가 반토막을 돌아보았다.



*****



갑하 에코그린 대표이사 취임식이 시작되었다.

대강당 맨 뒷자리에서 박수를 치고 있던 여직원이, 전 엔젤 파이낸스에서 갑하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양아치 관리부장에게 물었다.


“부장님! 부장님은 왜 저 앞자리로 안 가고 여기 앉아 계세요?”


“으음 나는 말만 부장이지 아무런 끗발이 없어. 사장님 배려로 간신히 자리를 잡았지만, 말이 좋아서 부장이지. 그냥 건물 주차 관리나 하는데 뭘···.”


관리부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반토막은 단상 위에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관리부장이 더 세게 손뼉을 쳤다.

여직원이 다시 관리부장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부장님! 그런데 저기 대표님 단상옆에 앉아 있는···, 저 까치하고 고양이는 뭐예요?”


관리부장이 흠칫 놀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어어. 저분들은 우리 회사 설립자이시면서, 대주주이신 분들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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