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팔아 부동산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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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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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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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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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쓰레기 재벌을 만났을 때

DUMMY

반토막은 자신만의 검은 왕국으로 기어 올라갔다.


“으허어 쓰벌···. 이게 꿈이냐 생시냐? 오! 신이시여! 고마워요. 어흐흐 쓰벌···.”


반토막은 경주 왕릉보다 높은 검은 구릉에 올라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갑하산 가장 으슥한 안쪽.

갑하로314 일대는 석유 슬러지와 정유 과정에서 나온 탈황석고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한때는 특수 산업폐기물로 분류되어, 집수 정화장치가 없으면 노천에 쌓아놓는 것도 불법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주고 사 가야만 하는 검은 황금가루로 변해 있었다.


“크흐흐흐! 이거 184만 톤이면 1톤당 만 원씩만 받아도··· 도대체 이게 얼마냐?”


반토막은 검은 황금가루 위에 누워 손가락을 펼쳐보았다.

갑하산 정상에서 날아온 까치 한 마리가, 검은 구릉 위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인간을 내려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토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만있자··· 1 톤당 만 원씩이라 했을 때··· 184만 톤이면··· 18억인가? 그러면 그 돈으로 강남에 아파트를 몇 채나 살 수 있을까?”


주변을 맴돌던 까치가 반토막 옆으로 날아왔다.

갑하산에서 오래 살아온 까치는, 검은 구릉에서 버둥거리는 인간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까치는 이 포유류가 곧 먹잇감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반토막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 강남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하지? 뭐 대충 1억이라 하고···. 으아아 그러면 이 돈으로 강남 아파트 18 채를 살 수 있다니···. 으아아 십팔! 으하하아 십팔 십팔!”


반토막은 검은 구릉에 벌렁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머리에서 다양한 숫자들이 반토막을 휩싸고 돌았다.

하지만 숫자들이 일정한 숫자를 넘어가자 감당이 되지 않았다.

반토막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까치가 반토막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반토막은 꼼짝하지 않았다.

까치는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 커흠. 이 정도 크기면 한 달은 먹을 수 있겠네.


까치가 아주 당당하게 반토막의 눈을 쪼았다.

반토막은 꼼짝하지 않았다.

까치가 대가리를 뒤로 한껏 젖혔다가 온 힘을 모아 반토막의 이마를 쪼았다.


“끄아아! 으으··· 나 이런 십팔! 이 이거 뭐야!”


반토막이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까치는 더 깜짝 놀라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런 새 쉐키! 아침부터··· 야! 이 새 쉐키야아!”


반토막이 까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까치는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갑하산 정상으로 날아갔다.


새에게 있는 힘껏 욕을 해대던 반토막은, 순간적으로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부장에게 머리를 집중적으로 맞을 때부터, 눈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세상이 온통 희뿌연하게 보였다.

그런데 까치에게 이마를 쪼이는 순간.

안개는 스르르 사라지고 눈도 아주 밝아져서, 149미터 상공에서 날아가는 까치의 깃털 색깔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가만있자··· 184만 톤이면 1 톤 당 만 원씩 받았을 때···. 흐그어엇! 184억 원? 으아아 진짜루? 그러면 강남 아파트가 몇 채야?”


반토막은 헤벌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뇌의 일부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상당 부분은 88올림픽 이전에 머물러 있었다.


“흐아아! 여기 갑하산 일대 공장지 3천 평, 잡종지 7천 평, 임야 8천 평···. 으하하 이걸 다 팔면··· 으허어 신이시여! 쓰벌··· 정말 고마워요!”


반토막은 무릎을 끓고 갑하산 정상을 바라보며 넙죽 절을 했다.



*****



김치환은 회복실에 누워서도 으드득 이를 갈았다.

간호사가 수차례 경고를 했다.


“환자분 진짜 왜 이러세요? 환자분 심정은 이해하지만 여기선 무조건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흐그어 쓰으브 느으 흐으···.”


“뭐라구요? 지금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으니 제발 안정을 취하세요,”


간호사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김치환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김치환은 잠시도 참지 못하고 또 이를 갈며 소리를 질렀다.


“쓰브으 느으 드으 주으쓰!”


“아! 진짜 이분 왜 이러실까? 심장이 아프세요? 진통제 팍 꽂아드려요?”


“흐그어 쓰브어 즈으 쓰브!”


김치환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왼팔에 꽂혀 있던 주삿바늘을 확 빼버렸다.

그러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아! 그러다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나쁜 놈들에게.

불행은···.

혼자 찾아오지 않는다.


김치환은 발버둥을 치다가 간호사의 엉덩이를 밀쳐버렸다.


“으아악! 엄마야아!”


간호사가 병실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간호사의 무릎이 깨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있던 간호사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간호사는 매우 살벌한 눈빛으로 김치환에게 다가갔다.


“하아! 나 진짜··· 야아! 뭘 어쩌라구?”


“···즈으··· 그으 흐으···.”


김치환은 무서운 언니로 돌변한 간호사의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목을 움츠렸다.

간호사가 깨진 무릎을 어루만지며 김치환 머리 옆에 환자 차트를 집어던졌다.


“하아 이런 시빵이 진짜···. 그러지 않아도 남자 친구랑 헤어지고 기분 엿 같은데··· 너 지금 밥숟갈 놓고 싶냐?”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밥숟갈’이라는 단어는···.

그 어떤 지위고하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의미로 쓰일 때가 없었다.

김치환은 순간적으로 진짜 밥숟갈을 놓고.

병풍 뒤에 누워.

향내를 맡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간호사가 눈을 치켜뜨며 김치환의 귓가로 다가갔다.


“야 이 시빵아. 너 머저리라는 영화 본 적 있지?”


간호사는 아주 다정하게 속삭였다.

김치환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봤어? 하아 참나. 그 어떤 여자가···. 환자를 돌보면서 뼈다귀 갈아버리는 영화 안 봤어?”


간호사의 말을 듣고 있던 김치환이 뭔가 생각난 듯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으 머저··· 아이··· 미저리···?”


“이런 머저리 쉐키. 너는 너 같은 병신 쉐키를 미저리라고 하냐 머저리라고 하냐?”


“그으··· 머저리···.”


“그래 이 쉐키야! 여자가 남자 뼈 갈아버리는 영화···. 그게 바로 너 같은 병신을 뜻하는 머저리야. 알았어?”


간호사의 살벌한 눈빛에 김치환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 조직 생활을 통해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온 김치환은.

간호사와 같은 눈빛을 한 여자가.

얼마나 살벌하고 무서운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무서운 언니가 김치환의 귓가에 입을 대고 더 살벌하게 속삭였다.


“여긴 CCTV도 없어. 넌 심장수술 직후라서···, 바로 밥숟갈 놔도 이상할 게 없지. 이런 시빵 노메 쉐키! 확 그냥!”


간호사가 김치환의 심장수술 부위를 살짝 건드렸다.

그 순간 김치환은, 진짜 이대로 미저리가 되어 머저리같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간호사가 다시 은밀하게 속삭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병실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나누는 연인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김치환. 36세. 부천 중동파 저 끄트머리 사채업자 쉐키···.”


간호사의 말을 듣고 있던 김치환의 동공이 최대한으로 확장되었다.

간호사가 씨익 웃었다.


“저 바깥에 네 동생이라는 양아치 쉐키들이 떠드는 소리 다 들었다. 내가 우리 사촌오빠한테 물어봤더니, 족보도 없는 쉐키들이라고 콧방귀 뀌더라.”


“···그흐 오쁘그 느그흐?”


“우리 오빠? 저기 영등포··· 깡통시장 녹슨 칼.”


간호사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까지 쓸어올리며 아주 단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분! 지금 무엇보다 안정이 중요하니···. 허튼 지랄하지 말고··· 얌전히 치료받고 나가세요. 알았죠?”


“흐그으··· 느에에···.”


김치환은 입을 크게 벌리고 최대한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간호사가 나간 후에 김치환은 식은땀을 닦으며 간신히 숨을 내쉴 수 있었다.



*****



김치환이 회복실에서 치료를 마치고 일반 병실로 옮기자마자 관리부장이 찾아왔다.


“형님! 지금 이러시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반토막 그 쉐키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아니··· 형님. 지금 제 말 듣고 계십니까?”


관리부장은 다급하게 이야기했지만, 김치환은 계속해서 병실 출입문 주변을 살폈다.


“형님 진짜 왜 그러세요? 수술이 잘 안 된 겁니까?”


“그게 아니라··· 저기 회복실 그 머리 긴 간호사··· 밖에 없지?”


“누구요? 아니 간호사는 또 왜 갑자기 찾고 그러세요?”


“저기 복도 끝에 회복실··· 그 왜 머리 길고 이쁜 간호사··· 못 봤어?”


김치환의 말에 관리부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님. 지금 간호사가 문제가 아니라··· .반토막 그 쉐키 문제 어떻게 해결하실 거냐구요? 지금 총괄 사장님하고 부회장님도 난리가 났어요.”


관리부장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지만, 김치환은 여전히 출입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지금··· 그 간호사가 문제가 돼. 그 여자가 누구냐면 영등포 깡통시장 녹슨 칼···.”


그러자 관리부장은 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형님 진짜 왜 이러세요? 반토막 그 쉐키가 차지한 금액이 180억이 넘어간다구요.”


“뭐? 180억? 지난번에 120억 정도라고 안 했어?”


“그 사이에 석유 슬러지 가격도 오르고 탈황석고도 또 폭등했어요. 환경부담개선금에 상하차비, 물류 운송비 다 빼도 톤당 만 원이 넘어간다니까요.”


180억.

김치환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었다.

20여 년간 죽어라 사채 시장에서 청춘을 바쳤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겨우 아파트 다섯 채와 상가건물 하나밖에 없었다.

양도세가 부담되어서 강남 아파트 두 채는 팔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디에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알거지나 다름없었다.


관리부장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김치환을 바라보았다.


“형님은 온 재산 다 팔아봤자 100억도 안 되잖아요. 그런데 반토막 그 쉐키는 단 한 방에 180억이라구요. 이거 진짜 그냥 두고 볼 거예요?”


“그래서 내가 억울해 쓰러진 거 아니냐? 그렇다고 당장 빼앗을 수도 없는 거고···.”


김치환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었지만, 법적으로 너무 완벽하게 꾸며준 자신들의 치밀함 덕분에, 모든 것을 차지한 반토막을 함부로 끌어내릴 수도 없었다.


“그 쉐키 확 죽여버릴까?”


“죽이면요? 죽이면 그 돈이 우리 조직으로 들어와요?”


“이 쉐키가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그럼 너는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어?”


김치환이 관리부장을 노려보았다.

그 살벌한 눈빛을 보자 관리부장이 살짝 꼬리를 내렸다.

관리부장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 저기 혹시 리싸이클이라고 아십니까?”


“뭐? 리싸이틀? 그거 뭐냐 그··· 이명웅 송나인 이런 가수들이 공연하는 거?”


“아 참 진짜 무식하시기는···. 그건 리싸이틀이고···. 리싸이클! 영어로는··· 그 R··· I··· 싸이가 영어로 뭐였더라?”


관리부장이 눈알을 굴리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김치환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싸이? 싸이는 가수지 이 쉐키야. 모르면 휴대폰에 쳐봐.”


“아니 아까 들어오기 전에 찾아봤는데··· 아! 그게 그 뭐였지?”


“이런 무식한 쉐키! 컴퓨터의 K자도 모르는 쉐키가 어디서 영어를 씨부리고 지랄이야?”


김치환이 관리부장의 볼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아으으! 이거 놓고 말씀하세요. 그 리싸이클로··· 반토막 재산을 빼앗는 방법이 있다니까요.”


작가의말

쓰레기는 진짜 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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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팔아 부동산 재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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