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팔아 부동산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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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11 14:47
최근연재일 :
2024.09.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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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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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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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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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이 칼빵을 맞으면

DUMMY

반토막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양이가 침대로 올라와 반토막의 가슴 위로 올라가 갸르륵 거렸다.


“에헤씨이···. 아니 이것들이 새벽부터 왜 이 지랄이야? 저리 가! 자빠져 잠이나 자라구!”


반토막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거센 비바람이 창문을 뒤흔드는 소리가 이어졌다.

날씨가 어떻게 돌아가거나 말거나, 반토막은 코까지 골며 편안하게 꿈나라로 빠져들고 있었다.


창문 밖을 바라보던 까치가 반토막의 머리로 다가갔다.


-일어나라. 지금 바로 가봐야 할 곳이 있다.


하지만 반토막은 꼼짝하지 않았다.

까치가 반토막의 이마를 콕 쪼았다.


“어흐으 진짜 이 새 쉐키! 죽을래?”


반토막이 이불을 걷어차며 까치에게 달려들었다.

까치가 침대 옆의 장식장으로 풀썩 뛰어올랐다.


-아무래도 지금 바로 출동해야겠다. 강아지 세 마리가 비에 젖어 떨고 있어.


“에흐이씨 지랄하네. 여기가 무슨 동물구호단체야? 걸핏하면 사람을 불러대며 지랄하고 있네.”


반토막은 이불을 뒤집어쓰며 다시 잠을 청했다.

고양이가 이불 밑으로 드러난 반토막의 엄지발가락을 부드럽게 깨물었다.


“아흐이씨! 진짜. 내가 이 도둑 괭이 쉐키를 확 그냥!”


반토막은 결국 잠을 자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반토막 옆으로 까치가 다가왔다.

반토막이 길게 하품을 하며 물었다.


“이번엔 또 어디로 가는 거야?”


-남촌 호수 바로 옆이야. 새끼를 밴 채로 버려졌던 댕댕이가, 강아지 세 마리를 낳고 버티다가 지난 밤에 죽었다. 더 이상 댕댕이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아서···, 그냥 두면 어린 생명도 곧 죽게 될 거다.


“아! 그걸 알았으면 댕댕이 죽기 전에 진작 구하러 가지 그랬어?”


-댕댕이를 살펴주던 할머니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할머니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


까치의 말을 듣고 있던 반토막이, 멍한 표정으로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



천사 그룹 총괄 사장이 떠난 후에, 김치환은 창 밖을 바라보며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꽃길에 취해 있었다.


“흐어어 내 인생이 드디어 제대로 물을 만났구나. 내가 이제 태종시 의원이 되면 수많은 개발정보가 이 손안으로 들어오겠지?”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병실을 서성거리던 김치환이 휴대전화를 들었다.


“어이 개밥그릇! 지금 뭐하고 있냐?”


-예. 병원에서 빠져나와 술 마시고 있습니다.-


“거기 어딘데? 누구와 마시고 있어?”


-여기 남촌 호숫가 레이크사이드 룸싸롱입니다.-


“급히 의논할 일이 있으니 여기로 와라.”


김치환이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개밥그릇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핑계를 댔다.

전화기 너머에서, ‘그 오빠 보고 여기로 오라 그래’라는 여자의 목소리와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김치환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쉐키야! 반토막을 지금 바로 소금에 담가야 해! 잔소리 말고 튀어 와!”


김치환의 살기 어린 목소리가 병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개밥그릇이 투덜거리면서 룸싸롱 밖으로 나왔다.

남촌 호수에서 불어온 비바람이 개밥그릇의 얼굴에 몰아쳤다.

운전기사가 깜짝 놀라서 개밥그릇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과장님. 빨리 차에 타시지요.”

“하이 나참. 한참 분위기 올랐는데 새벽부터 오라가라 지랄이야.”


개밥그릇이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가 차를 몰았다.

차가 호숫가 전망대 옆을 지나갈 때, 우비를 쓴 남자가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개밥그릇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야! 야! 차 세워!”


“예? 과장님 왜 그러십니까?”


“차 세우라고! 지금 저기 저거··· 반토막 아니냐?”


“에이 설마요? 그 돈 많은 사람이 지금 이 시간에 왜 저렇게 비를 맞고···.”


“저길 봐! 머리 주변에 까치가 날아 다니고···, 흐거어! 바로 옆에 저 고양이! 반토막 맞네!”


운전기사가 깜짝 놀라서 차를 세웠다.

개밥그릇이 칼을 꺼내들었다.


“이거 하늘이 도와주네. 내가 오늘 저 쓰벌 쉐키 여기서 바로 죽여버린다.”


개밥그릇이 매서운 눈빛을 반짝이며 칼을 움켜잡았다.

개밥그릇이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반토막은 강아지를 구하는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을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은 까치였다.


-흐야아! 지금 저기 저게 뭐냐?


까치의 다급한 소리에 고양이가 고개를 돌렸다.


-흐니이 야아옹!


반토막은 그때서야 이상한 낌새를 알고 돌아섰다.

개밥그릇이 칼을 들고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칼이 번뜩이면서 노란 우비 한가운데를 찔렀다.


“이 쉐키! 진짜 뭣도 아닌게···.”


개밥그릇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칼끝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 허전함이 밀려왔다.

칼은 우비를 뚫고 나갔는데 반토막은 멀쩡하게 서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개밥그릇이 당황한 눈빛으로 반토막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까치와 고양이가 동시에 개밥그릇에게 달려들었다.


“으아! 으아아악 사람 살려!”


개밥그릇이 머리를 감싸 안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반토막은 찢어진 우비를 바라보다가, 바닥을 뒹구는 개밥그릇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새, 고양이, 인간의 협공을 받은 양아치가 바닥에 뻗어버렸다.

반토막이 양아치를 걷어차면서 소리쳤다.


“흐어! 이 쓰벌 쉐키! 깜짝 놀랐네.”


개밥그릇은 동공이 풀리기 직전까지 왜 이렇게 사태가 급변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직 운전기사만이.

차마 근처에 오지 못하고.

그 모든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이고오. 저··· 저건···.”


반토막이 땀을 닦으며 커다란 우비를 벗는 순간.

우비 크기의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 앙상한 반토막의 몸이 드러났다.

개밥그릇은 우비의 가운데를 정확히 찔렀으나, 가느다란 반토막의 중심은 그 옆에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우비를 빵빵하게 만들었을 때, 반토막의 몸은 질소로 채워진 감자칩처럼 우비 한쪽에 몰려 있었다.



*****



반토막은 거친 빗줄기를 뚫고 갑하산 골짜기를 향해 차를 몰았다.

갑하산 골짜기에 들어서자, 환하게 불이 밝혀진 ‘갑화 에코그린 벽돌’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반토막이 갑화산 골짜기로 들어가는 벽돌공장 정문으로 들어섰다.

정문초소를 지키던 경비원이 반토막의 차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뛰어나왔다.


“아니 사장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웬 일이십니까?”


“아, 예에. 살펴볼 게 좀 있어서···, 별일 없으시죠?”


“예. 제가 알기로는 특별한 일은 없는데, 공장장님 오시라고 할까요?”


“아-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시고 업무 보세요.”


반토막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는 경비원을 뒤로 하고, 공장 야적장을 빙 돌아서 컨테이너로 들어갔다.



*****


비가 그치고 아침이 왔다.

강아지들이 이유식을 먹고 잠이 들자, 반토막은 컨테이너에서 나와 낙타가시풀이 뒤덮인 동쪽 능선으로 올라갔다.

능선 아래쪽에서는 아침부터 벽돌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갑하산 정상으로 올라갔던 까치가 주변을 한 바퀴 휘이 돌아보고, 반토막에게 다가왔다.

밤새 내린 비로 바닥은 축축했으나, 하늘은 맑고 공기는 매우 상쾌했다.

까치가 석유 슬러지 능선을 내려다보며 반토막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저쪽에 키토산 액을 뿌릴 거냐?


“글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아직은 물기도 마르지 않았으니, 오늘은 그만 뿌려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무슨 걱정이 있어? 왜 그리 눈빛이 어두워?”


반토막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까치를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까치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내한테서 쫓겨났어. 인간세계가 그렇게 좋으면 집구석에 들어오지도 말라고··· 에휴 참.


까치의 말을 듣고 있던 반토막이 깔깔거리고 웃으며 벌떡 일어섰다.

그때 능선 아래에서 하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반토막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사장님! 오늘은 어느 구역에 키토산 액을 뿌릴까요?”


반토막이 그 말을 듣고 87개의 능선을 스윽 살펴보았다.

반토막이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까치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저쪽 탈황석고 남쪽은 어때? 여기서는 잘 보이지가 않는데···.”


-며칠은 괜찮겠더라. 방호 펜스 앞에서 낙타가시풀이 누렇게 죽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까치의 말을 듣고 반토막이 능선 아래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물기가 마를 때까지 좀 쉬도록 하세요. 빗물이 집수 정화조에 잘 고이는지 그것만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른 업무 보세요.”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반토막에게 고개를 숙이고 공장 사무실 쪽으로 내려갔다.


석유 슬러지와 탈황석고 능선 사이에서 낙타가시풀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났다.

에코 그린 벽돌의 원료가 되는 NTKSP-747의 원액을 확보하는데는 매우 좋은 일이었으나, 주변에 어떤 환경을 미칠지는 알 수 없었다.

다행히 게나 랍스터와 같은 갑각류에서 추출한 키토산 액을 뿌리면, 줄기가 말라 죽으면서 일정한 영역을 넘어가지는 않고 있었다.


사람들의 인기척이 멀어지자, 낙타가시풀 덤불에 숨어 있던 개와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까치가 반토막을 바라보았다.


-이제 내려가서 먹이를 준비해야지.


“잠시 후에 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 개들은 서로 마주쳐도 싸우지 않는 것 같고···.”


-그건 인간인 너의 기준이다. 지금도 밤이 되면 서로 물어뜯고 죽이고 아주 난리가 아니다.


“아니 나 참. 진짜 이해가 안 되네. 그렇게 먹이를 충분히 주는데도 왜 싸우는 걸까?”


반토막의 물음에 까치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능선에서 내려오는 댕댕이와 냥이를 보며 말했다.


-조상 대대로 인간에게 순종하도록 길들여 살아왔는데, 인간에게 버려지고 나니···. 야생본능이 뒤죽박죽 되살아나면서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는 거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방법은 개뿔. 강아지 때는 예쁘다고 키우다가 늙고 병들면 버리는 인간들. 그런 것들에게 목줄을 해서 싸그리 묻어버려야지.


까치의 말을 듣고 있던 반토막이 깜짝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하아! 참 이 개 쉐키! 말을 해도 꼭 그 지랄로 하냐?”


-내가 왜 개 쉐키냐? 걸핏하면 새 쉐키라고 욕하면서?


“그래 이 새 쉐키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람한테 그따위로 이야기하냐? 새 쉐키주제에···.”


그러자 까치가 날개를 푸득거리고 날아오르며, 반토막의 이마를 쪼아버렸다.

반토막이 주먹을 휘두르며 까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까치가 뒤로 돌아서 반토막의 뒤통수를 찍어버렸다.


-야 이 인간 쉐키야! 저 아래 덤불에서 나오는 하얀 개를 봐라. 목줄도 풀어주지 않고 버려서···, 쇠 목줄이 뼈까지 파고들어 목이 잘려 죽을 지경이다. 저게 살아도 살아 있는 거냐?


“야 이 새 쉐키야! 그래서 내가 목줄도 끊어주고 치료도 해줬잖아. 너는 잔소리나 할 줄 알지. 뭘 하나 해준 게 있어?”


-내가 목줄로 묶었어? 나쁜 짓은 너 같은 놈들이 다하고 어디 남 탓을 해? 너 같은 인간들은 싸그리 다 개 우리에 가둬서 목줄로 꽁꽁 묶어버려야 정신 차리지.


“이게 진짜 사람을 뭘로 알고?”


반토막이 돌 하나를 집어서 까치에게 집어던졌다.

까치가 잽싸게 피하며 반토막의 얼굴을 쪼아댔다.

개를 둘러싼 능선 위의 포유류와 조류의 싸움은 점점 더 개싸움이 되어 가고 있었다.


컨테이너 앞 공터로 나와 바람을 쐬고 있던 고양이가,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대가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르르··· 쓰비이 냐야옹!”


지난 밤.

비내리는 호숫가에서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던 동지들이 맞나 싶었다.


조류와 포유류가 개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공장장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사장니임! 지금 경찰··· 경찰이 찾아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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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환경부장관이 눈먼돈을 밝힘 24.09.19 20 0 12쪽
8 쓰레기 벽돌 팔아 건물주 24.09.18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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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갑하산 골짜기 벽돌공장 개싸움 1 24.09.15 24 0 12쪽
4 낙타가시풀과 회오리 감자의 비밀 24.09.14 27 1 12쪽
3 사기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24.09.13 30 0 12쪽
2 까치가 쓰레기 재벌을 만났을 때 24.09.12 38 0 12쪽
1 쓰레기가 돈이 되는 순간 24.09.1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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