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하려면 세계를 제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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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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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명사들에게도 운명이란 것이 있다

DUMMY


손견의 허락도 받지 않고 국정원과 금의위를 창설하고 스무 명의 금의위를 전국 각지로 파견한 후의 다음 날 손권 일행은 영천군(潁川郡) 영음현(穎陰縣)에 도착했다.


“공자님, 순 씨 관저에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주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 씨 가문의 명첩(名帖)을 들여보내고 순욱과 순우를 만나고 싶다고 전해주세요.”

마차에서 내리며 손권이 말했다.


후한 말기 세가들은 이런저런 예의 절차가 아주 많았는데, 명첩을 전달하는 것이 첫 절차였다.

명첩을 보고 신분이 대등하지 않거나 친분이 없다면 절대 만나주지 않는 것이 명문세가들의 자존심이었다.

당연히 현재 상황에서 손견은 명문은 아니지만 천하에 이름을 날린 지방 호족인지라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략 일 각이 지난 후 주치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왔다.


“왜요? 설마 순 씨 가문에서 저희 명첩을 반환한 것은 아니겠죠?”

손권의 표정도 조금 차가워졌다.


“그건 아닙니다. 순욱과 순우 두 공자가 모두 관저에 없다고 합니다.”

주치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집에 없다고요? 진짜 없는 건지 아니면 만나기 싫어서 구실을 대는 건가요?”

“집사가 직접 나와 해석하는 태도를 보니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순우는 석 달 전에 낙양성으로 간다고 가출했는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고 합니다. 순욱은 한 달 전에 집을 나섰는데 딱히 어디로 간다고 알리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칫, 그렇다면 운이 안 좋다는 말이네요.”

방법이 없다는 듯 손권은 이마를 툭툭 쳐댔다.


“이제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멀지 않은 곳에 곽 씨 관저가 있을 거에요. 거기로 가보죠.”

다시 마차에 올라타며 손권이 말했다.


곽 씨라면 당연히 곽가 곽봉효(郭嘉 奉孝)를 말했다.

곽가의 가문은 순욱의 가문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반 백성이나 부호들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사였다.


“뭐라고요? 곽가도 없다고요?”

“네, 두 달 전에 형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합니다.”

주치가 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순간 손권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한 명이 없으면 우연이고 두 명이 없으면 운이 없는 것이지만 세 명까지 없다는 것은 필연이었다.

비록 손권 자신이 역사의 흐름을 알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지만, 어떤 인물들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순욱 순우 곽가 등 영천군 명사들의 운명은 강동과 연관이 없다는 하늘의 뜻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또한 이들과 조조의 인연은 역사의 흐름을 알고 있는 손권이지만 억지로 변화시킬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았다.


그후에도 손권은 또 영천군의 다른 현들을 돌아보았지만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다.

훗날 왕이 된 조조도 그렇고 황제의 운명을 받고 태어난 조비도 그를 도와주는 하늘의 뜻이 따르는 것인지 이번 여정에서는 영천군의 명사들과 한 명도 마주칠 수 없었다.

또한 삼국지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아니었는지라 대충 이야기와 영화에서 보고 들은 전형적인 인물이 몇 명밖에 안 되는 것도 손권의 허점이었다.

결국 손권은 영천군을 떠나 강동으로 남하하는 여정에 올랐다.


“채염 누나, 만약 사과나무 위에 익은 사과 열 개가 있는데 세 개밖에 따지 못했다면 어떤 심정인가요?”

마차 안에서 손권이 풀이 죽은 채 채염에게 물었다.


“열 개 중에 세 개를 땄으면 이미 괜찮은 수확인 것 아니겠니? 물이 차면 넘치기 마련이고 달도 동그랗게 되면 다시 사라지기 시작한단다. 그러니 너무 정도에 지나치면 오히려 불완정하게 된다는 말이다.”

손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채염이 말했다.


“정도에 지나치면 오히려 불완정하다? 누나 말이 맞아요.”

채염의 말을 듣고 손권은 막혔던 속이 뻥 뚤리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겨우 일 년도 안 되는 사이에 벌써 서서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 ...


초평 원년 11월 초.

북방은 눈꽃 날리는 겨울을 맞이했고 남방도 차가운 한기가 내려오며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손책은 기병 천 명을 거느리고 사수관을 떠나 손권의 종적을 살피며 남하했는데, 동생 손권의 그림자는 찾지 못한채 여남군을 지나 구강군까지 도착했다.

구강군은 원 씨 가문의 세력범위인지라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장강을 건너 단양군을 지나 오군(吳郡) 곡아현에 주둔하며 손견의 대군이 회군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손책은 말릉현에서 온 서신 한 장을 받았다.


현재 손견의 관직은 장사군 태수이지만, 장사군에는 손 씨 가문의 세력이 빈약한지라 손견은 손 씨의 고향인 오군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오군 치하에는 열세 개 현이 있었는데 곡아현은 그중에서 큰 현성에 속했다.

손책의 경로를 보면 먼저 남쪽으로 갔다가 동쪽으로 굽은 것이었다.

반대로 손권은 먼저 동쪽으로 갔다가 남쪽으로 굽었기에 당연히 마주칠 수 없었다.


장강 하류 단양군 말릉현(秣陵縣) 인근.

장강 지류에 의하여 형성된 작은 호수의 중심에 작은 섬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섬에는 수채 하나가 있었고 배 열라문 척이 정박해 있었다.


“파로장군의 둘째 공자라 하셨나? 아주 대담한 분이군.”

우람진 체구에 검은 피부를 가진 청년이 앞에 앉은 손권을 마주보여 냉랭하게 웃고 있었다.

특히 청년의 키는 거의 거인이라 할 정도로 손권의 두 배 거의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는 그쪽이 조금 당황하고 있는 것 같군.”

손권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흥! 내가 당황하다고? 웃기는 소릴 하는군. 손책이 아니라 손견이 온다고 해도 나 주태의 대도를 받아내지 못할 거야!”

청년이 고함을 질렀다.


[주태(周泰), 통솔력 76, 무력 91, 지력 48, 정치력 38, 매력 60. 특기 수전- 수상전 시 통솔하는 부대 각 방면이 모두 대폭 증장함.]

‘수신이라... 초반 장강 다툼에서 큰 활약을 발휘하겠는데... 그리고...’


손권이 알고 있는 주태는 강동 역사에서 가장 용맹한 장수였다.

특히 주태는 역사에서 손권과 인연이 깊었고 손권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었다.

역사에서 주태는 동료인 장흠(蔣欽)과 함께 손견 휘하로 들어왔는데, 지금은 구강적(九江賊)라 불리우는 구강군의 수적이 되어 장강을 건너는 손권 일행을 납치한 상태였다.


“주태라고 했나? 비범한 사람이 되어 보이는데 우리 형과 한 번 겨뤄 볼 생각이 없나? 만약 이기면 좋은 조건으로 아버님 휘하로 천거해줄 거네. 만약 우리 형이 지면 많은 재물로 나를 교환하고 언제든지 손 씨 가문의 문은 자네를 향해 활짝 열어둘 것이네. 수적 생활이 지루하다 느낄 때면 언제든지 받아드리겠네.”

손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재 손권은 강동으로 가려고 장강을 건느다가 수적에게 납치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수채의 두목은 역사에서 오나라 상장으로 지냈던 주태와 장흠이었다.

주태의 수채로 오기 전에 이미 손책이 곡아현에 주둔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그리하여 주태에게 납치된 후, 바로 인질을 교환할 재물을 보내라고 곡아현 손책에게 서신을 보냈던 것이었다.


“이겨도 받아주고 져도 받아준다고?”

옆에서 듣고 있던 장흠이 턱수염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두목, 수채 밖에 손책이 찾아왔습니다.”

당직을 서던 병사가 달려와 보고했다.


“뭣이? 벌써 왔다고? 병마는 얼마나 왔느냐?”

“배 한 척에 전마 한 필을 싣고 뱃사공 한 명만 데리고 왔습니다.”


“뭣이?”

당직병의 보고를 듣고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직 손권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허, 호랑이에게 강아지 같은 새끼가 없다고 천하의 손견이 손책과 같은 아들을 두는 것도 응당한 일이지.”

장흠이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대공자를 교련장으로 모셔라!”

장흠이 지시를 내리니 당직병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유평(幼平 주태의 자) 자네도 준비하고 나오게. 나는 손권 공자와 함께 교련장으로 가서 손책 공자를 맞이하겠네.”

“그러게.”


장흠은 손권 일행과 함께 교련장으로 나갔다.

손책은 이미 안내를 받고 교련장 중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형!”

오랜만에 손책을 본 손권이 큰소리로 불렀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괜찮으냐?”

“다치진 않았어요.”


손책을 향해 달려가려는 손권을 수적들이 막으려 했지만 장흠이 말렸다.

어차피 병마를 거느리지도 않고 왔으니 만약 손책이 주태와 대결에서 지면 손권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때 주태가 대도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주태, 나와 한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암, 사내대장부는 뱉어낸 침을 다시 삼키지 않네.”


손권의 물음에 대답하며 걸어서 교련장 중심으로 나와 손책과 마주섰다.

손책도 앞에 선 주태를 바라보니 틀림없는 맹장 중의 맹장일 것이라 확신했고 귀순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오군 손책 손백부다, 나와 대결할 생각이라면 바로 시작하지.”

“구강 주태 주유평이요.”

두말 없이 주태는 대도를 치켜 들고 전마에 뛰어올라 공격자세를 취했다.


“흐아!”

손책이 먼저 주태를 향해 장창을 휘둘렀다.


챙!

장창과 대도가 부딪치며 불꽃이 튕겼다.

손책의 힘도 대단했지만 주태도 힘들지 않게 받아냈다.

힘겨룸은 서로 비슷한 것 같았다.


“이번엔 내 칼을 받아보게!”


챵!

주태가 대도로 내리치니 이번에는 손책이 장창을 가로 들어 내려오는 칼을 막았다.

역시 불꽃이 사방으로 튕겼고 두 사람의 기세가 주위의 사람들로 하여금 소름 끼치게 했다.


“강동의 맹호가 비범한 아들들을 두었군. 특히 대공자 손책의 무예는 강동에서 당할 자가 없다고 믿소.”

장흠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팅! 팅! 탕! 탕!

주태와 손책은 쉬지 않고 해가 저물 때까지 겨루었지만 여전히 승부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채의 수적들과 손권 일행만 아니었다.


“손책? 손권? 손문대가 아들들은 잘 두었군. 하지만 오늘 이렇게 훌륭한 두 아들을 잃으면 손책은 더 살아갈 용기가 있을까? 강동은 꿈도 꾸지 않겠지.”

어두컴컴한 모퉁이에서 살기어린 눈동자가 반짝였다.


“대인, 태수님의 병마는 오늘 밤 자시(23시부터 01시 사이)에 수채에 도착합니다.”

“손권과 동행한 여인네들이 있어. 오늘 밤 그들까지...”


손으로 목을 베는 동작을 하니 옆에 있던 사람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손권과 손책은 주태를 귀순시키려고 결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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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수채공방전 24.09.18 61 3 12쪽
» 15화 명사들에게도 운명이란 것이 있다 24.09.17 84 8 11쪽
15 14화 국정원 금의위 24.09.17 84 5 12쪽
14 13화 서서 원직 24.09.17 92 6 13쪽
13 12화 연맹군 해산 24.09.17 97 6 12쪽
12 11화 채염 임무 24.09.17 113 6 13쪽
11 10화 조조를 구원 24.09.16 126 6 12쪽
10 9화 전국옥새? 계륵? 24.09.15 135 7 11쪽
9 8화 낙양으로 +1 24.09.15 135 6 11쪽
8 7화 화웅은 살릴 방법이 없어 24.09.15 136 5 11쪽
7 7화 반봉도 구한다 24.09.14 152 7 12쪽
6 5화 손견의 실망 24.09.14 143 6 13쪽
5 4화 파란 눈의 기능 24.09.14 145 5 12쪽
4 3화 사수관 패배 24.09.13 154 8 11쪽
3 2화 첫 고비 24.09.13 165 8 9쪽
2 1화 손권 24.09.13 194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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