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수감전(外神收監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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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닻
작품등록일 :
2024.09.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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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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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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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과의 동침

DUMMY

‘으......’


신유는 천천히 정신이 들었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머릿속은 뒤죽박죽 혼란스러웠다.


과음한 다음 날, 숙취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아이고 머리야. 머리가 깨질거 같아’


두통이 심해서 손을 올리려 했지만 팔이 엄청 뻣뻣한 것이 잘 올라가지 않았다.


극심한 통증 속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내가 뭘 했더라... 퇴근하다가...’


**


장미꽃처럼 생긴 렌즈구름을 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외계인들의 우주선에 납치 당했다.


진주처럼 생긴 빛나는 구체들이 큰 것부터 작은 것 까지 수백, 수 천개가 모여 자신을 구경하고 있었다.


떠드는 소리를 들어보니 지구의 핵을 탈취해 이 우주선에 이식한다는 둥 어쩌고 했다.


외계인들의 행성이 소멸해서 다른 행성의 핵을 이식해 새로운 행성을 만든다는 거였다.


미친 새끼들!


욕을 하는 순간 지구로부터 새하얀 광선이 날아와 우주선을 격추시켰다.


그리고 블랙홀로 빠져들었는데...


**


‘젠장 무슨 꿈을 꾼거야?’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꿈을 꾸다니... 무슨 이런 이상한 꿈이...


천천히 눈을 든 신유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천장이 바로 머리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게 뭐지?’


천장을 만져보려고 팔을 들자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잠깐, 나 어제 교통사고라고 났었나? 씨발, 그래서 기억이....’


그 순간, 이상한 장면과 기억들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으윽!”


죽기 직전에 본다는 주마등처럼 현대의 장면들과 고대의 장면들이 섞여서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모니터에 열린 창들을 재배열하는 것처럼 자신의 기억들이 뒤로 밀려나고 낯선 기억들이 앞으로 생성되었다.


그가 알지 못하는 사람, 알지 못하는 시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휙휙 떠올랐다.


‘염신유(閻神有)가 누구야? 신국(新國)은 또 뭐고?’


끝없이 재생되는 기억들은 마치 바이러스에 걸린 프로그램 같았다.


‘가만... 이게 그 회빙환인가?’


현대인의 고질병.


현실을 회피하다 회귀, 빙의, 환생 해서 이세계로 간다는 병. 회빙환이다.


코로나보다 무섭다더니 아무래도 자신이 그 병에 걸린 것 같았다.


‘씨발, 이건 약도 없다던데, 한번 걸리면 그냥 끝이라며.’


그럼 일단 자신이 회귀, 빙의, 환생. 중에서 어느 카테고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떠오르는 기억으로 유추하면 이건 빙의였다.


‘염신유... 이름만 똑같네’


염신유는, 신국의 최고 귀족 염라공(閻邏公)의 외동아들로 올해 열 여섯 살이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구음절맥을 앓고 있었다. 다들 입을 모아 열 여섯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 했지만 부친인 염라공은 포기하지 않았다.


염신유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신국에서 만 리나 떨어진 서천(西天) 화궁(花宮)으로 그를 보냈다.


서천 화궁의 영단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화궁에서 구 년를 보낸 염신유는 병이 좀 나아져 신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구음절맥이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화궁의 영단을 밥처럼 퍼 먹어 생명을 몇 년 연장시킨 것이다.


화궁 궁주 홍무연(紅舞蓮)은, 그래도 염신유의 수명이 약관은 넘기지 못할 거라며 안타까와 했다.


염신유는 남은 여생을 부모님 곁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귀국길에는 신국 출신인 홍무연이 오백 명의 궁도들을 대동했다.


홍무연과 염신유가 국경인 백산을 넘을 때였다.


정상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괴한이 나타났다.


괴한들의 무공은 천지를 경동시킬만큼 강했다. 단 두 시진 만에 화궁의 궁주 홍무연과 오백 명의 궁도들. 그리고 염신유까지 모두 살해당했다.


결국 염신유는 열 여섯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이 정한 그의 수명이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


“어서 도련님을 찾아라. 시신이라도 찾아야 한다.”


백산 아래서 염신유를 기다리고 있던 염라공의 수하들은 한발 늦게 이 소식을 들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산을 올랐지만 정상은 이미 시산혈해였다.


“찾았습니다. 여기 도련님이 계십니다.”


염라공의 수하들은 마차 안에서 새카맣게 타버린 염신유를 발견했다.


“주공께 이 일을 어찌 말씀드린단 말이냐... 하늘도 무심하시지...”


수하들이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시신을 수습하는데 하인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저, 저기....”


하인은 귀신이라도 본듯한 얼굴로 벌벌 떨면서 마차 안을 가리켰다.


“도, 도련님이 숨을 쉬시는 것 같습니다. 아직 살아 계십니다.”


**


덜컹 덜컹,


규칙적인 흔들림이 신유의 감각을 서서히 깨웠다.


‘또 잠들었었나 보군’


처음 정신이 든 이후로 계속 비몽사몽지간이었다. 언제 깨고 언제 잠드는지 모를 정도였다. 시간개념도 공간 개념도 사라져 버렸다.


다만, 이젠 흔들리는 마차 안에 누워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잠결에 주위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염라공의 수하들이 그를 발견했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근데 염신유가 어떻게 살아난거지?’


끔찍한 장면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강도들, 살육, 방화, 천둥 벼락....


칼날이 번뜩이고 불벼락이 내리꽂힌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그 후엔 온통 새카만 어둠이었다가 어느 순간 어둠 속에 혼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중력 상태, 암흑 뿐인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태양처럼 거대하고 환한 빛이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면서 정신이 든 것이다.


‘내가 염신유의 몸으로 들어와서 산 건가?’


그런 것 같았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우주선이 폭발하면서 그 여파로 자신의 영혼이 평행우주로 떨어져 염신유의 몸에 빙의한 것이다.


‘후우, 차라리 죽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꼴이 대체 뭐람’


신국 제일 가문의 독자라 해도 몸이 이래서야 사느니만 못할 거 아닌가!


‘하필 빙의를 해도...’


화궁에서는 염신유가 3년 정도 더 살 수 있다고 했으니까... 어차피 시한부네.


‘앞으로 남은 생이 3년이라.’


나쁘지 않았다.


현대에서는 흙수저로 29년간 살았으니까. 여기서 3년간 놀고 먹는 금수저의 삶을 영위하다 죽는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신국 최고의 부자라더니 마차도 끝내주는구나. 이렇게 덜컹거리는데 충격이 하나도 없네.’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지 마차에는 푹신한 솜이불이 깔려 있었다.


“집까지 얼마나 남았으려나?”


콱 잠긴 목소리로 신유가 말을 했을 때였다.


[드디어 깨어났군.]


어디선가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지만 마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찾을 것 없다. 나는 네 몸 안에 있는 신령한 존재다.]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뭐라고?”


염신유의 몸 안에 나 말고 다른 것도 있다고? 그럼 빙의 된 영혼이 둘이라는 거야?


그는 침착하려 애쓰며 다시 물었다.


“너는 누구야?”


[이 몸은 백산의 신선이다. 내가 죽어가는 너를 살렸으니 앞으로는 나를 사부라 부르거라.]


신선? 이게 무슨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소리야?


염신유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이세계에는 그런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선인(仙人)’이라고 부르며 신선이 되기 위해 수련을 하는 자들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 땅의 인간들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내 존재를 아는 자는 극히 드물다. 나를 만나다니 너는 운이 좋은 편이로구나. 나와 인연이 있는 것 같으니 내 너를 제자로 삼겠노라]


‘가만... 근데 이 목소리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앞으로 이 사부만 믿고 따르면 내가 제자인 너를 이 행성에서 가장 강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겠다.]


‘행성? 행서어어어어엉?’


신유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미친... 이 목소리는 그 외계인이잖아?’


틀림없었다. 자신을 납치했던 커다란 금빛의 구체 덩어리 외계인.


바로 얼마 전에 옆에서 목소리를 들었으니 확실히 기억했다.


**


적과의 동침.


아니지.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외계인도 우주선이 폭발할 때 자신과 함께 이 몸으로 들어온 것이다


‘사부? 사부우우우?’


이 외계인 새끼가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누구를 호구로 아나. 너 새끼가 납치만 안 했으면 내가 이 꼴이 됐겠냐? 빨리 안 꺼져!


한바탕 욕을 하려던 신유는, 잠깐 생각을 멈췄다.


‘아니지, 염신유는 어차피 삼 년 밖에 못 살잖아’


신유는 외계인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


이 외계인은 지구의 핵을 훔치러 온 것이다.


인간도 인공수정을 하듯이 우주의 별들도 인공 생성을 하는 모양이다.


다른 행성의 핵을 채굴해 소멸한 행성 쪼가리에 심으면 소행성으로 발달한다고 했다.


외계인이 타고 다니던 우주선이 소멸한 행성 쪼가리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


그런데 이 몸으로 함께 들어왔으니 무슨 꿍꿍이인지 물어봐야겠군.


“신선이라고?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귀신이나 요괴일 수도 있잖아.”


아니면 외계인이겠지.


머릿속에서 좀 더 엄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쉽게 믿지 못하겠지. 네가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네가 살아 있는 걸 보면 모르겠느냐?]


“네가 날 살렸단 말이야?”


[그렇다. 너는 신선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느냐? 나는 신선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길을 인도할 수 있다. 너 역시 그 길을 따르겠다면 나를 사부로 받아 들여야 한다.]


신유는 코웃음을 쳤다.


“널 사부로 받아들이라고? 지랄한다.”


[지, 지랄? 염신유 네 이 노옴! 이 사부의 말이 말 같지 않느냐? 한 번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외계인이 다짜고짜 사부가 되겠다고 우기는게 좀 이상했다.


염신유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것 같긴 한데... 혹시 이 몸을 조종할 수 있는 건 나 뿐인가?


그렇군!


신유는 확신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외계인은 대화만 할 수 있는 것 같앗다.


또 신유가 입 밖으로 하는 말은 하는 건 들을 수 있어도, 속으로 생각하는 건 모르는 듯 했다.


신유는 호통에 겁을 먹은 것처럼 공손하게 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사부님이라고 부를게요. 그런데 사부님께서는 왜 제 몸에 들어와 계신거죠?”


[나는 신선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네 놈이 죽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내가 가진 신통력으로 널 살린 것이다.]


“사부님이 저를 살리셨다구요?”


[그렇다. 또한 너의 구음절맥도 내가 거의 다 타통 시켰으니 너무 걱정 말거라. 앞으로 내 말만 잘 들으면 절맥증도 와전히 낫고 네가 들어가고 싶어하는 풍월단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천하제일인이 되거라.]


구음절맥을 타통시켰다고?


신유는 자신의 몸을 살폈다.


붕대를 감고 있는 것만 빼면 그다지 불편한 곳은 없었다.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기운이 펄펄 나는 것 같았다.


염신유가 칼에 찔리고 홀라당 불에 타서 죽은 걸 떠올리면 외계인 말이 거짓인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더 들어보자.’


신유는 일단 외계인 녀석의 말을 믿어주는 척 했다.


“근데 사부님, 제가 왜 천하제일이 되어야 합니까?”


염신유가 구음절맥을 고치고 싶다거나 신국의 청년단체인 풍월단에 들어가고 싶어한 것은 신유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천하제일인은 어디서 튀어 나온거냐?


사부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 뭘 그리 꼬치꼬치 묻는게냐?]


“아, 죄송합니다. 어려서부터 아팠어서 성격이 좀 그렇단 말을 많이 들어요.”


[이 사부를 만났으니 이제 더는 아프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저승에서 썩고 있었을 것이다.]


“근데 사부님이 진짜 절 살리신게 맞나요?”


[그게 무슨 소리냐?]


“이게요. 원래 사람이 말만 갖고는 믿기는 어렵거든요. 혹시 증거 있으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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