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수감전(外神收監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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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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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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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로벌을 구경하다

DUMMY

대문을 나와 조금 걸어갔는데 앞에서 오던 거구의 청년이 신유를 보고 멈춰 섰다.


“그 옷은 큰 형건데...”


청년의 목소리에는 의심과 경계심이 가득했다.


신유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본 청년이 허리춤에 찬 철퇴를 빼들었다.


부웅, 다음 순간 철퇴가 공기를 가르며 다가왔다.


‘무차별 공격? 이 시대에도 이런 놈들이 있었군. 어디 사부가 알려준 무영보법(無影步法)을 써볼까?’


무영보법이란 그림자가 생기기도 전에 번개처럼 몸을 움직 일 수 있다고 해서 붙여빈 이름이었다.


염신유가 잡다하게 끌어모은 무공 중에서 그나마 사부가 쓸만 하다고 생각해 알려준 것이다.


청년은 철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지만 어느새 신유의 몸은 청년의 뒤에 가 있었다.


목표물이 사라지자 허공을 크게 선회한 철퇴는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크윽!”


무거운 철퇴로 인해 균형을 잃은 청년은 제자리에서 휘청거리며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청년은 힘은 센데 기술이 부족한 타입이었다.


“이 이, 너 딱 걸렸다! 움직이지 말고 거기 서 있어라.”


청년은 철퇴를 머리 위로 붕붕 휘두르며 달려왔지만. 신유는 이미 그 앞에 서 있지 않았다.


“어디 갔어!?”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귀신에 홀린건가?”


철퇴를 휘두르기 전까지 분명 눈앞에 있었던 소년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신유는 그의 머리 위, 바로 철퇴의 끝에 살포시 발을 얹고 있었다.


“여기 있다.”


청년은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없었다.


신유는 근처에 있던 나무의 가지 위로 훌쩍 날아갔다.기분이 좋아진 신유가 빙긋 웃었다.


“너 거기서 뭐 하고 있냐?”


청년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으아아아 죽인다.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철퇴가 날아들며 신유가 있던 가지가 박살났지만 그는 이미 다른 나무의 가지로 옮겨가 있었다.


“느리다 느려. 나는 여기 있는데 엉뚱한 나무만 잘랐군.”


신유는 여전히 장난스럽게 그를 놀리며 나무 사이를 자유자재로 뛰어다녔다.


청년을 놀리는 것과는 별개로 신유는 놀라고 있었다.


‘몸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나?’


환골탈태 이후 몸이 가벼워 진 것은 느꼈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자신이 마음먹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경험이자 신선한 충격이었다.


청년이 당황하기 시작하더니 우뚝 멈춰 섰다.


“선인이십니까?”


말로만 듣던 선인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청년은 철퇴를 휘두르는 것도 잊고, 그저 신유를 쳐다보며 놀라움에 빠져 있었다.


저쪽에서 누군가 달려오며 소리쳤다.


“물러서라. 이하(二夏). 그 분은 신유 도련님이시다.”


들어본 이름이었다.


“이하?”


신유는 눈 앞의 거구 청년을 쳐다 보았다.


어쩐지 낯이 익더라.


청년이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신유... 도련님?”


이 선인이 내가 알던 그 신유 도련님이라고?


얼굴이 시뻘개진 이하가 좀 전의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신유는 손가락 하나를 입가에 댔다.


“쉿! 비밀이다”


이하는 눈을 크게 떴다.


도련님께서 지금 나한테만 비밀을 알려 주신건가?


“도련님. 몸이 다... 나으셨습니까?”


나은 정도가 아니었다.


방금 전 이하는 선인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자신이 모시던 염신유라니...


신유는 씨익 웃었다.


“이하, 너 몸이 많이 컸구나.”


구 년 전에는 신유와 비슷한 체격이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은 원래 하루다 다르게 쑥쑥 자라는 법이지.]


이제 완전히 이곳 사람 행세를 하는 사부의 말에 신유는 피식거렸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진주알도 자라냐?’


하긴 우주선에 있던 광원들의 크기가 제각각이었던 것을 보면 진주알도 자랄 수 있었다.


한 발 늦게 옷을 갈아입고 달려온 일춘이 좀 전의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저 이하가 신유에게 불경을 저질렀을까봐 얼른 무릎을 꿇었다.


“너도 꿇어!”


일춘이 이하의 정강이를 후려치자 그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이제 보니 이하도 이마에 ‘하(夏)’ 라고 쓰여진 청색건을 두르고 있었다.


신유는 혹시 주위에 자신과 이하의 싸움을 지켜 본 이가 없는지 궁금했다.


그럼 그들도 입조심을 시킬 작정이었다.


“삼추와 사동은 어디 있느냐?”


일춘의 안색이 밝아졌다.


“주공께서 시키신 일을 알아보러 갔습니다.”


그럼 날 본 사람은 이하 밖에 없군.


염신유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걸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


신유는 뒷짐을 지고 몸을 돌렸다.


“둘 다 날 따라와라.”


“어디로 가십니까?”


“풍월단(風月團)!”


풍월단이라는 곳이 궁금하단 말이야.


염신유가 들어가고 싶어하기도 했고 나도 궁금하고...


‘풍월단이라면 신라 시대 화랑 아닌가?’


일춘과 이하는 서로 뭔가를 아는 것처럼 눈짓을 했지만 신유는 모르는척 했다.


그도 기억했다. 염신유가 그렇게 풍월단을 가고 싶어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 염신유 이 조숙한 새끼. 어린 놈이 무슨 사랑을 한다고...’


삼공주 세류(細柳)가 풍월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왕실 모임에서 천사처럼 예쁜 여자아이를 본 염신유는 어린 나이에 상사병을 앓게 되었다.


어머니인 소월화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 사실을 전해들은 염라공은 네 주제를 알라며 호통을 쳤다.


‘반푼이 새끼, 구음절맥을 고칠 생각은 안하고... 세류? 세류랑 놀고 싶다니... 그 따위 소리를 지껄이려거든 당장 내 눈 앞에서 썩 꺼지거라.’


염라공의 말에 일차 충격,


‘염신유? 그 뚱뚱하고 바보 같은 애? 싫어어어, 나는 그런 애랑 친구 안 할거야!’


소월화를 통해 이 얘기를 전해들은 왕이 딸에게 친하게 지내라 일렀지만 세류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걸 전해 듣고 이차 충격에 빠진 염신유는 마침내 서천 화궁에 가겠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실연의 아픔을 이기고자 단식원에 들어갔다는 거지’


**


풍월단은 신라의 화랑처럼 신선도를 배우는데 말만 그런게 아니라 진짜 신선이 되는 방법을 연구했다.


신국에는 무예를 익히는 화문(華門)과, 도를 닦는 선문(仙門)이 있었다.


속세의 부귀영화를 탐하는 화문과 달리 선문은 오로지 신선의 도에만 관심이 있었다.


신국 대부분의 왕족과 귀족들은 화문이었다. 기실 선문이 되고 싶어도 될 수가 없었다.


선문에 들어가려면 ‘선근(仙根)이라는 특별한 자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선근이란, 선골(仙骨)이라고도 하는 신선의 자질이었다. .


과거, 신국의 왕족들은 선력(仙力)이라는 특별한 힘이 있어서 바람과 비를 부르고, 구름을 타고 산과 바다를 넘나드는 신통술을 부렸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선력은 점점 탁해지고 약해졌다.선골끼리만 혼인하며 선력을 지키려 노력했으나 소용없었다.


선골 사이에서는 후손이 잘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선력을 지키기는커녕 대를 이을 수 없게 되자 왕족들은 후손을 늘리는 쪽을 택했다.


부모 중 한 쪽만 선골인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이들을 진골(眞骨)이라 불렀다.


다시 세월이 흐른 후, 선골의 피가 탁해지는 것을 한탄하던 왕족 중 한 명이 속세를 등지고 산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신국 선문의 시작이었다.


**


’신선이 되어 불로장생한다니 그런게 정말 가능할까?‘


하긴 외계인도 있는데 신선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었다.


만일 정말로 불로장생이 가능하다면, 천년 쯤 후에 자신이 살던 21세기 현대까지 살아 있을 수도 있을까?


“이야, 여기 사람들은 꿈도 커.”


백 년도 지겨운데 천년이나 살면 어떤 기분일까?


[무슨 소리냐?]


“네? 도련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한 외계인과 두 인간이 동시에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풍월단 입구에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저게 뭐냐?”


일춘이 그쪽을 보더니 설명했다.


“아, 저건 교환시장입니다.”


“교환시장? 그게 뭔데?”


“도련님이 화궁에 가 계신 동안 생긴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답답한 제자야. 묻지만 말고 가보면 될 게 아니야?]


신유가 걸음을 옮기자 일춘이 말했다.


“선술에 쓰는 각종 부적이나 법기 같은 것을 교환하는 벼룩 시장입니다.”


오! 여기도 오이마켓처럼 중고물품을 파는 곳이 있단 말이야?


[부적이랑 법기를 판단다. 어서 가보거라.]


왠지 잔뜩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



사부는 선문에 관심이 많았다. 무공은 죄다 쓸모없는 거라며 투덜댔다.


[이것도 쓰레기, 저것도 쓰레기, 뭐가 이렇게 잡다한 게 많냐?]


체질을 개선하는 환골탈태 말고는 써 먹을만한게 없다고 했다.


“그래도 환골탈태까지 했는데 뭐라도 알려주셔야죠. 검술이라던가 권각술이라던가요.


무협소설을 보면 환골탈태만 해도 무공 고수가 되던데 신유는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진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르는 소리. 애써 만든 좋은 그릇에 쓰레기를 담아 먹을 생각이냐?]


신유가 아무거라도 알려달라고 조르자 달랑 무영보법만 알려줬다.


[이거라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천하제일인이 되게 해준다고 할땐 언제고, 이제 와서 입 싹 씻으시는 겁니까?


[좀 기다리거라. 쓸데없는 걸 배워 에너지가 탁해지면 큰일이 아니냐?]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잘 듣거라. 너는 지금 순백색의 새하얀 그릇이다. 그러니 거기 담을 내용물도 깨끗해야 하지 않겠느냐? 괜히 이상한 걸 담았다가 그릇만 더러워지면 어쩌느냐?]


염신유의 몸을 사부가 원하는대로 쓰기 위해선 적합한 공법이 따로 있다는 것 같았다.


“그럼 무공은 말고 제가 읽은 선술 비급만 해도 만권은 될 텐데 그거라도 배우면 되지 않겠습니까?”


[선, 술, 비, 급? 그건 더 말할 것도 없다.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왜요?”


[처음과 끝은 있는데 중간이 없다. 네가 아는 것을 써 먹으려면 중간 단계가 필요한데 그게 쏙 빠져 있단 말이다. 죄다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단 말이다.]


염신유의 지식은 한 마디로 알맹이는 쏙 빠진 껍질이란다.


말은 된다. 내가 봐도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체질도 개선하고, 에너지도 충만하거늘, 이걸 제대로 쓸 공법이 없네. 네 놈의 단전이 워낙 유리 같아야 말이지. 아무거나 익히면 오히려 단전이 망가진다. 그것보다 좀 더 튼튼한 뿌리가 필요하단 말이다.]


“단전이라면 제자의 선근(仙根)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무공을 익히려면 단전에 내력을 쌓아야 하는 것처럼, 선술을 배울 때도 선력을 쌓는 선근이라는게 필요했다.


이 선근이 바로 선인의 자질이었다. 오래 전, 신국의 선골들은 갖고 있었다는데 후대로 내려오면 사라진 것이라 했다.


[그렇지! 그거 말이다. 네 놈 몸에도 선근이 있긴 하다. 구음절맥때문에 다 말라 비틀어져서 그렇지.]


사부 말로는 염신유가 그 선근을 갖고 있었는데 구음절맥으로 인해 이미 썩어 버렸단다.


절맥증을 고치고 환골탈태까지 했지만 선근은 도통 되살아날 기미가 없었다.


[이걸 살리려면 천지원기가 가득한 약액(藥液)이 필요한데 이게 이게 재료가 만만치 않아요. 만년화리(萬年火鯉)랑 태양설삼(太陽雪蔘)도 천년영초(千年靈草)도 필요하고...]


사부는 전설에나 있을 법한 영약을 줄줄 읊어댔다.

도대체 뜬구름은 누가 잡고 있는건지...


이 양반아! 애초에 그런 영약이 있으면 염신유가 구음절맥을 달고 살았겠냐고?


“사부, 그럼 그냥 포기하고 무공을 배우는게...”


시간도 아까운데 아무거나 배우는게 낫지 않을까?


몸이 이렇게 가벼운데 뭐라도 빨리 배워야 할 것 같았다. 운동은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은 법이다.


[미쳤냐! 너처럼 비싼 몸을 마구 굴리다니! 내가 널 어떻게 고쳤는데!]


어휴, 외계인 새끼, 또 생색 내네.


[아무거나 익히면 고작해야 고수에 그칠 뿐 천하제일인은 될 수 없다. 사부가 네 몸에 맞는 공법을 연구중이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그때까지는 행여 어떤 무공도 익힐 생각일랑 말거라. 괜히 아까운 몸만 더러워진다.]


“예예”


말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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