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수감전(外神收監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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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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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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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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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로벌을 구경하다

DUMMY

신유가 도착했을 땐 풍월단 앞의 벼룩시장이 이미 문을 닫으려고 할 때였다.


“이보시오, 잠깐만, 잠깐만 아직 문을 닫지 마시오.”


신유는 막 좌판을 걷으려는 상인에게 달려갔다.


상인은 집에 가려는데 이게 웬 호구냐 싶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가 붕대 차림의 괴이한 행색과 뒤에 선 일춘과 이하의 험상궂은 표정을 보고 버벅거리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팔고 있는 것 좀 보여주시오.”


상인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럽시다.”


상인이 내놓은 물건들을 본 신유는 얼굴을 찡그렸다. 척 봐도 재래시장 한 귀퉁에서 파는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들이었다.


“이게 뭐요?”


“이게 뭐라니? 아! 선비께서는 신선도를 잘 모르시는구나?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화탄부적(火炭符籍)과 자동인형이라는 것이오. 잘 보시오 이 부적을 찢으면 여기서무시무시한 연기가 화악...”


상인이 노란 종이에 붉은 글씨가 써진 부적을 하나 들어 올려 양쪽으로 찢었다.


그러자 유황냄새가 확 풍기며 부적이 화르르 타올랐다.


“어때요? 무시무시하죠?”


상인이 재가 묻은 손을 털며 배를 내밀었다.


“이 부적을 갖고 있으면 길가다 불량배들을 만난다 해도 절대 겁 먹을 필요가 없수다. 보여주면 다들 혼이 빠져서 도망갈 테니까. 하하하”


신유가 아무 반응이 없자 상인은 다시 옆에 있는 목마인형을 집어 들었다.


“이건 어디에 있어도 집을 찾아갈 수 있는 신기한 목마라오.”


상인이 인형의 태엽을 돌리자 목마가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하며 제자리를 빙글 빙글 돌기 시작했다.


‘신선도라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이런 거면 보나 마나 뻔하군’


상인이 내놓은 물건들은 한 마디로 조잡한 장난감들이었다.


적당히 약물을 섞어 찢으면 불꽃이 터지게 하는 걸 부적이라 하고, 엉성하게 만들어진 태엽인형을 법기라며 내놓았다.


풍월단에서 배우는 신선도가 이런거라면 좀 실망인데...


“이게 다요?”


“안 사시렵니까? 아이들이 좋아할 겁니다.”


신유가 말없이 떠나자 상인은 에이 재수없네 라며 얼른 물건을 담아 사라졌다.


혹시나 선술비급이라도 얻을 까 했던 사부가 빈정거렸다.


[저게 이곳의 선술이라는 것이냐? 웃기는군, 아주 웃겨,]


“참, 사부는 신선이라 잘 아실텐데 뭐가 그리 웃기십니까?


[잘 아니까 웃긴거지.]


“그렇게 잘 아시면 얼른 가르쳐 달라니까요.


[시간이 걸린다지 않느냐!]


“어휴, 매번 시간 타령만 하고 대체 가르쳐 주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신유가 혼잣말을 하자 일춘과 이하가 눈짓을 했다.


도련님의 병은 나았는데 머리가 이상해지신 것 같다는 뜻이었다.


“일춘, 네가 말한 부적이나 법기가 저게 다냐?”


아무래도 신선도니 선인이니 하는 건 사기가 아닐까?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을 수 없었다. 좀 더 알아 본 후에 무공을 배워야겠다.


무공 고수만 돼도 싸우지만 않으면 오래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신유의 말에 일춘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희 같은 무인들은 선도에 대해 아는게 없습니다.”


아는게 없다고? 그래, 그게 정상이지. 원래 사기가 그런거야. 뭔가 있는 척 하지만 실체는 없는거... 그게 사기의 묘미지.


역사책을 봐도 그렇잖아. 신선이니 뭐니 하는 건 있지만 그건 그냥 전설 같은 거야.


확인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으니까.


염신유가 모아놓은 선도에 관한 책들은 신유도 읽었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초보 선인을 위한 2700가지 법술>, <법기와 방어구>, <선녀를 유혹하는 선술 모음집>, <나는 독학으로 선인이 되었다.>


죄다 이런 책팔이 장사꾼 같은 제목들이었다.


내용도 어찌나 허황되던지... 주문 하나로 비바람을 부르고, 구름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내용이었다.


구름을 부른다는 주문이 써 있어서 몰래 해봤지만...


‘이런 걸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혹시나 자신이 잘못 외웠나 해서 사부에게도 물어봤지만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호통만 들었다.


일춘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선도는 귀족이나 익히는 것인데 저희 같은 평민들이 어찌 알겠습니까?”


신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귀족들도 몰랐던 거겠지. 역사에도 딱히 나오는게 없잖아. 신선도니 풍류도니 뭐니 하면서 산천으로 놀러 다니는 게 다였을 거야’


“괜한 헛걸음을 했구나. 이만 돌아가자.


신유가 몸을 돌렸을 때였다.


“소문으로 듣자니 풍월단에서 배우는 건 손가락으로 불을 쏘는 방법이랍니다.”


이하의 말에 사부가 유레카! 라고 외치듯이 소리쳤다.


[화탄술, 저건 화탄술이로구나.]


화탄술?


“손가락으로 불을 쏴? 그게 정말이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제자야. 아무래도 확인을 하려면 풍월단에 들어가야 할 것 같구나. 거기 가면 네 몸에 맞는 선술이 있을지도 모른다.]


신유도 같은 생각이었다.

**


그 시각,


신국의 중앙 관청인 육부(六府).


대청에는 왕과 귀족들이 모여 열흘 전 벌어진 백산혈투에 대해 의논하는 중이었다.


왕이 탄식하며 말했다.


“백산에서 일어난 괴변이 무림인들 짓이라고?”


좌각간(左角干)인 위하공(委河公)이 맞은 편에 앉은 우각간(右角干) 염라공을 흘깃 본 후에 대답했다.


“전하, 소신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백산 괴변은 무림인들이 서천 화궁의 영약을 빼앗으려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서천 화궁의 영약이라니 그런게 있소?”


위하공이 아는 척 했다.


“소문에 듣자니 서천 화궁의 영약은 보통 사람의 수명은 늘려주고, 무림인은 내력을 늘려준다고 합니다.”


왕이 눈을 빛내며 몸을 앞으로 당겼다.


“사실이오? 허면 짐은 어째서 그런 화궁의 영약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것이요?”


“소, 소신도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먹어 본 적은 없습니다. 염화공의 자(子) 신유랑이 화궁으로 치병을 떠났다가 이번에 돌아왔으니 염라공에게 물어보심이 마땅할 줄 아뢰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염라공은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다.


“오, 염라공, 신유가 돌아왔구려. 그래 신유의 병은 많이 나았소?”


“염려해 주신 덕에 조금 좋아졌습니다.”


염라공은 의자에 몸을 푹 파묻은 채 위하공을 째려보았다.


신하라기엔 다소 거만한 태도 였지만 아무도 염라공을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위하공만 똑바로 앉으라는 듯이 눈을 부라렸다.


“다행이구려. 허면 공은 이미 백산의 일에 대해 들었겠구려? 영약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오?”


왕이 관심을 보였다.


“과장된 소문이옵니다. 신유의 병도 약간의 차도가 있을뿐 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신유는 먼 여정에 지쳐 마차에서 정신을 잃었는지라 이번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들었습니다.”


왕이 쳐다보자 염라공은 자세를 고쳐 앉았지만 팔짱을 낀 채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염라공은 왕의 매형인데다 따지고 보면 왕의 삼촌 뻘인 종실의 어른인지라 왕은 흠흠 헛기침만 할 뿐 다시 묻지 않았다.


그때 대각간(大角干)인 유천공(柳川公)이 공손히 아뢰었다.


“전하. 무림이라는 곳은 무력을 숭상하는 집단으로 원래는 관(官)과 결탁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들었습니다. 허나 이번 일은 실로 기이한 점이 있사옵니다.”


“무슨 일이오?”


“사라진 화궁의 영약들을 대거 사들인 곳이 성제국(成帝國) 황실이라 하옵니다.”


“성제국이 그 영약들로 무엇을 한단 말이오?”


위하공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거칠게 말했다.


“그야 뻔하지 않습니까? 군대를 강하게 만들려는 것이지요.”


유천공이 일리가 있다는 투로 말했다.


“위하공의 말대로 대륙의 각 나라들이 군대를 늘리고 있습니다. 저희 신국도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신국은 천년 동안이나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어 위기의식이 부족했다.


“그럼 우리 신국이 앞으로 어찌하면 좋겠소? 경들은 좋은 생각이 있소?”


왕은 근심스럽게 물었고 유천공이 다시 아뢰었다.


“신국의 젊은이들을 모아 무예를 훈련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풍월단을 확대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왕이 눈을 가늘게 떴다.


“풍월단을?”


풍월단은 귀족만 입학 할 수 있엇고, 단주인 풍월주(風月主)는 왕족인 선골만이 될 수 있었다.


유천공이 다시 말했다.


“풍월단을 개편하여 하부조직을 두고 신분과 계급을 논하지 않고 천하 각지에서 뛰어난 청년들을 모으는 것입니다.”


왕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신분과 계급을 논하지 말자니? 그럼 평민들에게도 관직을 주자는 말이오?”


대신들이 눈알을 굴리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안 될 말입니다. 골품(骨品)의 도(道) 어그러질 것이옵니다.”


“소신의 생각도 그러하옵니다. 평민을 풍월단으로 만들자니요. 절대 아니 될 말입니다.”


“신국의 법도가 무너질 것이옵니다.”


유천공은 앵무새처럼 떠드는 대신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전하. 세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성제국은 물론이고 구령제국도 이미 평민 중에서 뛰어난 인재를 발탁하여 등용한다고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희 신국은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역시 똑똑한 자야’


염라공은 유천공의 식견이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신국의 신분제도는 이미 수명을 다하고 있었다. 귀족들을 선골과 진골을 나눈다고 해도 이미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돈이 많은 평민들은 돈으로 진골 계급을 사는 일도 빈번했다.


왕족이나 귀족들이 아이를 밴 여인을 탐하고, 태어난 아이들을 양자로 삼아 귀족 신분을 부여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위하공이 껄껄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오. 역시 대각간의 머리통은 그냥 달려 있는 것이 아니구려.”


미간을 찌푸린 채 염라공은 생각에 빠졌다.


‘저 멍청한 작자도 옳은 말을 할 때가 있군’


위하공이 기세 등등하게 말했다.


“내 아들인 죽지(竹枝)도 마침 풍월단 소속이니 어서 이 사실을 알려야겠소. 그 놈이 날 아주 쏙 빼다 박아 무술은 물론이고 선술도 능하다오.”


염라공은 입맛이 썼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흉한 놈, 신유가 풍월단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고 비꼬는 게군’


염라공은 신국에서도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울 무예의 고수였다.


젊었을 때, 위하공과 무예를 겨루면 칠 할은 염라공의 승리였다.


위하공이 염라공을 이를 갈고 미워하는 이유 중에는 분명 저런 것도 있을 터였다.


“우각간의 생각은 어떠하오?”


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염라공을 쳐다보았다.


대신들은 염라공의 입만 쳐다보았다.


그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 안 될 것 있습니까?”


“그럼 우각간은 찬성이구려?”


“평민들이 어찌 신국 귀족들의 높은 능력을 따라오겠습니까? 까마귀야 많으면 많을수록 백로의 뛰어남이 돋보일테니 이번 기회에 풍월단에 숨어 있는 백로를 찾아 보지요.”


대신들의 머리가 재빠르게 굴러갔다.


염라공의 말을 들으니 이 제안은 꽤 쓸모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어차피 평민들이라고 해봐야 오합지졸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온갖 조기교육을 받아온 귀족의 자제들과 어찌 싸워 이긴단 말인가?


진골 귀족들은 선골 귀족들보다 평민 자제들과 비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게다가 평민들 중에서 쓸만한 수하를 찾아 사병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대신들은 역시 염라공은 잔꾀가 많다며 존경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유천공이 눈빛으로 염라공에게 호의를 전했다. 편을 들어 주어 고맙다는 인사였다.


염라공은 능청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유천공은 갑자기 사레가 들러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럼 그리들 하오. 신국의 미래가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는 걸 잊지 마시구려. 오늘은 이만 퇴청들 하시오.”


**


마차를 타고 퇴청을 하던 염라공과 위하공은 왕실 정문에서 마주쳤다.


양쪽 마부들 끼리 기세를 겨루며 서로 말머리를 성문으로 먼저 들이밀려고 하고 있었다.


“저리 비켜라. 마차의 표시가 보이지 않느냐? 이 마차는 좌각간 위하공이 타신 마차다.”


위하공이 탄 마차의 마부가 채찍을 후려치고 오만하게 말했다.


염라공의 마차가 반 보 앞에 있었지만 위하공의 마부가 말 머리를 들이밀고 길을 내주지 않았다.


자신이 먼저 가겠다고 우기는 것이다.


“이 마차에는 좌각간이 타고 계시고, 내가 먼저 오지 않았소?”


염라공의 마부가 짜증을 냈지만 위하공의 마부는 막무가내였다.


“듣기 싫다. 우리 주공께서 급한 일이 있으시니 먼저 가야겠다. 어서 비켜!”


“적오(赤烏). 비켜주거라.”


마차 안에 있던 염라공이 느긋하게 말했다. 위하공의 마부를 노려보던 적오가 고삐를 살짝 당겼다.


흥, 하고 오만한 표정을 짓던 마부가 말을 몰아 성문 입구로 향했다.


그 때였다.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돌이 말의 앞발굽을 가볍게 때렸다.


히히힝!


깜짝 놀란 말은 앞다리를 번쩍 들었고 마부는 놀라서 허둥거렸다.


“무슨 일이냐?”


마차 안에서 내다 본 위하공의 옆으로 염라공의 마차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급하게 가려다 말이 돌부리를 밟았나 보오.”


마차 안에서 염라공이 돌멩이 몇 알을 공깃돌처럼 올렸다 받았다 하며 태평하게 말했다.


“그러게 편자를 평소에 잘 관리했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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