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수감전(外神收監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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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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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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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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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적과의 동침

DUMMY

구음절맥은, 무협 소설에 자주 나오는 불치병이다.


몸 안의 혈맥 중 아홉군데가 막혀 기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단다.


강력한 양기를 가진 영약을 먹지 않으면 고칠 수 없는 병.


서천 화궁으로 간 것도 용하다는 영단을 얻기 위해서였지만, 염신유에게는 큰 효험이 없었다.


그런데 사부가 구음절맥을 일곱 군데나 뚫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인가? 현재 이 몸 상태로 보면 거짓말은 아니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던 염신유에 비해 자신은 지금 신체 건강한 보통 남자보다 활력이 넘쳤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을거 같군’


절맥증 때문에 몸이 약했던 염신유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열심히 하고 싶지만 자질이 부족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자질을 가진 사람의 발끝에서 미치지 못한다.


이게 천재와 범인의 차이였다. 염신유는 그 범인의 축에도 끼지 못했다.


‘부모가 부자면 뭐하냐? 어차피 단명할 팔자면 돈이 태산같이 많아도 무슨 소용이냐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 없는 짓이라는 걸 알며 사람은 무기력해 진다.


**


신유의 꿈은 원래 양궁 국가대표였다.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게 꿈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제법 유망주로 유소년 대회에서 메달을 따기도 했는데 중학교 1학년때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어깨는 몇 달 만에 나았지만 활을 예전만큼 당길 수 없었다.


결국 양궁을 그만두었다. TV에 나오는 양궁선수들을 볼 때마다 미련이 남았다.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 사는게 재미없었다.


‘죽을 때까지 일개미처럼 노가다만 하다 살 줄 알았지. 쩝, 이렇게 빨리 죽을 줄은 몰랐지만.’


염신유도 그런 마음으로 선인을 꿈꾸었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가슴 한 켠이 시큰했다.


정말 이룰 수 없는 꿈인가?


‘제길, 애가 십 대 때 죽는 건 너무 어리잖아. 그래도 환갑까지는 살아야지.’


너무 오래 사는 것도 그렇고... 딱 환갑 까지 염신유가 살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면 있을 것 같았다.


죽었다 살아났고 외계인 새끼가 구음절맥도 뚫었다는게 까짓거 해보지 뭐.


이 몸으로 염신유의 소망 정도는 이루어 줄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거기다 금수저로 태어나기까지 했다.


‘좋다. 내가 너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게 해 주지. 한 백 살 쯤.’


**


신유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사부님, 사부님 말씀대로만 하면 제가 오래 살 수 있을까요? ”


신유의 질문에 사부는 미끼를 덥썩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이 사부는 거짓말 같은 거 할 줄 모른다.]


“정말 저를 풍월단에도 들어가게 해주시고 천하제일인으로도 만들어 주신다는 거지요?”


[그렇다. 내가 너를 이 행성, 아니 이 땅에서 가장 강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마.]


드디어 자신의 말이 먹혀 들었다가 생각한 사부는 감격으로 목소리를 떨었다.


“선술도 가능하다고 하셨죠?”


일단 첫 목표는 오래 살기.


염신유의 기억을 살펴 보니 그럴려면 선술의 기본인 장생술이란 걸 익혀야 했다.


현대로 치면 단전호흡, 뭐 그런 거였다.


[무술이든 선술이든 뭐든지 내가 가르쳐 준다니까. 단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어쭈, 조건을 거시겠다? 그래. 일단은 네 말을 잘 듣는 척 해주지.’


외계인 새끼가 흥분해서 목소리를 떠는 걸 들으니 웃음이 났다.


“이 제자는 앞으로 사부님만 믿겠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후일 내가 너에게 시킬 중요한 일이 있으니 그 때를 대비해서 열심히 수련을 해야 한다.]


“후일 시키실 일이 뭡니까? 제자가 미리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 그건 신선들의 일이다. 지금 너는 들어도 이해할 수 없을테니 내가 시키는 것만 잘 하거라.]


‘이야, 말 잘 하네? 본인이 진짜 신선인줄 아는거 아냐?’


우주선에 납치됐을 때 네 놈들이 떠드는 소리 다 들었다. 하트인지 핵인지 하는 걸 훔쳐가려고 수작 부리는거 내가 모를 줄 알지? 다 안다. 멍청한 새끼야!


“그럼 사부 말만 들으면 제 병도 완전히 낫는 거지요?”


염신유는 오래 살고 싶어 했으니까 그걸 확실히 해야지.


[물론이다! 네 절맥증은 이미 내가 거의 다 치료했으니, 나머지는 시간 문제다.]


“좋습니다. 무엇부터 배워야 합니까?”


[아까 네가 말한 것과 비슷하다.]


“제가 말한 거라니요?”


내가 뭘 말했지?


신유는 뜨끔했다.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게 있나?


[죽는 척 하는 것과 비슷하단 말이다.]


“아하! 그렇군요.”


[우선, 마음을 비우고 기를 모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제자 준비가 되었습니다.”


[간단하다! 먼저 기초 자세부터 가르쳐 주겠다. 운기행공을 시작하겠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머릿속을 비우고 내 목소리에만 집중하라.]


신유는 사부의 말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꼭 명상수업을 하는 것 같군’


[좋다, 이제 내가 가르치는 대로 기를 느껴봐라! 에너지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배꼽 아래 있는 단전의 기운을 느껴보거라. 그 곳에 내가 너에게 전해준 에너지가 있을 것이다. 그걸 천천히 위로 끌어올린다고 생각하거라.]


‘어? 이게 진짜 되네?’


문화센터에서 명상 수업 할 땐 아무리 해도 그냥 숨만 쉬는거던데?


사부의 말대로 하자 놀랍게도 몸 안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기운이 느껴졌다.


‘이 세상에서는 이게 흔한 모양이군’


단전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게 느껴지며 서서히 몸이 따스해졌다.


신유는 서서히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



마차가 신국의 수도 사로벌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신유는 사부에게 계속 가르침을 받았다.


몸 안의 기가 움직이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흐르던 기가 막히면 통증이 찾아와서 멈춰야 했다.


막힌 혈맥이 아직 다 뚫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통증은 디스크나 신경통처럼 꽤 아팠기 때문에 짜증이 났다.


“사부님 막힌 혈맥은 언제 다 뚫을 수 있습니까?”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니 좀 더 기다리거라.]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뭘 할까요?”


[다음은 체력 단련이다.]


“알겠습니다. 체력단련이군요.”


[그렇다. 네 몸에 저장된 에너지는 막강하다.]


신유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사부님, 그런데 전부터 말씀하시는 ‘에너지’ 라는게 무슨 뜻인가요? 제자는 처음 듣는 말입니다.”


전부터 외계인이 영어를 쓴다는게 신기했다. 영어가 우주 공용어라도 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아는 지식으로 언어가 번역돼서 들리는 건지도 모르겠군.


[시. 신선용어다! 기운을 뜻하는 말이니 신경쓰지 말거라. 앞으로도 종종 신선 용어가 나올테니 그때마다 물으면 내가 설명해주마.]


“아하, 그렇군요,”


‘뭐 에너지가 신선 용어? 잘도 같다 붙이네. 외계인 새끼가 숨도 안 쉬고 거짓말을 쳐요.’


신유는 최대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 에너지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까 말했듯이 체력 단련부터 하면 된다.]


외계인들은 체력 단련을 어떻게 하나?


우주선에서 보니까 다들 탱탱볼처럼 튀던데 제 자리에 뺑글뺑글 도냐?


그런 걸 시키면 자는 척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모름지기 모든 체력 단련의 기초는 달리기와 팔굽혀 펴기니라.]


“헉!”


너무 정석인데!


[왜 그러느냐?]


“아닙니다. 달리기와 팔굽혀 펴기군요.”


[매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산을 열 번 올라갔다 내려와라. 그 뒤에 팔굽혀 펴기를 천 번씩 하거라.]


신유는 속으로 기겁했다.


이 새끼가 누굴 죽이려고!


‘미친 놈아! 산을 열 번 오르내리고 팔굽혀 펴기를 천 번 하라고? 이게 날 잡으려고 작정했네.’


신유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사부님, 여긴 마차 안입니다. 산을 오르내리기나 달리기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부는 아차차 하더니 다시 말했다.


[내가 그걸 깜빡했구나. 산을 오르는 것은 집에 가면 하기로 하고, 우선은 팔굽혀펴기 천 번과 제자리 토끼뜀을 하도록 하자.]


‘제자리 토끼뜀은 또 어디서 주워 들은거야.’


어차피 현대에서도 체력을 키우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었다.


일찍 죽는 건 상관 없지만 아픈 건 싫으니까


건강하게 살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팍 죽는게 신유가 바라는 죽음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된 거네?’


붕대에 감긴 몸으로 팔굽혀 펴기는 좀 빡센거 같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간다. 까짓거 내 몸도 아니고...


신유는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누워 있을 땐 세상 편하기만 했는데 일어나려니 죽을 맛이었다.


‘아 씨 몸이 왜 이렇게 무거워.’


그제서야 염신유의 몸이 엄청나게 뚱뚱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의 순환이 되지 않는 구음 절맥 때문에 어려서부터 고도비만이었던 것이다.


이 몸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었다.


화궁에 가서 식사량을 줄이고 특별히 제조한 영단만 먹었지만 살은 잘 빠지지 않았다.


화궁 사람들도 염신유에게 운동을 권했으나 하루 이틀 하면 너무 피곤해서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니 전보다 살이 빠졌다고 하나, 여전히 통통했다.


큰 코끼리에서 작은 코끼리가 된 것 뿐이었다.


‘몸이 꼭 축구 공 같네.’


지방으로 가득찬 몸에 붕대까지 둘둘 감고 있으니 공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간신히 일어나 마차 벽에 기대앉은 신유는 고개룰 숙였다.


작은 동산처럼 튀어나온 배 때문에 허벅지 부분은 절반만 보였다.


‘너도 참 사는게 정말 힘들었겠다’


신유는 다시 마차 벽을 짚고 힘겹게 일어났다.


“일어는 났는데 이 몸으로 어떻게 쪼그려 앉지?”


엄두가 안 나는데 사부가 종알거렸다.


[시작이 반이다.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니 어서 시작하거라.]


진짜 사부님 같은 조언을 하는 외계인 새끼 때문에 더 짜증이 났다.


‘앉는게 이렇게 힘들 일이야?’


눈사람 같은 몸으로 쪼그려 앉으려니 사지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쪼그려 앉는 것은 누웠다 일어나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어려웠다.


‘서고 앉는 것만으로 온 힘을 다 쏟아야 하다니... 무슨 몸이 이 따위야.’


사부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다 앉았느냐? 다 앉았으면 구령을...]


“아직이요.”


[거 참 오래도 걸리는구나. 빨리 빨리 좀 하거라.]


엉덩방아를 몇 번이나 찧은 후에야 간신히 엉거주춤한 자세를 잡았다.


꼭 시골집 변기에 앉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번에는 사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길래 신유가 먼저 말했다.


“사부님 다 앉았습니다.”


[오냐, 지금부터 앉아서 제자리 토끼 뜀 뛰기를 실시한다. 하느아! 두울! 서이!...]


토끼 뜀을 열 번도 뛰지 않았는데 온 몸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



덜컹 덜컹!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푸른 옷의 청년과 하인들은 한시라도 빨리 염라공부로 가기 위해 밤낮 없이 말을 달렸다.


마차가 계속 덜컹거렸지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길이 험하니 마차를 조심히 몰거라.”


청년은 마부에게 당부하면서 생각했다.


‘황룡사의 대환단(大丸丹)을 챙겨오지 않았다면 큰일날뻔 했구나.’


황룡사의 대환단은 한 알만 먹으면 칠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되는 영약 중의 영약이었다.


고승이나 선사들이 폐관수련을 할 때나 먹는 것을 공부인이 아들을 위해 천금을 주고 구한 것이었다.


원래는 먼 길에 지친 염신유의 기력 회복을 돕기 위해서였으나 지금은 끊어지려 하는 생명줄을 잇는데 쓰였다.


염신유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은 이미 사로벌에 전해졌을 것이다


‘주공께서 백산에서 벌어진 일을 이미 조사하고 계실 것이다. 대체 누가 대담하게 이런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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