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수감전(外神收監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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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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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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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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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집으로 돌아오다

DUMMY

사부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놈아! 날 사부로 모시기로 했으면 좀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고 싶지만 사부가 제 몸을 잘못 만져서 이렇게 힘든 거 같습니다.”


-뭐라고? 그게 왜 내 탓이란 말이냐?


“어제부터 임맥(任脈)과 독맥을(督脈) 뚫어보겠다고 막 괴롭혔잖아요. 어찌나 아프던지... 제대로 안 한거 아니예요?”


[뭣이라? 내가 제대로 안했다고? 그게 말이 되냐? 나는 우주 최강의 전사...]


신유는 얼른 말 꼬리를 잡았다.


“우주 뭐요? 왜 맨날 우주 전사 어쩌고 하십니까? 사부께서는 신선이시라면서요?”


징징대던 사부는 급격하게 근엄해졌다.


[신선용어다. 신선용어! 어험, 네가 어찌 신선들 용어를 알겠느냐. 신선끼리는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걸 뚫어야 내가 준 힘을 쓸 수 있단 말이다.]


사부는 답답했다.


의지만으로 광에너지를 움직여 모든 것을 해 왔던 사부와는 달리 이곳의 행성인들은 복잡하고 미개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활용했다.


자신이 준 힘을 제대로 쓰게 만들려면 아예 염신유의 신체부터 손봐야 했다.


다행인 것은 필요한 지식이 모두 염신유의 머릿속에 있다는 것이다


염신유의 뇌에는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무공 이론들이 수 백 가지나 정리되어 있었다.


신유가 자는 동안에도 사부는 쉬지 않고 공부하여 이 행성 인간들이 어떻게 힘을 비축하는지 완벽히 터득했다.


온갖 찌꺼기로 가득한 육신을 정화해야만 사부의 순수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행히 마차를 타고 오는 동안 필요없는 물질인 잉여지방의 절반 정도는 덜어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청소! 였다.


에너지.


이곳 말로 기(氣)라고 하는 것을 쓰려면 육신에 있는 십이경맥(十二經脈)과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다 뚫어 깨끗하게 청소해야만 한다.


말이 청소지, 거대한 우주선에 구석구석 쌓인 우주 먼지를 청소하는 것보다도 더 힘들었다.


염신유의 몸에는 쓸데없는 물질들이 많아도 너어무 많았다.


‘나는 할 수 있다! 이 몸을 용도에 맞게 고칠 수 있다! 대사를 도모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사부가 말이 없자 심심해진 신유는 조금 더 깐족거리며 말했다.


“제가 이런 게 처음이라서 말입니다. 사부 말대로만 하면 정말 괜찮은거죠? 전 아픈건 딱 질색이거든요.”


어쩐지 지친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후우, 사부만 믿거라. 너는 그저 내 말대로 따르면 된다.]


신유가 궁금한 듯 물었다.


“사부 근데 임독 양맥을 뚫은 후에는 바로 삼화취정(三花聚頂)으로 가는 겁니까?”


내가 또 현대에 있을땐 무협소설 좀 읽었지.


-사, 삼화취정?“


사부는 당황했다.


임독 양맥 타통 말고도 뭐가 또 있었나?


그는 얼른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삼화취정(三花聚頂)이란, 이곳의 개념으로 선술을 익혀 신선이 되는 과정 중 하나였다.


인간의 몸 속에 있는 세 가지 에너지, 정(精), 기(氣), 신(神)을 머리 정수리에 모으는 것이다.


선술에서는 이 삼화취정을 이루어야만 인간의 영혼과 육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염신유의 몸에 흐르는 에너지는 아직도 중구난방으로 뻗어 있었다.


이것들을 하나씩 잘 길들이는 것도 힘들어 죽겠구만 뭐 삼화취저엉? 이 놈이 뚫린 혓바닥이라고 막 말을 하네.


[아직은 무리다.]


”에이. 왜요?“


[그건 고수의 경지이기 때문이지.]


사부가 혀를 쯧쯧 찼다.


에너지만 있으면 뭐하나? 네 놈 육신이 똥덩어린데...


오백 보 걷기도 힘들어하는 염신유의 육체로는 어림도 없는 경지였다.


인간의 몸은 연약해서 그렇게 쉽게 경지에 이를 수 없었다.


단전에 모인 에너지를 제대로 쓰려면 내부의 청소도 중요했지만 외부의 육체부터 단련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안팎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마차를 타고 오는 동안, 토끼 뜀과 팔굽혀 펴기를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신유는 여전히 골골댔다.


”그렇구나, 저는 사부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바로 삼화취정에 오르는 줄 알았어요.“


신유는 다시 물었다.


”그럼 오기조원(五氣朝元)은요? 그건 쉽게 할 수 있죠?“


오, 오기조원?


사부는 또 다시 정보를 검색했다.


[그것도 아직 안 된다. 오기조원을 이루려면 네 몸에 있는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의 오장에서 나오는 기운을 잘 다스리고 통합해야 하는데 넌 구음절맥이었지 않느냐?]


”누가 지금이랬나요? 임독맥을 타통하면 그렇게 될 수 있냐는 거죠?“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느니라.]


신유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저는 금방 고수가 될 줄 알았는데 사부님 말씀대로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고수가 그리 쉽게 되겠느냐? 잔말말고 어서 임독맥 타통을...]


“그럼 하나만 더요. 혹시 등봉조극(登峰造極)은 가능할까요?


이 빌어먹을 놈아! 한 번에 물어보란 말이다


사부는 참을 인을 새기며 말했다.


[등봉조극은 곧 천하제일인을 말하는 것이다. 내 말만 잘 따르면 금방 저 세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다.]


신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사부님, 생각해 보니 제가 꼭 힘들게 천하제일인이 될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도 전 괜찮은 것 같거든요.


그는 팔 다리를 휘두르며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전보다 엄청 건강해졌는데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정도면 백살은 너끈하겠는데?


신유의 말에 사부는 기절할 뻔 했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 지금까지 내가 한 건 뭔데?


[무슨 말이냐? 너는 나를 사부로 모셨으니 반드시 천하제일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를 도와 가이아...]


제자리 뛰기를 하던 신유는 얼른 말을 가로챘다.


“가이아? 사부님 그건 또 무슨 단계입니까?”


아차차, 하마터면 들킬 뻔 했다.


가이아의 하트를 찾아야 한다는 건, 염신유가 천하제일인이 된 후에 알려야 할 일이었다.


[이 노옴! 더 이상 묻지 말거라! 신선 용어다!]


“그래도 궁금한데요?”


[네가 천하제일인이 되면 신선용어에 대해 알려주마. 어차피 지금은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부는 얼렁뚱땅 넘어갔다.


‘가이아의 하트는 행성의 핵이라고 했지?’


신유는 궁금증이 생겼다.


‘지구의 핵 같은건가? 그럼 크기가 엄청날 텐데... 그걸 어떻게 훔쳐 간다는 거야?’


신유가 납치됐던 우주선도 크긴 했지만 지구 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잘 봐줘야 여의도만한 크기였다.


‘외계인 새끼가 꿈이 야무진건지 허풍이 센 건지 구분을 못하겠네.’


자꾸 대화를 하다보니 이게 외계인인지 귀신인지 점점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럼 이제 임독양맥을 뚫어 보기로 하자. 내가 이미 반 정도는 뚫어 놓았으니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에휴, 알겠습니다.”


신유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무협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임독맥 타통은 고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


엄청나게 아프다던데... 어차피 내가 죽으면 사부가 손해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급한 건 그보다도 사부였다.


원래 아쉬운 놈이 을(乙)이다.


[네 몸 속에 있는 기운을 느껴보거라. 그곳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사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체내에서 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따스한 기운이 단전에서 시작해 상반신을 타고 흘러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게 느껴졌다.


운기행공을 할 때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전에는 아주 가느다란 기운이었지만 지금은 좀 더 두꺼운 물줄기 같은 기운이었다.


노폐물이 잔뜩 끼어 물이 졸졸 흐르던 수도관을 싹 청소한 후에 다시 물을 튼 것 같았다.


미미한 열기는 곧 뜨겁게 달아올랐다.


“윽!”


생각보다 통증이 극심했다.


곧이어 피부는 불에 타는 것 같고, 뼈마디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씨발! 더럽게 아프네’


마치 전신의 혈관을 따라 용암이 흐르는 것처럼, 그의 몸은 속에서부터 불타오르고 있었다.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쪼개지는 것 같았다.


불칼로 쑤셔지는 듯한 고통이 그의 전신을 파고 들었다.


양궁을 포기해야 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 얼마나 억울했던가?


어깨를 고칠 수만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염신유 였다면 이 기회를 포기할까?


‘기회가 왔을 때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신유는 이를 악물었다.


‘크아악!’


비명을 지르면 모든 게 허사가 될 거라는 것 정도는 그도 알고 있었다.


[거의 다 되었다. 조금만 더 참거라.]


사부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소중한 제자의 몸을 망가뜨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사부도 바짝 긴장했다.


‘죽은 놈을 살리는 것보다, 살아 있는 놈을 써먹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힘드니 이게 무슨 경우람’


고통이 끝없이 이어지던 그 순간, 신유의 몸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


‘크윽!’


용암처럼 휘몰아치는 기운이 막힌 곳을 강제로 뚫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임맥과 독맥이 타통되며 맹렬한 기운이 그의 몸을 거침없이 돌기 시작했다.


쾅! 콰쾅!

모든 감각이 일제히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신유의 정수리에서 빛이 터져나가며 작은 동굴의 벽과 천장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몸이 하늘로 솟구치듯 위로 부웅 떠오르며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마치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아무것도 없는 텅빈 무(無)의 세계를 유영하는 느낌이었다.


어둠 속에서 태양처럼 빛나는 구체가 잠깐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사부?


[보았느냐? 그곳이 바로 내가 온 곳이다.]


사부의 음성이 희미해졌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지나가듯 신유의 몸은 서서히 안정되었다.


끓어오르던 열기가 사라지고 몸이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는 신유는 사부의 조용한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이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마치 웃고 있는 듯한 음성이었다.



**



“도련님!”


나무 위에 있던 푸른 옷의 청년, 일춘(一春)은 방에서 나오는 신유를 보고는 훌쩍 뛰어내렸다.


신유는 청년을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일춘은, 염신유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보호하던 호위무사 중 한 명이었다.


“사...”


[사계(四季)로구나.]


신유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염신유의 과거를 다 아는 사부가 먼저 말했다.


‘하여간에 아는 척은 드럽게 해요.’


일춘은 ‘춘(春)’이라 쓰여진 청색 건을 이마에 두르고 있었다.


사계의 다른 세 명은 이하(二夏), 삼추(三秋), 사동(四冬)이었다.


이 이름은 염신유가 직접 지었다.


사계는 어릴 때 항상 그와 함께 있었지만 대화는 별로 하지 않았다. 반월산 동굴에 와서 책을 읽을 때 밖에서 경비를 서는 역할이었다.


”또 반월산에 가시는 것입니까?“

염라공부로 돌아온 신유는 어릴때처럼 반월산에 가는 걸 즐겼다.


”아니다.“


오늘은 사로벌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집에 온지도 며칠 지났고, 몸도 많이 좋아졌으니 신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했다.


신국이라는 이름이나 풍월단 같은 용어로 봤을땐 신라와 비슷한 나라 같은데 다른 차원의 신라인 것 같았다.


”그럼 어디로 가십니까?“


”몸이 좀 나아진 듯 하니 밖에 나갈 것이다. 헌데...“


신유는 붕대를 칭칭 동여맨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이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환골탈태를 하니까 너무 기생오라비 같이 생겨서 벗을수가 있어야지.’


붕대 속의 얼굴은 거꾸로 봐도 염라공을 닮은 얼굴이었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군. 네 부친과 아주 판박이로다.]


사부까지 이렇게 말하자 신유는 계속 붕대를 두르고 있기로 했다. 자신의 평범했던 얼굴과 너무 달라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신유는 일춘이 입은 옷을 유심히 보았다.


자신이 입으면 좀 크겠지만 크고 작은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일춘, 옷 벗어라.”


[옷을 벗으라니, 이런 변태같은 놈이 못 하는 말이 없구나. 네 놈 무슨 짓을 하려고 옷을 벗으라는 게냐?]


외계인 새끼가 뭔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신유는 사부의 말을 깔끔히 무시했다.


“네?”


일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설명이 부족했나?


일춘아. 내가 환골탈태를 해서 아버지랑 너무 닮은 것 같아서 그러는데 네 옷을 좀 빌려 입어야겠구나. 그러니 겉옷을 나한테 좀 빌려주지 않을래?


씨발...


“옷 벗으라고.”


잠시 후, 일춘의 옷을 홀랑 벗겨 입은 신유가 밖으로 나갔다.


“도련님! 도련님!”


손으로 아래를 가린 일춘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애타게 신유를 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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