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수감전(外神收監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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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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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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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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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적과의 동침

DUMMY

[즈, 증거? 네가 이렇게 살아 있는게 증거가 아니고 뭐란 말이냐?]


신유는 피식거렸다.


“저는 원래 살아 있었거든요”


현대인 김신유는 사는게 지겹긴 했지만 죽을 생각은 안했단 말이다.


네 놈이 납치만 안했어도 멀쩡히 잘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낯선 곳에 떨어질 일도 없었겠지. 그래놓고 뭐 날 살렸다고?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화가 나네!


“저는 애초에 죽지 않았으니 사부가 살려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사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주, 죽지 않았다니... 네 놈은 오장육부가 다 찢어지고 시커멓게 타 버렸는데 죽지 않았다는게 말이 되느냐? 이놈이 고맙다는 말을 못할망정 거짓말을 하다니!]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살아 있었다니까요”


내가 죽은 건 다 너 때문이다. 이 자식아!


[그럴리 없다. 네 놈은 분명 심장도 멈추고, 숨도 끊어졌었다.]


“아 그거요? 그건 사실 내가 죽은 척 했던 거예요.”


신유는 어깨를 으쓱하려 했으나 몸이 붕대로 감겨 있어 콧김을 흥 뿜는 것으로 대신했다.


[죽은 척?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하하, 제가 사부 같은 귀신도 속을만큼 완벽한 연기를 했나 봅니다.


[귀신이라니! 나는 귀신이 아니라 신선이다.]


”네네, 신선님“


[그리고 누가 죽은 척을 그렇게 완벽하게 하느냐?]


”사부님이 신선이라 잘 모르시는 거예요. 사람들 중에는 죽은 것 같은 마술을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광대라고 하지요.


[광대가 죽은 사람처럼 숨도 멈추고, 심장도 멈출 수 있다는 거냐?]


“그럼요.”


사부는 할 말을 잃었다. 신유가 우기는 건 알겠는데 반박할 말이 없었다.


죽은 척 한 거라니 그게 말이 돼?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왜 하필 이런 놈 몸으로 들어와서는...’


**


우주선 타로스 함이 블랙홀에서 폭발한 뒤, 그가 이 행성으로 추락해 살아남은 건 기적이었다.


오직 그만이 살아남았다.


이곳은 그가 핵을 채굴하려던 가이아 행성이 틀림없다. 기운으로 알 수 있었다.


행성의 주인인 가이아가 자신을 찾아내 흡수하기 전에 자취를 감춰야만 했다.


하지만 주위에 널린 많은 행성 물질중 그의 광(光)에너지 파장이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좀 괜찮아 보이는 탄소 물질의 잔해가 있어서 들어가려고 하면, 튕겨지고, 또 들어가려고 하면 내동댕이쳐졌다.


그 사이 그가 지닌 순수한 광에너지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더 시간이 지나면 이 행성 기운에 완전히 동화 되어 사라지고 말 터였다.


그때였다. 근처의 마차에서 꺼져가는 희미한 빛을 발견했다.


그 빛은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 허겁지겁 탄소 물질 잔해에 다가가자마자 쑤우욱 빨려 들어갔다.


사부는 그제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이 안에서 좀 쉬다가 상황을 봐서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헌데 자신의 광에너지가 점점 줄어들었다.


???


가이아가 이 탄소 물질에 남은 생체에너지를 흡수하면서 그의 광 에너지도 함께 흡수당햇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나가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갇혀 버리고 만 것이다.


이대로 있다간 그도 꼼짝없이 에너지를 다 빨려 버릴테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탄소 물질 잔해를 움직이게 해서 생체 에너지를 자력으로 돌려 행성에 흡수당하는 걸 막는 수 밖에.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광에너지를 이용해 탄소 물질 잔해를 재활용하기로 했다.

우주 쓰레기를 재활용할 때 썼던 방법이다.


망가진 탄소 물질 잔해를 원래 모습으로 복원 하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성공했다’


마침내 ‘인간’ 이라고 불리는 이 행성의 생명체를 재구성했다. 형체가 둥근 것이 거의 그의 원형과 비슷한 것 같았다.


문제는, 이 행성생명체를 복원하느라 광에너지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이아 행성의 하트를 찾으려면 이 행성 생명체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우주의 모든 행성에는 ‘하트’ 라 불리는 근원물질이 있다.


‘하트’는 행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였지만 수명이 있었다.


그의 고향인 타로스 행성의 하트는 수억년의 수명을 마치고 이천 년 전, 소멸하고 말았다.


그는 타로스 행성의 남은 조각을 우주선 삼아 살아남은 타로스 행성인들과 우주를 떠돌았다.


다른 행성의 하트를 뺏어 우주선에 이식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행성을 만들려 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내가 살아남았고, 또 우주선 조각도 이 행성 어딘가에 떨어진 것이 느껴진다’


그는 굳게 다짐했다.


이 행성의 하트만 차지하면, 우주선을 찾아 다시 떠날 수 있었다.


그걸 위해서 이 ‘인간’과 타협 할 필요가 있었다.


인간의 뇌에 저장된 기억을 읽었다. 군사부 일체가 가장 소중한 개념이라고 하길래 사부라고 하면 말을 잘 들을 줄 알았더니...


이 인간... 말종 같은 놈이 시치미를 뗄 줄이야...


[네 말은 죽은데 아니라 원래 살아 있었다는 게냐? 광대처럼?]


”그렇다니까요.“


사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놈 몸은 분명히 망가진 탄소 잔해에 불과했는데...


[어떻게?]


“그거야 간단하죠. 생각을 집중하고, 마음을 비우고, 숨을 멈추면 됩니다.”


신유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외계인 새끼가 이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게 뭐야?


“사실, 비슷한 방법으로 며칠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오줌도 안 싸고 참은 적도 있거든요.”


사부는 재빨리 염신유의 뇌에 저장된 기억을 살폈다.


정말로 염신유는 화궁에 있을 때 벽곡만 먹으며 면벽수련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하군.]


“근데 신선들도 원래 그러지 않습니까? 선술을 배우면 죽은 척 하기도 하잖아요?”


신선은, 염신유의 기억에서 읽은 정보였다.


신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많길래 그걸 말하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딴지를 걸다니, 보기보다 예리한 놈이군.


[그, 그야 그렇지. 물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그것 보십시오. 아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저는 피곤해서 이제 좀 쉬겠습니다.”


신유는 커다랗게 하품을 했다.


[쉰다고?]


“쉰다기 보다는, 제가 좀 바쁩니다.”


[바쁘다니? 네가 뭘 하길래 바쁘다는 거냐?”


눈을 감은 채로 신유는 생각했다.


원래대로였다면 퇴근 후 집에 가서 샤워하고 늘어지게 잠을 잤겠지... 웹소설도 보고, 게임도 하고, 넷플릭스도 좀 보면서... 열라 바쁘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아무 일도 안 하는 거, 그게 바쁜 겁니다.”


생존하는게 얼마나 노가다인데...


[뭐라고? 그럼 그동안 나는 뭘 하라는 것이냐? 네 몸에 갇혀서 시간만 때우라고?]


사부가 발끈하자 신유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좋겠습니다.”


[이, 이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아! 너는 날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이다.]


“해야 할 일이요? 그게 뭔데요?”


[일단은 무술과 선술부터 익히는 것이다.]


염신유가 깨어나지 못하는 동안 사부는 뇌의 정보를 파악했다.


이 행성의 생명체들의 진화단계는 원시적이었다.


먼저, 신체를 단련한 후, 단전이라는 에너지 저장소에 무한 동력원을 공급하여 사용했다.


과거 타로스 행성인들도 이런 형태였기에 사부는 염신유를 이용해 행성의 지배자가 될 계획을 세웠다.


이가 없으면 잇몸!


광에너지를 사용할 우주선은 없지만 대신 탄소 생명체를 일회용 그릇으로 쓰면 된다.


이 그릇을 가이아 행성에서 가장 강한 자로 만든 후, 어딘가에 있을 우주선을 찾아 핵을 탈취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단순 명료한 계획이냐!


사부는 자신의 계획에 허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 들어야 할 인간,


자신이 모든 에너지를 써서 살려 낸 인간 염신유가 말을 듣지 않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무술과 선술이요?”


현대의 자신은 하고 싶은 것도 재미있는 일도 없었지만, 염신유는 반대였다.


요절할 운명이라 그랬는지 하고 싶은게 엄청 많았다.


어렸을 땐 신국의 다른 귀족들처럼 풍월단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풍월단은, 신국의 귀족 자제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귀족 전용 사립 학교로 그곳에서 친분을 쌓은 귀족 자제들은 그대로 중앙 육부로 진출해서 관리가 되었다.


‘여기서도 학연이 최고라니... 어딜 가나 똑같군.’


부친인 염라공이 신국 최고의 귀족이었기에 염신유는 풍월단에 들어갈 자격이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오래 일어나 있을 수도 없는 약한 몸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서천 화궁으로 간 염신유는 그 곳에서 ‘선인’ 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세계에는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선인’이라는 게 있었다.


불로장생하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술법을 부려 요괴를 퇴치하는 초인 같은 존재들이었다.


선인이 되고 싶었던 염신유는 관련 책도 엄청 많이 읽었는데 신유가 보기엔 허무맹랑한 웹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린 소년은 그렇게라도 건강해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화궁에서의 외로움을 버텼던 것이다.


사부를 잘 이용하면 염신유의 소원을 이뤄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몸에 빙의했으니 적어도 풍월단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럼 사부님 말을 한 번 믿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하신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절 당장 낫게 해주십시오.”


[널 낫게 해달라고?]


신유는 양 팔을 들어올렸다.


“제 몸 좀 보십시오. 꼴이 이래서 어떻게 무술과 선술을 배우겠습니까? 제 몸을 당장 낫게 해주시면 사부님 말대로 하겠습니다.”


염신유의 소원이 아니더라도 일단 붕대에 감겨 있으니 움직이는게 너무 불편했다.


탄내도 좀 나는 것 같고... 외계인 능력이나 좀 볼까?


[그게 말이다...]


“혹시 못 고치십니까?”


사람도 살렸다며? 뻥이냐?


[널 고치느라 에너지를 다 써서 말이다. 너희 인간들의 신체는 생각보다 프로세스가 복잡해서...]


복잡하다... 신유는 속으로 후후 웃엇다.


그렇겠지. 반딧불 같은 너희 외계인보다는 엄청 복잡할 거야.


[내가 이론적으로는 도와줄 수 있지만 스스로 일어나는 건 네가 직접 해야 한다.


신유는 실망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결국 제가 직접 해야 하는 거군요. 사부님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네요. 잘테니 시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내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죽어서 우주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신유가 미간을 찡그렸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내가 지금 이렇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 있는 건 다 사부 때문이군요.“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지만 사부는 그 말의 진의를 알 수 없었다.


염신유 몸에 들어온 게 자신 뿐 아니라 현대인 김신유라는 걸 알 턱이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그 꼴이 된 건, 원래 몸이 약해서다. 몸 안의 혈맥 중 아홉 곳이나 막혀서 내 기운을 전부 흡수하지 못하고 지금 네 단전에 뭉쳐 있단 말이다. 그리고 아홉 군데 절맥 중에서 일곱 군데는 내가 개고생 해가면서 이미 뚫어놨다.]


신유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아 예예... 병 주고 약 주고, 아주 고오맙습니다. 이제 좀 조용히 합시다. 머리가 아파서 죽겠으니까.


[너, 너, 이 노옴! 이 사부 말을 듣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때 가서 후회할게요. 됐지요? 저는 그럼 피곤해서 이만 쉬겠습니다.”


사부가 위협적으로 말했다.


[내 말을 안 들으면 내가 네 몸을 차지할테다. 그래도 좋으냐?]


“하실 수 있으면 해보시던가요.”


[야!%^이 씨ㅂ...&6^9새끼..$#개@호랑말%^*#$#야!!]


알아듣기 힘든 말로 사부가 부르짖었다.


아마 그 행성 욕인 것 같았다.


사부의 분노를 무시한 채 눈을 감은 신유는 곰곰이 생각했다.


‘구음절맥을 일곱군데나 뚫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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