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희망도 있는 이세계 정령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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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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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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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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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DUMMY


에반은 운디네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운디네, 아까 그 스킬··· 어떻게 생각해낸 거야? 물의 장벽을 방어만이 아니라 공격으로 사용할 줄은 몰랐어.”


운디네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반이 위험했으니까, 그냥··· 도와주고 싶었어. 물은 흐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주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잖아. 그래서 물의 힘을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썼어. 에반이 나를 믿어줬으니까, 더 힘이 나기도 했고.”


운디네는 마치 간단한 장난을 설명하듯 말했다. 하지만 에반은 그 말 속에서 그녀가 물의 본질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물은 단순히 흐르는 것만이 아니라, 그 흐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네가 그 힘을 내게 알려준 거구나··· 정말 고마워, 운디네.”


운디네는 활짝 웃으며, 에반을 더 신뢰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퀘스트 갱신: 크레쉬트 부족의 신성을 무로 돌려라]


[목표: 크레쉬트 부족의 신성 의식을 완전히 파괴하라.]


[달성률: 0.01%]


에반은 퀘스트 창을 확인하며, 그저 고블린 몇 마리를 처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레쉬트 부족의 신성은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고, 그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0.01%···? 고작 이 정도라니···” 에반은 퀘스트의 달성률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운디네, 이 싸움은 더 길고 어려울지도 몰라.”


운디네는 조용히 에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막한 어둠 속, 습기 찬 동굴의 깊은 곳에서 불길한 촛불들이 깜빡였다. 그 빛 아래, 오래된 경전이 고블린들의 우두머리 앞에 놓여 있었다. 그는 마치 무언가의 신성한 제사를 지내듯, 고대어로 저주받은 문구들을 읊조렸다. 그 음성은 낮고 끔찍하게 울려 퍼졌고, 동굴의 벽에 메아리쳤다.


그는 “크래쉬트”, 파괴의 자손이라 불리는 이 족속의 우두머리였다. 경전 속 글자들은 피처럼 붉게 빛나며, 그에게만 들리는 속삭임을 전했다. 무언가 깊이 감춰진 예언을 지키기 위해 그가 이 자리에서 수많은 희생을 바쳐온 시간. 오늘, 그 예언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번뜩이며 힘차게 떴다. 그가 멈춘 채 속삭였다.


“에반이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천 년간 기다려온 자를 드디어 찾은 듯, 갈라지며 퍼져 나갔다.


“그 피가··· 드디어 나타났다.”


절멸을 부르는 자로 알려진 이 부족의 예언은 그 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전의 깊은 곳에서 태어난 자, 운명을 바꿀 자. 그 피는 세계를 뒤집을 힘을 지닌 존재였다.


우두머리는 고대의 경전을 덮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거대한 몸이 어둠 속에서 드러나자, 주위의 신하로 보이는 고블린들이 몸을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족속의 우두머리인 그가 일어서는 순간, 침묵이 장악되었다. 그의 눈은 붉게 빛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숨결조차도 무거운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신하들을 향해 마치 전투를 독려하듯, 강렬하게 외쳤다.


“에반이다! 드디어, 그 피가 나타났다!”


우두머리의 목소리는 동굴의 벽을 울리며 메아리쳤다. 신하들은 그 목소리의 힘에 압도당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들의 눈에는 불길한 흥분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오랜 예언이 성취될 시간, 그 피를 찾아내어 파멸을 불러올 시간이었다.


우두머리는 손을 들어 신하들을 가리키며 더욱 강렬한 목소리로 외쳤다.


“준비하라! 그 피를 가져오고, 우리 크래쉬트 부족의 신성한 의식을 완성할 것이다! 그 피로 우리의 신을 부르고, 이 세상을 파괴로 물들일 것이다!”


고블린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명을 지르듯 환호했다. 그들의 붉은 눈동자는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그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다가오는 파멸의 순간을 감지하고 있었다.


에반은 전투가 끝난 뒤, 피와 어둠 속에서 마주한 참혹한 광경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고블린들이 짓밟고 갈기갈기 찢어놓은 인간의 사체들. 그들의 손길이 닿은 흔적은 너무나도 끔찍했고, 그 잔혹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는 피에 젖은 옷가지들과 흩어진 짐들을 한데 모으며, 이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곳엔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어···” 에반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는 손끝에서 전해지는 그들의 마지막 흔적을 느꼈다. 한때는 꿈이 있었을 이들이, 이곳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사라져간 흔적이었다. 찢겨진 천과 부서진 물건들 속에 숨어 있던 그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들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발끝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부딪혔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것을 주워 들었다. 낡고 닳은 목패였다. 목패에는 칼과 방패가 교차된 문양과 작은 글씨로 새겨진 이름이 보였다. 그것은 용병의 패였다. 이름도 없는 이들이 생계와 싸움터를 전전하다, 이곳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에반은 목패를 쥔 손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손끝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이들도··· 단순한 돈벌이로 여기에 왔을 뿐인데···”


그의 가슴 속에는 갑자기 참담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이들은 그저 생존을 위해 싸우다가, 자신이 선택하지도 못한 죽음을 맞았다. 그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 길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은 이렇게 처참했다. 에반은 그들의 마지막이 그렇게 무가치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려 노력했다.


“이렇게 죽는 건, 인간으로서 너무 비참해···” 에반은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이런 죽음을 맞을 수는 없어. 내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더 강해져야 해. 누구도 이처럼 비참하게 버려지지 않도록···”


그는 목패를 가슴에 꼭 쥔 채, 한숨을 내쉬며 용병패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


에반은 용병패를 손에 쥐고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그 목패는 낡고,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했다. 그들의 죽음이 비참한 전투에서 끝났지만, 그 흔적을 남겨두고 떠난 용병들의 삶은 분명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었다.


“운디네, 나··· 용병이 될래.”


운디네가 다시 묻기도 전에, 에반은 이미 결심을 굳힌 이유를 속으로 되새기고 있었다. 그가 용병이 되려는 이유는 단순히 힘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아직 완전히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것을 시험해볼 준비가 되었다.


“이 용병패도 어딘가에 전해줘야 해. 이 사람들도 나처럼 자신의 길을 걸었던 이들이니까.” 에반은 목패를 꽉 쥐었다. “그들의 유품을 전해주고, 내가 이 세계를 더 이해해야만 해.”


에반은 용병패를 주머니 속에 넣으며 결심을 굳혔다. 도시로 가야만 했다. 그곳에는 이 세계의 질서와 정보가 집중되어 있을 것이고, 그가 모르는 수많은 진실들이 숨어 있을 터였다. 고블린과의 전투로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더 나아가 이 세계에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운디네, 일단 도시로 가보자.” 에반은 단호하게 말했다.


운디네는 천진난만한 눈으로 에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도시로 가고 싶어?”


에반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세계를 더 알아야 해. 도시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 용병패···” 에반은 잠시 용병패를 꺼내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걸 전해주고 싶어. 그들이 단순히 죽음으로 끝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존중받아야 해.”


운디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 넌 정말 착해.”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도시에서 새로운 걸 많이 배우자!”


에반은 용병패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차가운 눈으로 주변을 한 번 더 훑어보았다. 주변에는 여전히 잔인하게 찢긴 사체와 고블린들의 잔해가 널려 있었지만, 그는 그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생명 없는 잔해들이 말없이 그에게 경고하는 것만 같았다. 이곳에 오래 머물면 그도 이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걸.


“도시까지의 거리는 꽤 멀겠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 에반은 중얼거리며 결심을 다졌다. “먼저 가서 정보를 모으고, 이 용병패를 맡길 방법을 찾아야 해. 그리고 이 세계에서 내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아야겠어.”


에반은 지도도, 정확한 길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길을 나섰지만, 숲을 벗어나면 큰 길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길이 그를 도시로 인도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함께.


“운디네, 네가 나와 함께라면 아무 걱정 없어. 그럼 가자, 도시로!”


운디네는 그의 곁에서 빙글돌며 기운차게 말했다.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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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진화 NEW 9시간 전 2 0 17쪽
11 카쿤 24.09.18 1 0 14쪽
10 세상속으로 24.09.18 2 0 13쪽
9 도시를 찾아서 24.09.18 4 0 11쪽
» 용병 24.09.17 4 0 9쪽
7 첫번째 전투 24.09.16 3 0 8쪽
6 고블린의 신성 24.09.16 8 0 8쪽
5 나의 이름은.. 24.09.16 8 0 13쪽
4 새로운 특전 24.09.15 11 0 12쪽
3 운디네 24.09.14 10 0 5쪽
2 1장: 운명의 재시작 – 물의 부름 24.09.14 14 0 8쪽
1 프롤로그: 운명의 끝과 시작 24.09.13 17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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